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종업원 말 한마디에…조폭 집단 난투극

입력 2017.02.24 (08:34) 수정 2017.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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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한 주차장에 모여듭니다.

밤늦은 시각에 나타난 남성들은 저마다 손에 둔기를 들고 있는데요.

잠시 뒤 남성들은 둔기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합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조직 폭력배.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조직이 심야에 모여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겁니다.

현재까지 무려 35명의 조직원이 구속됐는데요.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이런 싸움이 벌어진 이유는 다소 황당합니다.

술집 여종업원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싸움의 도화선이 됐다는데요.

대체 무슨 말이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전주의 한 장례식장.

새벽 5시가 넘은 시각, 장례식장 경비업무를 보던 직원 눈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산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건장한 남성들이 떼 지어 모여든 겁니다.

<녹취> 장례식장 직원(음성변조) : “새벽에 차가 안 들어와야 하는데 차가 막 우르르 들어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보이고 이러니까 좀 이상하다 싶어서…….”

잠시 뒤, 두 눈을 의심할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여 있던 남성들 사이 갑자기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더니 야구방망이에 골프채, 각목까지 휘두르는 패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상대편이 도망가려고 하자 뒤쫓아 와 차량을 마구 부수기까지 하는데요.

CCTV를 통해 이 광경을 본 장례식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장례식장 앞 노상에서 20~30명이 싸우는 거 같다는 112 신고 접수를 받고 (오전) 5시 48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난투극을 벌이던 남성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차량 9대가 현장에 있었는데 3대는 장례식장 맞은편으로 도주하고 있었고 3대는 유리창, 보닛, 뒤에 트렁크 쪽들이 많이 파손된 채로 현장에 있었고 나머지 3대는 시동을 켜 놓은 채 현장에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 싸움에 쓰인 둔기와 파손된 차량만 남아 있었습니다.

타고 온 차량까지 버려둔 채 도망간 수십 명의 남성들은 대체 누구며, 무슨 이유로 싸움을 벌인 걸까?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일반인들 싸움 같진 않았고요. 현장의 상황을 봤을 때 어떤 단순한 싸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투극을 벌인 이들의 정체는 조직폭력배들이었습니다.

전주 지역 양대 폭력조직으로 불리는 O파와 W, 두 개 파 40여 명이 맞붙어 난투극을 벌인 건데요.

싸움 이후 대포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 행각을 벌인 양대 조직원들.

사건 초기 경찰은 현장 CCTV 분석을 통해 26명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난투극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도피한 이들을 추적했고 난투극 발생 석 달 만에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잡아들였습니다.

<녹취> “(너네 방 또 하나는 어디야?) 없는데요. (방 하나에서 여덟 명이서 잤어?) 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W파 조직원들이 원룸에서 여덟 명이 집단 생활을 하면서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습니다. 우리가 그때 원룸을 급습해서 일망타진 한 것입니다.”

양대 조폭간 난투극의 발단은 그날 새벽 2시쯤, W파 조직원이 술을 마시던 한 주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여종업원이 한 마디를 던집니다. ‘요즘에 O파한테 힘으로 밀린다면서?’ 이렇게 하니까 W파가 ‘누가 그랬어, 누구야.’ 전화 걸어 해서…….”

여종업원의 한 마디에 발끈한 W파 조직원은 상대 조직원에게 전화했고 둘의 자존심 다툼은 결국, 난투극으로 번진 겁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너희들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고 했느냐, 그럼 한 번 붙어보자. 이렇게 해서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장소를 정해서 집합을 해서 싸우게 된 겁니다.”

새벽 시간, 인적이 드물어 경찰 신고 위험이 적은 장소를 골라 싸움을 벌이기로 한 조직원들.

결투 신청 두 시간여 만에 조직원들 40여 명이 모여들었는데요.

사실 이들의 싸움 뒤엔 케케묵은 앙금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2014년도에 W파에서 O파에 조직원을 살해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앙금이 있어서 시작된 것이 최근에 양파 간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신경전이 되면서 조직 간의 싸움이 된 것입니다.”

살해 사건 이후 전주에서 비슷한 세력을 유지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두 조직.

경찰은 최근 두 조직이 세력 확장을 위해 젊은 조직원들을 영입해 왔는데 술집 여종업원의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돼 갈등이 결국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검거하고 구속한 조직원들을 봐도 O파는 대부분이 20대 젊은 층이었고 W파는 30대 중년층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O파에서 세력을 확장한 것을 경계하는 과정에서 상호 이렇게 싸움이 촉발된 것 같습니다.”

두 조직 간 묵은 갈등이 터져 벌어진 심야 난투극.

경찰은 3개월간 추적 끝에 난투극을 벌인 42명 가운데 38명을 검거했고 이 중 35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이 전북에서 단일 사건으로 한 번에 조폭 35명을 구속한 건 8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도심에서 조직 폭력배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는 것은 서민들이 판단할 때 상당히 큰 문제고 불안감을 느낍니다. 특히 조직 간 세력 다툼에 의한 싸움이라든가 그런 건 조직 와해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도피 중인 나머지 네 명의 조직원을 추적 중인 경찰.

경찰은 서민에게 공포감을 주는 조직폭력배 범죄를 강도 높게 수사하겠다며 나머지 폭력조직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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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종업원 말 한마디에…조폭 집단 난투극
    • 입력 2017-02-24 08:38:24
    • 수정2017-02-24 09: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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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한 주차장에 모여듭니다.

밤늦은 시각에 나타난 남성들은 저마다 손에 둔기를 들고 있는데요.

잠시 뒤 남성들은 둔기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합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조직 폭력배.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조직이 심야에 모여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겁니다.

현재까지 무려 35명의 조직원이 구속됐는데요.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이런 싸움이 벌어진 이유는 다소 황당합니다.

술집 여종업원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싸움의 도화선이 됐다는데요.

대체 무슨 말이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전주의 한 장례식장.

새벽 5시가 넘은 시각, 장례식장 경비업무를 보던 직원 눈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산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건장한 남성들이 떼 지어 모여든 겁니다.

<녹취> 장례식장 직원(음성변조) : “새벽에 차가 안 들어와야 하는데 차가 막 우르르 들어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보이고 이러니까 좀 이상하다 싶어서…….”

잠시 뒤, 두 눈을 의심할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여 있던 남성들 사이 갑자기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더니 야구방망이에 골프채, 각목까지 휘두르는 패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상대편이 도망가려고 하자 뒤쫓아 와 차량을 마구 부수기까지 하는데요.

CCTV를 통해 이 광경을 본 장례식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장례식장 앞 노상에서 20~30명이 싸우는 거 같다는 112 신고 접수를 받고 (오전) 5시 48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난투극을 벌이던 남성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차량 9대가 현장에 있었는데 3대는 장례식장 맞은편으로 도주하고 있었고 3대는 유리창, 보닛, 뒤에 트렁크 쪽들이 많이 파손된 채로 현장에 있었고 나머지 3대는 시동을 켜 놓은 채 현장에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 싸움에 쓰인 둔기와 파손된 차량만 남아 있었습니다.

타고 온 차량까지 버려둔 채 도망간 수십 명의 남성들은 대체 누구며, 무슨 이유로 싸움을 벌인 걸까?

<인터뷰> 이현성(경감/전주 완산경찰서 서신지구대) : “일반인들 싸움 같진 않았고요. 현장의 상황을 봤을 때 어떤 단순한 싸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투극을 벌인 이들의 정체는 조직폭력배들이었습니다.

전주 지역 양대 폭력조직으로 불리는 O파와 W, 두 개 파 40여 명이 맞붙어 난투극을 벌인 건데요.

싸움 이후 대포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 행각을 벌인 양대 조직원들.

사건 초기 경찰은 현장 CCTV 분석을 통해 26명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난투극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도피한 이들을 추적했고 난투극 발생 석 달 만에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잡아들였습니다.

<녹취> “(너네 방 또 하나는 어디야?) 없는데요. (방 하나에서 여덟 명이서 잤어?) 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W파 조직원들이 원룸에서 여덟 명이 집단 생활을 하면서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습니다. 우리가 그때 원룸을 급습해서 일망타진 한 것입니다.”

양대 조폭간 난투극의 발단은 그날 새벽 2시쯤, W파 조직원이 술을 마시던 한 주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여종업원이 한 마디를 던집니다. ‘요즘에 O파한테 힘으로 밀린다면서?’ 이렇게 하니까 W파가 ‘누가 그랬어, 누구야.’ 전화 걸어 해서…….”

여종업원의 한 마디에 발끈한 W파 조직원은 상대 조직원에게 전화했고 둘의 자존심 다툼은 결국, 난투극으로 번진 겁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너희들이 우리보다 힘이 세다고 했느냐, 그럼 한 번 붙어보자. 이렇게 해서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장소를 정해서 집합을 해서 싸우게 된 겁니다.”

새벽 시간, 인적이 드물어 경찰 신고 위험이 적은 장소를 골라 싸움을 벌이기로 한 조직원들.

결투 신청 두 시간여 만에 조직원들 40여 명이 모여들었는데요.

사실 이들의 싸움 뒤엔 케케묵은 앙금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2014년도에 W파에서 O파에 조직원을 살해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앙금이 있어서 시작된 것이 최근에 양파 간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신경전이 되면서 조직 간의 싸움이 된 것입니다.”

살해 사건 이후 전주에서 비슷한 세력을 유지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두 조직.

경찰은 최근 두 조직이 세력 확장을 위해 젊은 조직원들을 영입해 왔는데 술집 여종업원의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돼 갈등이 결국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검거하고 구속한 조직원들을 봐도 O파는 대부분이 20대 젊은 층이었고 W파는 30대 중년층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O파에서 세력을 확장한 것을 경계하는 과정에서 상호 이렇게 싸움이 촉발된 것 같습니다.”

두 조직 간 묵은 갈등이 터져 벌어진 심야 난투극.

경찰은 3개월간 추적 끝에 난투극을 벌인 42명 가운데 38명을 검거했고 이 중 35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이 전북에서 단일 사건으로 한 번에 조폭 35명을 구속한 건 8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인터뷰> 김현익(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도심에서 조직 폭력배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는 것은 서민들이 판단할 때 상당히 큰 문제고 불안감을 느낍니다. 특히 조직 간 세력 다툼에 의한 싸움이라든가 그런 건 조직 와해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도피 중인 나머지 네 명의 조직원을 추적 중인 경찰.

경찰은 서민에게 공포감을 주는 조직폭력배 범죄를 강도 높게 수사하겠다며 나머지 폭력조직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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