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평생 모은 돈을”…장애인 노린 절도범

입력 2016.09.28 (08:34) 수정 2016.09.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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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생을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한 60대 중증 장애인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어렵게 모은 전 재산 8천만 원을 도난당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탓에 집 안에 돈을 보관했는데 누군가 이 사실을 알고 훔쳐간 겁니다.

범인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차 열쇠와 휴대 전화까지 가져갔습니다.

당황한 피해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다행히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는데요.

범인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시골집 앞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합니다.

문 앞으로 다가선 남성, 도구를 들고 방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생각대로 잘 안 되자, 잠시 주변을 살피길 여러 차례 결국, 문을 여는 데 성공합니다.

남성이 문을 열고 방 안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비닐 봉투

이후 황급하게 현장을 떠납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나무 창살 문풍지 바르는 재래식 문이에요. 창살을 손으로 쉽게 열고 거기에 넣고 팔 넣고 가져간 거예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3일 밤 9시 반쯤 60대 중증 장애인 나 모 씨의 집이었습니다.

나 씨는 사건 당일 느지막이 소 사료를 주려 나갔다 돌아와 방문이 부서져 있었던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는데요.

나 씨가 아무도 모르게 방 안에 소중히 감춰둔 비밀 봉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녹취> 나oo(피해자/음성변조) : “저렇게 난리 친 줄 몰랐죠. 저 안에서. 그래서 나와서 보니까 문이 이렇게 됐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그 순간 나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합니다.

비닐 봉투에 들어 있던 건 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아끼며 조금씩 모아놨던 자신의 전 재산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은행에 자주 가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돈을 비닐 봉투에 넣어 숨겨 놓은 건데 금액이 모두 8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나 씨가 30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살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꿈으로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이었습니다.

<녹취> 나oo(피해자/음성변조) : "하루 이틀 모은 돈이겠어요? 피나게 벌어서 한 푼, 한 푼 모으고 못 먹고 못 입고 그렇게 해서……. 뭐라고 할 정신이 없었죠. 전혀 없어요. 정신이 없고 오로지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죠.”

나 씨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보니 휴대 전화와 차 열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범인이 그것마저 가져간 것.

빨리 신고를 해야 한다는 다급한 생각에 나 씨는 전동 휠체어를 탄 채로 1km 정도를 집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가장 가까운 주유소 앞에 가서 울부짖고 그러니까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그 주유소 근무하는 사람이 112에 신고를 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나 씨를 안심시키고 차근차근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축사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범행 장면은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영상 속 범인의 정체는 나 씨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나 씨로부터 일당을 받고 가끔 일을 도와주던 48살 우 모 씨였던 겁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가축이나 키우면서 이런 사람들이 부르면 가서 일 해주고 아르바이트식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또 명절 때 되면 벌초하고 그렇게 생계 유지하는 사람이에요.”

나 씨는 평소 친동생같이 생각했던 그가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 “남이다 생각을 안 하고 내 동생같이 막 다독거려주고 뭐라도 우리 안집이라도 데리고 가서 같이 밥도 먹고 그렇게 해서 대우를 좋게 해줬어요. 내 나름대로.”

일꾼 우 씨는 나 씨가 일당을 지급할 때 우연히 방안에 숨겨놓은 돈 꾸러미가 있다는 걸 목격하고 범행 계획을 세웠던 건데요.

나 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하도록 차 열쇠와 휴대폰은 숲 속에다 버리고, 조회가 가능한 수표는 인근 화장실에 버리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도주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는지는 모르는데 핸드폰을 껐어요. 끄고 경찰관들의 수사기법을 교묘히 피해간 거죠.”

일단 우 씨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평소에 쓰던 이름도 가명인 걸로 알려지면서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는데요.

다행히, 범인이 다니는 병원을 추적해 우 씨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검거 당시 우 씨는 광주의 한 유흥가에서 훔친 돈을 쓰고 있었다는데요.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그 많은 돈에서 350만 원을 담아서 유흥비를 쓰려고 돌아다닌 거죠.”

우 씨는 순간 욕심이 나 돈을 훔쳤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에 겁을 먹고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녹취> 조재수 (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돈 보고 욕심나서 가지고 간 거예요. 그 돈이 실제로 그렇게 많이 들어있는지 몰랐죠.”

우 씨가 돈을 다 쓰기 전에 경찰이 붙잡으면서 우 씨가 유흥비로 쓴 26만 원 외에는 나머지 현금 4천여 만 원 모두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잃어버릴 뻔 했던 나 씨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 “가슴이 칼로 썩썩 썰어낸 거 같은 그런 통증이 와서 있는데 그 말 한마디에 딱 싹 없어져 버리고 진통이 싹 없어져 버렸어요.”

나 씨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고 발 빠르게 움직여 돈을 되찾아준 경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내가 닭이라도 많이 키우고 있으니까 내가 뭐 어떻게 보답을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닭이라도 잡아서 내가 드리고 싶다고 내가 그랬어요.”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우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아직 찾지 못한 수표 3천여만 원에 대해서는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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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평생 모은 돈을”…장애인 노린 절도범
    • 입력 2016-09-28 08:40:50
    • 수정2016-09-28 09: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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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생을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한 60대 중증 장애인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어렵게 모은 전 재산 8천만 원을 도난당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탓에 집 안에 돈을 보관했는데 누군가 이 사실을 알고 훔쳐간 겁니다.

범인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차 열쇠와 휴대 전화까지 가져갔습니다.

당황한 피해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다행히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는데요.

범인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시골집 앞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합니다.

문 앞으로 다가선 남성, 도구를 들고 방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생각대로 잘 안 되자, 잠시 주변을 살피길 여러 차례 결국, 문을 여는 데 성공합니다.

남성이 문을 열고 방 안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비닐 봉투

이후 황급하게 현장을 떠납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나무 창살 문풍지 바르는 재래식 문이에요. 창살을 손으로 쉽게 열고 거기에 넣고 팔 넣고 가져간 거예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3일 밤 9시 반쯤 60대 중증 장애인 나 모 씨의 집이었습니다.

나 씨는 사건 당일 느지막이 소 사료를 주려 나갔다 돌아와 방문이 부서져 있었던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는데요.

나 씨가 아무도 모르게 방 안에 소중히 감춰둔 비밀 봉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녹취> 나oo(피해자/음성변조) : “저렇게 난리 친 줄 몰랐죠. 저 안에서. 그래서 나와서 보니까 문이 이렇게 됐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그 순간 나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합니다.

비닐 봉투에 들어 있던 건 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아끼며 조금씩 모아놨던 자신의 전 재산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은행에 자주 가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돈을 비닐 봉투에 넣어 숨겨 놓은 건데 금액이 모두 8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나 씨가 30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살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꿈으로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이었습니다.

<녹취> 나oo(피해자/음성변조) : "하루 이틀 모은 돈이겠어요? 피나게 벌어서 한 푼, 한 푼 모으고 못 먹고 못 입고 그렇게 해서……. 뭐라고 할 정신이 없었죠. 전혀 없어요. 정신이 없고 오로지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죠.”

나 씨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보니 휴대 전화와 차 열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범인이 그것마저 가져간 것.

빨리 신고를 해야 한다는 다급한 생각에 나 씨는 전동 휠체어를 탄 채로 1km 정도를 집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가장 가까운 주유소 앞에 가서 울부짖고 그러니까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그 주유소 근무하는 사람이 112에 신고를 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나 씨를 안심시키고 차근차근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축사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범행 장면은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영상 속 범인의 정체는 나 씨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나 씨로부터 일당을 받고 가끔 일을 도와주던 48살 우 모 씨였던 겁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가축이나 키우면서 이런 사람들이 부르면 가서 일 해주고 아르바이트식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또 명절 때 되면 벌초하고 그렇게 생계 유지하는 사람이에요.”

나 씨는 평소 친동생같이 생각했던 그가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 “남이다 생각을 안 하고 내 동생같이 막 다독거려주고 뭐라도 우리 안집이라도 데리고 가서 같이 밥도 먹고 그렇게 해서 대우를 좋게 해줬어요. 내 나름대로.”

일꾼 우 씨는 나 씨가 일당을 지급할 때 우연히 방안에 숨겨놓은 돈 꾸러미가 있다는 걸 목격하고 범행 계획을 세웠던 건데요.

나 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하도록 차 열쇠와 휴대폰은 숲 속에다 버리고, 조회가 가능한 수표는 인근 화장실에 버리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도주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는지는 모르는데 핸드폰을 껐어요. 끄고 경찰관들의 수사기법을 교묘히 피해간 거죠.”

일단 우 씨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평소에 쓰던 이름도 가명인 걸로 알려지면서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는데요.

다행히, 범인이 다니는 병원을 추적해 우 씨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검거 당시 우 씨는 광주의 한 유흥가에서 훔친 돈을 쓰고 있었다는데요.

<녹취> 조재수(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그 많은 돈에서 350만 원을 담아서 유흥비를 쓰려고 돌아다닌 거죠.”

우 씨는 순간 욕심이 나 돈을 훔쳤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에 겁을 먹고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녹취> 조재수 (광주북부경찰서강력7팀장) : “돈 보고 욕심나서 가지고 간 거예요. 그 돈이 실제로 그렇게 많이 들어있는지 몰랐죠.”

우 씨가 돈을 다 쓰기 전에 경찰이 붙잡으면서 우 씨가 유흥비로 쓴 26만 원 외에는 나머지 현금 4천여 만 원 모두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잃어버릴 뻔 했던 나 씨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 “가슴이 칼로 썩썩 썰어낸 거 같은 그런 통증이 와서 있는데 그 말 한마디에 딱 싹 없어져 버리고 진통이 싹 없어져 버렸어요.”

나 씨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고 발 빠르게 움직여 돈을 되찾아준 경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녹취> 나00(피해자/음성변조) :“내가 닭이라도 많이 키우고 있으니까 내가 뭐 어떻게 보답을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닭이라도 잡아서 내가 드리고 싶다고 내가 그랬어요.”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우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아직 찾지 못한 수표 3천여만 원에 대해서는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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