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브라질 ‘부패 고기 스캔들’…전 세계가 충격

입력 2017.03.25 (21:46) 수정 2017.03.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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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바로 브라질인데요, 지금 '부패한 육류 유통' 파문이 일파만팝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한 고기를 판매해온 업체들이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약품까지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브라질산 육류 수입을 중단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류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 수십 명도 해고됐는데요, 정치권과 연결된 부패 고리도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은 정치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빨간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익히는 브라질 전통 음식 '슈하스코'입니다.

슈하스코는 직접 불에 굽는 직화 구이와 달리 뜨거운 열기로 고기를 익힙니다.

<인터뷰> 칸지도(요리사) : "고기를 맛있게 구우려면 불이 너무 세도 안 되고요. 은근한 불로 구워야 해요. 불꽃이 직접 닿아도 안 됩니다."

슈하스코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의 다양한 부위가 사용됩니다.

고기가 다 익으면 종업원이 꼬챙이째 들고 가서 손님 앞에서 잘라줍니다.

<인터뷰> 비토르(손님) : "고기는 브라질 사람들이 밥처럼 먹는 주식입니다. 점심이나 저녁을 고기 없이 먹을 수는 없죠. 어떤 나쁜 얘기가 나와도 저는 고기를 계속 먹을 겁니다."

고기 없이 살 수 없다는 브라질 사람들,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주 브라질 경찰은 육가공업체를 기습 단속했습니다.

적발된 업체는 모두 21곳,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인 JBS와 닭고기 수출회사 BRF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업체들은 유통기한을 위조하는 것은 물론 고기의 상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금지된 화학약품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그릴로(브라질 경찰 조사관) : "업체들은 부패한 고기에서 나오는 나쁜 냄새를 감추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했고, 고기에서는 일부 발암물질도 검출됐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닭고기에 판지를 갈아 넣어 무게를 늘리고,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돼지 머리 등을 사용해 소시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업체들은 검역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며 법망을 피해왔지만, 경찰이 이들의 전화 통화 녹음 등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하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녹취> 육류 가공업체 직원 : "돼지머리를 사용하는 건 사실 불법이에요."

<녹취> 육류 공급업체 직원 : "뭐 2톤만 보내는 것으로 하죠."

파문은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대형 슈퍼마켓의 육류 매장을 점검하며 관련 제품을 수거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아(소비자) : "무서워서 고기를 사지도 못하겠고, 먹는 것도 불안해요. 고기 냄새도 맡아 봤는데 이상한 것 같았어요."

이런 불안감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란다(정육점 직원) : "이번 고기 파문 이후에 판매가 조금 줄었어요.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 제품을 쓰는지 물어봐요."

육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닭고기의 80% 이상이 바로 이런 브라질 닭고기입니다.

브라질 닭은 크기도 크고, 가격도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지난해 소고기와 닭고기 수출로 135억 달러, 약 15조 원을 벌어들였는데 수출이 급감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브라질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테메르 대통령은 육류 수입국 대사들을 초청해 슈하스코 고기 요리를 대접하고, 브라질 고기는 안전하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테메르(브라질 대통령) : "(지난 6개월 동안) 육류 수입국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184건인데 그중에 위생문제는 한 두건에 불과했습니다."

브라질 농업부는 이번에 적발된 21개 사업장에서 지난 두 달 동안 34개국에 육류를 수출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칠레 등에는 닭고기가 수출됐고, 홍콩과 네덜란드, 필리핀 등에는 소고기가 들어갔습니다.

해당 국가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콩 소비자 : "정말 걱정됩니다. 제가 먹었던 고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 때문에 각국은 브라질산 육류에 대한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문제가 된 업체에서 생산된 육류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브라질 육류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중국과 홍콩,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와 칠레는 전면적인 수입 중단 조처를 내렸고 우리나라도 검역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브라가(대학교수) : "(이번 사건은) 소고기와 닭고기뿐 아니라, 브라질의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습니다."

'부패 고기' 파문은 브라질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언론들은 주요 정당이 나눠먹기식으로 육류 검역 담당자를 임명해 온 관행이 결국 대형 비리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육가공업체들이 검역 공무원에게 제공한 뇌물이 주요 정당에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겁니다.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에서 벌어진 '부패 고기' 유통 파문, 브라질 경제는 물론,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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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브라질 ‘부패 고기 스캔들’…전 세계가 충격
    • 입력 2017-03-25 22:14:09
    • 수정2017-03-25 22: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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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바로 브라질인데요, 지금 '부패한 육류 유통' 파문이 일파만팝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한 고기를 판매해온 업체들이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약품까지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브라질산 육류 수입을 중단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류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 수십 명도 해고됐는데요, 정치권과 연결된 부패 고리도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은 정치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빨간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익히는 브라질 전통 음식 '슈하스코'입니다.

슈하스코는 직접 불에 굽는 직화 구이와 달리 뜨거운 열기로 고기를 익힙니다.

<인터뷰> 칸지도(요리사) : "고기를 맛있게 구우려면 불이 너무 세도 안 되고요. 은근한 불로 구워야 해요. 불꽃이 직접 닿아도 안 됩니다."

슈하스코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의 다양한 부위가 사용됩니다.

고기가 다 익으면 종업원이 꼬챙이째 들고 가서 손님 앞에서 잘라줍니다.

<인터뷰> 비토르(손님) : "고기는 브라질 사람들이 밥처럼 먹는 주식입니다. 점심이나 저녁을 고기 없이 먹을 수는 없죠. 어떤 나쁜 얘기가 나와도 저는 고기를 계속 먹을 겁니다."

고기 없이 살 수 없다는 브라질 사람들,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주 브라질 경찰은 육가공업체를 기습 단속했습니다.

적발된 업체는 모두 21곳,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인 JBS와 닭고기 수출회사 BRF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업체들은 유통기한을 위조하는 것은 물론 고기의 상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금지된 화학약품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그릴로(브라질 경찰 조사관) : "업체들은 부패한 고기에서 나오는 나쁜 냄새를 감추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했고, 고기에서는 일부 발암물질도 검출됐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닭고기에 판지를 갈아 넣어 무게를 늘리고,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돼지 머리 등을 사용해 소시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업체들은 검역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며 법망을 피해왔지만, 경찰이 이들의 전화 통화 녹음 등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하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녹취> 육류 가공업체 직원 : "돼지머리를 사용하는 건 사실 불법이에요."

<녹취> 육류 공급업체 직원 : "뭐 2톤만 보내는 것으로 하죠."

파문은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대형 슈퍼마켓의 육류 매장을 점검하며 관련 제품을 수거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아(소비자) : "무서워서 고기를 사지도 못하겠고, 먹는 것도 불안해요. 고기 냄새도 맡아 봤는데 이상한 것 같았어요."

이런 불안감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란다(정육점 직원) : "이번 고기 파문 이후에 판매가 조금 줄었어요.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 제품을 쓰는지 물어봐요."

육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닭고기의 80% 이상이 바로 이런 브라질 닭고기입니다.

브라질 닭은 크기도 크고, 가격도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지난해 소고기와 닭고기 수출로 135억 달러, 약 15조 원을 벌어들였는데 수출이 급감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브라질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테메르 대통령은 육류 수입국 대사들을 초청해 슈하스코 고기 요리를 대접하고, 브라질 고기는 안전하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테메르(브라질 대통령) : "(지난 6개월 동안) 육류 수입국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184건인데 그중에 위생문제는 한 두건에 불과했습니다."

브라질 농업부는 이번에 적발된 21개 사업장에서 지난 두 달 동안 34개국에 육류를 수출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칠레 등에는 닭고기가 수출됐고, 홍콩과 네덜란드, 필리핀 등에는 소고기가 들어갔습니다.

해당 국가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콩 소비자 : "정말 걱정됩니다. 제가 먹었던 고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 때문에 각국은 브라질산 육류에 대한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문제가 된 업체에서 생산된 육류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브라질 육류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중국과 홍콩,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와 칠레는 전면적인 수입 중단 조처를 내렸고 우리나라도 검역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브라가(대학교수) : "(이번 사건은) 소고기와 닭고기뿐 아니라, 브라질의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습니다."

'부패 고기' 파문은 브라질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언론들은 주요 정당이 나눠먹기식으로 육류 검역 담당자를 임명해 온 관행이 결국 대형 비리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육가공업체들이 검역 공무원에게 제공한 뇌물이 주요 정당에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겁니다.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에서 벌어진 '부패 고기' 유통 파문, 브라질 경제는 물론,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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