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들 납치했다”…모성애 노린 보이스피싱

입력 2017.03.24 (08:33) 수정 2017.03.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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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수법에는 사람들이 잘 속지 않자, 이제는 가족의 신상까지 파악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 대고, 목소리까지 들려주며,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라고 협박할 경우 판단력이 흐려질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아들을 둔 중·장년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됐습니다.

최근 대포통장 관련 법규가 강화되자,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가는 대범함도 보였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0일, 73살 김 모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낯선 목소리의 남자가 대뜸 아들의 이름을 대자, 김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따르릉’ 왔어요. 그래서 받으니까 000네 집이냐고, 우리 막내아들 00이거든요. 아침에 출근하는 걸 중간에서 붙들었다 하는 거예요.”

사채 빚 때문에 막내 아들을 납치하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 이 남성.

아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아들 친구의 이름까지 대며 김 씨를 협박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아들이 보증을 섰는데 돈을 안 갚으면 아들 수족을 한쪽 자르겠대요. 대뜸 그 소리를 (해요). 그러니까 내가 미치는 거죠.”

자신이 사채업자인데, 아들이 빚보증을 선 3천만 원을 갚지 않으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수화기 넘어 어머니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내 아들 음성인데 울면서 엄마 나 한 번만 살려 달래요. 한 번만 살려주면 내가 벌어서 엄마한테 갚을게. 그러고 (전화가) 뚝 끊어져 버리더라고요. 그때 숨이 콱 막혀서 숨도 못 쉬고…….”

김 씨가 아들이 납치됐다고 믿을수 밖에 없는 상황을 치밀하게 만든 겁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3,000만 원도 없고 그러니까 그럼 얼마 있네요. 1,400만 원밖에 안 된다. 이걸 받고 내 아들을 돌려주던지 그리해라 그랬더니만 1,400만 원 만 받을게요. 그래요.”

부랴부랴 돈을 마련해, 남자가 말한 약속 장소로 나갔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우리 아파트 앞에 섰으니까 한 시간을 기다려도 안 나타나는 거예요. 왜 사람들이 아줌마 옆에 많네요. 그건 난 모르니까 내 아들만 돌려달라고 이랬는데 천호동 어디로 오라고 그래요.”

이리저리 약속 장소를 옮겨가며 김 씨가 낯선 남성을 만난 건 4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김 씨를 보자마자 돈부터 요구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아들 데려와야 내가 돈을 줄 거 아니냐. 그랬더니만 한 3분만 있으면 온대요. 그런데 자기는 바빠서 가야 되니까 빨리 돈 내놓으래요.”

의심이 들만도 했지만, 남자의 재촉에 돈을 건네준 김 씨,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아들의 휴대전화가 연결됐는데, 납치됐다던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아들이 전화 받아서 하는 소리가 엄마, 무슨 소리 하냐고. 나 하루 종일 일했는데…….”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에 당한 겁니다.

이틀 후 천안에 사는 55살 여성에게도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돈을) 안 갚아서 우리 아들을 붙잡아왔다고 그러면서 장기라도 팔아서 그 돈을 빼야겠다는 거예요.”

전화를 건 남성이 아들이라며 울먹이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모은 1천3백만 원을 찾아 천안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청주까지 바로 달려갔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자신들이 노출될까 봐, 치밀한 계획을 짰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전화를 못 끊었어요. 끊지를 못하게 해서. (한 번) 끊어지고 그랬었나 봐. 저보고 막 욕을 하는 거예요. 전화 왜 끊었느냐고, 누구하고 통화했냐고…….”

경찰에 신고를 못 하도록 이동하는 내내 전화 통화를 하게 만든 겁니다.

이번에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다가와 돈만 갖고 사라졌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너무 기가 막혀가지고 마스크 쓴 사람들 보고 그러면 지금도 떨린다니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말이 아니에요. 아프다니까.”

<인터뷰> 김미정(서울 성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해자들이 연령대가 있는 성인의 자녀를 둔 어머니들입니다. 모성을 악용한 거지 않습니까. 죄질이 나쁘고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의 한 달 동안 전 직원이 투입해서 추적 수사를 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은 뒤 사라진 남성은 25살 강 모 씨.

함께 구속된 고교 동창 정 모 씨와 함께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범죄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SNS 글을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로 피해자와 접촉해 돈을 받은 뒤, 송금책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피해자에게 받은 돈 중 천여만 원은 중국으로 송금도 하지 않고, 중간에서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미정(서울 성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생활비도 있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로 사용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법규 강화로 대포 통장 만들기가 어려워지자, 계좌 이체을 유도하는 대신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챙겨갔습니다.

<녹취>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지금 대포통장 구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지연인출제도가 시행되어서 100만 원 이상 입금되면 30분을 기다려야 (인출 가능) 하기 때문에 자녀를 납치했으니까 몸값을 준비하고 있어라. 이런 식으로 목돈을 찾으라고 시킨 다음에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

경찰은 가족을 납치했다는 전화 등이 걸려오면 먼저 의심부터 하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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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들 납치했다”…모성애 노린 보이스피싱
    • 입력 2017-03-24 08:40:13
    • 수정2017-03-24 1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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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수법에는 사람들이 잘 속지 않자, 이제는 가족의 신상까지 파악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 대고, 목소리까지 들려주며,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라고 협박할 경우 판단력이 흐려질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아들을 둔 중·장년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됐습니다.

최근 대포통장 관련 법규가 강화되자,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가는 대범함도 보였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0일, 73살 김 모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낯선 목소리의 남자가 대뜸 아들의 이름을 대자, 김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따르릉’ 왔어요. 그래서 받으니까 000네 집이냐고, 우리 막내아들 00이거든요. 아침에 출근하는 걸 중간에서 붙들었다 하는 거예요.”

사채 빚 때문에 막내 아들을 납치하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 이 남성.

아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아들 친구의 이름까지 대며 김 씨를 협박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아들이 보증을 섰는데 돈을 안 갚으면 아들 수족을 한쪽 자르겠대요. 대뜸 그 소리를 (해요). 그러니까 내가 미치는 거죠.”

자신이 사채업자인데, 아들이 빚보증을 선 3천만 원을 갚지 않으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수화기 넘어 어머니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내 아들 음성인데 울면서 엄마 나 한 번만 살려 달래요. 한 번만 살려주면 내가 벌어서 엄마한테 갚을게. 그러고 (전화가) 뚝 끊어져 버리더라고요. 그때 숨이 콱 막혀서 숨도 못 쉬고…….”

김 씨가 아들이 납치됐다고 믿을수 밖에 없는 상황을 치밀하게 만든 겁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3,000만 원도 없고 그러니까 그럼 얼마 있네요. 1,400만 원밖에 안 된다. 이걸 받고 내 아들을 돌려주던지 그리해라 그랬더니만 1,400만 원 만 받을게요. 그래요.”

부랴부랴 돈을 마련해, 남자가 말한 약속 장소로 나갔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우리 아파트 앞에 섰으니까 한 시간을 기다려도 안 나타나는 거예요. 왜 사람들이 아줌마 옆에 많네요. 그건 난 모르니까 내 아들만 돌려달라고 이랬는데 천호동 어디로 오라고 그래요.”

이리저리 약속 장소를 옮겨가며 김 씨가 낯선 남성을 만난 건 4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김 씨를 보자마자 돈부터 요구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아들 데려와야 내가 돈을 줄 거 아니냐. 그랬더니만 한 3분만 있으면 온대요. 그런데 자기는 바빠서 가야 되니까 빨리 돈 내놓으래요.”

의심이 들만도 했지만, 남자의 재촉에 돈을 건네준 김 씨,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아들의 휴대전화가 연결됐는데, 납치됐다던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녹취>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아들이 전화 받아서 하는 소리가 엄마, 무슨 소리 하냐고. 나 하루 종일 일했는데…….”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에 당한 겁니다.

이틀 후 천안에 사는 55살 여성에게도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돈을) 안 갚아서 우리 아들을 붙잡아왔다고 그러면서 장기라도 팔아서 그 돈을 빼야겠다는 거예요.”

전화를 건 남성이 아들이라며 울먹이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모은 1천3백만 원을 찾아 천안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청주까지 바로 달려갔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자신들이 노출될까 봐, 치밀한 계획을 짰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전화를 못 끊었어요. 끊지를 못하게 해서. (한 번) 끊어지고 그랬었나 봐. 저보고 막 욕을 하는 거예요. 전화 왜 끊었느냐고, 누구하고 통화했냐고…….”

경찰에 신고를 못 하도록 이동하는 내내 전화 통화를 하게 만든 겁니다.

이번에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다가와 돈만 갖고 사라졌습니다.

<녹취>A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너무 기가 막혀가지고 마스크 쓴 사람들 보고 그러면 지금도 떨린다니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말이 아니에요. 아프다니까.”

<인터뷰> 김미정(서울 성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해자들이 연령대가 있는 성인의 자녀를 둔 어머니들입니다. 모성을 악용한 거지 않습니까. 죄질이 나쁘고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의 한 달 동안 전 직원이 투입해서 추적 수사를 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은 뒤 사라진 남성은 25살 강 모 씨.

함께 구속된 고교 동창 정 모 씨와 함께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범죄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SNS 글을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로 피해자와 접촉해 돈을 받은 뒤, 송금책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피해자에게 받은 돈 중 천여만 원은 중국으로 송금도 하지 않고, 중간에서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미정(서울 성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생활비도 있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로 사용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법규 강화로 대포 통장 만들기가 어려워지자, 계좌 이체을 유도하는 대신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챙겨갔습니다.

<녹취>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지금 대포통장 구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지연인출제도가 시행되어서 100만 원 이상 입금되면 30분을 기다려야 (인출 가능) 하기 때문에 자녀를 납치했으니까 몸값을 준비하고 있어라. 이런 식으로 목돈을 찾으라고 시킨 다음에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

경찰은 가족을 납치했다는 전화 등이 걸려오면 먼저 의심부터 하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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