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귀환 백두산호랑이의 ‘비극’

입력 2017.02.12 (22:54) 수정 2017.02.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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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호랑이 가운데 가장 크고 용맹한 종으로 꼽히는 백두산호랑이.

하지만 지금은 수백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한데요,

이 백두산 호랑이 2마리가 오래전의 터전이던 백두대간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조금 더 옛 모습에 가깝게 백두대간의 숲에서 살게 된 호랑이들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2005년 중국에서 태어난 12살 백두산호랑이 금강이.

사람으로 치면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

사육사가 닭고기로 유인을 해보지만 조금은 심드렁한 모습입니다.

<녹취> "이리 와 봐. 별로? 소고기 좀 줘볼까?"

바로 옆 우리에서 힘차게 달려드는 4살배기 어린 호랑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녹취> "어이구야, 발이 거기까지 나오나?"

금강이가 머무는 사육장에서 작업이 시작됩니다.

오래된 자물쇠는 절단기로 잘라냅니다.

<녹취> 문진호(사육사) : "(그럼 이 문은 금강이 오고 처음 열리는 건가요?) 네. 금강이 온 뒤로 처음입니다. 나가는 문. (2011년?) 네, 2011년."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지난 2011년 산림청이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금강이.

경북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에 호랑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임시로 머물던 동물원을 떠나게 된 겁니다.

이주 이틀 전 마지막 식사 시간.

먹이를 받은 금강이가 심드렁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는 달리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주를 위한 준비 작업에 신경이 예민해진 겁니다.

<인터뷰> 문진호(사육사) : "아무래도 상자 설치 소리, 주위에 어떤 물건 이런 것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지금 신경이 좀 많이 날카로워져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꼬리 빳빳하게 들고 있는 거 봐요. 화가 많이 났어요."

이주 당일, 금강이 사육장에 이동용 상자가 설치되고, 마취제를 맞고 잠든 금강이가 사육사들에게 이끌려 상자로 옮겨집니다.

상자가 무진동 트럭에 실리고, 마취에서 갓 깨어난 금강이가 동물원을 떠날 채비를 마칩니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서 또 다른 호랑이 두만이가 이주를 준비합니다.

두만이는 2005년 한중 정상회담 이후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이 선물한 백두산호랑이입니다.

<녹취>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두만아."

두만이 역시 마취제를 맞고 트럭으로 옮겨진 뒤 마취가 깨길 기다립니다.

마취간 된 상태로 이동하면 이동 중에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 정도면 출발해도 될 것 같아요. 오케이. "

대전과 포천을 출발한 트럭.

경북 봉화까지는 각각 250㎞가 넘는 먼 길입니다.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시속 80km 정도로 속도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5시간여를 달려 백두대간에 도착합니다.

오래전 한국호랑이가 살았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나무들 사이 흰 눈으로 덮인 곳이 축구장 5개 넓이의 야외 방사장이 마련된 백두산호랑이들의 새 보금자리입니다.

호랑이를 실은 상자가 새 사육장에 도착하고, 상자 문이 열리자 금강이가 이내 사육장으로 들어섭니다.

새로운 공간이 낯선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금강이.

조심스레 새집을 살펴보는 두만이도 먼 여행을 잘 견뎌낸 듯합니다.

<인터뷰> 김규태(수의사) : "생각보다 잘 버텨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괜찮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금강이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금강이는 먹이를 보고도 냄새만 맡을 뿐 그냥 지나칩니다.

매일 5kg을 먹던 금강이가 일주일이 넘도록 거의 먹이를 먹지 않은 겁니다.

이주 9일째였던 지난 3일, 결국 금강이는 쓰러졌습니다.

피를 토한 채 숨을 거둔 금강이.

<인터뷰> 황근연(산림청 연구사) : "물 먹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가 사람이 갔을 때 거의 움직이질 않았어요. 미동을 안 했었어요. 우리 두만이 같은 경우는 계속 왔다 갔다 운동을 하는데......"

그런데 놀랍게도 신장 기능이 망가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녹취> 정규식(부검의/경북대 수의대 교수) : "신장이 어느 정도 출혈도 있고 만성적인 신부전 증상이 있습니다. 신장이 어느 정도 20~30%만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행동학적으로 발견하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이주하기 전 건강해 보였던 금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안 금강이는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었습니다.

<녹취>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만성 신부전 같은 경우에는 일단 증상이 체중이 빠지고 그리고 일단 식욕이 없습니다. 그러한 만성 신부전에 해당하는 증상 자체가 동물원 사육 기간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산림청에서 파견된 사육사도 금강이와 함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만약 증상이 있었다면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육안으로 행동 관찰만 있었을뿐 평소 정밀 건강 검진은 없었습니다.

백두대간으로 장거리 이주를 앞두고도 특별한 사전 검사는 없었습니다.

산림청과 동물원 모두 검사에 필요한 마취가 동물에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검사를 안 한 겁니다.

<녹취> "혈액 채취 했어?"

이주 당일, 금강이에게서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이 혈액에서도 이미 신부전 증상이 감지됐지만 결과는 백두대간에 도착 후에야 나왔습니다.

결국 병을 앓고 있던 금강이가 이송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자극으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금강이의 죽음을 계기로 산림청은 앞으로 호랑이 이주에 앞서 정밀 검진을 하겠다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습니다.

<녹취> 정규식(부검의/경북대 수의대 교수) : "행동학적으로 인지가 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포획해서 혈액학적, 외부의 엑스레이라든가 꾸준하게 질병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해야되지 않나......"

금강이는 냉동고에 보관된 채 박제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이미 박제된 호랑이가 전시돼 있습니다.

금강이의 짝이었다가 병에 걸려 2년 전 먼저 죽은 암컷 금송이입니다.

6년 전 중국에서 같이 들어온 호랑이 부부가 이제 박제가 돼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금강이와 금송이보다 앞서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야생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1년 경주에서 잡힌 호랑이의 사진.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 호랑이 사냥이 유행했던 일제 강점기, 마지막으로 찍힌 한국 호랑이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대 교수) :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사람도 복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고 그러다보니까 인구가 점점 늘어나게 됨에 따라서 이제 호랑이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결국 일제시대 때 멸절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죠."

현재 백두산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에 남아있는 야생 호랑이는 5백여 마리,

이 호랑이들이 백두산호랑이로 불렸던 우리 호랑이와 같은 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대 교수) : "한국에 살았던 호랑이의 뼈와 가죽을 찾아서 그 DNA를 추출해서 지금 러시아에 살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하고 비교를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완벽하게 일치하는 걸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동물원 5곳에서 50여 마리의 백두산호랑이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해외 동물원에서 도입됐거나 우리나라에서 교배된 호랑이들입니다.

하지만, 금강이를 비롯해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호랑이들은 부모의 혈통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금강이가 죽은 뒤 홀로 남은 두만이.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입맛을 되찾았고 활동량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민경록(사육사) : "처음 왔을 때 마취하고 이동 스트레스때문에 (먹이를) 좀 적게 줬는데 지금 이제 정상치로 다시 올라와서 활동량, 배변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열흘 넘게 실내 사육장에서 안정을 취하던 두만이가 처음 야외 사육장으로 나왔습니다.

낯선 사육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듯하더니, 이내 취재진에게 공격성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황근연(산림청 연구사) : "(경계도 하고 으르렁거리기도 하던데 다 건강한 증거라고 볼 수 있나요?) 그렇죠. 저렇게 으르렁댄다는 것은 벌써 자기 본성을 드러낸다. 그만큼 건강하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죠."

건강하긴 해도 두만이의 나이는 16살.

20년 안팎인 호랑이 수명을 감안하면 벌써 노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산림청은 금강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새로운 백두산 호랑이 3마리를 들여올 계획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고향땅에서 절명한 백두산 호랑이의 기구한 운명.

한 번 포효하면 산천초목도 벌벌 떨게하는 숲속의 제왕 백두산호랑이가 언제쯤 번식에 성공해 백두대간을 호령하는 날이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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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만의 귀환 백두산호랑이의 ‘비극’
    • 입력 2017-02-12 23:01:43
    • 수정2017-02-26 22:35:48
    취재파일K
<오프닝> 호랑이 가운데 가장 크고 용맹한 종으로 꼽히는 백두산호랑이. 하지만 지금은 수백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한데요, 이 백두산 호랑이 2마리가 오래전의 터전이던 백두대간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조금 더 옛 모습에 가깝게 백두대간의 숲에서 살게 된 호랑이들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2005년 중국에서 태어난 12살 백두산호랑이 금강이. 사람으로 치면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 사육사가 닭고기로 유인을 해보지만 조금은 심드렁한 모습입니다. <녹취> "이리 와 봐. 별로? 소고기 좀 줘볼까?" 바로 옆 우리에서 힘차게 달려드는 4살배기 어린 호랑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녹취> "어이구야, 발이 거기까지 나오나?" 금강이가 머무는 사육장에서 작업이 시작됩니다. 오래된 자물쇠는 절단기로 잘라냅니다. <녹취> 문진호(사육사) : "(그럼 이 문은 금강이 오고 처음 열리는 건가요?) 네. 금강이 온 뒤로 처음입니다. 나가는 문. (2011년?) 네, 2011년."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지난 2011년 산림청이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금강이. 경북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에 호랑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임시로 머물던 동물원을 떠나게 된 겁니다. 이주 이틀 전 마지막 식사 시간. 먹이를 받은 금강이가 심드렁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는 달리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주를 위한 준비 작업에 신경이 예민해진 겁니다. <인터뷰> 문진호(사육사) : "아무래도 상자 설치 소리, 주위에 어떤 물건 이런 것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지금 신경이 좀 많이 날카로워져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꼬리 빳빳하게 들고 있는 거 봐요. 화가 많이 났어요." 이주 당일, 금강이 사육장에 이동용 상자가 설치되고, 마취제를 맞고 잠든 금강이가 사육사들에게 이끌려 상자로 옮겨집니다. 상자가 무진동 트럭에 실리고, 마취에서 갓 깨어난 금강이가 동물원을 떠날 채비를 마칩니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서 또 다른 호랑이 두만이가 이주를 준비합니다. 두만이는 2005년 한중 정상회담 이후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이 선물한 백두산호랑이입니다. <녹취>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두만아." 두만이 역시 마취제를 맞고 트럭으로 옮겨진 뒤 마취가 깨길 기다립니다. 마취간 된 상태로 이동하면 이동 중에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 정도면 출발해도 될 것 같아요. 오케이. " 대전과 포천을 출발한 트럭. 경북 봉화까지는 각각 250㎞가 넘는 먼 길입니다.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시속 80km 정도로 속도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5시간여를 달려 백두대간에 도착합니다. 오래전 한국호랑이가 살았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나무들 사이 흰 눈으로 덮인 곳이 축구장 5개 넓이의 야외 방사장이 마련된 백두산호랑이들의 새 보금자리입니다. 호랑이를 실은 상자가 새 사육장에 도착하고, 상자 문이 열리자 금강이가 이내 사육장으로 들어섭니다. 새로운 공간이 낯선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금강이. 조심스레 새집을 살펴보는 두만이도 먼 여행을 잘 견뎌낸 듯합니다. <인터뷰> 김규태(수의사) : "생각보다 잘 버텨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괜찮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금강이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금강이는 먹이를 보고도 냄새만 맡을 뿐 그냥 지나칩니다. 매일 5kg을 먹던 금강이가 일주일이 넘도록 거의 먹이를 먹지 않은 겁니다. 이주 9일째였던 지난 3일, 결국 금강이는 쓰러졌습니다. 피를 토한 채 숨을 거둔 금강이. <인터뷰> 황근연(산림청 연구사) : "물 먹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가 사람이 갔을 때 거의 움직이질 않았어요. 미동을 안 했었어요. 우리 두만이 같은 경우는 계속 왔다 갔다 운동을 하는데......" 그런데 놀랍게도 신장 기능이 망가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녹취> 정규식(부검의/경북대 수의대 교수) : "신장이 어느 정도 출혈도 있고 만성적인 신부전 증상이 있습니다. 신장이 어느 정도 20~30%만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행동학적으로 발견하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이주하기 전 건강해 보였던 금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안 금강이는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었습니다. <녹취>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만성 신부전 같은 경우에는 일단 증상이 체중이 빠지고 그리고 일단 식욕이 없습니다. 그러한 만성 신부전에 해당하는 증상 자체가 동물원 사육 기간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산림청에서 파견된 사육사도 금강이와 함께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만약 증상이 있었다면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육안으로 행동 관찰만 있었을뿐 평소 정밀 건강 검진은 없었습니다. 백두대간으로 장거리 이주를 앞두고도 특별한 사전 검사는 없었습니다. 산림청과 동물원 모두 검사에 필요한 마취가 동물에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검사를 안 한 겁니다. <녹취> "혈액 채취 했어?" 이주 당일, 금강이에게서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이 혈액에서도 이미 신부전 증상이 감지됐지만 결과는 백두대간에 도착 후에야 나왔습니다. 결국 병을 앓고 있던 금강이가 이송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자극으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금강이의 죽음을 계기로 산림청은 앞으로 호랑이 이주에 앞서 정밀 검진을 하겠다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습니다. <녹취> 정규식(부검의/경북대 수의대 교수) : "행동학적으로 인지가 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포획해서 혈액학적, 외부의 엑스레이라든가 꾸준하게 질병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해야되지 않나......" 금강이는 냉동고에 보관된 채 박제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이미 박제된 호랑이가 전시돼 있습니다. 금강이의 짝이었다가 병에 걸려 2년 전 먼저 죽은 암컷 금송이입니다. 6년 전 중국에서 같이 들어온 호랑이 부부가 이제 박제가 돼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금강이와 금송이보다 앞서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야생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1년 경주에서 잡힌 호랑이의 사진.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 호랑이 사냥이 유행했던 일제 강점기, 마지막으로 찍힌 한국 호랑이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대 교수) :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사람도 복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고 그러다보니까 인구가 점점 늘어나게 됨에 따라서 이제 호랑이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결국 일제시대 때 멸절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죠." 현재 백두산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에 남아있는 야생 호랑이는 5백여 마리, 이 호랑이들이 백두산호랑이로 불렸던 우리 호랑이와 같은 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대 교수) : "한국에 살았던 호랑이의 뼈와 가죽을 찾아서 그 DNA를 추출해서 지금 러시아에 살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하고 비교를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완벽하게 일치하는 걸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동물원 5곳에서 50여 마리의 백두산호랑이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해외 동물원에서 도입됐거나 우리나라에서 교배된 호랑이들입니다. 하지만, 금강이를 비롯해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호랑이들은 부모의 혈통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금강이가 죽은 뒤 홀로 남은 두만이.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입맛을 되찾았고 활동량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민경록(사육사) : "처음 왔을 때 마취하고 이동 스트레스때문에 (먹이를) 좀 적게 줬는데 지금 이제 정상치로 다시 올라와서 활동량, 배변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열흘 넘게 실내 사육장에서 안정을 취하던 두만이가 처음 야외 사육장으로 나왔습니다. 낯선 사육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듯하더니, 이내 취재진에게 공격성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황근연(산림청 연구사) : "(경계도 하고 으르렁거리기도 하던데 다 건강한 증거라고 볼 수 있나요?) 그렇죠. 저렇게 으르렁댄다는 것은 벌써 자기 본성을 드러낸다. 그만큼 건강하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죠." 건강하긴 해도 두만이의 나이는 16살. 20년 안팎인 호랑이 수명을 감안하면 벌써 노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산림청은 금강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새로운 백두산 호랑이 3마리를 들여올 계획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고향땅에서 절명한 백두산 호랑이의 기구한 운명. 한 번 포효하면 산천초목도 벌벌 떨게하는 숲속의 제왕 백두산호랑이가 언제쯤 번식에 성공해 백두대간을 호령하는 날이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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