[앵커&리포트] 동자석이 정원석으로…제주 묘소 ‘수난’

입력 2016.09.17 (21:20) 수정 2016.09.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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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무덤을 지키는 어린아이의 형상...

작은 건 삼 사십 센티미터, 커봐야 1미터가 안되는 이 석물이 제주 동자석입니다.

돌하르방과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현무암을 깎아 만든 동자석은 가슴에 얹은 손에 숟가락이나 술병, 부채, 꽃 같은 다양한 물건을 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그런데 수백년 동안 묘지를 지켜온 제주 동자석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강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깔끔히 정리된 한 문중의 묘.

가지런히 놓인 동자석 사이에 빈자리가 눈에 띕니다.

100년을 훌쩍 넘긴 11개의 동자석 중 사라진 것이 벌써 6개.

<인터뷰> 원영빈(피해자) : "진짜 답답하고, 이런 것을 훔쳐가는 사람 들에게 정말 엄중한 처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전 동자석 4개를 한꺼번에 도둑맞은 이 묘도 지난해 200년 가까이 된 동자석 한 쌍을 또 도둑맞았습니다.

최근엔 제를 지낼 때 술을 따르는 돌로 만든 석잔도 없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석종(피해자) : "조상님한테는 상당히 참…민망스럽죠. 죄송하죠. 죄송할 따름이죠."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 입니다.

제주 동자석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 있습니다.

추정가만 900만원에 이릅니다.

제주의 한 연구소가 최근 10년 동안 다른 지방에서 확인한 제주동자석만 450여개.

대부분 정원석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창훈(제주동자석연구소장) : "그 예쁘고 아름다운 가치는 제주도 안에 제주도 묘에 있을 때 백분 발휘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소유한다든지, 도외로 나가길 바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상을 모시는 후손들의 정성과 수백년 고유의 장례 문화가 수집가들의 엉뚱한 욕심에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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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17 21:22:05
    • 수정2016-09-17 21: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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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무덤을 지키는 어린아이의 형상...

작은 건 삼 사십 센티미터, 커봐야 1미터가 안되는 이 석물이 제주 동자석입니다.

돌하르방과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현무암을 깎아 만든 동자석은 가슴에 얹은 손에 숟가락이나 술병, 부채, 꽃 같은 다양한 물건을 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그런데 수백년 동안 묘지를 지켜온 제주 동자석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강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깔끔히 정리된 한 문중의 묘.

가지런히 놓인 동자석 사이에 빈자리가 눈에 띕니다.

100년을 훌쩍 넘긴 11개의 동자석 중 사라진 것이 벌써 6개.

<인터뷰> 원영빈(피해자) : "진짜 답답하고, 이런 것을 훔쳐가는 사람 들에게 정말 엄중한 처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전 동자석 4개를 한꺼번에 도둑맞은 이 묘도 지난해 200년 가까이 된 동자석 한 쌍을 또 도둑맞았습니다.

최근엔 제를 지낼 때 술을 따르는 돌로 만든 석잔도 없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석종(피해자) : "조상님한테는 상당히 참…민망스럽죠. 죄송하죠. 죄송할 따름이죠."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 입니다.

제주 동자석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 있습니다.

추정가만 900만원에 이릅니다.

제주의 한 연구소가 최근 10년 동안 다른 지방에서 확인한 제주동자석만 450여개.

대부분 정원석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창훈(제주동자석연구소장) : "그 예쁘고 아름다운 가치는 제주도 안에 제주도 묘에 있을 때 백분 발휘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소유한다든지, 도외로 나가길 바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상을 모시는 후손들의 정성과 수백년 고유의 장례 문화가 수집가들의 엉뚱한 욕심에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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