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이제는 행복할 시간…탈북 여성 봄나들이

입력 2017.03.04 (08:21) 수정 2017.03.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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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일이면 벌써 경칩인데요.

주말, 휴일을 맞아 봄나들이 떠나는 분 많으시겠죠?

네. 지난 주말엔 탈북민 가족 80여명이 함께 뜻 깊은 봄나들이를 다녀왔다고 하는군요.

특히 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자리였다고 하더군요.

네.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불어오는 바람에서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지는 주말 오훕니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작은 리조트에 차량이 하나 둘 도착하는데요.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오랜만의 바깥 활동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신이 난 것 같죠?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이곳에 탈북 여성들과 그들의 가족 80여 명이 모였습니다.

평범한 가족 나들이 같지만, 탈북 여성들이 가진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들이 숨어 있다는데요.

이들의 특별한 나들이를 함께 해 볼까요?

<녹취> “수빈이는 겁쟁이구나?”

<녹취> “아녜요!”

짐도 풀기 전에 근처 바닷가를 찾은 두 가족.

바닷가인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채연이 씨와 김나영 씨 가족입니다.

<인터뷰> 채연이(탈북민) : “친구들도 만나고 이렇게 콧바람도 쐬니 너무 좋네요. 어렸을 때 한 열 살지기, 요만할 때부터 (나영이랑) 친구였던 것 같아요. 한동네에서 살았고요. 여기 와서 만났어요. ”

한국에 와 다시 만난 두 사람, 인연이 참 깊은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나영 씨와 결혼한 남편 이윤석 씨가 나서 연이 씨네 부부를 맺어준 건데요.

<인터뷰> 이윤석(강원도 속초시) : “이북에서 내려온 여성들이 상당히 억척스럽습니다. 제가 뭐 가진 것도 없고 뭐 잘난 것도 없는데 이 억척스러움, 이 하나가 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참 자랑스럽습니다. ”

이들이 함께 나들이를 나온 건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아내로, 엄마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내들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이상진(강원도 속초시) : “고향 생각을 많이 하니까 힘들어 하죠. 저도 이제 최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떠나보내고... 떠난, 돌아가시는 거하고 또 살아 계시는데 못 만나는 거 하고 그거는 천지차이니까...”

자신들이 채워줄 수 없는 빈자리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채워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남편들이 만사 제쳐두고 짐을 꾸렸습니다.

산책을 마친 연이씨와 나영씨가 찾은 곳은 리조트 내 강당.

두 사람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탈북여성 단체가 마련한 이번 여행에서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특별 강연이라는데요.

강연자는 그동안 많은 탈북 여성들을 만나 온 김석향 교수.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나갔다가 다시 잡혀온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이 막 침 뱉고 돌아서서 욕하고 막 이런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거죠. 생각해 보면 내가 조국을 배신했네 하는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에요. ”

탈북 여성들이 갖고 있는 말 못할 고통들을 하나씩 끄집어냅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자기 자신이 변절자다, 배신자라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누구를 변절하고 누구를 배신했는지 좀 한번 생각해 보라고, 그게 첫 번째 메시지였어요.”

상당수 여성들이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겪고 생때같은 아이를 타국 땅에 두고 오며 가슴에 한이 맺힙니다.

이런 탈북 여성들에게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보다 북한 정권과 체제의 잘못 때문에 험한 일을 겪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내가 아이를 버린 사실이 누구 탓인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 메시지가 스스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

탈북 과정에서 팔려가 낳게 된 아이를 중국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는 이소영 씨.

<인터뷰> 이소영(가명/탈북민) : “그 아이는 학교에 어떻게 갔으며 엄마 없는 빈자리는 어떻게 채웠을까?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픈 거죠.”

10년 동안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 온 그녀에게 이런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됩니다.

<인터뷰> 이소영(가명/탈북민) : “진짜 교수님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간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아이를 두고 온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까 정말 혼자서 넘어야 될 선이기 때문에 혼자서 놓고 왔는데... 정말 마음으로 쏙 와 닿는 그런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강의로 마음을 든든히 채운 뒤 이번엔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

<인터뷰> 윤미라(탈북민) : “맛있어요. 저기 야채에다가 막 이런 거 뿌린 샐러드 뿌린 거 그것도 좋아해요. 우리 아들은 ‘고기 킹’이에요. 고기만 나왔다 하면 최고로 맛있다고 자랑해요.”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돈독하게 정을 쌓아갑니다.

<인터뷰> 김나영(탈북민) :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모임도 가지고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솔직히 모임이라는 게 딱히 없거든요.”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장기자랑 시간!

아이들의 귀여운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는데요.

<녹취> “아빠 곰은 뚱뚱해~”

참가자들 중에는 조금 특별한 가족도 있습니다.

중국어 노래를 멋지게 한 곡 뽑는 할아버지, 김선영 씨의 중국인 시아버지입니다.

강제북송을 당할까봐 중국에서 5년을 숨어 살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온 선영 씨.

중국인 남편과 중국에 두고 왔던 딸을 한국으로 초청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영(탈북민) : “시부모님도 바다 구경도 시켜드리고 또 이런 모임도, 한국 문화는 어떤 건지 좀 경험하시라고 이제 다 모시고 오게 됐어요.”

동병상련의 아픔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가족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탈북 여성들.

용기를 내 숨은 끼도 유감없이 발휘해 봅니다.

<인터뷰> 이지영(탈북민) : “한 번도 상이란 걸 못 받다가 상을 받으니까 너무 좋아요. ”

<인터뷰> 김선희(탈북민) : “이렇게 장기자랑 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뛰어 놀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감동이 되고 너무 감사했던 것 같아요.”

탈북 여성들이 오랜 시간 품어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행복할 ‘권리’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희망’, 이 두 가지를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단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늘 마음 졸였던 탈북 여성들.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기를, 그리고 상처도 편견도 없는 행복한 내일을 맞기를 함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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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이제는 행복할 시간…탈북 여성 봄나들이
    • 입력 2017-03-04 08:38:15
    • 수정2017-03-04 08:59:5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내일이면 벌써 경칩인데요.

주말, 휴일을 맞아 봄나들이 떠나는 분 많으시겠죠?

네. 지난 주말엔 탈북민 가족 80여명이 함께 뜻 깊은 봄나들이를 다녀왔다고 하는군요.

특히 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자리였다고 하더군요.

네.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홍은지 리포터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불어오는 바람에서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지는 주말 오훕니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작은 리조트에 차량이 하나 둘 도착하는데요.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오랜만의 바깥 활동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신이 난 것 같죠?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이곳에 탈북 여성들과 그들의 가족 80여 명이 모였습니다.

평범한 가족 나들이 같지만, 탈북 여성들이 가진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들이 숨어 있다는데요.

이들의 특별한 나들이를 함께 해 볼까요?

<녹취> “수빈이는 겁쟁이구나?”

<녹취> “아녜요!”

짐도 풀기 전에 근처 바닷가를 찾은 두 가족.

바닷가인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채연이 씨와 김나영 씨 가족입니다.

<인터뷰> 채연이(탈북민) : “친구들도 만나고 이렇게 콧바람도 쐬니 너무 좋네요. 어렸을 때 한 열 살지기, 요만할 때부터 (나영이랑) 친구였던 것 같아요. 한동네에서 살았고요. 여기 와서 만났어요. ”

한국에 와 다시 만난 두 사람, 인연이 참 깊은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나영 씨와 결혼한 남편 이윤석 씨가 나서 연이 씨네 부부를 맺어준 건데요.

<인터뷰> 이윤석(강원도 속초시) : “이북에서 내려온 여성들이 상당히 억척스럽습니다. 제가 뭐 가진 것도 없고 뭐 잘난 것도 없는데 이 억척스러움, 이 하나가 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참 자랑스럽습니다. ”

이들이 함께 나들이를 나온 건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아내로, 엄마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내들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이상진(강원도 속초시) : “고향 생각을 많이 하니까 힘들어 하죠. 저도 이제 최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떠나보내고... 떠난, 돌아가시는 거하고 또 살아 계시는데 못 만나는 거 하고 그거는 천지차이니까...”

자신들이 채워줄 수 없는 빈자리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채워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남편들이 만사 제쳐두고 짐을 꾸렸습니다.

산책을 마친 연이씨와 나영씨가 찾은 곳은 리조트 내 강당.

두 사람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탈북여성 단체가 마련한 이번 여행에서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특별 강연이라는데요.

강연자는 그동안 많은 탈북 여성들을 만나 온 김석향 교수.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나갔다가 다시 잡혀온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이 막 침 뱉고 돌아서서 욕하고 막 이런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거죠. 생각해 보면 내가 조국을 배신했네 하는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에요. ”

탈북 여성들이 갖고 있는 말 못할 고통들을 하나씩 끄집어냅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자기 자신이 변절자다, 배신자라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누구를 변절하고 누구를 배신했는지 좀 한번 생각해 보라고, 그게 첫 번째 메시지였어요.”

상당수 여성들이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겪고 생때같은 아이를 타국 땅에 두고 오며 가슴에 한이 맺힙니다.

이런 탈북 여성들에게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보다 북한 정권과 체제의 잘못 때문에 험한 일을 겪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내가 아이를 버린 사실이 누구 탓인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 메시지가 스스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

탈북 과정에서 팔려가 낳게 된 아이를 중국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는 이소영 씨.

<인터뷰> 이소영(가명/탈북민) : “그 아이는 학교에 어떻게 갔으며 엄마 없는 빈자리는 어떻게 채웠을까?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픈 거죠.”

10년 동안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 온 그녀에게 이런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됩니다.

<인터뷰> 이소영(가명/탈북민) : “진짜 교수님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간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아이를 두고 온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까 정말 혼자서 넘어야 될 선이기 때문에 혼자서 놓고 왔는데... 정말 마음으로 쏙 와 닿는 그런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강의로 마음을 든든히 채운 뒤 이번엔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

<인터뷰> 윤미라(탈북민) : “맛있어요. 저기 야채에다가 막 이런 거 뿌린 샐러드 뿌린 거 그것도 좋아해요. 우리 아들은 ‘고기 킹’이에요. 고기만 나왔다 하면 최고로 맛있다고 자랑해요.”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돈독하게 정을 쌓아갑니다.

<인터뷰> 김나영(탈북민) :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모임도 가지고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솔직히 모임이라는 게 딱히 없거든요.”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장기자랑 시간!

아이들의 귀여운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는데요.

<녹취> “아빠 곰은 뚱뚱해~”

참가자들 중에는 조금 특별한 가족도 있습니다.

중국어 노래를 멋지게 한 곡 뽑는 할아버지, 김선영 씨의 중국인 시아버지입니다.

강제북송을 당할까봐 중국에서 5년을 숨어 살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온 선영 씨.

중국인 남편과 중국에 두고 왔던 딸을 한국으로 초청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영(탈북민) : “시부모님도 바다 구경도 시켜드리고 또 이런 모임도, 한국 문화는 어떤 건지 좀 경험하시라고 이제 다 모시고 오게 됐어요.”

동병상련의 아픔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가족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탈북 여성들.

용기를 내 숨은 끼도 유감없이 발휘해 봅니다.

<인터뷰> 이지영(탈북민) : “한 번도 상이란 걸 못 받다가 상을 받으니까 너무 좋아요. ”

<인터뷰> 김선희(탈북민) : “이렇게 장기자랑 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뛰어 놀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감동이 되고 너무 감사했던 것 같아요.”

탈북 여성들이 오랜 시간 품어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행복할 ‘권리’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희망’, 이 두 가지를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단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늘 마음 졸였던 탈북 여성들.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기를, 그리고 상처도 편견도 없는 행복한 내일을 맞기를 함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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