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끝나지 않은 논란

입력 2016.12.20 (08:16) 수정 2016.12.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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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머리에 꽃을 얹은 여인, 어깨엔 나비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1991년 세상에 공개된 이후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입니다.

천 화백은 이 작품을 보고 내 자식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그린 게 아니라고 시종일관 부인했는데요.

진위 여부를 수사한 검찰이 천 화백의 진품이 맞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근거가 뭔지, 먼저 황경주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서 25년 동안 보관돼 왔던 '미인도'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그림에 대해 검찰은 천경자 화백의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녹취> 노승권(중앙지검 차장검사) :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감정 방법 통해 진실 규명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번째 근거는 작품 소장 이력입니다.

검찰은 천 화백이 지인 오 모 씨에게 '미인도'를 건넨 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계엄사령부를 거쳐 현대미술관에서 보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터운 덧칠, 숨겨진 밑그림, 날카로운 기구로 표현한 압인선 등 천 화백의 기법이 발견된 점을 진품 판단의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의뢰한 프랑스 감정기관의 '위작' 판정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배금자(고 천경자 화백 측 변호사) : "프랑스 감정팀의 감정 보고서가 가장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것을 믿지 않고.."

검찰은 위작 논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밝힌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 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기자 멘트>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대미술관 전시에서 미인도가 공개되자,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천 화백은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볼 수 없다고 했는데요.

당시 천 화백의 육성,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故 천경자 화백(1991년 KBS 인터뷰) : "코 여기도 벙벙하게 돼 있고, 그런 걸 설명할 필요없이 팍 오는 게 없어요, 약하고. 저는 여러가지 색감을 내는 데 있어서 처음에 엉뚱한 색깔을 칠합니다 머리에다. 예를들어 갈색이라든지 황토 계통 색이랄지..."

천 화백은 1998년 미국으로 이주했고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별세했습니다.

유족들은 지난 4월부터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미인도는 위작이라며, 현대미술관장 등을 고소했는데요.

그래서, 미인도 위작 논란 검증이 검찰로 넘어가게 된 겁니다.

지난 10월, 유족들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이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감정팀은 모나리자의 그림 표면 밑에 세 개의 다른 초상화가 존재한다는 걸 밝혀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한데요.

천 화백의 진품 9점과 미인도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눈, 코, 입 등 세부 항목을 단층으로 쪼개 분석했더니, 모든 항목에서 미인도는 다른 9점과 다른 값이 나왔습니다.

결국,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로 계산됐습니다.

그러니까, 위작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족들은 프랑스 감정팀의 결과를 다시 제시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감정 결과가 있는데도, 검찰은 안목 감정을 우선시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감정위원 9명 가운데, 유족 측이 추천한 위원은 1명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전체 9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검찰이 밝힌 미인도의 유통경로도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검찰은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 오모 씨에게 이 작품을 선물로 줬고, 이 간부의 부인이 다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는데요.

유족 측 얘기는, 당시 천 화백이 오모 씨에게 작품 두 점을 줬는데 나중에 그 중 한 점을 돌려받았고, 한 점은 돌려받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돌려받지 않은 그림은 현재 공개된 미인도의 절반 크기 정도밖에 안 되고,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 측은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인도 위작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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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자 ‘미인도’…끝나지 않은 논란
    • 입력 2016-12-20 08:22:40
    • 수정2016-12-20 09: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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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머리에 꽃을 얹은 여인, 어깨엔 나비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1991년 세상에 공개된 이후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입니다.

천 화백은 이 작품을 보고 내 자식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그린 게 아니라고 시종일관 부인했는데요.

진위 여부를 수사한 검찰이 천 화백의 진품이 맞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근거가 뭔지, 먼저 황경주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서 25년 동안 보관돼 왔던 '미인도'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그림에 대해 검찰은 천경자 화백의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녹취> 노승권(중앙지검 차장검사) :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감정 방법 통해 진실 규명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번째 근거는 작품 소장 이력입니다.

검찰은 천 화백이 지인 오 모 씨에게 '미인도'를 건넨 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계엄사령부를 거쳐 현대미술관에서 보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터운 덧칠, 숨겨진 밑그림, 날카로운 기구로 표현한 압인선 등 천 화백의 기법이 발견된 점을 진품 판단의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의뢰한 프랑스 감정기관의 '위작' 판정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배금자(고 천경자 화백 측 변호사) : "프랑스 감정팀의 감정 보고서가 가장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것을 믿지 않고.."

검찰은 위작 논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밝힌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 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기자 멘트>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대미술관 전시에서 미인도가 공개되자,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천 화백은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볼 수 없다고 했는데요.

당시 천 화백의 육성,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故 천경자 화백(1991년 KBS 인터뷰) : "코 여기도 벙벙하게 돼 있고, 그런 걸 설명할 필요없이 팍 오는 게 없어요, 약하고. 저는 여러가지 색감을 내는 데 있어서 처음에 엉뚱한 색깔을 칠합니다 머리에다. 예를들어 갈색이라든지 황토 계통 색이랄지..."

천 화백은 1998년 미국으로 이주했고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별세했습니다.

유족들은 지난 4월부터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미인도는 위작이라며, 현대미술관장 등을 고소했는데요.

그래서, 미인도 위작 논란 검증이 검찰로 넘어가게 된 겁니다.

지난 10월, 유족들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이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감정팀은 모나리자의 그림 표면 밑에 세 개의 다른 초상화가 존재한다는 걸 밝혀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한데요.

천 화백의 진품 9점과 미인도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눈, 코, 입 등 세부 항목을 단층으로 쪼개 분석했더니, 모든 항목에서 미인도는 다른 9점과 다른 값이 나왔습니다.

결국,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로 계산됐습니다.

그러니까, 위작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족들은 프랑스 감정팀의 결과를 다시 제시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감정 결과가 있는데도, 검찰은 안목 감정을 우선시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감정위원 9명 가운데, 유족 측이 추천한 위원은 1명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전체 9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검찰이 밝힌 미인도의 유통경로도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검찰은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 오모 씨에게 이 작품을 선물로 줬고, 이 간부의 부인이 다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는데요.

유족 측 얘기는, 당시 천 화백이 오모 씨에게 작품 두 점을 줬는데 나중에 그 중 한 점을 돌려받았고, 한 점은 돌려받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돌려받지 않은 그림은 현재 공개된 미인도의 절반 크기 정도밖에 안 되고,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 측은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인도 위작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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