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입력 2017.01.20 (08:34) 수정 2017.0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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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금 보신 장면은 1963년에 개봉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새’의 한 장면입니다.

수백 마리의 검은 새들이 아이와 사람들을 공격하는데요.

새들이 몰려오는 이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한 실제 영상들이 최근 SNS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검은 새들이 날아와 전깃줄에 줄지어 앉는데 그 길이만 100미터가 넘어 보입니다.

아직 밝은 하늘을 까맣게 뒤덮어 어둑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한두 건이 아니라, 수백 개의 목격담과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색의 이상한 물체.

마치 수천 개의 점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데요.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진솔 씨는 퇴근 길에 이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는데요.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집에 가려다가 사람들이 다 하늘만 쳐다보면서 가길래 위를 봤더니 (새들이) 엄청 많이 떼 지어서 하늘을 날고 있더라고요.”

너무 놀라,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맴도는 모습이 무섭고 기이하게 느껴져 건물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그런 모습 처음 봐서요. 도심에서. 막상 그걸 눈으로 보니까 진짜 막 지진 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좀 무섭더라고요.”

이 씨에 앞서 정체불명의 새들을 목격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이 씨와 같이 수원시에 사는 손민우 씨입니다.

지난해 말, 이 광경을 처음 봤다는데요.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11월부터 본 것 같아요. 초겨울. 하늘에 까만 것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게 일주일 넘게 계속 나타나니까 집중해서 본 것 같아요.”

이 수상한 새들의 정체는 뭘까?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처음엔) 몰랐어요. 하늘에 있다 보니까 그냥 까매서 사람들이 다 까마귀로 알았던 거 같아요.”

자세히 보니, 떼까마귀였습니다.

수십 마리가 아니라 몇천 마리쯤 돼 보였다는데요.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너무 많다 보니까 그런 경우를 처음 봐서 너무 징그러웠어요.”

무리 지어 나타나다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떼까마귀들은 아파트 주변 상공에 나타나기도 했는데, 사람들에겐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녹취> “아 무서워. (집에) 들어올 것 같아.”

수원의 한 거리,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떼까마귀가 나타난 건데요.

자정에 가까워지자, 떼까마귀들이 전깃줄 위에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그 길이가 100미터는 되어 보입니다.

떼까마귀는 매일 오후쯤 나타나 새벽까지도 수원 도심에 머뭅니다.

벌써 두 달 째 계속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

우리나라에선 흉조라는 인식이 있는 까마귀가 찾아오는 게 사람들은 달갑지 않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A : “그런 거 막 날아다니니까 좀 불안했죠. 까마귀라.”

<인터뷰> 김유정(수원시 영통구) : “까마귀가 사실 좋은 징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엄청 많으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하얀색의 떼까마귀 배설물인데요.

악취뿐만 아니라, 양이 많아 한번 떼까마귀가 휩쓸고 간 자리는 마치 하얀 잉크를 뿌려놓은 거 같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B : “냄새나고 시끄럽고 냄새 많이 나요. 아침마다 청소해야 하고 잘 지워지지도 않아요.”

길을 가다 배설물이 떨어져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우산 쓰고 지나갔거든요. 지나가다가 배설물 맞은 분들도 몇몇 있었거든요.”

<인터뷰> 김민정(수원시 팔달구) : “(떼까마귀가 나타나면) 하늘이 아주 까맸어요. 차를 못 세웠어요. 배설물 때문에. 배설물을 하도 싸니까요.”

까마귀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의 상인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하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더러워지고 맙니다.

<인터뷰> 인근 상인A : “이 하얀 거 이런 게 배설물이에요. 까마귀가 이렇게 해 놓은 것은 수원에서 (오래) 살았어도 생전 처음 겪어봐요.”

시에서도 매주 두 번씩 물청소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떼까마귀가 찾아오는 일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늦가을이면 남쪽인 울산에 5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찾아왔는데요.

따뜻한 태화강 근처에서 겨울을 난 떼까마귀는 3월이면 다시 몽골과 시베리아 쪽으로 날아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울산이 아닌, 왜 수원에 머물게 된 걸까?

전문가는 따뜻해진 우리나라의 기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권영수(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 : “한반도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더 밑에까지 내려가서 추위를 피해야 하는데 따뜻하다 보니까 완전히 내려갈 필요가 없어진 거죠. 또 주변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있어서 더 내려가지 않고 (수원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수원시의 농경지 비율은 15%고 가까운 화성시 역시 34%가 논밭이라 먹이 공급이 충분한 환경입니다.

그렇다면, 밤마다 도심으로 오는 이유는 뭘까.

<녹취> 권영수(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 : “빌딩 숲 자체가 숲 역할을 하고요. 전깃줄에 앉아있으면 도심에 있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서) 떼까마귀에게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떼까마귀를 더욱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해, 양계 농가들을 발칵 뒤집어 놓은 조류인플루엔자, AI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만 3천200여 만 마리로, 전국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AI는 철새를 통해 전파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김영규(수원시 팔달구) : “배설물이라든가 AI에 (걸린 새와) 접촉하게 되면 사람한테도 옮길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죠.”

하지만, AI는 오리와 기러기류에서 많이 발생하고 아직 우리나라를 찾은 떼까마귀에게선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조류학자들은 떼까마귀가 찾는다는 건 생태계가 깨끗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면서, 날이 더욱 추워지는 다음 주 중이면 남쪽으로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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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심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 입력 2017-01-20 08:41:29
    • 수정2017-01-20 09:56:1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방금 보신 장면은 1963년에 개봉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새’의 한 장면입니다.

수백 마리의 검은 새들이 아이와 사람들을 공격하는데요.

새들이 몰려오는 이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한 실제 영상들이 최근 SNS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검은 새들이 날아와 전깃줄에 줄지어 앉는데 그 길이만 100미터가 넘어 보입니다.

아직 밝은 하늘을 까맣게 뒤덮어 어둑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한두 건이 아니라, 수백 개의 목격담과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색의 이상한 물체.

마치 수천 개의 점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데요.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진솔 씨는 퇴근 길에 이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는데요.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집에 가려다가 사람들이 다 하늘만 쳐다보면서 가길래 위를 봤더니 (새들이) 엄청 많이 떼 지어서 하늘을 날고 있더라고요.”

너무 놀라,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맴도는 모습이 무섭고 기이하게 느껴져 건물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그런 모습 처음 봐서요. 도심에서. 막상 그걸 눈으로 보니까 진짜 막 지진 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좀 무섭더라고요.”

이 씨에 앞서 정체불명의 새들을 목격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이 씨와 같이 수원시에 사는 손민우 씨입니다.

지난해 말, 이 광경을 처음 봤다는데요.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11월부터 본 것 같아요. 초겨울. 하늘에 까만 것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게 일주일 넘게 계속 나타나니까 집중해서 본 것 같아요.”

이 수상한 새들의 정체는 뭘까?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처음엔) 몰랐어요. 하늘에 있다 보니까 그냥 까매서 사람들이 다 까마귀로 알았던 거 같아요.”

자세히 보니, 떼까마귀였습니다.

수십 마리가 아니라 몇천 마리쯤 돼 보였다는데요.

<인터뷰> 손민우(수원시 팔달구) : “너무 많다 보니까 그런 경우를 처음 봐서 너무 징그러웠어요.”

무리 지어 나타나다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떼까마귀들은 아파트 주변 상공에 나타나기도 했는데, 사람들에겐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녹취> “아 무서워. (집에) 들어올 것 같아.”

수원의 한 거리,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떼까마귀가 나타난 건데요.

자정에 가까워지자, 떼까마귀들이 전깃줄 위에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그 길이가 100미터는 되어 보입니다.

떼까마귀는 매일 오후쯤 나타나 새벽까지도 수원 도심에 머뭅니다.

벌써 두 달 째 계속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

우리나라에선 흉조라는 인식이 있는 까마귀가 찾아오는 게 사람들은 달갑지 않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A : “그런 거 막 날아다니니까 좀 불안했죠. 까마귀라.”

<인터뷰> 김유정(수원시 영통구) : “까마귀가 사실 좋은 징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엄청 많으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하얀색의 떼까마귀 배설물인데요.

악취뿐만 아니라, 양이 많아 한번 떼까마귀가 휩쓸고 간 자리는 마치 하얀 잉크를 뿌려놓은 거 같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B : “냄새나고 시끄럽고 냄새 많이 나요. 아침마다 청소해야 하고 잘 지워지지도 않아요.”

길을 가다 배설물이 떨어져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이진솔(수원시 팔달구) : “우산 쓰고 지나갔거든요. 지나가다가 배설물 맞은 분들도 몇몇 있었거든요.”

<인터뷰> 김민정(수원시 팔달구) : “(떼까마귀가 나타나면) 하늘이 아주 까맸어요. 차를 못 세웠어요. 배설물 때문에. 배설물을 하도 싸니까요.”

까마귀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의 상인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하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더러워지고 맙니다.

<인터뷰> 인근 상인A : “이 하얀 거 이런 게 배설물이에요. 까마귀가 이렇게 해 놓은 것은 수원에서 (오래) 살았어도 생전 처음 겪어봐요.”

시에서도 매주 두 번씩 물청소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떼까마귀가 찾아오는 일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늦가을이면 남쪽인 울산에 5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찾아왔는데요.

따뜻한 태화강 근처에서 겨울을 난 떼까마귀는 3월이면 다시 몽골과 시베리아 쪽으로 날아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울산이 아닌, 왜 수원에 머물게 된 걸까?

전문가는 따뜻해진 우리나라의 기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권영수(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 : “한반도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더 밑에까지 내려가서 추위를 피해야 하는데 따뜻하다 보니까 완전히 내려갈 필요가 없어진 거죠. 또 주변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있어서 더 내려가지 않고 (수원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수원시의 농경지 비율은 15%고 가까운 화성시 역시 34%가 논밭이라 먹이 공급이 충분한 환경입니다.

그렇다면, 밤마다 도심으로 오는 이유는 뭘까.

<녹취> 권영수(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 : “빌딩 숲 자체가 숲 역할을 하고요. 전깃줄에 앉아있으면 도심에 있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서) 떼까마귀에게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떼까마귀를 더욱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해, 양계 농가들을 발칵 뒤집어 놓은 조류인플루엔자, AI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만 3천200여 만 마리로, 전국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AI는 철새를 통해 전파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김영규(수원시 팔달구) : “배설물이라든가 AI에 (걸린 새와) 접촉하게 되면 사람한테도 옮길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죠.”

하지만, AI는 오리와 기러기류에서 많이 발생하고 아직 우리나라를 찾은 떼까마귀에게선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조류학자들은 떼까마귀가 찾는다는 건 생태계가 깨끗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면서, 날이 더욱 추워지는 다음 주 중이면 남쪽으로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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