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마음을 잇고 편견을 허문다…탈북민 SNS ‘우리온’

입력 2017.03.25 (08:19) 수정 2017.03.25 (08: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흔히 SNS 라고 하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일,요즘엔 어르신들도 많이들 하고 계시죠?

네. 특히 정착을 위해서 정보와 도움이 절실한 탈북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SNS가 있다는데요... 회원이 벌써 5천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제는 정보는 물론이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면서, 남북 청년들의 편견을 허무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네.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게 목표라는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작은 떡 공방.

<녹취> “반죽을 많이 해 주셔야 이 떡이 더 맛있어요. 쫄깃쫄깃하고...”

2, 30대 여성 일곱 명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조물조물 떡 반죽을 합니다.

백련초와 단호박, 고구마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낸 고운 반죽 위에 팥 앙금을 올린 ‘색동 바람떡’이 완성됩니다.

<녹취> “아 귀여워 ~ ”

직접 만든 예쁜 떡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수강생들.

이들은 모두 북에 고향을 둔 탈북민들입니다.

<인터뷰> 최은혜(주부/탈북민) : “천연 재료니까 애들한테... 또 사서 먹이는 거보다 집에서 해서 먹이면 추억도 쌓고... 금액이 부담돼 가지고 못 배우고 있었거든요.”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인 떡 공예.

하지만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는데요.

이번 수업은 같은 탈북민인 유다빈 씨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습니다.

떡 공예를 가르쳐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고향 사람들에게 정을 나누는 기회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유다빈(떡 공방 운영/탈북민) : “금액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셔서... 제가 좋은 일을 좀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이거 배워주게 된 거예요.”

다빈 씨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먼 길 마다 않고 찾아 온 수강생들은 고향 얘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예쁜 떡도 만들게 됐습니다.

<인터뷰> 윤옥별(주부/탈북민) : “임신 중이어서 외부 활동을 아예 안하다 보니까 집에만 있어서 되게 좀 우울하고 그랬는데 와서 고향 사람들하고 얘기도 하고 하니까 너무 좋고, 또 예쁜 떡 만들어서 너무 좋고...”

고향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취미 활동을 하게 된 탈북민들.

그런데 이 수업을 어떻게 듣게 되었을까 궁금하시죠?

탈북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모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강생들은 한 SNS, 즉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재능기부 수업을 알게 됐다는데요.

평소에도 이 곳을 통해 탈북민을 위한 정보들을 자주 받아본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은혜(주부/탈북민) : “회원가입을 한 후 좋은 정보들을 많이 받았죠. 정말로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요. 취업정보라든가 교육 정보라든가 또 무료 나눔도 또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누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까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 탈북청년 박대현, 박수향 씨와 남한 청년 유진범 씨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2년 전, 탈북민을 위한 정보 커뮤니티 ‘우리온’을 가장 먼저 구상한 건 박대현 씨였는데요.

<인터뷰> 박대현(‘우리온’ 대표/탈북민) : “저는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통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게 되는데 주변에 있는 (탈북민) 친구들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친구들끼리 그냥 한번 만들게 됐는데 갑자기 회원 수가 뭐 2천 명이 넘고... ”

대현 씨의 아이디어에 여자 친구 수향 씨가 힘을 보탰고, 탈북민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SNS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2016년도만 702건을 올렸어요, 정보를. 예를 들면 저희가 취업 정보, 의료 지원, 주택 공지 이렇게 다 건수 별로 있는데...”

회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1년 만에 우리온의 소식을 구독하는 회원이 5천 명이 넘었습니다.

회원 수가 늘면서 떡 공예 수업처럼 자발적인 재능기부와 무료 나눔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녹취> “우와~ 이거도 새 거다!”

의류, 유아용품, 반찬에 이르기 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나눔에 얽힌 사연들을 접할 때면 코끝이 찡해지는 일도 많습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북에 아들을 둔 분이) 엄마의 마음으로 반찬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다섯 명에게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반찬을, 진짜 원하는 먹고 싶다는 반찬... 설을 맞으면서 (반찬 받은 청년이) 손 편지를 보내왔는데 마지막에 어머니라고 부르고 마지막에 ‘어머니의 아들 누구가’ 이렇게 보내온 걸 읽는데, 저도 울컥하는 거예요.”

얼마 전부터는 진로와 법률, 대인관계 등 10개 분야에 대해 ‘멘토링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홀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탈북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 외국인 유학생도 멘토로 나섰는데요.

<인터뷰> 마리야(러시아 유학생) : “외국인으로서 뭔가 세계에 대해서 좀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뭐 그런 마음으로 이제 (멘토로서) 신청하고...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재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건 법률 상담 서비스, 일주일에 한 두 건 씩 꾸준히 상담 요청이 올라옵니다.

<인터뷰> 김명철(변호사) : “우리가 그냥 일상적으로 겪는 교통사고 문제 아니면 직장 안에서의 뭐 차별 문제라든지 부당한 해고라든지... 그분들한테는 이제 대한민국 법률도 낯설고 또 (법적 대응)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적응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탈북민들만이 겪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인터뷰> 김명철(변호사) : “중국에 아직 남아 있는 자녀들이나 아니면 형제들을 어떻게 데리고 와야 되는지 그런 질문들이 많으세요. 사람들이 다 다르게 얘기를 해주니까 과연 어떤 게 맞는 거냐고...”

온라인 회원 수를 만 명 이상으로 늘려 더 많은 탈북민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게 목표라는 남북한 젊은이들.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명감이 있습니다.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다음 달 초에 있을 토크 콘서트 준비를 하느라 바쁜 운영진.

우리온은 그동안 ‘토크 콘서트, ‘교류 파티’ 등 오프라인 행사들도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요.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 남북한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탈북민, 탈북자라고 하면 뭔가 약간 못 배우고 뭔가 이런 인식들이 있어요. (편견이) 남아 있는데, 좀 우리온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개선하고... ”

<인터뷰> 유진범(우리온’ 사무국장) : “남한에 가면 우리온이 있어서 정착하는 데 큰 힘이 될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 삶이 아닐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다 이제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며 통일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남북한 청년들.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그들의 다부진 포부에 박수를 보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마음을 잇고 편견을 허문다…탈북민 SNS ‘우리온’
    • 입력 2017-03-25 08:21:44
    • 수정2017-03-25 08:36:2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흔히 SNS 라고 하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일,요즘엔 어르신들도 많이들 하고 계시죠?

네. 특히 정착을 위해서 정보와 도움이 절실한 탈북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SNS가 있다는데요... 회원이 벌써 5천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제는 정보는 물론이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면서, 남북 청년들의 편견을 허무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네.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게 목표라는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작은 떡 공방.

<녹취> “반죽을 많이 해 주셔야 이 떡이 더 맛있어요. 쫄깃쫄깃하고...”

2, 30대 여성 일곱 명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조물조물 떡 반죽을 합니다.

백련초와 단호박, 고구마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낸 고운 반죽 위에 팥 앙금을 올린 ‘색동 바람떡’이 완성됩니다.

<녹취> “아 귀여워 ~ ”

직접 만든 예쁜 떡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수강생들.

이들은 모두 북에 고향을 둔 탈북민들입니다.

<인터뷰> 최은혜(주부/탈북민) : “천연 재료니까 애들한테... 또 사서 먹이는 거보다 집에서 해서 먹이면 추억도 쌓고... 금액이 부담돼 가지고 못 배우고 있었거든요.”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인 떡 공예.

하지만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는데요.

이번 수업은 같은 탈북민인 유다빈 씨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습니다.

떡 공예를 가르쳐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고향 사람들에게 정을 나누는 기회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유다빈(떡 공방 운영/탈북민) : “금액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셔서... 제가 좋은 일을 좀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이거 배워주게 된 거예요.”

다빈 씨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먼 길 마다 않고 찾아 온 수강생들은 고향 얘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예쁜 떡도 만들게 됐습니다.

<인터뷰> 윤옥별(주부/탈북민) : “임신 중이어서 외부 활동을 아예 안하다 보니까 집에만 있어서 되게 좀 우울하고 그랬는데 와서 고향 사람들하고 얘기도 하고 하니까 너무 좋고, 또 예쁜 떡 만들어서 너무 좋고...”

고향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취미 활동을 하게 된 탈북민들.

그런데 이 수업을 어떻게 듣게 되었을까 궁금하시죠?

탈북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모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강생들은 한 SNS, 즉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재능기부 수업을 알게 됐다는데요.

평소에도 이 곳을 통해 탈북민을 위한 정보들을 자주 받아본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은혜(주부/탈북민) : “회원가입을 한 후 좋은 정보들을 많이 받았죠. 정말로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요. 취업정보라든가 교육 정보라든가 또 무료 나눔도 또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누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까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 탈북청년 박대현, 박수향 씨와 남한 청년 유진범 씨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2년 전, 탈북민을 위한 정보 커뮤니티 ‘우리온’을 가장 먼저 구상한 건 박대현 씨였는데요.

<인터뷰> 박대현(‘우리온’ 대표/탈북민) : “저는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통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게 되는데 주변에 있는 (탈북민) 친구들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친구들끼리 그냥 한번 만들게 됐는데 갑자기 회원 수가 뭐 2천 명이 넘고... ”

대현 씨의 아이디어에 여자 친구 수향 씨가 힘을 보탰고, 탈북민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SNS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2016년도만 702건을 올렸어요, 정보를. 예를 들면 저희가 취업 정보, 의료 지원, 주택 공지 이렇게 다 건수 별로 있는데...”

회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1년 만에 우리온의 소식을 구독하는 회원이 5천 명이 넘었습니다.

회원 수가 늘면서 떡 공예 수업처럼 자발적인 재능기부와 무료 나눔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녹취> “우와~ 이거도 새 거다!”

의류, 유아용품, 반찬에 이르기 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나눔에 얽힌 사연들을 접할 때면 코끝이 찡해지는 일도 많습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북에 아들을 둔 분이) 엄마의 마음으로 반찬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다섯 명에게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반찬을, 진짜 원하는 먹고 싶다는 반찬... 설을 맞으면서 (반찬 받은 청년이) 손 편지를 보내왔는데 마지막에 어머니라고 부르고 마지막에 ‘어머니의 아들 누구가’ 이렇게 보내온 걸 읽는데, 저도 울컥하는 거예요.”

얼마 전부터는 진로와 법률, 대인관계 등 10개 분야에 대해 ‘멘토링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홀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탈북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 외국인 유학생도 멘토로 나섰는데요.

<인터뷰> 마리야(러시아 유학생) : “외국인으로서 뭔가 세계에 대해서 좀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뭐 그런 마음으로 이제 (멘토로서) 신청하고...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재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건 법률 상담 서비스, 일주일에 한 두 건 씩 꾸준히 상담 요청이 올라옵니다.

<인터뷰> 김명철(변호사) : “우리가 그냥 일상적으로 겪는 교통사고 문제 아니면 직장 안에서의 뭐 차별 문제라든지 부당한 해고라든지... 그분들한테는 이제 대한민국 법률도 낯설고 또 (법적 대응)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적응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탈북민들만이 겪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인터뷰> 김명철(변호사) : “중국에 아직 남아 있는 자녀들이나 아니면 형제들을 어떻게 데리고 와야 되는지 그런 질문들이 많으세요. 사람들이 다 다르게 얘기를 해주니까 과연 어떤 게 맞는 거냐고...”

온라인 회원 수를 만 명 이상으로 늘려 더 많은 탈북민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게 목표라는 남북한 젊은이들.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명감이 있습니다.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다음 달 초에 있을 토크 콘서트 준비를 하느라 바쁜 운영진.

우리온은 그동안 ‘토크 콘서트, ‘교류 파티’ 등 오프라인 행사들도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요.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 남북한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박수향(‘우리온’ 관리자/탈북민) : “탈북민, 탈북자라고 하면 뭔가 약간 못 배우고 뭔가 이런 인식들이 있어요. (편견이) 남아 있는데, 좀 우리온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개선하고... ”

<인터뷰> 유진범(우리온’ 사무국장) : “남한에 가면 우리온이 있어서 정착하는 데 큰 힘이 될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 삶이 아닐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다 이제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며 통일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남북한 청년들.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그들의 다부진 포부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