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유명무실’ 北 12년 무상 의무교육

입력 2016.10.15 (08:09) 수정 2016.10.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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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엘리트 양성을 위해 설립한 김일성 종합대가 최근 개교 70주년을 맞았는데요...

김일성대 출신들의 탈북도 부쩍 늘어서 서울에서 동문회를 할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이 공들여 양성한 엘리트들마저 북한 정권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뭔지, 또 북한이 선전하는 ‘12년 무상 의무교육’의 실태는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아~ 조선아!"

북한 엘리트 교육의 산실인 김일성 종합대학이 얼마 전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녹취> 북한 노래 ‘조선아 너를 빛내리’ : "해 솟는 룡남산 마루에 서니~"

교직원과 재학생, 그리고 졸업생들이 함께 한 기념행사...

아흔 살을 바라보는 1기 졸업생을 포함해 김정일과 함께 대학을 다녔다는 동문들까지 모두 나섰다.

<녹취> 김기범(김정일 동창생) : "나는 오늘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대학 전 기간 단벌 교복을 입으신 사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녹취> 리지향(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 : "아버지 장군님(김정일)께서 창립 쉰 돌을 맞는 우리 대학에 오셨던 그날도 바로 12월이었습니다."

김정일에 얽힌 찬양성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가 다녀간 교정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순서.

김정일의 마지막 방문을 떠올리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참가자 전원이 돌연 숙연해진다.

<녹취> 고영해(김일성종합대학 교수) : "바로 이 날이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 김일성 종합대학을 찾아주신 마지막 날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북한에서 신격화돼있는 김일성의 이름을 따오고 후계자 김정일이 다닌 학교.

그 시작은 분단 직후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족 간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1946년 문을 연 김일성종합대학.

1948년, 일부 학부를 분리해 김책공업종합대학과 평양의학대학 등 여러 대학들을 신설했고, 현재는 철학부와 법학부 등 총 15개 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대남 정책을 이끈 김용순과 김양건, 그리고 김일성의 사위 장성택 등 북한의 파워엘리트 가운데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다.

또, 김정일과 여동생 김경희 외에도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경진과 김평일, 김영일 등 이른바 로열패밀리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갔다.

수령에 대한 충성만을 내세우며 동문회나 동향 모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북한.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유일의 김일성대 동문회가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김광진(김일성대 동문회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서울에 우리 동문회가 있죠. 이제 세계적으로 아이러니하고 좀 웃음거리이기는 합니다만 북한의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 이제 가끔씩 얼굴 보고요. 맛있는 음식 찾아서 먹고, 다음에 서로 소식, 안부 이런 것들을 좀 나누고 그런 목적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김일성대 총장을 지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경제학과 출신인 조명철 전 의원 등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은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세가 보장된 북한 최고 대학 출신들마저 탈북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엘리트 계층 탈북을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적인 이유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현 체제에 대한 실망, 그것이 안받침 되지 않으면 떠나기가 힘들죠. 그러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아 이건 안 되는, 잘못된 체제다 그런 바탕을 두고 왔다고 봅니다."

북한 최고의 대학이라지만 학문적 성취에 앞서 사실상 김일성 유일지도체제에 충직한 간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이 같은 교육 목표는 북한의 교육 과정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1950년, 5년제 의무교육을 시작한 북한.

이후 1975년부터 40년 가까이 유치원 1년, 소학교 4년, 중학교 6년, 도합 11년의 의무교육을 시행했다.

그러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9월, 12년제 의무교육 개편을 단행한다.

4년이었던 소학교 교육 기간을 1년 연장해 5년으로 개편했고, 6년 과정이었던 중학교는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으로 나눴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5월) : "국가적으로 교육을 중시하고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늘리며 전사회적으로 교육 부문을 적극 도와주어야합니다."

달라진 교육 과정에 맞게 새 교과서를 배포하는 것으로 본격 시행된 12년제 의무교육.

김정은이 대대적인 교육제도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북한이 새로 제작한 의무 교육 강령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에 이어 ‘김정은 혁명역사’가 정식 과목으로 신설된 게 눈에 띈다.

고급중학교 3년에 걸쳐 수업 시간은 81시간 정도지만, 혁명 역사 4과목을 모두 합치면 총 400시간이 훌쩍 넘는다.

북한 정규 교육 과정 가운데 무려 15% 비중을 차지하는 김 씨 일가의 혁명 역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교육의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뛰어난 어떤 성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예를 들어서 웃지 못 할 내용으로 세 살 때부터 총을 쐈고 몇 살 때는 아주 명사수가 되었다, 이런 내용부터 시작을 해서 최근에 미사일이라든지 핵 개발에 관한 업적들을 다루는 것까지 전부 포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타고난 천재다 3살부터 총쏘기를 했다, 3초 만에 총 10발을 명중시킨다...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이런 내용들을 북한 어린이들은 의무 교육의 첫 단계인 유치원 시절부터 배우게 된다.

<녹취> 북한 동요(김정은 원수님 명사수이지요) : "야~ 김정은 원수님 명사수야 명사수셔 목표마다 땅땅, 명중했다 땅땅"

37년 만에 단행된 학제 개편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본격적인 김정은 우상화인 것이다.

한 소녀의 일상을 통해 북한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 다큐 영화 '태양아래'에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녹취> 다큐 영화 ‘태양아래’ :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네 승리합니다."

개편된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토론식 수업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녹취> 정향순(소학교 교원) : "최근 연간에 12년제 의무교육이 실시되면서 새로운 교수 방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5인조 수업 방법도 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단 말입니다."

토론식 수업을 강화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겠다고 선전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토론 주제를 살펴보면 토론식 수업 역시 사상 교육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특정한 사고방식을 그대로 주입하는 그런 교육이고, 그것이 사회 재생산, 사회를 유지시키고 재생산시키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는 그런 교육이기 때문에 그것 이외에 어떤 창의성을 발휘한다든지 좀 더 색다른 사고를 함으로서 그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는 그런 정치사상 교육이 굉장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북한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사회가 처한 경제난, 그 자체다.

교과서와 학용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누구나 차별 없이 12년 의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북한.

하지만 북한의 무상 공교육 체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인터뷰> 강미진(데일리NK 기자(2010년 탈북) : "체제로만 보면 무상교육이지만 북한 내부 학생들 자체도 이제 12년제 의무 교육이 나왔을 때 불만이 그거였어요. 1년이라는 학년을 더 늘렸기 때문에 과제(부과금)를 더 받아내는 것 아니냐. 교구 비품이라든가 학교에다 내는 동원 비용, 그리고 교실 꾸리기 이런 것들도 다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면에서 보면 돈을 내고 공부하는 그런 자본주의 시스템보다 열악하지 않을까..."

북한 당국이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학교 운영비와 교원 생계비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돈이나 물품을 걷기 시작하면서 무상교육이 사실상 사문화 된지 오래라는 것이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생활에 격차가 있잖아요. 학급 안에도 어려운 집 애들은 정말 힘들어요. 그러니까 학교를 안 보내는 부모들이 많아요. 학교에서 세(교육비) 부담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과외 지도 명목으로 돈이 오가면서 성적 조작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월급 가지고는 절대 못 살아요. 그러면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학부모들 덕분에 살아가요. 그러면 나는 또 그만한 보상을 해주면 되거든요. 그 보상이 뭔가. 우리 기말고사라고 하죠. 기말고사 이런 데서 학생 성적이 떨어지면 내가 고쳐서 올려놔서 학생을 (대학에) 지원시킨다든가 이런 식으로. 북한 사회에서 그런 게 있어요, 성적 조작이."

교육 현장에 만연한 부정부패...

허울뿐인 무상 교육의 가장 큰 희생양은 학생들이다.

산나물 캐기와 고철 줍기, 토끼 기르기 등 학교 운영비 충당을 위한 갖가지 노동에 동원되는가하면, 당이 지시하는 노력 동원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제일 많은 게 이번 함경북도 수해처럼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을 때 저희 지역 가면 이 철길 노반(철길 궤도를 지지하는 기반), 레일이 몽땅 흙에 덮여요. 학생들이 그 밑에서 그 다음부터 정확하게 침목과 침목 사이 흙을 파낸다든가 이렇게 하고 거기에 자갈을 채워 넣고 이렇게 그것들을 하는데 노력, 정확하게 노력 동원(이라고 하죠)."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한의 수학 영재가 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길이 창창한 학생이 조국을 등지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국가가 정해놓은 삶이 아닌 좀 더 자유로운 미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고 재원도 제한돼있습니다. 하니까 국가를 이끌고 나가고 특히나 사이버테러라고 할지 핵물리학 개발이라고 할지 그런 쪽에 나라가 국가가 재원을 집중해서 선택해서 양성하고 키우는 거죠. 개인들 수요에 의한 교육이 아니고 그야말로 시장의 수요에 의한 교육이 아니고, 국가의 필요에 의한 교육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12년 의무교육은 물론이고 최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조차 ‘수령에 충성하고 당에 복종하는 인민 양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북한의 교육 현실.

독재정권 유지라는 목적을 버리지 않는 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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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유명무실’ 北 12년 무상 의무교육
    • 입력 2016-10-15 08:24:47
    • 수정2016-10-15 08:33:1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엘리트 양성을 위해 설립한 김일성 종합대가 최근 개교 70주년을 맞았는데요...

김일성대 출신들의 탈북도 부쩍 늘어서 서울에서 동문회를 할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이 공들여 양성한 엘리트들마저 북한 정권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뭔지, 또 북한이 선전하는 ‘12년 무상 의무교육’의 실태는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아~ 조선아!"

북한 엘리트 교육의 산실인 김일성 종합대학이 얼마 전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녹취> 북한 노래 ‘조선아 너를 빛내리’ : "해 솟는 룡남산 마루에 서니~"

교직원과 재학생, 그리고 졸업생들이 함께 한 기념행사...

아흔 살을 바라보는 1기 졸업생을 포함해 김정일과 함께 대학을 다녔다는 동문들까지 모두 나섰다.

<녹취> 김기범(김정일 동창생) : "나는 오늘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대학 전 기간 단벌 교복을 입으신 사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녹취> 리지향(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 : "아버지 장군님(김정일)께서 창립 쉰 돌을 맞는 우리 대학에 오셨던 그날도 바로 12월이었습니다."

김정일에 얽힌 찬양성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가 다녀간 교정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순서.

김정일의 마지막 방문을 떠올리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참가자 전원이 돌연 숙연해진다.

<녹취> 고영해(김일성종합대학 교수) : "바로 이 날이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 김일성 종합대학을 찾아주신 마지막 날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북한에서 신격화돼있는 김일성의 이름을 따오고 후계자 김정일이 다닌 학교.

그 시작은 분단 직후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족 간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1946년 문을 연 김일성종합대학.

1948년, 일부 학부를 분리해 김책공업종합대학과 평양의학대학 등 여러 대학들을 신설했고, 현재는 철학부와 법학부 등 총 15개 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대남 정책을 이끈 김용순과 김양건, 그리고 김일성의 사위 장성택 등 북한의 파워엘리트 가운데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다.

또, 김정일과 여동생 김경희 외에도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경진과 김평일, 김영일 등 이른바 로열패밀리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갔다.

수령에 대한 충성만을 내세우며 동문회나 동향 모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북한.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유일의 김일성대 동문회가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김광진(김일성대 동문회장(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서울에 우리 동문회가 있죠. 이제 세계적으로 아이러니하고 좀 웃음거리이기는 합니다만 북한의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 이제 가끔씩 얼굴 보고요. 맛있는 음식 찾아서 먹고, 다음에 서로 소식, 안부 이런 것들을 좀 나누고 그런 목적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김일성대 총장을 지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경제학과 출신인 조명철 전 의원 등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은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세가 보장된 북한 최고 대학 출신들마저 탈북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엘리트 계층 탈북을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적인 이유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현 체제에 대한 실망, 그것이 안받침 되지 않으면 떠나기가 힘들죠. 그러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아 이건 안 되는, 잘못된 체제다 그런 바탕을 두고 왔다고 봅니다."

북한 최고의 대학이라지만 학문적 성취에 앞서 사실상 김일성 유일지도체제에 충직한 간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이 같은 교육 목표는 북한의 교육 과정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1950년, 5년제 의무교육을 시작한 북한.

이후 1975년부터 40년 가까이 유치원 1년, 소학교 4년, 중학교 6년, 도합 11년의 의무교육을 시행했다.

그러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9월, 12년제 의무교육 개편을 단행한다.

4년이었던 소학교 교육 기간을 1년 연장해 5년으로 개편했고, 6년 과정이었던 중학교는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으로 나눴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5월) : "국가적으로 교육을 중시하고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늘리며 전사회적으로 교육 부문을 적극 도와주어야합니다."

달라진 교육 과정에 맞게 새 교과서를 배포하는 것으로 본격 시행된 12년제 의무교육.

김정은이 대대적인 교육제도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북한이 새로 제작한 의무 교육 강령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에 이어 ‘김정은 혁명역사’가 정식 과목으로 신설된 게 눈에 띈다.

고급중학교 3년에 걸쳐 수업 시간은 81시간 정도지만, 혁명 역사 4과목을 모두 합치면 총 400시간이 훌쩍 넘는다.

북한 정규 교육 과정 가운데 무려 15% 비중을 차지하는 김 씨 일가의 혁명 역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교육의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뛰어난 어떤 성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예를 들어서 웃지 못 할 내용으로 세 살 때부터 총을 쐈고 몇 살 때는 아주 명사수가 되었다, 이런 내용부터 시작을 해서 최근에 미사일이라든지 핵 개발에 관한 업적들을 다루는 것까지 전부 포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타고난 천재다 3살부터 총쏘기를 했다, 3초 만에 총 10발을 명중시킨다...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이런 내용들을 북한 어린이들은 의무 교육의 첫 단계인 유치원 시절부터 배우게 된다.

<녹취> 북한 동요(김정은 원수님 명사수이지요) : "야~ 김정은 원수님 명사수야 명사수셔 목표마다 땅땅, 명중했다 땅땅"

37년 만에 단행된 학제 개편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본격적인 김정은 우상화인 것이다.

한 소녀의 일상을 통해 북한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 다큐 영화 '태양아래'에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녹취> 다큐 영화 ‘태양아래’ :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네 승리합니다."

개편된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토론식 수업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녹취> 정향순(소학교 교원) : "최근 연간에 12년제 의무교육이 실시되면서 새로운 교수 방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5인조 수업 방법도 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단 말입니다."

토론식 수업을 강화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겠다고 선전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토론 주제를 살펴보면 토론식 수업 역시 사상 교육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특정한 사고방식을 그대로 주입하는 그런 교육이고, 그것이 사회 재생산, 사회를 유지시키고 재생산시키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는 그런 교육이기 때문에 그것 이외에 어떤 창의성을 발휘한다든지 좀 더 색다른 사고를 함으로서 그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는 그런 정치사상 교육이 굉장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북한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사회가 처한 경제난, 그 자체다.

교과서와 학용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누구나 차별 없이 12년 의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북한.

하지만 북한의 무상 공교육 체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인터뷰> 강미진(데일리NK 기자(2010년 탈북) : "체제로만 보면 무상교육이지만 북한 내부 학생들 자체도 이제 12년제 의무 교육이 나왔을 때 불만이 그거였어요. 1년이라는 학년을 더 늘렸기 때문에 과제(부과금)를 더 받아내는 것 아니냐. 교구 비품이라든가 학교에다 내는 동원 비용, 그리고 교실 꾸리기 이런 것들도 다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면에서 보면 돈을 내고 공부하는 그런 자본주의 시스템보다 열악하지 않을까..."

북한 당국이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학교 운영비와 교원 생계비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돈이나 물품을 걷기 시작하면서 무상교육이 사실상 사문화 된지 오래라는 것이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생활에 격차가 있잖아요. 학급 안에도 어려운 집 애들은 정말 힘들어요. 그러니까 학교를 안 보내는 부모들이 많아요. 학교에서 세(교육비) 부담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과외 지도 명목으로 돈이 오가면서 성적 조작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월급 가지고는 절대 못 살아요. 그러면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학부모들 덕분에 살아가요. 그러면 나는 또 그만한 보상을 해주면 되거든요. 그 보상이 뭔가. 우리 기말고사라고 하죠. 기말고사 이런 데서 학생 성적이 떨어지면 내가 고쳐서 올려놔서 학생을 (대학에) 지원시킨다든가 이런 식으로. 북한 사회에서 그런 게 있어요, 성적 조작이."

교육 현장에 만연한 부정부패...

허울뿐인 무상 교육의 가장 큰 희생양은 학생들이다.

산나물 캐기와 고철 줍기, 토끼 기르기 등 학교 운영비 충당을 위한 갖가지 노동에 동원되는가하면, 당이 지시하는 노력 동원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인터뷰> 김OO(전 북한 중학교 교사/2008년 탈북) : "제일 많은 게 이번 함경북도 수해처럼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을 때 저희 지역 가면 이 철길 노반(철길 궤도를 지지하는 기반), 레일이 몽땅 흙에 덮여요. 학생들이 그 밑에서 그 다음부터 정확하게 침목과 침목 사이 흙을 파낸다든가 이렇게 하고 거기에 자갈을 채워 넣고 이렇게 그것들을 하는데 노력, 정확하게 노력 동원(이라고 하죠)."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한의 수학 영재가 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길이 창창한 학생이 조국을 등지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국가가 정해놓은 삶이 아닌 좀 더 자유로운 미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고 재원도 제한돼있습니다. 하니까 국가를 이끌고 나가고 특히나 사이버테러라고 할지 핵물리학 개발이라고 할지 그런 쪽에 나라가 국가가 재원을 집중해서 선택해서 양성하고 키우는 거죠. 개인들 수요에 의한 교육이 아니고 그야말로 시장의 수요에 의한 교육이 아니고, 국가의 필요에 의한 교육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12년 의무교육은 물론이고 최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조차 ‘수령에 충성하고 당에 복종하는 인민 양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북한의 교육 현실.

독재정권 유지라는 목적을 버리지 않는 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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