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토사구팽 김원홍…김정은식 엘리트 장악법

입력 2017.02.11 (08:08) 수정 2017.02.11 (09: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우리의 국가정보원장 격인 북한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얼마 전 전격 해임됐습니다.

김원홍은 북한 실세들에 대한 숙청을 주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칼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토사구팽’이란 말도 나오는데요.

숙청을 통해 정권 엘리트를 장악해온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김원홍 해임을 계기로 북한 권력층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3월, 북한의 국제 부녀절 기념 음악회.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의 등장에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친다.

김정일 사망 백일도 지나지 않아 공연 실황이 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던 음악회.

이 날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회자의 손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이 사람, 바로 김원홍이었다.

<녹취>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조직국장으로 사업하는 김원홍입니다. (그냥 들여보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본인의 의향은?) 같은 심정입니다."

노래를 한곡 불러달라는 요청에 너스레를 떠는가 싶더니.

<녹취> "(어떤 노래를 부르시겠습니까?) 그건 우리 집사람하고 좀 토론 해봐야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찬양가를 열창한다.

<녹취> 北 찬양가(매혹과 흠모) : “장군님 한분만 믿고 그 품에 심장을 주는 이것이 매혹이런가...”

일흔을 바라보는 노군인의 충정스러운 노래.

객석에선 눈물을 흘리고, 당시 스물여덟 살 김정은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북한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영상.

북한 주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그 전에는 일체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인물 공개가 없었어요. 고조 아무개 무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무슨 누구 대장. 그러면서 대장! 이렇게 했지 그때 처음으로 그 사람이 얼굴이.. 아 저게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이며 이러한 사람인데 나와서 이렇게 막 노래도 부르고. 그런 걸 보고 변해가는 구나. 우리 북한이 진짜 변해가는구나 해서 내심 기뻤어요.”

2년 뒤, 김일성, 김정일 동상 제막식에서 제막사를 읽는 김원홍의 모습.

<녹취> 김원홍(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한 마음, 한 뜻으로 굳게 뭉쳐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나갑시다! ”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위세였다.

<녹취>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 (만세!) 만세! (만세!)”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부터 군부 엘리트 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김원홍.

김정은의 공식 데뷔 무대였던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선 김정은의 바로 옆에 앉아 최측근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후 우리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돼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과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등 고위 간부들의 숙청을 주도하며 ‘숨은 2인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원홍은 어떤 김정은의 권력 장악, 후계 승계 과정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리재강 사망 이후에도 최근까지 김정은을 보좌했던 가장 뭐 최측근 인사라고 봐도 무방한 인물입니다. 북한 내부에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김원홍은 김정은을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그러나 김원홍은 지난 달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한 이후 돌연 모습을 감췄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된 사실이 이달 초 확인됐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3일) : “표면적으로는 보위성이 조사 과정에서 자행한 고문 등 인권유린과 함께 월권과 부정부패 등이 원인인 것으로…"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결국은 정권 안정화 차원에서, 장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고요. 이제 권력이 확장이 됐고 그다음에 내부에 자기 세력을 꾸리고 그다음에 취조나 고문 이런 것들 과정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또 민심 이반을 달래고 이제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도 숙청, 아니 정리했다고 볼 수 있죠. ”

권력 장악을 위한 김정은의 엘리트 숙청은 집권 이후 끊임없이 계속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하던 일곱 명의 당시 최고 실세들.

김정일이 김정은의 후견체제로 직접 임명한 엘리트들이었지만, 김정은 바로 뒤에 섰던 장성택과,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해 운구차 왼편을 지켰던 4명 모두 차례로 숙청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일 운구차를 옆에서 따라갔던 사람들 중에 군복을 입었던 사람들, 보안기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안보이죠. 아마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 김정일이 물려준 그런 인적 자산도 믿을 수 없다. 그다음에 다 고령이거든요. 해서 자기가 편한 사람들, 자기가 손때 묻은 사람들로서 지금 교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

제 손으로 임명한 사람들조차 수없이 갈아 치웠다.

김정은 집권 후 처음 열린 2012년 4차 당대표자회.

김정은은 최룡해와 장성택, 김원홍 등 18명을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한다.

그러나 4년 뒤인 지난해 제 7차 노동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직을 유지한 인물은 이 가운데 불과 일곱 명.

여기에 김원홍까지 해임되면서 여섯으로 줄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의 정권은 스탈린식 개인 절대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포정치가 필수적입니다. 간부들이 무조건 충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라든가 권위를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처형을 하거나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공포 정치는 뭐 김정은 정권 하에서뿐만 아니라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 하에서도 뭐 북한 내부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속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일성은 6.25 전쟁 중 소련의 후원을 받던 허가이를 제거하고 남로당 출신의 박헌영을 간첩죄로 몰아 숙청했다.

김정일도 피의 숙청을 답습했다.

1997년 서관히 농업담당비서를 공개 처형하는 등 3년간 2만명 이상을 숙청한 ‘심화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관참시’도 서슴지 않았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애국 열사릉 이런 데에 이렇게 안치되어 있던 사람들도 몽땅 꺼내서 또 기관단총으로 그 시체를 또 쐈거든요. 그걸 마대 같은 데다 둘둘 말아서 버렸어요.”

하지만 김정은 시대의 숙청은 이전보다 더욱 집요하고 잔인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대단히 충격이었죠. 진짜 충격이었어요. 누구도 상상 못하는 일이었어요. 뭐 김부자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자기 그 직계를 처형하는 일은 그것도 뭐 진짜 공개적으로 이렇게 처형하는 일은.. 드문 일이거든요. 없어요. 전대미문... 없는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야... 고모부까지 저렇게 죽이는데 우리는? 우리는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되겠냐. 한 동안 너무 두려워서 막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자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녹취> 김정은(2017년 신년사) :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같은 발언은 체제 엘리트층을 향한 칼을 품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도자의 자책하는 모습을 통해 간부들의 자아비판을 유도하고 대대적 숙청과 물갈이를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첫 번째 타깃이 바로 김정은의 칼날 역할을 하던 김원홍이었다.

이러다 보니 북한 엘리트층에서는 너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에서도 얘기하죠. 뭐 김부자, 김씨 일가는 태양이 맞다.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 그러니까 중간 정도가 좋다는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고요. 결국은 엘리트 계층에서도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으려는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한편에선 김원홍이 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복권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경우 네 번이나 계급이 오르내렸고, 최룡해 역시 해임과 좌천을 겪었지만 다시 고위 간부로 복귀했다.

리영호가 군부, 장성택은 행정부를 위시한 엘리트 층 전반, 김원홍은 공안기구를 기반으로 세력화 양상을 보인 것이 김정은의 숙청을 불렀다는 해석도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원래 도전 세력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도전 세력입니다. 그래서 권력의 일종의 속성일 수도 있죠. 2인자를 허용을 안 하죠. 해서 2인자부터 손을 대고요...”

지난해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역시이러한 숙청이 북한 체제를 유지시켜 온 통치 수단인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뷰>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어느 한 때도 숙청이 중단된 적이 없습니다. 불순분자, 이물질은 밖으로, 수용소라든가 처형이든 숙청이든 바깥으로 부단히 배출하는 과정 통해서 북한 체제는 존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김정은식 숙청은 이미 고위급 간부들의 잇단 탈북에서 드러났듯 체제 균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파워 엘리트들을 감시하는 데 김원홍이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원홍의 해임은 북한 간부들 사이에도 상당히 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김정은의 간부 장악력 약화하고도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 당장은 김정은에 게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봐서는 북한체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공포정치를 통한 김정은의 엘리트 길들이기는 올해 벽두에도 김원홍 해임을 통해 재확인됐다.

유일독재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최고 엘리트층마저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게 2017년 북한의 권력 현실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토사구팽 김원홍…김정은식 엘리트 장악법
    • 입력 2017-02-11 08:44:43
    • 수정2017-02-11 09:00:4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우리의 국가정보원장 격인 북한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얼마 전 전격 해임됐습니다.

김원홍은 북한 실세들에 대한 숙청을 주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칼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토사구팽’이란 말도 나오는데요.

숙청을 통해 정권 엘리트를 장악해온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김원홍 해임을 계기로 북한 권력층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3월, 북한의 국제 부녀절 기념 음악회.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의 등장에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친다.

김정일 사망 백일도 지나지 않아 공연 실황이 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던 음악회.

이 날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회자의 손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이 사람, 바로 김원홍이었다.

<녹취>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조직국장으로 사업하는 김원홍입니다. (그냥 들여보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본인의 의향은?) 같은 심정입니다."

노래를 한곡 불러달라는 요청에 너스레를 떠는가 싶더니.

<녹취> "(어떤 노래를 부르시겠습니까?) 그건 우리 집사람하고 좀 토론 해봐야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찬양가를 열창한다.

<녹취> 北 찬양가(매혹과 흠모) : “장군님 한분만 믿고 그 품에 심장을 주는 이것이 매혹이런가...”

일흔을 바라보는 노군인의 충정스러운 노래.

객석에선 눈물을 흘리고, 당시 스물여덟 살 김정은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북한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영상.

북한 주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그 전에는 일체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인물 공개가 없었어요. 고조 아무개 무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무슨 누구 대장. 그러면서 대장! 이렇게 했지 그때 처음으로 그 사람이 얼굴이.. 아 저게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이며 이러한 사람인데 나와서 이렇게 막 노래도 부르고. 그런 걸 보고 변해가는 구나. 우리 북한이 진짜 변해가는구나 해서 내심 기뻤어요.”

2년 뒤, 김일성, 김정일 동상 제막식에서 제막사를 읽는 김원홍의 모습.

<녹취> 김원홍(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한 마음, 한 뜻으로 굳게 뭉쳐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나갑시다! ”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위세였다.

<녹취>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 (만세!) 만세! (만세!)”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부터 군부 엘리트 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김원홍.

김정은의 공식 데뷔 무대였던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선 김정은의 바로 옆에 앉아 최측근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후 우리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돼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과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등 고위 간부들의 숙청을 주도하며 ‘숨은 2인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원홍은 어떤 김정은의 권력 장악, 후계 승계 과정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리재강 사망 이후에도 최근까지 김정은을 보좌했던 가장 뭐 최측근 인사라고 봐도 무방한 인물입니다. 북한 내부에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김원홍은 김정은을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그러나 김원홍은 지난 달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한 이후 돌연 모습을 감췄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된 사실이 이달 초 확인됐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3일) : “표면적으로는 보위성이 조사 과정에서 자행한 고문 등 인권유린과 함께 월권과 부정부패 등이 원인인 것으로…"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결국은 정권 안정화 차원에서, 장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고요. 이제 권력이 확장이 됐고 그다음에 내부에 자기 세력을 꾸리고 그다음에 취조나 고문 이런 것들 과정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또 민심 이반을 달래고 이제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도 숙청, 아니 정리했다고 볼 수 있죠. ”

권력 장악을 위한 김정은의 엘리트 숙청은 집권 이후 끊임없이 계속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하던 일곱 명의 당시 최고 실세들.

김정일이 김정은의 후견체제로 직접 임명한 엘리트들이었지만, 김정은 바로 뒤에 섰던 장성택과,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해 운구차 왼편을 지켰던 4명 모두 차례로 숙청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일 운구차를 옆에서 따라갔던 사람들 중에 군복을 입었던 사람들, 보안기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안보이죠. 아마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 김정일이 물려준 그런 인적 자산도 믿을 수 없다. 그다음에 다 고령이거든요. 해서 자기가 편한 사람들, 자기가 손때 묻은 사람들로서 지금 교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

제 손으로 임명한 사람들조차 수없이 갈아 치웠다.

김정은 집권 후 처음 열린 2012년 4차 당대표자회.

김정은은 최룡해와 장성택, 김원홍 등 18명을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한다.

그러나 4년 뒤인 지난해 제 7차 노동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직을 유지한 인물은 이 가운데 불과 일곱 명.

여기에 김원홍까지 해임되면서 여섯으로 줄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의 정권은 스탈린식 개인 절대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포정치가 필수적입니다. 간부들이 무조건 충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라든가 권위를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처형을 하거나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공포 정치는 뭐 김정은 정권 하에서뿐만 아니라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 하에서도 뭐 북한 내부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속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일성은 6.25 전쟁 중 소련의 후원을 받던 허가이를 제거하고 남로당 출신의 박헌영을 간첩죄로 몰아 숙청했다.

김정일도 피의 숙청을 답습했다.

1997년 서관히 농업담당비서를 공개 처형하는 등 3년간 2만명 이상을 숙청한 ‘심화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관참시’도 서슴지 않았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애국 열사릉 이런 데에 이렇게 안치되어 있던 사람들도 몽땅 꺼내서 또 기관단총으로 그 시체를 또 쐈거든요. 그걸 마대 같은 데다 둘둘 말아서 버렸어요.”

하지만 김정은 시대의 숙청은 이전보다 더욱 집요하고 잔인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대단히 충격이었죠. 진짜 충격이었어요. 누구도 상상 못하는 일이었어요. 뭐 김부자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자기 그 직계를 처형하는 일은 그것도 뭐 진짜 공개적으로 이렇게 처형하는 일은.. 드문 일이거든요. 없어요. 전대미문... 없는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야... 고모부까지 저렇게 죽이는데 우리는? 우리는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되겠냐. 한 동안 너무 두려워서 막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자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녹취> 김정은(2017년 신년사) :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같은 발언은 체제 엘리트층을 향한 칼을 품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도자의 자책하는 모습을 통해 간부들의 자아비판을 유도하고 대대적 숙청과 물갈이를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첫 번째 타깃이 바로 김정은의 칼날 역할을 하던 김원홍이었다.

이러다 보니 북한 엘리트층에서는 너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에서도 얘기하죠. 뭐 김부자, 김씨 일가는 태양이 맞다.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 그러니까 중간 정도가 좋다는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고요. 결국은 엘리트 계층에서도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으려는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한편에선 김원홍이 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복권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경우 네 번이나 계급이 오르내렸고, 최룡해 역시 해임과 좌천을 겪었지만 다시 고위 간부로 복귀했다.

리영호가 군부, 장성택은 행정부를 위시한 엘리트 층 전반, 김원홍은 공안기구를 기반으로 세력화 양상을 보인 것이 김정은의 숙청을 불렀다는 해석도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원래 도전 세력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도전 세력입니다. 그래서 권력의 일종의 속성일 수도 있죠. 2인자를 허용을 안 하죠. 해서 2인자부터 손을 대고요...”

지난해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역시이러한 숙청이 북한 체제를 유지시켜 온 통치 수단인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뷰>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어느 한 때도 숙청이 중단된 적이 없습니다. 불순분자, 이물질은 밖으로, 수용소라든가 처형이든 숙청이든 바깥으로 부단히 배출하는 과정 통해서 북한 체제는 존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김정은식 숙청은 이미 고위급 간부들의 잇단 탈북에서 드러났듯 체제 균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파워 엘리트들을 감시하는 데 김원홍이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원홍의 해임은 북한 간부들 사이에도 상당히 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김정은의 간부 장악력 약화하고도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 당장은 김정은에 게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봐서는 북한체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공포정치를 통한 김정은의 엘리트 길들이기는 올해 벽두에도 김원홍 해임을 통해 재확인됐다.

유일독재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최고 엘리트층마저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게 2017년 북한의 권력 현실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