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탈출구가 막혔다’…버스 위험요소 모두 드러나

입력 2016.10.14 (21:07) 수정 2016.10.15 (10: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봉평 터널 사고,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사고 직전 모습입니다.

42명의 사상자를 낸 이 참사의 원인 제공도 관광버스였습니다.

관광버스는 많은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났다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집니다.

특히 단풍놀이 관광객과 수행여행이 몰리는 10월과 11월에 관광버스 사고가 집중됩니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버스사고 때마다 지적되는 탈출구가 막히는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먼저 이현준 기자입니다.

▼탈출구 막히는 전형적인 버스 사고▼

<리포트>

진출입로로 접어들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던 버스.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방호벽으로 돌진합니다.

충돌 순간 불꽃이 튀고, 버스는 벽을 타고 앞으로 미끄러집니다.

60미터를 전진하는 동안 불꽃은 더욱 커집니다.

버스 충돌 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불꽃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로 화염과 폭발입니다.

버스 출입문 밑에 설치된 연료통.

이 구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버스가 멈춘 곳입니다.

출입문이 방호벽이 맞닿아 유일한 탈출 통로도 막혔습니다.

버스의 또 다른 문제점이자 대형 인명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전복된 버스 밖에선 필사적으로 유리창을 부숩니다.

이 버스 역시 유일한 출입문이 막혔지만 빠져나오는 어린이 이 탈출구로 어린이 21명 전원이 구조됐습니다.

사고가 난 관광버스는 이 탈출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운전기사가 얼마나 출입문을 확보하느냐가 생사를 가르기도 합니다.

<인터뷰> 최영석(법안전융합연구소 전문위원) : "한쪽 바퀴가 빠지더라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어도 이쪽으로 꺾으면 방향은 가요."

출입구만 막히면 다른 곳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국내 버스와 달리, 선진국들은 버스에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버스 사고 시 탈출은 어떻게?▼

<기자 멘트>

버스가 사고로 멈춰섰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요?

먼저 출입문 주변에 있는 비상 스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자 이렇게 수동으로 돌려놓으면, 손으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출입문이 찌그러지거나, 이번 사고처럼 무언가로 막혔다면, 창문밖에는 탈출구가 없는데요.

창문을 깨뜨리는 이 비상 망치가 16명 이상 타는 차량에는 반드시 4개 이상 비치하게끔 규정돼 있습니다.

대개 앞 쪽에 두 개, 뒷 쪽에 뒤 개가 있습니다.

큰 힘을 가하지 않아도 망치를 쓰면 유리창을 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망치가 커튼에 가려져 있기도 하고, 연기에 휩쌓여 잘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화기 위치 확인도 필수일텐데요.

소화기는 운전석 뒷자리 쪽에 보통 2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안전핀을 잡아당겨 뽑은 뒤에 손잡이를 꽉 누르면 됩니다.

화재가 났을 경우, 탈출의 골든 타임은 고작 5분 남짓합니다.

중요한 건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겁니다.

당황하면 안전벨트도 제때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대응 매뉴얼도 중요한데요.

기사나 승객분들은 매뉴얼을 잘 알고 있을까요?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5분이 골든타임…탈출 매뉴얼 제정 시급▼

<리포트>

고속버스가 시뻘건 화염에 뒤덮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 : "폭발한다고 이거 차... 열기가 여기까지 와."

이번 울산 사고처럼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역시 출입문이 안 열린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승객 9명은 비상망치로 창을 깨고 전원 탈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객법에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 비상망치와 소화기의 위치, 사용법을 승객들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탈출 방법은 빠진 선언적 매뉴얼 정도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황인정(전남 순천시) :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건 말씀해주시지만 비상망치랑 소화기는 어디 있는지 말씀을 안 해주세요."

배의 선장역할을 하는 운전기사가 사고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취> 고속버스 운전사(음성변조) : "위급한 상황이 되면 기사가 맨 먼저 판단을 해서 화재라든지 진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망치와 소화기 위치가 버스별로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전세버스 관계자(음성변조) : "통일되게 딱 나와야지 승객들도 나중에 안 헷갈리고. 사고가 터졌을 때 1, 2초가 굉장히 중요할 수가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버스에 별도의 비상 탈출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비상망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강화유리를 재빨리 깨고 나오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탈출구가 막혔다’…버스 위험요소 모두 드러나
    • 입력 2016-10-14 21:10:29
    • 수정2016-10-15 10:02:58
    뉴스 9
<앵커 멘트> 봉평 터널 사고,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사고 직전 모습입니다. 42명의 사상자를 낸 이 참사의 원인 제공도 관광버스였습니다. 관광버스는 많은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났다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집니다. 특히 단풍놀이 관광객과 수행여행이 몰리는 10월과 11월에 관광버스 사고가 집중됩니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버스사고 때마다 지적되는 탈출구가 막히는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먼저 이현준 기자입니다. ▼탈출구 막히는 전형적인 버스 사고▼ <리포트> 진출입로로 접어들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던 버스.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방호벽으로 돌진합니다. 충돌 순간 불꽃이 튀고, 버스는 벽을 타고 앞으로 미끄러집니다. 60미터를 전진하는 동안 불꽃은 더욱 커집니다. 버스 충돌 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불꽃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로 화염과 폭발입니다. 버스 출입문 밑에 설치된 연료통. 이 구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버스가 멈춘 곳입니다. 출입문이 방호벽이 맞닿아 유일한 탈출 통로도 막혔습니다. 버스의 또 다른 문제점이자 대형 인명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전복된 버스 밖에선 필사적으로 유리창을 부숩니다. 이 버스 역시 유일한 출입문이 막혔지만 빠져나오는 어린이 이 탈출구로 어린이 21명 전원이 구조됐습니다. 사고가 난 관광버스는 이 탈출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운전기사가 얼마나 출입문을 확보하느냐가 생사를 가르기도 합니다. <인터뷰> 최영석(법안전융합연구소 전문위원) : "한쪽 바퀴가 빠지더라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어도 이쪽으로 꺾으면 방향은 가요." 출입구만 막히면 다른 곳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국내 버스와 달리, 선진국들은 버스에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버스 사고 시 탈출은 어떻게?▼ <기자 멘트> 버스가 사고로 멈춰섰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요? 먼저 출입문 주변에 있는 비상 스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자 이렇게 수동으로 돌려놓으면, 손으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출입문이 찌그러지거나, 이번 사고처럼 무언가로 막혔다면, 창문밖에는 탈출구가 없는데요. 창문을 깨뜨리는 이 비상 망치가 16명 이상 타는 차량에는 반드시 4개 이상 비치하게끔 규정돼 있습니다. 대개 앞 쪽에 두 개, 뒷 쪽에 뒤 개가 있습니다. 큰 힘을 가하지 않아도 망치를 쓰면 유리창을 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망치가 커튼에 가려져 있기도 하고, 연기에 휩쌓여 잘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화기 위치 확인도 필수일텐데요. 소화기는 운전석 뒷자리 쪽에 보통 2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안전핀을 잡아당겨 뽑은 뒤에 손잡이를 꽉 누르면 됩니다. 화재가 났을 경우, 탈출의 골든 타임은 고작 5분 남짓합니다. 중요한 건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겁니다. 당황하면 안전벨트도 제때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대응 매뉴얼도 중요한데요. 기사나 승객분들은 매뉴얼을 잘 알고 있을까요?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5분이 골든타임…탈출 매뉴얼 제정 시급▼ <리포트> 고속버스가 시뻘건 화염에 뒤덮였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 : "폭발한다고 이거 차... 열기가 여기까지 와." 이번 울산 사고처럼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역시 출입문이 안 열린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승객 9명은 비상망치로 창을 깨고 전원 탈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객법에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 비상망치와 소화기의 위치, 사용법을 승객들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탈출 방법은 빠진 선언적 매뉴얼 정도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황인정(전남 순천시) :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건 말씀해주시지만 비상망치랑 소화기는 어디 있는지 말씀을 안 해주세요." 배의 선장역할을 하는 운전기사가 사고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취> 고속버스 운전사(음성변조) : "위급한 상황이 되면 기사가 맨 먼저 판단을 해서 화재라든지 진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망치와 소화기 위치가 버스별로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전세버스 관계자(음성변조) : "통일되게 딱 나와야지 승객들도 나중에 안 헷갈리고. 사고가 터졌을 때 1, 2초가 굉장히 중요할 수가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버스에 별도의 비상 탈출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비상망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강화유리를 재빨리 깨고 나오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