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장비에 치인 가장…회사는 사고 은폐?

입력 2017.02.23 (08:33) 수정 2017.0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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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한 가족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버지이자 남편인 50대 가장이 회사에서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겁니다.

회사 사람들은 아내에게 남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평소 지병이 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의식을 되찾은 남편의 말은 달랐습니다.

작업 도중 중장비에 치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회사 CCTV 영상에는 남편이 중장비에 치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중장비 운전기사는 무면허 상태였는데요.

가족들은 회사가 사고를 은폐하려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고가 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52살, 지 모 씨는 여전히 병원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지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오른쪽에 마비가 왔다고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아빠가 혼자 숨을 못 쉬어서 목에 이렇게 절개를 하고 호흡기를 달고 계세요.”

재활 운동을 시작하고 싶지만 호흡이 불안정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구리시 쓰레기 소각장에서 일하는 지 씨에게 비극이 벌어진건 지난해 12월 30일.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아들이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왜 그러냐 했더니 아빠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회사에서 금 위독하다고 한다. 엄마도 빨리 와라.”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 지 씨의 아내.

출근할 때만 해도 건강했던 남편은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몸이 많이 아프면 이렇게 발버둥 치잖아요. 너무 괴로워서 몸을 막 들들 틀었어요.”

지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가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맥박이 돌아와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

병원에 함께 온 회사 관계자들은 지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회사 사람들이 저한테 반복해서 물어봤어요. “지병이 평소에 있었냐?” 그러면서 “점심을 안 먹어서 우리가 늘 염려했었다.””

가족이 알던 지 씨는 일 년에 한두 번 감기에 걸릴 뿐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기에 뭔가 이상하다 여겼지만 가족들은 동료들의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다음 날 의사에게 조금 다른 말을 듣게 된 겁니다.

<녹취> 사건 당시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추손상도 있었고, 늑골골절이 있었고, 콩팥 손상이 동반돼 있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이게 높은 데서 떨어지든지 아니면 어떤 외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 정도 손상이 생기지 않거든요.”

당시 의사는 지 씨가 상당한 외부 충격을 받았을 거로 판단했던 겁니다.

회사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

게다가 사건 발생 4일 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남편이 의식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막 흔들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눈을 뜨더라고요.”

의식을 차린 남편은 자신이 쓰러진 날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빠 그날 어떻게 사고 났는지 기억나요?”

<녹취> 지00(피해자) : “기억나”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빠 그날 그냥 쓰러진 거야?”

<녹취> 지00(피해자) : “아니”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니지 스키드로더? 그게 아빠 쳤지? 맞지?”

<녹취> 지00(피해자) : “응”

그냥 쓰러진 게 아니라 작업 현장에서 중장비에 치였다는 지 씨의 말.

지 씨의 가족들은 경찰과 함께 지 씨가 일하던 쓰레기 소각장을 방문했고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사건 당일 이미 CCTV 영상을 확인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그런데! 쓰레기를 옮기는 중장비가 갑자기 후진하더니 뒤에 있는 남자가 쓰러지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이를 보고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 둘 달려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경찰이 “보니까 지금 차에 부딪혔네요.” 그랬더니 (회사) 팀장이 하는 말이 “우리는 산재 처리를 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몰랐다.””

CCTV 영상을 확인했다던 관계자들은 화질이 좋지 않아 사고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산재 처리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사측은 정말 사고 사실을 몰랐던 걸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건 직후, 119에 신고한 동료의 통화 내용.

<녹취> 사고 당시 119 신고내용(음성변조) : “사고가 났습니다. 자동차에 여기, 여기 사람이 차에 치였거든요. (사람이 차에 치인 건가요?) 네네 빨리 좀 와주세요.”

분명 차에 치였다고 신고한 겁니다.

지 모 씨 가족들은 회사가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장비에 치인 걸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쓰레기 소각장 관계자(음성변조) :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얘기했죠. 이게 은폐하고 이럴 일이 아니잖아요. (사고로 의심은 전혀 안 하신 거예요?) 우리는 전혀 몰랐죠.”

그렇다면 119 신고 내용은 어떻게 된 걸까?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다급한 마음에 “차로 인해서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한 마음에 무조건 그렇게 신고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지 씨가 중장비 근처에 쓰러져 있어 치였다고 생각했을 뿐 사고 순간을 목격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없었기에 지 씨는 그저 갑자기 쓰러진 사람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동료 직원은 회사가 처음부터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직장 동료(음성변조) : “(운전자가) 팀장한테 가서 이실직고했어요. 처음에 가서 사고 났다고(한 거죠.) 사고 난 날. 근데 쉬쉬한 거지. 팀장은 알았다고.”

게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는 경찰 조사 결과 중장비 면허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회사관계자A(음성변조) : “5톤 이하는 1종 자동차 면허증만 있으면 사내에서 쓰는 거로 알고 있었어요. 스키드로더는 별도의 조종사 교육이 있어요. 그거를 우리가 안 받은 거예요.”

해당 중장비를 몰려면 1종 운전면허 보유자가 18시간의 의무 교육을 이수해 별도의 면허를 취득해만 하는데 무면허 직원을 현장에 투입한 겁니다.

건강했던 가장이 하루아침에 오른쪽 몸이 마비된 채 누워있는 상태.

만약 처음 119에 신고했던 내용 그대로 병원에 전달됐다면 어땠을까?

<녹취> 사고 당시 병원관계자(음성변조) : “처음부터 외력에 의한 게 확실했으면 관련 검사가 더 진행됐겠죠.”

<녹취> 정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우리 신랑이 골든타임을 놓쳐서 이렇게 장애가 왔잖아요. 그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경찰은 중장비 운전자를 입건하고 회사 측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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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중장비에 치인 가장…회사는 사고 은폐?
    • 입력 2017-02-23 08:35:39
    • 수정2017-02-23 09: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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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해 12월 한 가족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버지이자 남편인 50대 가장이 회사에서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겁니다.

회사 사람들은 아내에게 남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평소 지병이 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의식을 되찾은 남편의 말은 달랐습니다.

작업 도중 중장비에 치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회사 CCTV 영상에는 남편이 중장비에 치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중장비 운전기사는 무면허 상태였는데요.

가족들은 회사가 사고를 은폐하려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고가 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52살, 지 모 씨는 여전히 병원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지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오른쪽에 마비가 왔다고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아빠가 혼자 숨을 못 쉬어서 목에 이렇게 절개를 하고 호흡기를 달고 계세요.”

재활 운동을 시작하고 싶지만 호흡이 불안정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구리시 쓰레기 소각장에서 일하는 지 씨에게 비극이 벌어진건 지난해 12월 30일.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아들이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왜 그러냐 했더니 아빠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회사에서 금 위독하다고 한다. 엄마도 빨리 와라.”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 지 씨의 아내.

출근할 때만 해도 건강했던 남편은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몸이 많이 아프면 이렇게 발버둥 치잖아요. 너무 괴로워서 몸을 막 들들 틀었어요.”

지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가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맥박이 돌아와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

병원에 함께 온 회사 관계자들은 지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회사 사람들이 저한테 반복해서 물어봤어요. “지병이 평소에 있었냐?” 그러면서 “점심을 안 먹어서 우리가 늘 염려했었다.””

가족이 알던 지 씨는 일 년에 한두 번 감기에 걸릴 뿐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기에 뭔가 이상하다 여겼지만 가족들은 동료들의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다음 날 의사에게 조금 다른 말을 듣게 된 겁니다.

<녹취> 사건 당시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추손상도 있었고, 늑골골절이 있었고, 콩팥 손상이 동반돼 있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이게 높은 데서 떨어지든지 아니면 어떤 외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 정도 손상이 생기지 않거든요.”

당시 의사는 지 씨가 상당한 외부 충격을 받았을 거로 판단했던 겁니다.

회사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

게다가 사건 발생 4일 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남편이 의식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막 흔들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눈을 뜨더라고요.”

의식을 차린 남편은 자신이 쓰러진 날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빠 그날 어떻게 사고 났는지 기억나요?”

<녹취> 지00(피해자) : “기억나”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빠 그날 그냥 쓰러진 거야?”

<녹취> 지00(피해자) : “아니”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아니지 스키드로더? 그게 아빠 쳤지? 맞지?”

<녹취> 지00(피해자) : “응”

그냥 쓰러진 게 아니라 작업 현장에서 중장비에 치였다는 지 씨의 말.

지 씨의 가족들은 경찰과 함께 지 씨가 일하던 쓰레기 소각장을 방문했고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요구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사건 당일 이미 CCTV 영상을 확인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그런데! 쓰레기를 옮기는 중장비가 갑자기 후진하더니 뒤에 있는 남자가 쓰러지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이를 보고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 둘 달려옵니다.

<녹취> 장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경찰이 “보니까 지금 차에 부딪혔네요.” 그랬더니 (회사) 팀장이 하는 말이 “우리는 산재 처리를 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몰랐다.””

CCTV 영상을 확인했다던 관계자들은 화질이 좋지 않아 사고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산재 처리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사측은 정말 사고 사실을 몰랐던 걸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건 직후, 119에 신고한 동료의 통화 내용.

<녹취> 사고 당시 119 신고내용(음성변조) : “사고가 났습니다. 자동차에 여기, 여기 사람이 차에 치였거든요. (사람이 차에 치인 건가요?) 네네 빨리 좀 와주세요.”

분명 차에 치였다고 신고한 겁니다.

지 모 씨 가족들은 회사가 사고를 은폐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장비에 치인 걸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쓰레기 소각장 관계자(음성변조) :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얘기했죠. 이게 은폐하고 이럴 일이 아니잖아요. (사고로 의심은 전혀 안 하신 거예요?) 우리는 전혀 몰랐죠.”

그렇다면 119 신고 내용은 어떻게 된 걸까?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다급한 마음에 “차로 인해서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한 마음에 무조건 그렇게 신고를 했다는 거예요.”

당시 지 씨가 중장비 근처에 쓰러져 있어 치였다고 생각했을 뿐 사고 순간을 목격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없었기에 지 씨는 그저 갑자기 쓰러진 사람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동료 직원은 회사가 처음부터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직장 동료(음성변조) : “(운전자가) 팀장한테 가서 이실직고했어요. 처음에 가서 사고 났다고(한 거죠.) 사고 난 날. 근데 쉬쉬한 거지. 팀장은 알았다고.”

게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는 경찰 조사 결과 중장비 면허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회사관계자A(음성변조) : “5톤 이하는 1종 자동차 면허증만 있으면 사내에서 쓰는 거로 알고 있었어요. 스키드로더는 별도의 조종사 교육이 있어요. 그거를 우리가 안 받은 거예요.”

해당 중장비를 몰려면 1종 운전면허 보유자가 18시간의 의무 교육을 이수해 별도의 면허를 취득해만 하는데 무면허 직원을 현장에 투입한 겁니다.

건강했던 가장이 하루아침에 오른쪽 몸이 마비된 채 누워있는 상태.

만약 처음 119에 신고했던 내용 그대로 병원에 전달됐다면 어땠을까?

<녹취> 사고 당시 병원관계자(음성변조) : “처음부터 외력에 의한 게 확실했으면 관련 검사가 더 진행됐겠죠.”

<녹취> 정00(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우리 신랑이 골든타임을 놓쳐서 이렇게 장애가 왔잖아요. 그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경찰은 중장비 운전자를 입건하고 회사 측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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