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이가 실종됐다”…잔혹한 양부모의 거짓말

입력 2016.10.04 (08:33) 수정 2016.10.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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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그제 인터넷에 실종된 여자아이를 찾는다는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 혼자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이의 친엄마 측이 양부모로부터 아이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다급한 마음에 글을 올린 건데요.

경찰은 양부모의 실종 신고를 받고 아이를 찾아 나섰는데 정작 아이는 숨진 채 야산에 암매장돼 있었습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실종 신고를 한 아이의 양부모였습니다.

학대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숨지자 범행을 숨기려고 거짓 신고까지 한 건데요.

잔혹한 사건의 진실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바로 어제 낮에 현장 검증이 열렸습니다.

6살 난 어린 입양 딸을 암매장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양아버지 47살 주 모 씨가 야산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인터뷰> 주OO(피의자) : “(왜 죽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미안하단 짧은 말을 남기고 주 씨는 아이를 암매장한 장소로 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사체 유기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 유골을 수습하려고…….”

지난 2일 밤에 이어 아이의 유골을 추가로 수습하기 위해서였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입양한 6살짜리 딸이 학대하다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야산에 묻은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건 바로 범행을 저지른 주 씨 부부의 실종 신고 때문이었습니다.

주 씨 부부가 지난 1일 오후 4시쯤 어시장 축제가 열린 소래포구에서 딸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겁니다.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 CCTV를 분석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4명이 왔다고 진술했는데 피해 당사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주 씨 부부의 차량이 소래 포구에 도착한 건 실종 신고 약 4시간 전인 오전 11시 반쯤, 그런데 차에서 내린 건 주 씨 부부와 주 씨 지인의 부탁으로 함께 사는 지인의 딸 19살 A양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소래포구에 딸을 데리고 오지도 않은 채 실종 신고를 한 겁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주 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 현장 CCTV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경찰관들이 이날 와서 확인을 했어요.”

그런데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주 씨 부부가 실종 신고를 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밤 10시쯤 남편 주 씨가 무언가 든 자루를 들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옵니다.

주 씨는 승용차에 의문의 자루를 실은 뒤 아내와 지인의 딸 A양과 함께 서둘러 어딘가로 향합니다.

그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야산으로 향했는데요.

경찰은 실종 신고 바로 다음날인 그제, 주 씨 부부와 A양 세 명을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이 의문의 자루에 대해 추궁하자 결국, 주 씨 부부는 자루에 든 건 다름 아닌 입양 딸의 시신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들은 지난 29일 오후 4시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었고,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추가 조사에서 이들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체벌하는 과정에 쇼크를 일으켜서 죽었다. 이렇게 본인들은 이야기합니다.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았다고 본인들은 주장합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 씨 부부가 아이를 때리고 투명테이프로 묶어 17시간이나 방치해 숨진 걸로 드러난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이의 시신을 야산에 가져가 불에 태워 훼손한 다음 암매장했고, 날이 밝자 축제현장으로 가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거짓 실종 신고를 했던 겁니다.

경찰은 주 씨 지인 딸인 A양도 범행에 가담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살면서 동화돼버린 거죠. 어느 정도 가담한 사실을 본인이 인정하고 시인했어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들이 범행 은폐 시도가 치밀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엄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인터넷상에 사채 없는 살인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나온 내용이 많이 있거든요. 이 세 명의 공범이 사체를 유기하면서 아이 시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완전히 분골까지 해서 완전범죄를 꿈꾸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다면 숨지기 전까지 아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가 주 씨 부부에게 입양된 건 지난 2014년 9월.

아이의 친모가 이혼하면서 주 씨 부부에게 딸을 대신 키워달라는 부탁을 해온 건데요.

결혼은 하지 않은 채 당시 7년 간 동거해온 주 씨 부부는 혼인 신고를 하고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양모의 지인이 이혼하면서 부양할 여력이 없으니까 부탁한 거죠. 동네에서 이웃하고 지내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였어요.”

주 씨 부부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친모에게 아이를 축제장에서 잃어버렸다고 알렸는데요.

친모는 아이가 숨졌다는 건 까맣게 모른 채 다급한 마음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종 아동을 찾는다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친모는 현재 충격에 빠진 상황, 그렇다면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진 못했던 걸까.

아이는 숨지기 석 달 전부터 어린이집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없었고, 입양 이후 당국의 관리도 없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만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하루 보냈대요, 하루.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나왔다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건 지난 6월 28일 단 하루뿐이었고, 어린이집 측이 여러 차례 양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등원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그다음부터 안 왔어요. 엄마가 전화하니까 수족구병 걸렸다고 그랬고…….”

시설을 통해 입양된 경우는 1년간 관리를 받지만, 지인에게 맡긴 경우라 가정방문 등의 조치도 없었습니다.

현재 주 씨 부부와 A양은 아이를 암매장한 혐의 등은 인정하지만 살해 혐의에 대해선 부인 하는 상황.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아이가 숨진 정확한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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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이가 실종됐다”…잔혹한 양부모의 거짓말
    • 입력 2016-10-04 08:34:37
    • 수정2016-10-04 09: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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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인터넷에 실종된 여자아이를 찾는다는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 혼자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이의 친엄마 측이 양부모로부터 아이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다급한 마음에 글을 올린 건데요.

경찰은 양부모의 실종 신고를 받고 아이를 찾아 나섰는데 정작 아이는 숨진 채 야산에 암매장돼 있었습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실종 신고를 한 아이의 양부모였습니다.

학대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숨지자 범행을 숨기려고 거짓 신고까지 한 건데요.

잔혹한 사건의 진실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바로 어제 낮에 현장 검증이 열렸습니다.

6살 난 어린 입양 딸을 암매장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양아버지 47살 주 모 씨가 야산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인터뷰> 주OO(피의자) : “(왜 죽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미안하단 짧은 말을 남기고 주 씨는 아이를 암매장한 장소로 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사체 유기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 유골을 수습하려고…….”

지난 2일 밤에 이어 아이의 유골을 추가로 수습하기 위해서였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입양한 6살짜리 딸이 학대하다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야산에 묻은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건 바로 범행을 저지른 주 씨 부부의 실종 신고 때문이었습니다.

주 씨 부부가 지난 1일 오후 4시쯤 어시장 축제가 열린 소래포구에서 딸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겁니다.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 CCTV를 분석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4명이 왔다고 진술했는데 피해 당사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주 씨 부부의 차량이 소래 포구에 도착한 건 실종 신고 약 4시간 전인 오전 11시 반쯤, 그런데 차에서 내린 건 주 씨 부부와 주 씨 지인의 부탁으로 함께 사는 지인의 딸 19살 A양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소래포구에 딸을 데리고 오지도 않은 채 실종 신고를 한 겁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주 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 현장 CCTV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경찰관들이 이날 와서 확인을 했어요.”

그런데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주 씨 부부가 실종 신고를 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밤 10시쯤 남편 주 씨가 무언가 든 자루를 들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옵니다.

주 씨는 승용차에 의문의 자루를 실은 뒤 아내와 지인의 딸 A양과 함께 서둘러 어딘가로 향합니다.

그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야산으로 향했는데요.

경찰은 실종 신고 바로 다음날인 그제, 주 씨 부부와 A양 세 명을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이 의문의 자루에 대해 추궁하자 결국, 주 씨 부부는 자루에 든 건 다름 아닌 입양 딸의 시신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들은 지난 29일 오후 4시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었고,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추가 조사에서 이들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체벌하는 과정에 쇼크를 일으켜서 죽었다. 이렇게 본인들은 이야기합니다.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았다고 본인들은 주장합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 씨 부부가 아이를 때리고 투명테이프로 묶어 17시간이나 방치해 숨진 걸로 드러난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이의 시신을 야산에 가져가 불에 태워 훼손한 다음 암매장했고, 날이 밝자 축제현장으로 가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거짓 실종 신고를 했던 겁니다.

경찰은 주 씨 지인 딸인 A양도 범행에 가담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살면서 동화돼버린 거죠. 어느 정도 가담한 사실을 본인이 인정하고 시인했어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들이 범행 은폐 시도가 치밀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엄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인터넷상에 사채 없는 살인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나온 내용이 많이 있거든요. 이 세 명의 공범이 사체를 유기하면서 아이 시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완전히 분골까지 해서 완전범죄를 꿈꾸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다면 숨지기 전까지 아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가 주 씨 부부에게 입양된 건 지난 2014년 9월.

아이의 친모가 이혼하면서 주 씨 부부에게 딸을 대신 키워달라는 부탁을 해온 건데요.

결혼은 하지 않은 채 당시 7년 간 동거해온 주 씨 부부는 혼인 신고를 하고 아이를 입양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양모의 지인이 이혼하면서 부양할 여력이 없으니까 부탁한 거죠. 동네에서 이웃하고 지내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였어요.”

주 씨 부부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친모에게 아이를 축제장에서 잃어버렸다고 알렸는데요.

친모는 아이가 숨졌다는 건 까맣게 모른 채 다급한 마음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종 아동을 찾는다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친모는 현재 충격에 빠진 상황, 그렇다면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진 못했던 걸까.

아이는 숨지기 석 달 전부터 어린이집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없었고, 입양 이후 당국의 관리도 없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만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하루 보냈대요, 하루.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나왔다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건 지난 6월 28일 단 하루뿐이었고, 어린이집 측이 여러 차례 양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등원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그다음부터 안 왔어요. 엄마가 전화하니까 수족구병 걸렸다고 그랬고…….”

시설을 통해 입양된 경우는 1년간 관리를 받지만, 지인에게 맡긴 경우라 가정방문 등의 조치도 없었습니다.

현재 주 씨 부부와 A양은 아이를 암매장한 혐의 등은 인정하지만 살해 혐의에 대해선 부인 하는 상황.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아이가 숨진 정확한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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