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美 이민 특혜 폐기

입력 2017.01.17 (20:35) 수정 2017.01.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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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퇴임을 앞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이민 특혜 정책인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으로 가려던 쿠바인들이 중간지대서 고립돼 난민 신세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흥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저는 냉전의 마지막 잔해를 묻기 위해 쿠바에 왔습니다."

54년 간의 냉전을 끝내고 미국-쿠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룬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런 그가 퇴임을 앞둔 지난 12일, 쿠바 이민 특혜 정책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쿠바인들이 육상이든 아니면 바다를 통해서든 미국 땅에 도착하기만 하면, 합법적인 영주권리를 주도록 한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없애기로 한 겁니다.

쿠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녹취> 레이나 페레즈(쿠바 시민) : "쿠바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해요. 미국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었는데, (이제 없어져서) 불법적으로 떠나겠네요."

<녹취> 에스더 미레야(쿠바 시민) : "저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진작에 없어져야 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쿠바인들이 (미국에 가려고)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잖아요."

줄곧 미국의 쿠바 출신 이민자 특혜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 온 쿠바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내비췄습니다.

<녹취> 호세피나 비달(쿠바 외무성 미국국장) : "(미국 이민정책 폐기는) 쿠바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응하는 중요한 조치입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유입된 쿠바 이민자만 4만 천 5백여명.

때문에 쿠바 정부는 미국의 이민정책이 의료 부문 등 쿠바의 전문인력 유출을 부추긴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결국 임기 말년의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행 이민정책을 뒤집은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오바마가 정치적 유산을 남기려는 의도로 보는데요.

미국-쿠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룬 자신의 업적을 공고히 해두겠다는 계산인 겁니다.

<녹취> 토마스 도너휴(미국 상공회의소 의장) : "(이번 이민정책 폐기는) 매우 전략적이고 지능적입니다. (트럼프 정부에게) 앞으로 나아갈 위치를 지정해 준 거죠."

하지만, 쿠바인을 이민자로 우대해 받아들이는 이 정책이 폐기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향하던 수백 명의 쿠바인이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탈출 경로인 멕시코 등의 중미국가서 정책 변화로 오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와 멕시코를 잇는 누에보 라헤도 국경 다리에서 수십 명의 쿠바인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녹취> 알리아드네(쿠바 이주민) : "오후 4시에 남편을 포함한 4명의 쿠바인이 떠났어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이민자쉼터에서 머물던 수십 명의 쿠바인들도 낙심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들 쿠바인들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때 전 재산을 털어 이민길에 올랐습니다.

미국으로의 긴 탈출 여정 중에 경유국 경찰이나 브로커들에게 돈을 뜯기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의 수모까지 겪어내야 했습니다.

<녹취> 아니셀 윌슨(쿠바 이주민) : "우리를 지원해주세요. 우리는 쿠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품고 고향인 쿠바를 떠났지만,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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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7 20:38:06
    • 수정2017-01-17 20:57:21
    글로벌24
<앵커 멘트>

퇴임을 앞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이민 특혜 정책인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으로 가려던 쿠바인들이 중간지대서 고립돼 난민 신세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흥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저는 냉전의 마지막 잔해를 묻기 위해 쿠바에 왔습니다."

54년 간의 냉전을 끝내고 미국-쿠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룬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런 그가 퇴임을 앞둔 지난 12일, 쿠바 이민 특혜 정책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쿠바인들이 육상이든 아니면 바다를 통해서든 미국 땅에 도착하기만 하면, 합법적인 영주권리를 주도록 한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없애기로 한 겁니다.

쿠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녹취> 레이나 페레즈(쿠바 시민) : "쿠바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해요. 미국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었는데, (이제 없어져서) 불법적으로 떠나겠네요."

<녹취> 에스더 미레야(쿠바 시민) : "저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진작에 없어져야 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쿠바인들이 (미국에 가려고)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잖아요."

줄곧 미국의 쿠바 출신 이민자 특혜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 온 쿠바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내비췄습니다.

<녹취> 호세피나 비달(쿠바 외무성 미국국장) : "(미국 이민정책 폐기는) 쿠바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응하는 중요한 조치입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유입된 쿠바 이민자만 4만 천 5백여명.

때문에 쿠바 정부는 미국의 이민정책이 의료 부문 등 쿠바의 전문인력 유출을 부추긴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결국 임기 말년의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행 이민정책을 뒤집은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오바마가 정치적 유산을 남기려는 의도로 보는데요.

미국-쿠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룬 자신의 업적을 공고히 해두겠다는 계산인 겁니다.

<녹취> 토마스 도너휴(미국 상공회의소 의장) : "(이번 이민정책 폐기는) 매우 전략적이고 지능적입니다. (트럼프 정부에게) 앞으로 나아갈 위치를 지정해 준 거죠."

하지만, 쿠바인을 이민자로 우대해 받아들이는 이 정책이 폐기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향하던 수백 명의 쿠바인이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탈출 경로인 멕시코 등의 중미국가서 정책 변화로 오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와 멕시코를 잇는 누에보 라헤도 국경 다리에서 수십 명의 쿠바인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녹취> 알리아드네(쿠바 이주민) : "오후 4시에 남편을 포함한 4명의 쿠바인이 떠났어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이민자쉼터에서 머물던 수십 명의 쿠바인들도 낙심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들 쿠바인들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때 전 재산을 털어 이민길에 올랐습니다.

미국으로의 긴 탈출 여정 중에 경유국 경찰이나 브로커들에게 돈을 뜯기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의 수모까지 겪어내야 했습니다.

<녹취> 아니셀 윌슨(쿠바 이주민) : "우리를 지원해주세요. 우리는 쿠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품고 고향인 쿠바를 떠났지만,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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