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남미, 불붙은 프리미엄 커피 전쟁

입력 2016.12.10 (22:15) 수정 2016.12.1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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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커피 많이들 좋아하시죠?

커피숍이 많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평균 2백서른 잔을 마셨다고 합니다.

사흘에 이틀 정도는 매일 한 잔씩 마신 셈이죠,

이러다 보니 요즘에는 커피도 그냥 커피가 아니라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이런 고급 취향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커피 산지에 재배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눈처럼 하얗게 핀 커피 꽃, 꽃이 지고 약 6개월 뒤에는 빨갛게 열매가 익어갑니다.

좋은 기후조건으로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 커피를 수확하는 아르메니아 지역은 콜롬비아에서 '커피의 땅'이라고 불립니다.

커피 열매를 따는 일은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잘 익은 빨간 생두만 골라서 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후안(커피 농장 근로자) : "더 좋은 맛을 원한다면 가장 잘 익은 생두를 고를 줄 알아야 해요. 눈으로 보고 빨갛게 익은 것을 따요."

이곳에서 재배하는 커피나무는 '카스티조 바리티'라는 아라비카종의 하나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맛과 향이 좋아 요즘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입니다.

이 농장에서는 8년 전부터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스페셜티 커피 바람 불면서 콜롬비아 커피 농장의 30%가 스페셜티 커피로 돌아섰습니다.

<인터뷰> 메히아(커피 농장 대표) : "소비자들이 다른 맛과 향,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원하고 있어요. 거기에 맞춰 저희도 커피 생산방법을 바꾸 고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게 됐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좋은 지형과 기후조건에서 정성껏 재배한, 독특한 향을 지닌 커피를 말합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수확과 건조를 잘하고, 잘 볶아서 맛과 향을 살린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라는 겁니다.

<인터뷰> 빠올라(바리스타) : "이 커피는 바닐라와 캐러멜 향이 납니다. 아주 부드러운 느낌에 초콜릿과 자두 맛이 나요."

커피 농가들이 너도나도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는 건 가격 때문입니다.

일반 커피 생두가 kg당 14,000페소, 약 5,400원 정도인 데 비해 스페셜티 커피는 7~8만 페소로 다섯 배 이상 비싸게 팔립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커피 조합을 통해 커피의 품질과 가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리아스(콜롬비아 커피 조합 직원) : "이곳에서 저희는 커피 품질을 검사합니다. 품질이 좋으면 사들이고, 나쁘면 생산한 농가나 농장에 돌려보냅니다."

콜롬비아 전국의 커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 박람회,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면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실정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커피가 아니라, 어떤 지역, 누구의 농장에서 생산됐는지를 중요하게 따집니다.

<인터뷰> 벨라스케스(커피 농장 대표) : "정말 특별한 커피입니다. 여기 보시면 카페인양과 커피 특징이 적혀있어요. 꿀과 바나나 맛, 여러 꽃향기…"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콜롬비아를 쫓아가는 입장입니다.

대규모 농장에서 기계로 수확하기 때문에 잘 익은 생두와 덜 익은 생두가 섞여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으로 좋은 커피를 수확해서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옥타비아노(커피 농장 대표) : "1974년부터 커피를 재배했는데 2002년에 커피 불황이 찾아오면서 스페셜티 커피로 전환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토양이나 기후조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해발 1,000m가 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지역에서 좋은 커피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 농장에서는 고지대에 60여 종의 커피나무를 심어 놓고, 3년 동안 성장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맛을 내면서 수확량도 많은 커피나무를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레오나르도(커피 농장 관리인) : "어떤 종류가 추위와 더위에 잘 적응하는지 봐야 합니다. 춥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좋은 품질이 나옵니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미국 스페셜티협회 기준으로 81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나라마다 점수의 차이는 있지만, 좋은 커피에 대한 기준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커피에서는 과일과 초콜릿 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얼마나 깨끗하고 풍부한 맛을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에지미우송(커피 감별사) : "좋은 커피는 깨끗하고 단맛이 나요. 거기에 다른 부분들이 추가되면서 커피들이 차별화되는 겁니다."

브라질 교포 엄하용 씨는 5년 전에 커피 농장을 사들여 스페셜티 커피나무 30만 그루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 사는 일본 사람들이 수십 년씩 커피 농장을 경영하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엄 씨의 두 아들도 커피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큰아들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작은아들은 좋은 커피를 감별하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따고, 농장에서부터 커피전문점까지 특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삼부자가 뭉쳤습니다.

<인터뷰> 엄보람(커피 감별사) : "커피도 포도주 시장처럼 고급화되고 있어요. 매년 수확량과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셜티 커피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맛과 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인스턴트 커피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에 이어 전 세계 커피 시장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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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남미, 불붙은 프리미엄 커피 전쟁
    • 입력 2016-12-10 22:17:22
    • 수정2016-12-10 22: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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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커피 많이들 좋아하시죠?

커피숍이 많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평균 2백서른 잔을 마셨다고 합니다.

사흘에 이틀 정도는 매일 한 잔씩 마신 셈이죠,

이러다 보니 요즘에는 커피도 그냥 커피가 아니라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이런 고급 취향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커피 산지에 재배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눈처럼 하얗게 핀 커피 꽃, 꽃이 지고 약 6개월 뒤에는 빨갛게 열매가 익어갑니다.

좋은 기후조건으로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 커피를 수확하는 아르메니아 지역은 콜롬비아에서 '커피의 땅'이라고 불립니다.

커피 열매를 따는 일은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잘 익은 빨간 생두만 골라서 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후안(커피 농장 근로자) : "더 좋은 맛을 원한다면 가장 잘 익은 생두를 고를 줄 알아야 해요. 눈으로 보고 빨갛게 익은 것을 따요."

이곳에서 재배하는 커피나무는 '카스티조 바리티'라는 아라비카종의 하나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맛과 향이 좋아 요즘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입니다.

이 농장에서는 8년 전부터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스페셜티 커피 바람 불면서 콜롬비아 커피 농장의 30%가 스페셜티 커피로 돌아섰습니다.

<인터뷰> 메히아(커피 농장 대표) : "소비자들이 다른 맛과 향,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원하고 있어요. 거기에 맞춰 저희도 커피 생산방법을 바꾸 고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게 됐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좋은 지형과 기후조건에서 정성껏 재배한, 독특한 향을 지닌 커피를 말합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수확과 건조를 잘하고, 잘 볶아서 맛과 향을 살린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라는 겁니다.

<인터뷰> 빠올라(바리스타) : "이 커피는 바닐라와 캐러멜 향이 납니다. 아주 부드러운 느낌에 초콜릿과 자두 맛이 나요."

커피 농가들이 너도나도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는 건 가격 때문입니다.

일반 커피 생두가 kg당 14,000페소, 약 5,400원 정도인 데 비해 스페셜티 커피는 7~8만 페소로 다섯 배 이상 비싸게 팔립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커피 조합을 통해 커피의 품질과 가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리아스(콜롬비아 커피 조합 직원) : "이곳에서 저희는 커피 품질을 검사합니다. 품질이 좋으면 사들이고, 나쁘면 생산한 농가나 농장에 돌려보냅니다."

콜롬비아 전국의 커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 박람회,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면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실정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커피가 아니라, 어떤 지역, 누구의 농장에서 생산됐는지를 중요하게 따집니다.

<인터뷰> 벨라스케스(커피 농장 대표) : "정말 특별한 커피입니다. 여기 보시면 카페인양과 커피 특징이 적혀있어요. 꿀과 바나나 맛, 여러 꽃향기…"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콜롬비아를 쫓아가는 입장입니다.

대규모 농장에서 기계로 수확하기 때문에 잘 익은 생두와 덜 익은 생두가 섞여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으로 좋은 커피를 수확해서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옥타비아노(커피 농장 대표) : "1974년부터 커피를 재배했는데 2002년에 커피 불황이 찾아오면서 스페셜티 커피로 전환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토양이나 기후조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해발 1,000m가 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지역에서 좋은 커피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 농장에서는 고지대에 60여 종의 커피나무를 심어 놓고, 3년 동안 성장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맛을 내면서 수확량도 많은 커피나무를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레오나르도(커피 농장 관리인) : "어떤 종류가 추위와 더위에 잘 적응하는지 봐야 합니다. 춥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좋은 품질이 나옵니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미국 스페셜티협회 기준으로 81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나라마다 점수의 차이는 있지만, 좋은 커피에 대한 기준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커피에서는 과일과 초콜릿 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얼마나 깨끗하고 풍부한 맛을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에지미우송(커피 감별사) : "좋은 커피는 깨끗하고 단맛이 나요. 거기에 다른 부분들이 추가되면서 커피들이 차별화되는 겁니다."

브라질 교포 엄하용 씨는 5년 전에 커피 농장을 사들여 스페셜티 커피나무 30만 그루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 사는 일본 사람들이 수십 년씩 커피 농장을 경영하고,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엄 씨의 두 아들도 커피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큰아들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작은아들은 좋은 커피를 감별하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따고, 농장에서부터 커피전문점까지 특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삼부자가 뭉쳤습니다.

<인터뷰> 엄보람(커피 감별사) : "커피도 포도주 시장처럼 고급화되고 있어요. 매년 수확량과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셜티 커피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맛과 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인스턴트 커피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에 이어 전 세계 커피 시장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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