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폴란드 현지 취재…北 불법 외화벌이

입력 2016.12.31 (08:07) 수정 2016.12.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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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클로즈업 북한>은 송년 특집으로 지난 주에 이어 대북제재의 빈틈을 노린 북한의 외화벌이와 북한 해외노동자 실태를 추적합니다.

이번 주는 폴란드입니다.

동유럽 폴란드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 오랜 기간 대사를 지냈을 정도로 과거 북한과는 돈독한 관계였는데요,

지금도 천명 가까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폴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와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노동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나라이자, 냉전 시대 공산 국가였던 동유럽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마을 사르노프입니다.

도로를 벗어나자 대형 온실 수백여 동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축구장 60여개 넓이의 농지에 들어선 초대형 농장.

이곳에서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미터 높이의 담장에 가려 안이 보이질 않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이 모두 토마토 농장입니다.

보시다시피 벽이 높게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돼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 안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농장을 찾아가 봤지만, 입구에서부터 접근을 거부당했습니다.

<녹취> '북한 女노동자 고용' 농장 경비원 : "(여기 한국인들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냥 직원일 뿐입니다. 질문에 답변을 해드릴 수가 없어요."

취재진은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우크라이나 노동자에게서 이곳 북한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우크라이나 노동자 : "((농장에) 북한 여성 몇 명이나 살고 있어요? 대략 몇 명? 백 명?) 그렇죠. 분명 그정도는 될 거에요. (안에 기숙사 같은 것이 있나요?) 네. 북한 여성들은 따로 살고..."

다음 날, 북한여성들이 물건을 사러 온다는 인근 마트로 가 봤습니다.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 북한 여성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혹시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그런 거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일주일에 한 두 시간, 생필품을 사러 나오는 이때가 유일한 외출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쉽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근무하세요?) 아휴..."

그러더니 곧 뭔가를 의식한 듯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강변합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북한 여성 노동자 : "자기가 일하고픈 만큼 8시간 할 때도 있고, 5시간 할 때도 있고. 우리가 돈 벌고 싶어서 여기 왔고 본인들이 다 좋아서 하는데 물을 필요가 뭐 있습니까. 본인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자리를 뜨는 북한 여성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농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당 70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충성자금을 떼이고 나면 수중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평균 우리 돈 9만원 남짓.

폴란드 노동자 최저임금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 노동자들은 외국에 나가 일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에 가서... 폴란드에서는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일을 잘 하니까요. 게다가 인건비는 굉장히 낮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를) 보내는 회사에 좋은 거죠."

폴란드의 옛 수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유명한 크라쿠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자 고급 주택 단지가 나타납니다.

지난 9월 완공될 때까지,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2년 동안 일한 곳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동료’ 폴란드 노동자 : "(여기 북한 사람들이 일했었죠?) 일했었죠. 나중에 보르츠와프로 갔어요.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자세히 몰라요."

몇 달 전까지 북한 노동자와 함께 일했다는 이 폴란드 노동자는 한때 수십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머물며 중노동을 견뎠다고 말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동료’ 폴란드 노동자 : "몇 명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여기 크라쿠프에서는 처음에 60명 넘게 있었어요. 열 두 시간 넘게 일할 때도 있었죠. 때에 따라 달랐지만... 뭐 시멘트 바르는 일이나, 힘쓰는 일 하기도 하고..."

인력 송출은 비단 일반 노동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폴란드 북부의 항구도시 그디니아.

이곳의 한 종합병원엔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라 할 수 있는 한의사가 파견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외화벌이를 위해섭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꽤 많은 폴란드 사람들이 북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간호사 : "좀 기다리세요. 곧 오실 거예요."

잠시 후 취재진을 만난 북한 한의사.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진료를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근무 북한 한의사 : "동무 침 맞으러 왔나, 뭐 하러 왔나? (침도 맞고요. 목이랑 어깨가 너무 안 좋아서...)"

시술을 받으며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근무 북한 한의사 : "(작년에 오셨어요?) 작년에 왔지. (가족이랑 같이 오셨어요?) 그럼."

이 한의사를 비롯해 최대 1000명으로 추산되는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

더구나 80% 정도는 북한에서 출세가 보장된다는 노동당원입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는) 살기 좋은 나라라고 북한에서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폴란드 같은 경우 탈북할 가능성이 제일 크죠. (그래서)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을 보내는 거죠. 다시 말하면 당원들이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자식을 낳은 당원 보내는 거죠."

폴란드에서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은 노동자 송출뿐만이 아닙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이곳에 인공기가 내걸린 북한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6층 규모의 1개동과 지상 2층 회색건물에 또 다른 지상 2층의 노란색 건물까지, 모두 3개동으로 이뤄진 대단지입니다.

북한 대사관이 지어질 당시 이 건물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하던 중앙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10여개 업체가 이곳을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카드회사 등 상업용 간판들이 걸려있는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안내 데스크를 지나자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식당이 영업 중입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식당 관계자 : "((북한이) 대사관 부지를 불법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요.) 몰랐네요. 저도 여기서 임대로 들어온 건데요. 제 회사도 아니고 저는 그냥 일하는 거라 정확히 모릅니다."

북한 대사관과 거래한다는 부동산 업체와 접촉해봤습니다.

빈 사무실이 있어 지금이라도 당장 임대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부동산업체 관계자 : "크지는 않지만 3-4개의 사무실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조건은 굉장히 좋아요. 부엌과 화장실도 있고요. 평방미터 당 16달러에다가 추가로 25즈위티(한화 7100원)가 관리비로 나올 거예요."

주변 다른 건물보다 임대료가 싸고 세금 문제도 걱정 없다며 임대를 적극 권합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부동산업체 관계자 : "당신은 저희가 발행한 명세서에 대한 것만 지불하면 됩니다. (대사관측에 돈을 더 내거나 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네, 걱정 안하셔도 돼요."

1966년 폴란드 정부와 협정을 맺고 대사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북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즈음인 1992년부터 대사관 불법 임대업에 나서 해마다 미화 30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교 공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나 영사 활동 외에 북한 공관 사용을 금지한 최근 유엔 결의 2321호에도 위배됩니다.

<인터뷰> 라파오(폴란드 현지 기자) : "폴란드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었습니다. 이런 일이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죠. 하지만 전혀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유럽연합도 압박하자 최근엔 폴란드 정부의 입장도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항구도시 그디니아의 주거지 한 가운데 위치한 해운 회사.

조선과 폴란드의 머릿글자를 딴 ‘조폴’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북한과 폴란드가 세운 합작 해운회사입니다.

<녹취> "계세요?"

문을 두드려 봤지만 굳게 닫혀있고 인기척도 없습니다.

<녹취> "(여기에 혹시 (북한) 사람들 안 다니나요?) 아무도 못 본 지 꽤 됐어요. 못 본 지 꽤 됐죠."

조폴 소유 선박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미 재무부가 최근 자산을 동결하자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던 조선소는 어떨까?

<녹취> 조선소 관계자 :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여기에는 일하는 (북한) 사람이 없어요. 3년 전부터 한 달 반 전 까지는 있었어요."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이곳에서만 모습을 감췄을 뿐 지방 작을 마을로 흩어졌을 거라고 폴란드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조선소 근로자 : "(그 (북한)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 사람들 그다인스크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북쪽에요, 레몬토바 1번 조선소에요. 거기 분명 있을 거에요. 봤었는데..."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은 상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유럽연합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들이 오는 거고, 그러니까 그렇게 나쁜 조건으로 일하게 되는 거죠. 평양(북한)에서만 잘못해서 그런 것보다도 유럽연합으로서도 반성을 했으면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예노동에 대사관 불법 임대까지.

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이 폴란드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1년에 3천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북한의 꼼수가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도록, 또 북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외화벌이 노예 노동에 내몰리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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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31 08:32:26
    • 수정2016-12-31 0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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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클로즈업 북한>은 송년 특집으로 지난 주에 이어 대북제재의 빈틈을 노린 북한의 외화벌이와 북한 해외노동자 실태를 추적합니다.

이번 주는 폴란드입니다.

동유럽 폴란드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 오랜 기간 대사를 지냈을 정도로 과거 북한과는 돈독한 관계였는데요,

지금도 천명 가까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폴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와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노동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나라이자, 냉전 시대 공산 국가였던 동유럽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마을 사르노프입니다.

도로를 벗어나자 대형 온실 수백여 동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축구장 60여개 넓이의 농지에 들어선 초대형 농장.

이곳에서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미터 높이의 담장에 가려 안이 보이질 않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이 모두 토마토 농장입니다.

보시다시피 벽이 높게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돼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 안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농장을 찾아가 봤지만, 입구에서부터 접근을 거부당했습니다.

<녹취> '북한 女노동자 고용' 농장 경비원 : "(여기 한국인들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냥 직원일 뿐입니다. 질문에 답변을 해드릴 수가 없어요."

취재진은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우크라이나 노동자에게서 이곳 북한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우크라이나 노동자 : "((농장에) 북한 여성 몇 명이나 살고 있어요? 대략 몇 명? 백 명?) 그렇죠. 분명 그정도는 될 거에요. (안에 기숙사 같은 것이 있나요?) 네. 북한 여성들은 따로 살고..."

다음 날, 북한여성들이 물건을 사러 온다는 인근 마트로 가 봤습니다.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 북한 여성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혹시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그런 거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일주일에 한 두 시간, 생필품을 사러 나오는 이때가 유일한 외출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쉽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근무하세요?) 아휴..."

그러더니 곧 뭔가를 의식한 듯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강변합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북한 여성 노동자 : "자기가 일하고픈 만큼 8시간 할 때도 있고, 5시간 할 때도 있고. 우리가 돈 벌고 싶어서 여기 왔고 본인들이 다 좋아서 하는데 물을 필요가 뭐 있습니까. 본인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자리를 뜨는 북한 여성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농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당 70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충성자금을 떼이고 나면 수중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평균 우리 돈 9만원 남짓.

폴란드 노동자 최저임금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 노동자들은 외국에 나가 일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에 가서... 폴란드에서는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일을 잘 하니까요. 게다가 인건비는 굉장히 낮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를) 보내는 회사에 좋은 거죠."

폴란드의 옛 수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유명한 크라쿠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자 고급 주택 단지가 나타납니다.

지난 9월 완공될 때까지,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2년 동안 일한 곳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동료’ 폴란드 노동자 : "(여기 북한 사람들이 일했었죠?) 일했었죠. 나중에 보르츠와프로 갔어요.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자세히 몰라요."

몇 달 전까지 북한 노동자와 함께 일했다는 이 폴란드 노동자는 한때 수십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머물며 중노동을 견뎠다고 말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동료’ 폴란드 노동자 : "몇 명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여기 크라쿠프에서는 처음에 60명 넘게 있었어요. 열 두 시간 넘게 일할 때도 있었죠. 때에 따라 달랐지만... 뭐 시멘트 바르는 일이나, 힘쓰는 일 하기도 하고..."

인력 송출은 비단 일반 노동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폴란드 북부의 항구도시 그디니아.

이곳의 한 종합병원엔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라 할 수 있는 한의사가 파견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외화벌이를 위해섭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꽤 많은 폴란드 사람들이 북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간호사 : "좀 기다리세요. 곧 오실 거예요."

잠시 후 취재진을 만난 북한 한의사.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진료를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근무 북한 한의사 : "동무 침 맞으러 왔나, 뭐 하러 왔나? (침도 맞고요. 목이랑 어깨가 너무 안 좋아서...)"

시술을 받으며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녹취> 폴란드 병원 근무 북한 한의사 : "(작년에 오셨어요?) 작년에 왔지. (가족이랑 같이 오셨어요?) 그럼."

이 한의사를 비롯해 최대 1000명으로 추산되는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

더구나 80% 정도는 북한에서 출세가 보장된다는 노동당원입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는) 살기 좋은 나라라고 북한에서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폴란드 같은 경우 탈북할 가능성이 제일 크죠. (그래서)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을 보내는 거죠. 다시 말하면 당원들이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자식을 낳은 당원 보내는 거죠."

폴란드에서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은 노동자 송출뿐만이 아닙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이곳에 인공기가 내걸린 북한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6층 규모의 1개동과 지상 2층 회색건물에 또 다른 지상 2층의 노란색 건물까지, 모두 3개동으로 이뤄진 대단지입니다.

북한 대사관이 지어질 당시 이 건물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하던 중앙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10여개 업체가 이곳을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카드회사 등 상업용 간판들이 걸려있는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안내 데스크를 지나자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식당이 영업 중입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식당 관계자 : "((북한이) 대사관 부지를 불법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요.) 몰랐네요. 저도 여기서 임대로 들어온 건데요. 제 회사도 아니고 저는 그냥 일하는 거라 정확히 모릅니다."

북한 대사관과 거래한다는 부동산 업체와 접촉해봤습니다.

빈 사무실이 있어 지금이라도 당장 임대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부동산업체 관계자 : "크지는 않지만 3-4개의 사무실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조건은 굉장히 좋아요. 부엌과 화장실도 있고요. 평방미터 당 16달러에다가 추가로 25즈위티(한화 7100원)가 관리비로 나올 거예요."

주변 다른 건물보다 임대료가 싸고 세금 문제도 걱정 없다며 임대를 적극 권합니다.

<녹취> ‘北 대사관 건물 임대’ 부동산업체 관계자 : "당신은 저희가 발행한 명세서에 대한 것만 지불하면 됩니다. (대사관측에 돈을 더 내거나 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네, 걱정 안하셔도 돼요."

1966년 폴란드 정부와 협정을 맺고 대사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북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즈음인 1992년부터 대사관 불법 임대업에 나서 해마다 미화 30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교 공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나 영사 활동 외에 북한 공관 사용을 금지한 최근 유엔 결의 2321호에도 위배됩니다.

<인터뷰> 라파오(폴란드 현지 기자) : "폴란드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었습니다. 이런 일이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죠. 하지만 전혀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유럽연합도 압박하자 최근엔 폴란드 정부의 입장도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항구도시 그디니아의 주거지 한 가운데 위치한 해운 회사.

조선과 폴란드의 머릿글자를 딴 ‘조폴’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북한과 폴란드가 세운 합작 해운회사입니다.

<녹취> "계세요?"

문을 두드려 봤지만 굳게 닫혀있고 인기척도 없습니다.

<녹취> "(여기에 혹시 (북한) 사람들 안 다니나요?) 아무도 못 본 지 꽤 됐어요. 못 본 지 꽤 됐죠."

조폴 소유 선박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미 재무부가 최근 자산을 동결하자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던 조선소는 어떨까?

<녹취> 조선소 관계자 :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여기에는 일하는 (북한) 사람이 없어요. 3년 전부터 한 달 반 전 까지는 있었어요."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이곳에서만 모습을 감췄을 뿐 지방 작을 마을로 흩어졌을 거라고 폴란드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조선소 근로자 : "(그 (북한)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 사람들 그다인스크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북쪽에요, 레몬토바 1번 조선소에요. 거기 분명 있을 거에요. 봤었는데..."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은 상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유럽연합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들이 오는 거고, 그러니까 그렇게 나쁜 조건으로 일하게 되는 거죠. 평양(북한)에서만 잘못해서 그런 것보다도 유럽연합으로서도 반성을 했으면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예노동에 대사관 불법 임대까지.

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이 폴란드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1년에 3천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북한의 꼼수가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도록, 또 북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외화벌이 노예 노동에 내몰리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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