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재벌 3세인데”…교묘한 결혼 빙자 사기

입력 2017.03.07 (08:33) 수정 2017.03.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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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상견례를 마치고, 웨딩 촬영에 결혼식장 예약까지.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마냥 행복해 할 시기겠죠.

그런데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시간으로 바꾼 남성이 있습니다.

재벌 3세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접근해 결혼을 서두르던 한 남자.

알고 보니 이름과 나이 모든 게 거짓이었는데요.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피해를 당한 여성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사기에 당할까 싶지만, 남자의 수법은 치밀하고, 교묘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누구든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29살 A모 씨는 지난해 2월, 일자리를 찾다가 면접 장소에서 한 남성을 만납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한 35살 이 모 씨인데요.

<인터뷰> 피해 여성 A (음성변조) : "자기가 00회사 이사인데 바이어들이 일주일마다 오는데 통역 인력이 한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자기가 통역을 구한대요."

면접 다음 날부터 이 남성은 A 씨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첫눈에 반했다. 결혼하고 싶다 너랑. 너는 내 이상형이다. 내 스타일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자상하게.”

거듭된 구애에 연인이 된 두 사람.

남자는 고가 수입차를 바꿔 타고 다니고, 고급 호텔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개인 비서까지 대동하며, 여성에겐 자신을 재벌 3세로 소개했는데요.

만난 지 6개월 여 만에 결혼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부모님하고 다 같이 봤어요. 9월 추석 지나고.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이 됐었죠.”

그런데 결혼식 준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넘게 받아간 남성은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결혼식 비용을 제가 내고 나머지는 자기가 다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00호텔에서 결혼해야 하니까 거기가 제일 크고 (하객) 6백 명이 들어가야 하니까. 1억 3천만 원 저희 아빠가 보내주고.”

사업 핑계를 대면서, 결혼을 차일 피일 미루더니 A 씨의 부모님한테 사업 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가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사업이 망했잖아요. 부도가 났잖아요. 자기도 손해가 크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손해 본 사람들 빚을 갚아주고 싶다. 그런 여러 가지 사업 명목으로 계속 돈을 요구했죠. 총 합쳐서 5억 8천만 원 정도.”

잠적했던 남성 이 씨의 소식이 들려 온 건 경찰서.

다른 여성이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저는 진짜 몰랐어요. 이 씨가 체포됐을 때 (사기인 줄) 알았어요.”

경찰서에 가서야 이 씨의 모든 게 '가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이름, 직업 등 어느 것 하나 A 씨가 알던 게 아니었는데요.

이 씨는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여성에겐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두 번째 만났을 때부터 계속 결혼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저는 계속 싫다고 했거든요. 내가 오빠를 뭘 보고 결혼을 하고 지금 두 번째 만났는데 이러냐.”

가족들에게도 다정다감한 모습에 쉽게 마음을 열었는데요.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헌신적으로 정말 잘하거든요. 저 출근할 때 출퇴근 다 시켜주고 저희 부모님한테도 꽃 보내 드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결혼 결심을 하게 된 거죠.”

마찬가지로 결혼이 급하게 진행되고, 김 씨 역시 이 씨의 정체가 '거짓'일 줄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이 남자가 실제로 호텔에 (예식이) 예약되어있다는 예약확인증 같은 걸 가지고 왔더라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웨딩플래너한테 계속 전화가 왔어요. 저한테.”

이 씨는 여기서도 예단 비용 1억 원을 받아 잠적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일주일만 엄마 집에 가있어. 오빠가 지금 일이 터져서 이거 일만 처리하고 데리러 갈게 이렇게 하면서 계속 안 오고 돈도 달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이렇게 이 씨에게 당한 여성은 지난 1년 동안 드러난 것만 5명, 피해액은 22억 원이 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통장에 찍힌 이름이 50개가 넘어요. 너무 이름이 많아요. 여자만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 40대 전당포 하는 사채업자들 이런 사람들도 다 사기 쳐요.”

재벌 3세를 사칭하며 결혼을 서두르고, 돈을 받아 달아나는 수법은 매번 똑같았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회사에 이체를 해야 되는데 하루 이체 한도가 다 차서 그런데 자기한테 전해주면 내일 바로 주겠다. 처음에는 그렇게 해서 갚고.…….”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돈을 십만 원을 뜯든 백만 원 뜯든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단돈 5만 원도 뜯어가요. 대출 받은 돈이 없으면 대출시키는 거죠 돈 액수는 관계없고.”

이 씨의 이런 사기 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동업을 하자고 접근해 놓고는 지나치게 빨리 결혼을 요구하는 이 씨를 이상하게 여긴 겁니다.

<인터뷰> 전00(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걔가 말하는 주민등록번호로 다른 경찰서에다가 제가 물어봤었어요. 신원확인을. 근데 아니라고 나오고.”

이 씨는 피해 여성에게 가로챈 돈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했는데,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제가 면회신청을 계속했어요. 아무도 안 받죠. 그리고 개가 진술하는 거 들을 수 있잖아요. 저희가. 다 부인해요. 저희는 증거가 빼도 박도 못하게 있는데도 일단 부인하더라고요.”

부산에서도 얼마 전 결혼 빙자 사기로 33살 남성 박 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박 씨 역시 쇼핑몰 재벌 3세를 사칭하고, 여성들에게 결혼을 할 것처럼 접근한 뒤 수천만 원 씩을 가로챘습니다.

여기서도 여성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박 씨에게 돈을 건넸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대관계를 형성 하고 난 뒤에 돈을 빌려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너무 쉽게 돈을 빌려주더라 이거예요. 죄명은 동종전과가 많아요. 이 범행을 저지를 때도 집행유에로 출소하고 난 뒤에 바로 한 달 뒤에 이렇게 범행을 저질렀거든요.”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사기를 당했단 사실을 믿지 못하거나, 집 보증금까지 날리고 찜질방 생활을 하는 피해자도 있었는데요.

경찰은 결혼을 빙자한 이런 사기 행각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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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재벌 3세인데”…교묘한 결혼 빙자 사기
    • 입력 2017-03-07 08:37:21
    • 수정2017-03-07 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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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를 마치고, 웨딩 촬영에 결혼식장 예약까지.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마냥 행복해 할 시기겠죠.

그런데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시간으로 바꾼 남성이 있습니다.

재벌 3세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접근해 결혼을 서두르던 한 남자.

알고 보니 이름과 나이 모든 게 거짓이었는데요.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피해를 당한 여성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사기에 당할까 싶지만, 남자의 수법은 치밀하고, 교묘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누구든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29살 A모 씨는 지난해 2월, 일자리를 찾다가 면접 장소에서 한 남성을 만납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한 35살 이 모 씨인데요.

<인터뷰> 피해 여성 A (음성변조) : "자기가 00회사 이사인데 바이어들이 일주일마다 오는데 통역 인력이 한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자기가 통역을 구한대요."

면접 다음 날부터 이 남성은 A 씨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첫눈에 반했다. 결혼하고 싶다 너랑. 너는 내 이상형이다. 내 스타일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자상하게.”

거듭된 구애에 연인이 된 두 사람.

남자는 고가 수입차를 바꿔 타고 다니고, 고급 호텔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개인 비서까지 대동하며, 여성에겐 자신을 재벌 3세로 소개했는데요.

만난 지 6개월 여 만에 결혼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부모님하고 다 같이 봤어요. 9월 추석 지나고.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이 됐었죠.”

그런데 결혼식 준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넘게 받아간 남성은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결혼식 비용을 제가 내고 나머지는 자기가 다하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00호텔에서 결혼해야 하니까 거기가 제일 크고 (하객) 6백 명이 들어가야 하니까. 1억 3천만 원 저희 아빠가 보내주고.”

사업 핑계를 대면서, 결혼을 차일 피일 미루더니 A 씨의 부모님한테 사업 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가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사업이 망했잖아요. 부도가 났잖아요. 자기도 손해가 크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손해 본 사람들 빚을 갚아주고 싶다. 그런 여러 가지 사업 명목으로 계속 돈을 요구했죠. 총 합쳐서 5억 8천만 원 정도.”

잠적했던 남성 이 씨의 소식이 들려 온 건 경찰서.

다른 여성이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저는 진짜 몰랐어요. 이 씨가 체포됐을 때 (사기인 줄) 알았어요.”

경찰서에 가서야 이 씨의 모든 게 '가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이름, 직업 등 어느 것 하나 A 씨가 알던 게 아니었는데요.

이 씨는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여성에겐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두 번째 만났을 때부터 계속 결혼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저는 계속 싫다고 했거든요. 내가 오빠를 뭘 보고 결혼을 하고 지금 두 번째 만났는데 이러냐.”

가족들에게도 다정다감한 모습에 쉽게 마음을 열었는데요.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헌신적으로 정말 잘하거든요. 저 출근할 때 출퇴근 다 시켜주고 저희 부모님한테도 꽃 보내 드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결혼 결심을 하게 된 거죠.”

마찬가지로 결혼이 급하게 진행되고, 김 씨 역시 이 씨의 정체가 '거짓'일 줄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이 남자가 실제로 호텔에 (예식이) 예약되어있다는 예약확인증 같은 걸 가지고 왔더라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웨딩플래너한테 계속 전화가 왔어요. 저한테.”

이 씨는 여기서도 예단 비용 1억 원을 받아 잠적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일주일만 엄마 집에 가있어. 오빠가 지금 일이 터져서 이거 일만 처리하고 데리러 갈게 이렇게 하면서 계속 안 오고 돈도 달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이렇게 이 씨에게 당한 여성은 지난 1년 동안 드러난 것만 5명, 피해액은 22억 원이 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통장에 찍힌 이름이 50개가 넘어요. 너무 이름이 많아요. 여자만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 40대 전당포 하는 사채업자들 이런 사람들도 다 사기 쳐요.”

재벌 3세를 사칭하며 결혼을 서두르고, 돈을 받아 달아나는 수법은 매번 똑같았습니다.

<인터뷰> 김00(피해 여성/음성변조) : “회사에 이체를 해야 되는데 하루 이체 한도가 다 차서 그런데 자기한테 전해주면 내일 바로 주겠다. 처음에는 그렇게 해서 갚고.…….”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돈을 십만 원을 뜯든 백만 원 뜯든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단돈 5만 원도 뜯어가요. 대출 받은 돈이 없으면 대출시키는 거죠 돈 액수는 관계없고.”

이 씨의 이런 사기 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동업을 하자고 접근해 놓고는 지나치게 빨리 결혼을 요구하는 이 씨를 이상하게 여긴 겁니다.

<인터뷰> 전00(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걔가 말하는 주민등록번호로 다른 경찰서에다가 제가 물어봤었어요. 신원확인을. 근데 아니라고 나오고.”

이 씨는 피해 여성에게 가로챈 돈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했는데,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피해 여성 A(음성변조) : “제가 면회신청을 계속했어요. 아무도 안 받죠. 그리고 개가 진술하는 거 들을 수 있잖아요. 저희가. 다 부인해요. 저희는 증거가 빼도 박도 못하게 있는데도 일단 부인하더라고요.”

부산에서도 얼마 전 결혼 빙자 사기로 33살 남성 박 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박 씨 역시 쇼핑몰 재벌 3세를 사칭하고, 여성들에게 결혼을 할 것처럼 접근한 뒤 수천만 원 씩을 가로챘습니다.

여기서도 여성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박 씨에게 돈을 건넸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대관계를 형성 하고 난 뒤에 돈을 빌려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너무 쉽게 돈을 빌려주더라 이거예요. 죄명은 동종전과가 많아요. 이 범행을 저지를 때도 집행유에로 출소하고 난 뒤에 바로 한 달 뒤에 이렇게 범행을 저질렀거든요.”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사기를 당했단 사실을 믿지 못하거나, 집 보증금까지 날리고 찜질방 생활을 하는 피해자도 있었는데요.

경찰은 결혼을 빙자한 이런 사기 행각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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