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특강] ‘오페라의 유령’ 부가가치

입력 2017.01.18 (08:48) 수정 2017.0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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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종원입니다.

오늘은 퀴즈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혹시 인류 역사상 입장권을 사서 봐야하는 모든 콘텐츠들.

예를 들어,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을 통틀어서 단일 상품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작품이 무엇인지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놀랍게도 아바타도, 반지의 제왕도, 스타워즈도 아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이 벌어들인 매출액은 약 56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조 7천억 원을 넘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어떤 문화상품 중에서도 가장 수지맞는 장사로 전 세계 27(스물 일곱)개 나라 145개 도시에서 1억 3000만 명이 관람을 한 진기록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수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큰 ‘돈벌이’를 기록하며 신기록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잠시 감상해 보시죠.

15~6년 전쯤 새로운 밀레니엄을 즈음해 제가 한 신문지상에 기고했던 문구인 “세기를 넘어 종연을 예측할 수 없다”는 표현은 정말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뉴욕과 런던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투어공연의 막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 뮤지컬의 신화입니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날로그 형식의 무대 예술인 뮤지컬 공연이 이토록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1910년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발표한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출간물이 그것인데요.

소설가가 되기 이전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가스통 르루가 음모론이나 추측기사를 잘 썼다는 후문도 있는데요.

훗날 본인의 특기(?)를 잘 살려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사내가 살고 있었다는 내용의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괴물이 괴기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주 쓰였습니다.

특히, 괴물역 단골 배우였던 론 채니가 주연으로 등장한 1925년작 흑백 무성영화는 꽤나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자신의 얼굴에 특수 분장을 하고 나섰던 그는 수많은 괴물 역을 맡아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Man of thounsand faces)’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론 채니는 자신의 얼굴에 셀룰로이드를 붙이고 기괴하게 변형시켜 괴물 같은 이미지를 완성해냈는데요.

덕분에 훗날 뮤지컬이 제작되면서도 하얀 오페라 가면 뒤에 숨겨진 흉측한 괴물 같은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완성됐습니다.

실제로 뮤지컬의 막이 오를 때, 영화의 특수 분장 같은 메이크업이 더해지면서 이 뮤지컬의 상징 같은 존재감을 지니게 됐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을 만든 사람은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입니다.

이 작품에 얽힌 로이드 웨버의 개인사도 있습니다.

‘유령’을 공연하기 전 ‘캣츠’를 먼저 공연했었는데요.

유부남이었던 그는 ‘캣츠’에 나오던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결국 ‘캣츠’를 끝내고 이혼을 하게 되고, 그 여배우와 재혼을 하게 됐는데요.

아름답고 노래를 잘했던 두 번째 부인을 위해 그는 작품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죠.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이 작품은 불륜이 낳은 작품이다”라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두 번째 부인은 누구였을까요?

몇 해 전 KBS에서 방송됐던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으로 불렸던 노래 -넬라 판타지아를 처음 불렀던 팝페라 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작곡가와 여주인공의 사랑이 바탕이 됐던 작품이죠.

후세 사람들은 이상한 남자와 아리따운 오페라 여가수의 사랑이란 이 작품의 내용은 사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자신과 사라 브라이트만의 모습을 이야기에 투영했기 때문에 더욱 절절할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줄임말로 OSMU의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재료를 가져다 다양한 파생상품이나 파생 장르를 개척한다는 부가가치 창출 공식인데요.

마치 ‘해리 포터’ 이야기 하나가 게임도 되고, 영화도 되고, 기념품이나 관광 상품으로도 확장되는 것과 같이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는 이런 방식으로 창출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소설 한 권이 원 소스 역할을 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한류’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진짜 위기는 ‘한류’ 자체가 아닌, 한류를 통해 사랑받았던 원 소스에 다양하게 부가가치를 더하는 멀티 유즈의 ‘부재’가 더 큰 문제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에게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 소스는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뮤지컬 이야기’ 원종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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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특강] ‘오페라의 유령’ 부가가치
    • 입력 2017-01-18 08:50:34
    • 수정2017-01-25 1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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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종원입니다.

오늘은 퀴즈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혹시 인류 역사상 입장권을 사서 봐야하는 모든 콘텐츠들.

예를 들어,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을 통틀어서 단일 상품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작품이 무엇인지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놀랍게도 아바타도, 반지의 제왕도, 스타워즈도 아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이 벌어들인 매출액은 약 56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조 7천억 원을 넘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어떤 문화상품 중에서도 가장 수지맞는 장사로 전 세계 27(스물 일곱)개 나라 145개 도시에서 1억 3000만 명이 관람을 한 진기록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수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큰 ‘돈벌이’를 기록하며 신기록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 잠시 감상해 보시죠.

15~6년 전쯤 새로운 밀레니엄을 즈음해 제가 한 신문지상에 기고했던 문구인 “세기를 넘어 종연을 예측할 수 없다”는 표현은 정말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뉴욕과 런던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투어공연의 막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 뮤지컬의 신화입니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날로그 형식의 무대 예술인 뮤지컬 공연이 이토록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1910년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발표한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출간물이 그것인데요.

소설가가 되기 이전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가스통 르루가 음모론이나 추측기사를 잘 썼다는 후문도 있는데요.

훗날 본인의 특기(?)를 잘 살려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사내가 살고 있었다는 내용의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괴물이 괴기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주 쓰였습니다.

특히, 괴물역 단골 배우였던 론 채니가 주연으로 등장한 1925년작 흑백 무성영화는 꽤나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자신의 얼굴에 특수 분장을 하고 나섰던 그는 수많은 괴물 역을 맡아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Man of thounsand faces)’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론 채니는 자신의 얼굴에 셀룰로이드를 붙이고 기괴하게 변형시켜 괴물 같은 이미지를 완성해냈는데요.

덕분에 훗날 뮤지컬이 제작되면서도 하얀 오페라 가면 뒤에 숨겨진 흉측한 괴물 같은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완성됐습니다.

실제로 뮤지컬의 막이 오를 때, 영화의 특수 분장 같은 메이크업이 더해지면서 이 뮤지컬의 상징 같은 존재감을 지니게 됐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을 만든 사람은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입니다.

이 작품에 얽힌 로이드 웨버의 개인사도 있습니다.

‘유령’을 공연하기 전 ‘캣츠’를 먼저 공연했었는데요.

유부남이었던 그는 ‘캣츠’에 나오던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결국 ‘캣츠’를 끝내고 이혼을 하게 되고, 그 여배우와 재혼을 하게 됐는데요.

아름답고 노래를 잘했던 두 번째 부인을 위해 그는 작품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죠.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이 작품은 불륜이 낳은 작품이다”라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두 번째 부인은 누구였을까요?

몇 해 전 KBS에서 방송됐던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으로 불렸던 노래 -넬라 판타지아를 처음 불렀던 팝페라 여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작곡가와 여주인공의 사랑이 바탕이 됐던 작품이죠.

후세 사람들은 이상한 남자와 아리따운 오페라 여가수의 사랑이란 이 작품의 내용은 사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자신과 사라 브라이트만의 모습을 이야기에 투영했기 때문에 더욱 절절할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줄임말로 OSMU의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재료를 가져다 다양한 파생상품이나 파생 장르를 개척한다는 부가가치 창출 공식인데요.

마치 ‘해리 포터’ 이야기 하나가 게임도 되고, 영화도 되고, 기념품이나 관광 상품으로도 확장되는 것과 같이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는 이런 방식으로 창출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소설 한 권이 원 소스 역할을 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한류’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진짜 위기는 ‘한류’ 자체가 아닌, 한류를 통해 사랑받았던 원 소스에 다양하게 부가가치를 더하는 멀티 유즈의 ‘부재’가 더 큰 문제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에게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 소스는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뮤지컬 이야기’ 원종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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