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트럼프 시대, 혼돈의 멕시코를 가다

입력 2017.02.25 (22:11) 수정 2017.02.25 (23: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정도가 매우 심각합니다.

국경장벽 건설 문제로 정상들 간에 도를 넘는 설전이 오가다 결국,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갔었는데요,

이후 자제 국면이라고는 하지만, NAFTA 재협상과 국경세 부과 등 미국과 멕시코 간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멕시코 현지 분위기를 김환주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트럼프 가면을 쓴 멕시코 주민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을 흉내낸 시위대들과 승리의 환호를 하는 사이, 뒤에 있던 붉은 장벽이 무너집니다.

<녹취> "장벽 반대, 다리 찬성!"

국경일인 미국의 대통령의 날에 맞춰, 멕시코에서는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지난 주에도 멕시코 20개 주요 도시에서 2만여 명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당선 전부터 멕시코인을 범죄자에 비유하고 국경장벽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했습니다.

<인터뷰> 가르시아(직장인) : "미국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인종차별 등 부끄러운 역사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SNS에서는 '잘 가라'는 뜻의 이른바 '아디오스'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햄버거와 자동차, 콜라 등 미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입니다.

<인터뷰> 실바(대학생) : "다른 나라들도 있고 다른 기회도 있는 만큼 미국만 계속 바라보고 있을 필요 없습니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교두보로 거대시장 미국과 3천 킬로미터 이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저렴한 인건비에다 세계 40여 개 국가와 FTA까지 체결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각광받아 온 멕시코는 중대한 상황변화에 직면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대선 후보 토론회) : "제조업이 30, 40, 50%까지 무너지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지금껏 미국에서 체결된 협정 가운데 최악의 무역협정입니다."

멕시코산 제품에 최고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은 멕시코가 낼 것이라는 압박이 이어지면서 예정됐던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은 취소됐습니다.

<녹취> 페냐 니에토(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의 미래를 위협하는 당면 이슈들을 두려워하고 겁내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런 이슈들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기회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멕시코 수출의 80%,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고의 무역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지금 멕시코에서는 국산품 소비장려운동이 전개되는 등 미국 의존 일변도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디야(멕시코 하원의원) : "멕시코 국내 수요를 키우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합니다. 멕시코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세금 이슈도 풀어야지요."

파국을 원하진 않지만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는 멕시코 정부와 국민의 기류는 견고해 보입니다.

미국이 과연 높은 세율의 국경세를 끝내 관철할 것인지에 대해 멕시코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인터뷰> 피구에라스('엘셀시오르'지 국제전문기자) : "(멕시코 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불편할 것입니다. 멕시코 제조업체 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미국이 국경세를 물린다 해도 페소화 가치가 하락해 사실상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진단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두 달여 동안 멕시코 페소화는 18%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바론(멕시코 상원 외교위원장) : "멕시코에 상처를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행으로 인해 이미 페소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국경세 20%를 부과한다고 해도 환율때문에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미국이 국경세를 부과한다면 멕시코 역시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려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부품 가운데 40%는 미국에서 수입합니다.

<인터뷰> 데실루스(라사예 대학 경제학부 교수) : "미국이 멕시코에 5%의 국경세를 부과한다면 멕시코는 미국산 수입 제품에 5~10%의 세금을 부과하면 됩니다. 멕시코는 지속적으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것입니다."

국경세를 부과할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또 보복관세나 환율은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멕시코에 진출해 관세 없이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온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승용차 11만대를 생산해 8만 대 이상을 수출했습니다.

미국 수출 비중이 75퍼센트나 됐지만 점차적으로 50퍼센트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인터뷰> 전영권(기아차 멕시코법인) : "본사와 긴밀한 협조 아래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경세 부분 등 정책변화에 따른 수출 여건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동향 파악중입니다."

수출입은행에 해외투자신고를 하고 멕시코에 진출한 중견기업 이상 한국업체는 3백 30여 군데입니다.

미국 수출 비중을 줄이거나 미국 공장 추가 설립, 미국 국내 생산량 확대 등의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파트너를 다양화하려는 멕시코의 정책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양국보(코트라 멕시코 무역관장) : "수입선을 다변화해가지고 한국이나 아시아쪽에서 부품이나 이런 걸 수입하는 기업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겠냐..."

특히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시장 진출 확대는 중요합니다.

인구 1억 2천만 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절대다수인 젊은 나라 멕시코는 향후 40년간 소비 연령층이 계속 증가하는 잠재력을 가진 시장입니다.

<인터뷰> 유세프(멕시코 기아자동차 대리점 딜러) : "고객들이 기아차의 디자인을 특히 좋아합니다. 한 달에 750명 정도가 저희 대리점을 찾습니다."

<인터뷰> 곤잘레스(멕시코 하원 아태위원회 사무국장) : "멕시코 지도자들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당장은,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밖에 없다는 현재의 통상 여건이 빨리 해소되기를 기업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재진(현대모비스 멕시코 법인장) :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유지하는 데는 쉬운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려운 역경이 생기더라도 계속해서 뚫고 나가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미국 내외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돼있는 상황입니다.

나프타나 국경세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시티에서 김환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현장] 트럼프 시대, 혼돈의 멕시코를 가다
    • 입력 2017-02-25 22:38:08
    • 수정2017-02-25 23:11:4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는 정도가 매우 심각합니다.

국경장벽 건설 문제로 정상들 간에 도를 넘는 설전이 오가다 결국,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갔었는데요,

이후 자제 국면이라고는 하지만, NAFTA 재협상과 국경세 부과 등 미국과 멕시코 간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멕시코 현지 분위기를 김환주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트럼프 가면을 쓴 멕시코 주민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을 흉내낸 시위대들과 승리의 환호를 하는 사이, 뒤에 있던 붉은 장벽이 무너집니다.

<녹취> "장벽 반대, 다리 찬성!"

국경일인 미국의 대통령의 날에 맞춰, 멕시코에서는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지난 주에도 멕시코 20개 주요 도시에서 2만여 명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당선 전부터 멕시코인을 범죄자에 비유하고 국경장벽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했습니다.

<인터뷰> 가르시아(직장인) : "미국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인종차별 등 부끄러운 역사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SNS에서는 '잘 가라'는 뜻의 이른바 '아디오스'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햄버거와 자동차, 콜라 등 미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입니다.

<인터뷰> 실바(대학생) : "다른 나라들도 있고 다른 기회도 있는 만큼 미국만 계속 바라보고 있을 필요 없습니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교두보로 거대시장 미국과 3천 킬로미터 이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저렴한 인건비에다 세계 40여 개 국가와 FTA까지 체결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각광받아 온 멕시코는 중대한 상황변화에 직면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대선 후보 토론회) : "제조업이 30, 40, 50%까지 무너지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지금껏 미국에서 체결된 협정 가운데 최악의 무역협정입니다."

멕시코산 제품에 최고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은 멕시코가 낼 것이라는 압박이 이어지면서 예정됐던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은 취소됐습니다.

<녹취> 페냐 니에토(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의 미래를 위협하는 당면 이슈들을 두려워하고 겁내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런 이슈들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기회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멕시코 수출의 80%,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고의 무역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지금 멕시코에서는 국산품 소비장려운동이 전개되는 등 미국 의존 일변도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디야(멕시코 하원의원) : "멕시코 국내 수요를 키우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합니다. 멕시코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세금 이슈도 풀어야지요."

파국을 원하진 않지만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는 멕시코 정부와 국민의 기류는 견고해 보입니다.

미국이 과연 높은 세율의 국경세를 끝내 관철할 것인지에 대해 멕시코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인터뷰> 피구에라스('엘셀시오르'지 국제전문기자) : "(멕시코 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불편할 것입니다. 멕시코 제조업체 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미국이 국경세를 물린다 해도 페소화 가치가 하락해 사실상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진단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두 달여 동안 멕시코 페소화는 18%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바론(멕시코 상원 외교위원장) : "멕시코에 상처를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행으로 인해 이미 페소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국경세 20%를 부과한다고 해도 환율때문에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미국이 국경세를 부과한다면 멕시코 역시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려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부품 가운데 40%는 미국에서 수입합니다.

<인터뷰> 데실루스(라사예 대학 경제학부 교수) : "미국이 멕시코에 5%의 국경세를 부과한다면 멕시코는 미국산 수입 제품에 5~10%의 세금을 부과하면 됩니다. 멕시코는 지속적으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것입니다."

국경세를 부과할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또 보복관세나 환율은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멕시코에 진출해 관세 없이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온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승용차 11만대를 생산해 8만 대 이상을 수출했습니다.

미국 수출 비중이 75퍼센트나 됐지만 점차적으로 50퍼센트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인터뷰> 전영권(기아차 멕시코법인) : "본사와 긴밀한 협조 아래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경세 부분 등 정책변화에 따른 수출 여건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동향 파악중입니다."

수출입은행에 해외투자신고를 하고 멕시코에 진출한 중견기업 이상 한국업체는 3백 30여 군데입니다.

미국 수출 비중을 줄이거나 미국 공장 추가 설립, 미국 국내 생산량 확대 등의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파트너를 다양화하려는 멕시코의 정책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양국보(코트라 멕시코 무역관장) : "수입선을 다변화해가지고 한국이나 아시아쪽에서 부품이나 이런 걸 수입하는 기업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겠냐..."

특히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시장 진출 확대는 중요합니다.

인구 1억 2천만 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절대다수인 젊은 나라 멕시코는 향후 40년간 소비 연령층이 계속 증가하는 잠재력을 가진 시장입니다.

<인터뷰> 유세프(멕시코 기아자동차 대리점 딜러) : "고객들이 기아차의 디자인을 특히 좋아합니다. 한 달에 750명 정도가 저희 대리점을 찾습니다."

<인터뷰> 곤잘레스(멕시코 하원 아태위원회 사무국장) : "멕시코 지도자들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당장은,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밖에 없다는 현재의 통상 여건이 빨리 해소되기를 기업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재진(현대모비스 멕시코 법인장) :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유지하는 데는 쉬운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려운 역경이 생기더라도 계속해서 뚫고 나가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미국 내외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돼있는 상황입니다.

나프타나 국경세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시티에서 김환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