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효과 없는 거점소독시설, 구제역 AI 확산 못 막는다

입력 2017.02.10 (21:18) 수정 2017.0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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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충북과 전북에는 소, 돼지 등 가축 반출 금지 명령이 내려져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전북 무주의 한 농장에서 돼지 12마리를 경남 김해의 도축장으로 보냈다가 적발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입니다.

허술한 방역체계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차량을 소독하는 모습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구제역이나 AI 바이러스가 차량에 묻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길목마다 설치해 놓은 시설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소독이 되는 지 실험을 해 봤더니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닭을 가득 실은 트럭이 소독 시설을 통과합니다.

소독액이 차량에 분사됩니다.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이런 거점소독시설은 모두 280여 곳.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건국대 수의과대와 함께 실험해봤습니다.

깨끗한 슬라이드와 오리 분변이 묻은 슬라이드에 각각 실험용 바이러스를 묻혀 차량에 부착한 후 소독을 해보겠습니다.

모두 12개의 바이러스 슬라이드를 차량 곳곳에 붙인 뒤 시속 10킬로미터 미만의 속도로 소독 시설을 통과했습니다.

슬라이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분변이 묻어있던 슬라이드에는 최소 5%에서 최대 50%의 바이러스가 소독 후에도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깨끗한 표면에 바이러스를 묻혀 둔 슬라이드의 경우, 차량 옆면에서는 바이러스가 대부분 제거됐지만 앞면과 뒷면에는 각각 5%와 10%의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독 시설을 거친 후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뷰> 송창선(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 "분변 속에 바이러스가 있거든요. 그러면 분변이 차 바퀴 같은데 묻어버리면, 그 위에 소독제를 가하게 되면 소독약이 분변 속에 스며들어 가지고, 안에 있는 바이러스까지 다 죽여줘야 되는데, 실상 그러지 못한다는 얘기죠."

어떤 방식으로 소독해야 효과가 있을까?

AI 발생 이후 한번도 피해를 입지 않은 대형 양계 농장입니다.

이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미리 계약된 세차장에 들러 고온 스팀 세차를 해야 합니다.

차량 하부부터 적재함까지 꼼꼼하게 세차가 이뤄집니다.

<인터뷰> 이상배(농장 대표) : "소독하기 전에 세차를 하고 소독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생각을 해서 모든 농장에 출입하는 차량들은 세차 후 소독을 실시하고 난 다음에 출입을 시키고 있습니다."

검역 당국은 차량 소독을 하기 전 세척을 하도록 규정해놨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드뭅니다.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 소독 방식을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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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효과 없는 거점소독시설, 구제역 AI 확산 못 막는다
    • 입력 2017-02-10 21:20:22
    • 수정2017-02-11 1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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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충북과 전북에는 소, 돼지 등 가축 반출 금지 명령이 내려져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전북 무주의 한 농장에서 돼지 12마리를 경남 김해의 도축장으로 보냈다가 적발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입니다. 허술한 방역체계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차량을 소독하는 모습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구제역이나 AI 바이러스가 차량에 묻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길목마다 설치해 놓은 시설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소독이 되는 지 실험을 해 봤더니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닭을 가득 실은 트럭이 소독 시설을 통과합니다. 소독액이 차량에 분사됩니다.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이런 거점소독시설은 모두 280여 곳.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건국대 수의과대와 함께 실험해봤습니다. 깨끗한 슬라이드와 오리 분변이 묻은 슬라이드에 각각 실험용 바이러스를 묻혀 차량에 부착한 후 소독을 해보겠습니다. 모두 12개의 바이러스 슬라이드를 차량 곳곳에 붙인 뒤 시속 10킬로미터 미만의 속도로 소독 시설을 통과했습니다. 슬라이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분변이 묻어있던 슬라이드에는 최소 5%에서 최대 50%의 바이러스가 소독 후에도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깨끗한 표면에 바이러스를 묻혀 둔 슬라이드의 경우, 차량 옆면에서는 바이러스가 대부분 제거됐지만 앞면과 뒷면에는 각각 5%와 10%의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독 시설을 거친 후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뷰> 송창선(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 "분변 속에 바이러스가 있거든요. 그러면 분변이 차 바퀴 같은데 묻어버리면, 그 위에 소독제를 가하게 되면 소독약이 분변 속에 스며들어 가지고, 안에 있는 바이러스까지 다 죽여줘야 되는데, 실상 그러지 못한다는 얘기죠." 어떤 방식으로 소독해야 효과가 있을까? AI 발생 이후 한번도 피해를 입지 않은 대형 양계 농장입니다. 이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미리 계약된 세차장에 들러 고온 스팀 세차를 해야 합니다. 차량 하부부터 적재함까지 꼼꼼하게 세차가 이뤄집니다. <인터뷰> 이상배(농장 대표) : "소독하기 전에 세차를 하고 소독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생각을 해서 모든 농장에 출입하는 차량들은 세차 후 소독을 실시하고 난 다음에 출입을 시키고 있습니다." 검역 당국은 차량 소독을 하기 전 세척을 하도록 규정해놨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드뭅니다.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 소독 방식을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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