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명절 맞은 ‘김영란법’의 명암

입력 2017.01.22 (22:40) 수정 2017.01.22 (23: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산행을 좋아하는 대기업 홍보팀 직원 최기봉 씨.

취미를 살려 다양한 사람들과 등산 모임을 정기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최기봉(대기업 홍보팀 직원) : "교류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갖고서 업무를 해야 되는 게 키포인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되는데 매번 술을 먹고 이런 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산모임을 만들어가지고.."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이전까지는 모임 뒤풀이 비용을 경비 처리가 가능한 최 씨 같은 기업체 직원들이 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각자 분담합니다.

<인터뷰> 최기봉(대기업 홍보팀 직원) : "자기가 낸 돈으로 이제 모든 비용이 집행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그냥 딱 기분 좋게 산을 타고 기분 좋게 밥 먹고."

이렇게 달라진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녹취> 대기업 홍보팀 직원(음성변조) : "저희 회사만 가능한 민원이 줄어서 사내에서 민폐부서의 오명을 벗었죠. 기존에 외부에서 무리한 부탁을 받으면 내부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거든요."

<녹취> 국회 보좌관(음성변조) : "옛날에는 공공기관에서는 회식이 끝나면 이 차비를 다 챙겨줬다고요. 막 몇만 원씩 택시비를.. 그게 엄청 부담스러웠었는데 그런 거 없어져서 뭐 훨씬 낫죠. 그런거 없으니까."

<녹취>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음성변조) : "나가고 싶지 않은 자리가 있다면 김영란법 핑계 대고 안 나갈 수 있는 그런 게 좋은 거죠."

부패 근절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엔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화(간사/참여연대 시민감시팀) : "선진국들도 많이 강한 반부패 제도를 펼침으로써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그런 제도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선진국 수준의 높은 공직 청렴성을 유지해서 한국사회 발전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돼갑니다.

김영란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사회의 부패가 줄어들고 투명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밥값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금액 기준이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 위축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와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행 후 첫 명절을 맞이한 김영란법을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설을 앞둔 백화점 선물 판매 코너.

선물세트 곳곳에 '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김영란 법의 선물 액수 기준인 5만 원을 넘지 않는 선물 세트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녹취> 최시영(매니저/백화점 관계자) : "이 과일은 저가의 상품이라는 걸 저희가 표시해드리기 위해서."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해서 5만 원 이하를 뜻하는 499 스티커를 붙여놨습니다.

<녹취> 백화점 점원 : "한 10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봐야죠. 예전 같으면 기업 같은 경우는 기본 100건 이상은 많이 하셨는데요. 지금 같은 경우는 50건 이하. 그리고 김영란법이라고 해가지고 하다 보니까 가격대가 예전 10분의 1 정도로 많이 줄어있고요. 그래서 판매하기도 많이 힘들고.."

가격을 맞춰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싼 수입 농수산물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우 대신 호주산 소고기.

국산 사과 대신 태국 망고.

캐나다산 바닷가재 두 마리와 국산 전복을 섞은 수산물 세트까지.

모두 5만 원 이하의 김영란법에 저촉될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들입니다.

수입 농수산물이 판매대의 자리를 넓혀가는 만큼 농민들의 근심도 깊어졌습니다.

한우를 키우는 임동회 씨는 최근 사육두수를 크게 줄였습니다.

한우 가격 하락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동회(한우 사육 농민) : "한우는 공급이 25~30% 정도 공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하고 있는데, 오히려 가격이 훨씬 떨어졌다는 거죠. 그럼 결국은 그 부족한 소고기 자체가 결국은 수입육으로 대체 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축산농가들이 고급육 위주의 사육을 해왔기에 피해는 더 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임동회(한우 사육 농민) : "저가의 수입 쇠고기나 수입 농산물들을 선물한다면 결국은 우리 농민들은 죽이고, 결국은 외국에 있는 외국 농부들은 살려주는 그런 법이 아니냐."

명절 기간 매출액이 1년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산물 선물세트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은 24%나 줄었습니다.

조기 굴비의 주 생산지인 전남 영광군을 찾았습니다.

조기를 소금에 절인 뒤 세척해 끈으로 묶으면 '조기 굴비'가 됩니다.

하지만, 해마다 어획량이 줄면서 조기의 가격은 크게 오른 상태.

이곳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군의 수산물 가공 센텁니다.

평소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이곳이 굴비로 꽉 차있어야 되는데요.

명절 선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작업물량도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농어민들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길상(굴비 생산 업체) : "법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따라가기는 따라가야 되겠죠. 근데 이제 갑자기 과거에는 없었던 법이 이제 규정이 되어서, 저희들이 적응하려다 보니까 지금 상당히 많이 쉽지가 않다는 얘기죠."

김영란법 이후 불어닥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어민과 자영업자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명절 선물로 이름 높은 영광 굴비 옆에 놓인 다소 낯선 생선이 눈에 띕니다.

민어로 만든 민어 굴비 세트입니다.

35만 원짜리 조기 굴비에 비해 가격이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양은 더 푸짐합니다.

<인터뷰> 오성화(수산물 가공업체) : "기존의 기존 굴비상품이랑은 작업 방식은 다 똑같지만 오히려 가격도 저렴하고 중량은 오히려 더 높은."

이런 움직임은 외식업계서도 관찰됩니다.

고급 한우로 유명했던 이 고깃집은 2개 층 가운데 한 층을 스테이크를 파는 퓨전 음식점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춘(한우 전문 음식점 운영) : "경기가 안 좋으니까 임대도 안 나가요. 그래서 한 6개월 정도를 공실로 있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게 된 거죠. 다시 시작하면서 이제 고급 음식은 안 되겠다. 해서 저렴한 대중적인 음식으로 바꾸고."

또 다른 한정식집은 활로를 도시락 판매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혁기(한식전문점 운영) : "홀에서 안되는 부분을 도시락으로 메꾼다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뭐 그렇게 일단 버티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제 분야 타격이 심하다며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시행령 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식품접객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체의 39%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호(일식 음식점 운영) : "많이 줄었죠. 작년 1월에는 거의 3분의 2는 찼었는데 지금 보면 4분의 1 정도 밖에 예약이 없는거 같아요. 25% 정도. 회전이 거의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나 내수 위축은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일부 업종에 제한된 것이라는 통계도 나옵니다.

한 신용카드사의 분석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개인카드 사용액은 늘었지만, 법인카드 사용액이 줄어든 건 일식당과 유흥주점 뿐이었습니다.

한식과 중식, 양식당에서의 사용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녹취> 식당 중고 물품 도매 업자(음성변조) : "(김영란법이)정부 청사 앞이나 그런 데만 좀 효력을 발휘한 거지 서민들이 뭐 점심을 3만 원짜리 먹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다 6천 원 1만 원 미만대인데, 굳이 '김영란법 때문에 그릇장사가 힘들다' 그렇진 않아요."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보완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성영훈(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경제지표와 청탁금지법의 시행과의 어떤 사회과학적인 인과관계, 상관관계가 있느냐 검증 가능한 것인가 그런 부분도 함께 좀 검토를 해봐야 될 필요가 있다' 라고 생각을 하고, 무엇보다 3개월밖에 안됐는데 이 법을 또 개정한다고 하는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따로 있습니다. 법적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제 그런 걱정을 좀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부패와 부정청탁의 질긴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 법.

그러나 법 시행 후 농어민과 자영업자 등 주로 먹고살기 힘든 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중훈(한국행정연구원) : "지금 개정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떤 특정 업종이나 어떤 분야의 어떤 어려움이 가중되는 즉, 매출 감소라든지 이런 부분이 실제로 나타나고 지속이 되는지 이런 부분은 좀 파악을 해서 그게 실질적으로 지속이 되고 또 어떤 부분에 집중이 되고 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시정조치라든지 그런 것들은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행 넉 달째를 맞은 김영란법.

청탁이 어려워지고, 이른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위축으로 특정 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하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첫 명절 맞은 ‘김영란법’의 명암
    • 입력 2017-01-22 22:56:29
    • 수정2017-01-22 23:23:30
    취재파일K
산행을 좋아하는 대기업 홍보팀 직원 최기봉 씨.

취미를 살려 다양한 사람들과 등산 모임을 정기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최기봉(대기업 홍보팀 직원) : "교류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갖고서 업무를 해야 되는 게 키포인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되는데 매번 술을 먹고 이런 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산모임을 만들어가지고.."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이전까지는 모임 뒤풀이 비용을 경비 처리가 가능한 최 씨 같은 기업체 직원들이 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각자 분담합니다.

<인터뷰> 최기봉(대기업 홍보팀 직원) : "자기가 낸 돈으로 이제 모든 비용이 집행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그냥 딱 기분 좋게 산을 타고 기분 좋게 밥 먹고."

이렇게 달라진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녹취> 대기업 홍보팀 직원(음성변조) : "저희 회사만 가능한 민원이 줄어서 사내에서 민폐부서의 오명을 벗었죠. 기존에 외부에서 무리한 부탁을 받으면 내부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거든요."

<녹취> 국회 보좌관(음성변조) : "옛날에는 공공기관에서는 회식이 끝나면 이 차비를 다 챙겨줬다고요. 막 몇만 원씩 택시비를.. 그게 엄청 부담스러웠었는데 그런 거 없어져서 뭐 훨씬 낫죠. 그런거 없으니까."

<녹취>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음성변조) : "나가고 싶지 않은 자리가 있다면 김영란법 핑계 대고 안 나갈 수 있는 그런 게 좋은 거죠."

부패 근절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엔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화(간사/참여연대 시민감시팀) : "선진국들도 많이 강한 반부패 제도를 펼침으로써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그런 제도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선진국 수준의 높은 공직 청렴성을 유지해서 한국사회 발전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돼갑니다.

김영란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사회의 부패가 줄어들고 투명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밥값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금액 기준이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 위축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와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행 후 첫 명절을 맞이한 김영란법을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설을 앞둔 백화점 선물 판매 코너.

선물세트 곳곳에 '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김영란 법의 선물 액수 기준인 5만 원을 넘지 않는 선물 세트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녹취> 최시영(매니저/백화점 관계자) : "이 과일은 저가의 상품이라는 걸 저희가 표시해드리기 위해서."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해서 5만 원 이하를 뜻하는 499 스티커를 붙여놨습니다.

<녹취> 백화점 점원 : "한 10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봐야죠. 예전 같으면 기업 같은 경우는 기본 100건 이상은 많이 하셨는데요. 지금 같은 경우는 50건 이하. 그리고 김영란법이라고 해가지고 하다 보니까 가격대가 예전 10분의 1 정도로 많이 줄어있고요. 그래서 판매하기도 많이 힘들고.."

가격을 맞춰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싼 수입 농수산물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우 대신 호주산 소고기.

국산 사과 대신 태국 망고.

캐나다산 바닷가재 두 마리와 국산 전복을 섞은 수산물 세트까지.

모두 5만 원 이하의 김영란법에 저촉될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들입니다.

수입 농수산물이 판매대의 자리를 넓혀가는 만큼 농민들의 근심도 깊어졌습니다.

한우를 키우는 임동회 씨는 최근 사육두수를 크게 줄였습니다.

한우 가격 하락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동회(한우 사육 농민) : "한우는 공급이 25~30% 정도 공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하고 있는데, 오히려 가격이 훨씬 떨어졌다는 거죠. 그럼 결국은 그 부족한 소고기 자체가 결국은 수입육으로 대체 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축산농가들이 고급육 위주의 사육을 해왔기에 피해는 더 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임동회(한우 사육 농민) : "저가의 수입 쇠고기나 수입 농산물들을 선물한다면 결국은 우리 농민들은 죽이고, 결국은 외국에 있는 외국 농부들은 살려주는 그런 법이 아니냐."

명절 기간 매출액이 1년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산물 선물세트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은 24%나 줄었습니다.

조기 굴비의 주 생산지인 전남 영광군을 찾았습니다.

조기를 소금에 절인 뒤 세척해 끈으로 묶으면 '조기 굴비'가 됩니다.

하지만, 해마다 어획량이 줄면서 조기의 가격은 크게 오른 상태.

이곳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군의 수산물 가공 센텁니다.

평소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이곳이 굴비로 꽉 차있어야 되는데요.

명절 선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작업물량도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농어민들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길상(굴비 생산 업체) : "법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따라가기는 따라가야 되겠죠. 근데 이제 갑자기 과거에는 없었던 법이 이제 규정이 되어서, 저희들이 적응하려다 보니까 지금 상당히 많이 쉽지가 않다는 얘기죠."

김영란법 이후 불어닥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어민과 자영업자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명절 선물로 이름 높은 영광 굴비 옆에 놓인 다소 낯선 생선이 눈에 띕니다.

민어로 만든 민어 굴비 세트입니다.

35만 원짜리 조기 굴비에 비해 가격이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양은 더 푸짐합니다.

<인터뷰> 오성화(수산물 가공업체) : "기존의 기존 굴비상품이랑은 작업 방식은 다 똑같지만 오히려 가격도 저렴하고 중량은 오히려 더 높은."

이런 움직임은 외식업계서도 관찰됩니다.

고급 한우로 유명했던 이 고깃집은 2개 층 가운데 한 층을 스테이크를 파는 퓨전 음식점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춘(한우 전문 음식점 운영) : "경기가 안 좋으니까 임대도 안 나가요. 그래서 한 6개월 정도를 공실로 있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게 된 거죠. 다시 시작하면서 이제 고급 음식은 안 되겠다. 해서 저렴한 대중적인 음식으로 바꾸고."

또 다른 한정식집은 활로를 도시락 판매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혁기(한식전문점 운영) : "홀에서 안되는 부분을 도시락으로 메꾼다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뭐 그렇게 일단 버티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제 분야 타격이 심하다며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시행령 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식품접객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체의 39%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호(일식 음식점 운영) : "많이 줄었죠. 작년 1월에는 거의 3분의 2는 찼었는데 지금 보면 4분의 1 정도 밖에 예약이 없는거 같아요. 25% 정도. 회전이 거의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나 내수 위축은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일부 업종에 제한된 것이라는 통계도 나옵니다.

한 신용카드사의 분석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개인카드 사용액은 늘었지만, 법인카드 사용액이 줄어든 건 일식당과 유흥주점 뿐이었습니다.

한식과 중식, 양식당에서의 사용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녹취> 식당 중고 물품 도매 업자(음성변조) : "(김영란법이)정부 청사 앞이나 그런 데만 좀 효력을 발휘한 거지 서민들이 뭐 점심을 3만 원짜리 먹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다 6천 원 1만 원 미만대인데, 굳이 '김영란법 때문에 그릇장사가 힘들다' 그렇진 않아요."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보완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성영훈(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경제지표와 청탁금지법의 시행과의 어떤 사회과학적인 인과관계, 상관관계가 있느냐 검증 가능한 것인가 그런 부분도 함께 좀 검토를 해봐야 될 필요가 있다' 라고 생각을 하고, 무엇보다 3개월밖에 안됐는데 이 법을 또 개정한다고 하는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따로 있습니다. 법적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제 그런 걱정을 좀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부패와 부정청탁의 질긴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 법.

그러나 법 시행 후 농어민과 자영업자 등 주로 먹고살기 힘든 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중훈(한국행정연구원) : "지금 개정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떤 특정 업종이나 어떤 분야의 어떤 어려움이 가중되는 즉, 매출 감소라든지 이런 부분이 실제로 나타나고 지속이 되는지 이런 부분은 좀 파악을 해서 그게 실질적으로 지속이 되고 또 어떤 부분에 집중이 되고 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시정조치라든지 그런 것들은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행 넉 달째를 맞은 김영란법.

청탁이 어려워지고, 이른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위축으로 특정 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하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