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AI 전국 확산…구멍 뚫린 방역 체계

입력 2016.12.05 (08:34) 수정 2016.12.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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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14년에 방영된 뉴스 화면입니다.

당시 AI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지면서 가금류 천4백만 마리가 희생되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았습니다.

이 화면은 지난 9월 뉴스 영상인데요.

AI 바이러스는 지난해 연말에도 전남 지역에 발생해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AI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전 바이러스보다 병원성과 전파력이 강해진 탓에 피해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AI지만 초기 대응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올해 역시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 뚤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종계 농장 주변에 출입금지 간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종계 250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등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농장 내 다른 닭들을 현재 매몰 처리 중입니다.

이 때문에 이동 금지 명령도 내려져 해당 농장주는 집 대신 농장에 머물며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우리는 여기서 나가지 못해요. 닭장에서요. 창고에서 전기장판 깔고 그냥 있는 거예요. 밥도 방역하는 분들이 받아서 주고.”

애지중지 기른 종계 2만 3천여 마리가 매몰 되는걸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농장주는 자신의 농가 때문에 주변 농가에도 이동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며 자신을 자책합니다.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모두 비상이라 미안하죠. 다들 달걀도 제대로 못 나가고……. 저희 한 사람 때문에. 죄인이지.”

AI를 막기 위해 꼼꼼히 방역 작업을 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는데요.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새로 지은 농장이고 새로 잘 지어 놨거든요, 현대식으로. 예방은 노상 했어요. 소독하고 하는 건. 그리고 우리 애들도 밖으로 안 나가고 우리는 걸어 잠그고 했거든 일을.”

이를 지켜보는 이웃주민들은 해당 농장주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걱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A(음성변조) : “한 일주일 동안 집에 못 오신다, 그러더라고. 아 속상해. 우리가 이렇게 속상한데 본인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어.”

어제 강원도 지역에서도 AI의 첫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영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AI가 확산했습니다.

그제까지 매몰 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도 338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AI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했는데요.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2014년부터 아시아국가에서 유행하는 H5N6라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철새, 겨울 철새에 의해서 국내 유입됨으로서 발생했다고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찾아오는 AI가 이번에 유독 전염 속도가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2014년, 2015년에 발생했던 H5N8에 비해서 병원성이 훨씬 강해지고 전파력도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감염된 농장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폐사가 나타나죠.”

변종 바이러스인 H5N6는 이전보다 독성이 강해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이 때문에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 전라도와 충정도 일대는 물론이고 AI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강원도 철원까지 파고든 겁니다.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의 악몽까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올해 상황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고, 2010년에 철새에 의해서 대량 유입이 돼서 그때도 철새가 집단감염이 됐었죠. 오히려 그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에 초동방역을 얼마나 철저히 하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의 한 종계농가입니다.

AI 발생지 반경 500m 이내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하고 초소와 소독 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통제초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녹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 “(초소가 없네요?) 방역초소는 여기 길이 너무 좁아서 설치가 안 돼요.”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도 안성의 한 농가도 마찬가지.

신고를 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일부 관계자들이 방역복도 입지 않은 채 농가를 드나들고 있고, 방역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 “(초소는 아직 마련이 안됐네요?) 원래는 내일 할 예정이었는데 당겨지는 바람에…”

그런가하면 AI로 이동중지 명령이 떨어진 안성의 한 농가에선 닭 배설물을 반출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습니다.

<녹취> 안성시청 축산과 관계자(음성변조) : “(이동금지 조치) 문자가 여러 번 온 거는 문자를 받은 건 인정을 하셨어요. (그런데) 문자메시지를 확인을 못 했다고…….”

문제는 배설물을 옮긴 트럭이 축산 차량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차량으로 이동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면서 허술한 관리 감독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심지어 농가에서 사용하는 방제용 소독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양계지역인 경기도 포천.

지역 농장주들은 AI 감염을 막기 위해 3종류의 소독제를 일괄구매했다는데요.

<인터뷰> 하병훈(포천 양계 농장주) : “이게 전부 소독약인데요. 한 회사 것이 아니고 여러 회사 거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 한 가지만 쓰면 소독이 안 될까 싶어서 이쪽 회사 것도 쓰고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두 개가 농림축산 검역본부에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한 제품이었습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소독제 163개 중 27개가 소독 효과가 미비한 걸로 드러나 전량 회수 조치를 내려졌는데요.

하지만 농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제약회사가 회수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하병훈(포천 양계 농장주) : “불량품 소독약 모르고 쓰는 농가들은 아무리 소독해봐야 헛일이겠죠. 안 그렇겠어요? ”

매년 찾아오는 AI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흔히 백신 접종을 이야기하는데, 매번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왔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놔도 다음 들어올 때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기에 검사해서 조기에 경보를 하고, 조기에 근절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AI 속에 농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하고 기본을 갖춘 방역 체계 구축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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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AI 전국 확산…구멍 뚫린 방역 체계
    • 입력 2016-12-05 08:35:45
    • 수정2016-12-05 09: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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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14년에 방영된 뉴스 화면입니다.

당시 AI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지면서 가금류 천4백만 마리가 희생되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았습니다.

이 화면은 지난 9월 뉴스 영상인데요.

AI 바이러스는 지난해 연말에도 전남 지역에 발생해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AI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전 바이러스보다 병원성과 전파력이 강해진 탓에 피해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AI지만 초기 대응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올해 역시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 뚤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종계 농장 주변에 출입금지 간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종계 250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등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농장 내 다른 닭들을 현재 매몰 처리 중입니다.

이 때문에 이동 금지 명령도 내려져 해당 농장주는 집 대신 농장에 머물며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우리는 여기서 나가지 못해요. 닭장에서요. 창고에서 전기장판 깔고 그냥 있는 거예요. 밥도 방역하는 분들이 받아서 주고.”

애지중지 기른 종계 2만 3천여 마리가 매몰 되는걸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농장주는 자신의 농가 때문에 주변 농가에도 이동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며 자신을 자책합니다.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모두 비상이라 미안하죠. 다들 달걀도 제대로 못 나가고……. 저희 한 사람 때문에. 죄인이지.”

AI를 막기 위해 꼼꼼히 방역 작업을 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는데요.

<녹취> AI 양성 판정 농장주 : “새로 지은 농장이고 새로 잘 지어 놨거든요, 현대식으로. 예방은 노상 했어요. 소독하고 하는 건. 그리고 우리 애들도 밖으로 안 나가고 우리는 걸어 잠그고 했거든 일을.”

이를 지켜보는 이웃주민들은 해당 농장주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걱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A(음성변조) : “한 일주일 동안 집에 못 오신다, 그러더라고. 아 속상해. 우리가 이렇게 속상한데 본인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어.”

어제 강원도 지역에서도 AI의 첫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영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AI가 확산했습니다.

그제까지 매몰 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도 338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AI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했는데요.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2014년부터 아시아국가에서 유행하는 H5N6라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철새, 겨울 철새에 의해서 국내 유입됨으로서 발생했다고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찾아오는 AI가 이번에 유독 전염 속도가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2014년, 2015년에 발생했던 H5N8에 비해서 병원성이 훨씬 강해지고 전파력도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감염된 농장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폐사가 나타나죠.”

변종 바이러스인 H5N6는 이전보다 독성이 강해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이 때문에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 전라도와 충정도 일대는 물론이고 AI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강원도 철원까지 파고든 겁니다.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의 악몽까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올해 상황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고, 2010년에 철새에 의해서 대량 유입이 돼서 그때도 철새가 집단감염이 됐었죠. 오히려 그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에 초동방역을 얼마나 철저히 하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의 한 종계농가입니다.

AI 발생지 반경 500m 이내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하고 초소와 소독 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통제초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녹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 “(초소가 없네요?) 방역초소는 여기 길이 너무 좁아서 설치가 안 돼요.”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도 안성의 한 농가도 마찬가지.

신고를 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일부 관계자들이 방역복도 입지 않은 채 농가를 드나들고 있고, 방역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 “(초소는 아직 마련이 안됐네요?) 원래는 내일 할 예정이었는데 당겨지는 바람에…”

그런가하면 AI로 이동중지 명령이 떨어진 안성의 한 농가에선 닭 배설물을 반출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습니다.

<녹취> 안성시청 축산과 관계자(음성변조) : “(이동금지 조치) 문자가 여러 번 온 거는 문자를 받은 건 인정을 하셨어요. (그런데) 문자메시지를 확인을 못 했다고…….”

문제는 배설물을 옮긴 트럭이 축산 차량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차량으로 이동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방역 현장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나면서 허술한 관리 감독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심지어 농가에서 사용하는 방제용 소독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양계지역인 경기도 포천.

지역 농장주들은 AI 감염을 막기 위해 3종류의 소독제를 일괄구매했다는데요.

<인터뷰> 하병훈(포천 양계 농장주) : “이게 전부 소독약인데요. 한 회사 것이 아니고 여러 회사 거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 한 가지만 쓰면 소독이 안 될까 싶어서 이쪽 회사 것도 쓰고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두 개가 농림축산 검역본부에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한 제품이었습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소독제 163개 중 27개가 소독 효과가 미비한 걸로 드러나 전량 회수 조치를 내려졌는데요.

하지만 농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제약회사가 회수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하병훈(포천 양계 농장주) : “불량품 소독약 모르고 쓰는 농가들은 아무리 소독해봐야 헛일이겠죠. 안 그렇겠어요? ”

매년 찾아오는 AI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재홍(서울대 수의학과 학장) : “흔히 백신 접종을 이야기하는데, 매번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왔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놔도 다음 들어올 때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기에 검사해서 조기에 경보를 하고, 조기에 근절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AI 속에 농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하고 기본을 갖춘 방역 체계 구축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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