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 떡국’드세요…탈북여성들의 새해 첫 나들이

입력 2017.01.21 (08:21) 수정 2017.01.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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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사회로 나오기 전 하나원에 머물며 정착을 준비하는데요.

새해 첫 서울 나들이를 뜻 깊게 보낸 분들이 있다죠?

네, 설을 앞두고 서울역 앞을 찾아 남한의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떡국 한그릇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자발적인 봉사나 기부, 이런 게 드물다보니 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도 하더군요.

네. 이들 새내기 탈북민들이 새로운 이웃들과 정을 나눈 경험을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한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설을 보름 앞둔 서울역.

언제나 그렇듯 바쁘게 오가는 승객들로 북적이는데요.

광장 한 편에 천막이 설치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도착한 50~60 여 명의 사람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입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하나원에서 미리 말은 들었는데요. 여기 막상 오고 나니까 심장이 막 떨리고... 생각했던 거보다 복잡하고 우아하고 그런 감이 들어요.”

서울시내 구경은 대부분 처음인 이들은 지난 해 한국에 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

새해 첫 외부 활동으로 이곳 서울역을 찾은 건데요.

그 이유가 특별합니다.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노숙자분들 위해서 봉사 하려고, 떡국도 만들면서.이 서울역에 왔어요.”

민족의 명절인 설!

기쁘고 즐거운 날이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는 분들에게는 마음이 더 추워지는 날이기도 하죠?

이런 분들께 마음 담은 떡국 한 그릇을 대접하려고 탈북 여성들이 나섰습니다.

그들의 훈훈한 주방, 함께해 볼까요?

급식 차량 두 대와 천막 아래 꾸려진 임시 주방!

탈북 여성들이 이곳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점심상을 차리고 있는데요.

커다란 냄비엔 벌써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떡국용 떡도 준비가 됐습니다.

그런데... 양이 엄청나죠?

<인터뷰> 신홍국(자원봉사자) : “떡국용으로 해서 한 6백인분인데 이미 물어보고 대기한 분들이 저 뒤에 엄청나게 많이 있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6백인분의 떡국 상 차리기.

보통 일이 아닌데요.

남북한 봉사자들이 함께 조를 짜서 본격적인 음식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먼저, 힘쓰는 일은 남자들 몫이고요.

<인터뷰> 임재찬(자원봉사자) : “사골 육수예요. 저희가 지금 한 시간 넘게 제가 젓고 있어요. 날씨가 최근 많이 추워졌잖아요. 그래서 이 떡국, 따뜻한 떡국 하나로 사람들 다들 모두 풍족하게 따뜻하게 드시라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국물에 쫄깃한 떡... 군침이 도는데요.

지난 해 한국 땅을 밟은 혜경 씨는 그 맛이 어떨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떡국이라 하면 녹말전분 그런 걸 가지고 떡국을 해먹는데, 여기는 입쌀떡국대(흰 쌀로 만든 긴 가래떡)를 만들어가지고 이런 게 풍습인 것 같아요.”

떡국과 함께 먹을 채소전 부치기도 한창인데요.

잘게 썬 채소를 반죽에 넣어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부쳐내는데, 채소전 역시 탈북민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심(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수수전도 있고 ...그리고 뭐 있니?(김치) 김치전, 감자지짐, (나물지짐) 나물지짐... 많습니다, 여러 가지. 나는 (북한에서는) 집에 있을 때 야채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 와서 처음 해 봅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조심스럽게 맛을 보는데요.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음.. 고소하고 맛있어요. 따끈따끈하네.”

일단 성공인 것 같죠?

구수한 사골 떡국과 고소한 채소전 냄새에 어느새 길어진 줄.

<녹취> “맛있게 드세요~”

봉사자들은 가족들을 대접하듯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냅니다.

남북한 봉사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떡국상이니, ‘통일 떡국상’이라고 부를만한데요.

추운 날씨에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떡국.

그 맛은 어떨까요?

<인터뷰> 노숙인 : “너무 맛있어요. 정말 이런... 이런 떡국 맛은 처음이에요.”

<인터뷰> 노숙인 : “국물도 맛있고, 김치도 되게 맛있고요. 또 전이 엄청 맛있네요. 제가 아침을 안 먹길 잘 했네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탈북민들.

한국에서의 첫 대외 활동을 봉사로 시작했는데요.

소감이 어떨까요?

아침부터 음식을 장만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맛있다’는 한 마디에 힘이 나는 봉사자들.

북에도 어려운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서로 돕는 봉사나 기부는 탈북민들에겐 매우 낯선 풍경입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도와주고 이런 거 없어요. 그저 자체로(각자 알아서) 식량이라든가 생계 유지를 해가지고 자체로 사는 거거든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 북한과 남한이 빨리 합쳐져 가지고 떡국도 나눠먹는 그런 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떠나온 고향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 탈북민들.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고향에서는 설이나 생일에도 이렇게 많이 풍부하게 못 먹고 그랬는데... 정말 생각이 나요. 그리고 저 가족도 생각나면서...”

<인터뷰> 이정심(가명/탈북민) : “얼마 남지 않아 설이 되는데, 솔직히(북에 있는) 부모 형제들 많이 생각나고, 부모형제들 대신해서 이렇게 우리 남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서, 설을 앞서서 이렇게 봉사해 준다고 생각하니 정말 긍지가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라는 뜻에서 새해 선물로 양말도 준비했는데요.

함께 봉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임(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 : “그분들 얘기도 들어주고, 우리 여기 실정도 그분들이 얘기하면 얘기해 주고. 같이 이렇게 봉사를 하니까 너무 우리도 마음이 벅차고 보람이 있어요.”

이제 곧 하나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탈북민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한복판에서 의미있는 봉사로 새해 첫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떡국 한 그릇을 함께 만들고 나누며 경험한 온정과 긍지가 낯선 세계를 향한 그들의 발걸음에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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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통일 떡국’드세요…탈북여성들의 새해 첫 나들이
    • 입력 2017-01-21 08:37:15
    • 수정2017-01-21 15:05:4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들은 사회로 나오기 전 하나원에 머물며 정착을 준비하는데요.

새해 첫 서울 나들이를 뜻 깊게 보낸 분들이 있다죠?

네, 설을 앞두고 서울역 앞을 찾아 남한의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떡국 한그릇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자발적인 봉사나 기부, 이런 게 드물다보니 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도 하더군요.

네. 이들 새내기 탈북민들이 새로운 이웃들과 정을 나눈 경험을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한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설을 보름 앞둔 서울역.

언제나 그렇듯 바쁘게 오가는 승객들로 북적이는데요.

광장 한 편에 천막이 설치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도착한 50~60 여 명의 사람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입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하나원에서 미리 말은 들었는데요. 여기 막상 오고 나니까 심장이 막 떨리고... 생각했던 거보다 복잡하고 우아하고 그런 감이 들어요.”

서울시내 구경은 대부분 처음인 이들은 지난 해 한국에 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

새해 첫 외부 활동으로 이곳 서울역을 찾은 건데요.

그 이유가 특별합니다.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노숙자분들 위해서 봉사 하려고, 떡국도 만들면서.이 서울역에 왔어요.”

민족의 명절인 설!

기쁘고 즐거운 날이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는 분들에게는 마음이 더 추워지는 날이기도 하죠?

이런 분들께 마음 담은 떡국 한 그릇을 대접하려고 탈북 여성들이 나섰습니다.

그들의 훈훈한 주방, 함께해 볼까요?

급식 차량 두 대와 천막 아래 꾸려진 임시 주방!

탈북 여성들이 이곳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점심상을 차리고 있는데요.

커다란 냄비엔 벌써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떡국용 떡도 준비가 됐습니다.

그런데... 양이 엄청나죠?

<인터뷰> 신홍국(자원봉사자) : “떡국용으로 해서 한 6백인분인데 이미 물어보고 대기한 분들이 저 뒤에 엄청나게 많이 있어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6백인분의 떡국 상 차리기.

보통 일이 아닌데요.

남북한 봉사자들이 함께 조를 짜서 본격적인 음식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먼저, 힘쓰는 일은 남자들 몫이고요.

<인터뷰> 임재찬(자원봉사자) : “사골 육수예요. 저희가 지금 한 시간 넘게 제가 젓고 있어요. 날씨가 최근 많이 추워졌잖아요. 그래서 이 떡국, 따뜻한 떡국 하나로 사람들 다들 모두 풍족하게 따뜻하게 드시라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국물에 쫄깃한 떡... 군침이 도는데요.

지난 해 한국 땅을 밟은 혜경 씨는 그 맛이 어떨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떡국이라 하면 녹말전분 그런 걸 가지고 떡국을 해먹는데, 여기는 입쌀떡국대(흰 쌀로 만든 긴 가래떡)를 만들어가지고 이런 게 풍습인 것 같아요.”

떡국과 함께 먹을 채소전 부치기도 한창인데요.

잘게 썬 채소를 반죽에 넣어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부쳐내는데, 채소전 역시 탈북민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심(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수수전도 있고 ...그리고 뭐 있니?(김치) 김치전, 감자지짐, (나물지짐) 나물지짐... 많습니다, 여러 가지. 나는 (북한에서는) 집에 있을 때 야채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 와서 처음 해 봅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조심스럽게 맛을 보는데요.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음.. 고소하고 맛있어요. 따끈따끈하네.”

일단 성공인 것 같죠?

구수한 사골 떡국과 고소한 채소전 냄새에 어느새 길어진 줄.

<녹취> “맛있게 드세요~”

봉사자들은 가족들을 대접하듯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냅니다.

남북한 봉사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떡국상이니, ‘통일 떡국상’이라고 부를만한데요.

추운 날씨에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떡국.

그 맛은 어떨까요?

<인터뷰> 노숙인 : “너무 맛있어요. 정말 이런... 이런 떡국 맛은 처음이에요.”

<인터뷰> 노숙인 : “국물도 맛있고, 김치도 되게 맛있고요. 또 전이 엄청 맛있네요. 제가 아침을 안 먹길 잘 했네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탈북민들.

한국에서의 첫 대외 활동을 봉사로 시작했는데요.

소감이 어떨까요?

아침부터 음식을 장만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맛있다’는 한 마디에 힘이 나는 봉사자들.

북에도 어려운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서로 돕는 봉사나 기부는 탈북민들에겐 매우 낯선 풍경입니다.

<인터뷰> 임혜경(가명/탈북민) : “북한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도와주고 이런 거 없어요. 그저 자체로(각자 알아서) 식량이라든가 생계 유지를 해가지고 자체로 사는 거거든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우리 북한과 남한이 빨리 합쳐져 가지고 떡국도 나눠먹는 그런 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떠나온 고향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 탈북민들.

<인터뷰> 박혜진(가명/탈북민) : “고향에서는 설이나 생일에도 이렇게 많이 풍부하게 못 먹고 그랬는데... 정말 생각이 나요. 그리고 저 가족도 생각나면서...”

<인터뷰> 이정심(가명/탈북민) : “얼마 남지 않아 설이 되는데, 솔직히(북에 있는) 부모 형제들 많이 생각나고, 부모형제들 대신해서 이렇게 우리 남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서, 설을 앞서서 이렇게 봉사해 준다고 생각하니 정말 긍지가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라는 뜻에서 새해 선물로 양말도 준비했는데요.

함께 봉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임(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 : “그분들 얘기도 들어주고, 우리 여기 실정도 그분들이 얘기하면 얘기해 주고. 같이 이렇게 봉사를 하니까 너무 우리도 마음이 벅차고 보람이 있어요.”

이제 곧 하나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탈북민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한복판에서 의미있는 봉사로 새해 첫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떡국 한 그릇을 함께 만들고 나누며 경험한 온정과 긍지가 낯선 세계를 향한 그들의 발걸음에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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