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산불의 44%는 농촌에서 소각하다 발생

입력 2017.03.26 (07:04) 수정 2017.03.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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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 10년 평균보다 50% 이상 많았는데요.

특히 최근엔 농촌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번진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해충 방제 효과는 미미하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요,

어떤 점을 주의해야할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밭 한가운데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신고를 받고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불길이 이미 주변 산으로 번졌습니다.

<인터뷰> 김창호(화재 목격자) : "처음에는 이쪽에서 논두렁 태우듯이 불이 있었거든요. 조금 있으니까 불이 막 번지더라고요. 번지면서 안에 있던 부탄가스 같은 게 터지는 소리가 나서‘아, 안 되겠다. 이건 불이다’ 얼른 신고를 했습니다. 119에..."

진화 작업 끝에 불길은 5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임야 6,600제곱 미터와 비닐하우스 한 동이 불에 탔고, 불을 끄려던 70대 노인이 불길에 휩싸여 숨졌습니다.

<인터뷰> 이길수(송탄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장) : "선착대 현장 도착 당시 비닐하우스 한 동이 연소 중이었으며 옆 건물과 주변으로 불길이 확대되어 화재 진압에 임하였습니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경운기가 세워진 바로 옆에서 (사망) 사고가 난 것으로 보아 경운기로 번지는 불을 끄려다가 사망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147건, 이 가운데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경우가 65건으로 전체 산불의 44%나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정의성(송탄소방서 현장대응단) : "이달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논밭두렁 소각과 농사 부산물 소각으로 인해 화재 신고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농복합도시인 저희 소방서 관내에서 하루 7~8회 이상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같은 봄철, 논밭의 잡풀이 얼마나 잘 타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낙엽을 1.5m 길이로 펼친 뒤 불을 붙였는데요.

초속 5m의 바람이 불었을 때 낙엽은 2분 47초 만에 모두 타버린 반면, 바람이 불지 않았을 땐 7분 46초가 걸렸습니다.

바람이 불 때 연소 시간이 5분이나 빠른 겁니다.

이번엔 낙엽 속의 수분 함유량을 다르게 해 불을 붙였는데요.

봄철에 낙엽의 수분 함유량은 평균 10% 수준.

2m 길이로 펼친 낙엽이 모두 불타는데 3분 20초가 걸렸습니다.

반면 초여름 낙엽처럼 수분이 30% 수준일 땐 7분 41초가 걸렸는데요.

낙엽이 건조할 때 타는 속도가 2배 이상 빨랐습니다.

<인터뷰> 이병두(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연구사) : "봄철에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산불의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논밭두렁은 햇볕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잔디 등이 바짝 말라있어서 불이 붙기 쉽고요. 또 바람이 불 경우에는 불똥이 날아가서 주변 민가나 산불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태우는 이유는 농사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영여(농민) : "이런 것을 걷으면 어디 처치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깨끗하게 태워 없애는 거죠."

또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손햅니다.

논밭에 있는 곤충은 벼물바구미 등 해충이 11퍼센트인 반면, 거미와 같은 농사에 이로운 곤충은 89퍼센트로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광호(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농업연구사) : "(익충인) 거미류는 이른 봄에 나오는 해충들을 방제하는 역할을 하고요. 톡톡이류들은 우리가 농사짓고 난 부산물들을 분해해서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논둑을 태우면서 병해충 방제하는 행위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 논밭두렁을 태우는 농민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어서 불이 확산될 때 자칫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부득이 논밭두렁을 소각해할 경우엔 반드시 지자체에 신고하고, 공무원이나 산불 감시원이 있는 상황에서 태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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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안전 인사이드] 산불의 44%는 농촌에서 소각하다 발생
    • 입력 2017-03-26 07:07:26
    • 수정2017-03-26 07:36:08
    KBS 재난방송센터
<앵커 멘트>

올해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 10년 평균보다 50% 이상 많았는데요.

특히 최근엔 농촌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번진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해충 방제 효과는 미미하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요,

어떤 점을 주의해야할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밭 한가운데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신고를 받고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불길이 이미 주변 산으로 번졌습니다.

<인터뷰> 김창호(화재 목격자) : "처음에는 이쪽에서 논두렁 태우듯이 불이 있었거든요. 조금 있으니까 불이 막 번지더라고요. 번지면서 안에 있던 부탄가스 같은 게 터지는 소리가 나서‘아, 안 되겠다. 이건 불이다’ 얼른 신고를 했습니다. 119에..."

진화 작업 끝에 불길은 5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임야 6,600제곱 미터와 비닐하우스 한 동이 불에 탔고, 불을 끄려던 70대 노인이 불길에 휩싸여 숨졌습니다.

<인터뷰> 이길수(송탄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장) : "선착대 현장 도착 당시 비닐하우스 한 동이 연소 중이었으며 옆 건물과 주변으로 불길이 확대되어 화재 진압에 임하였습니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경운기가 세워진 바로 옆에서 (사망) 사고가 난 것으로 보아 경운기로 번지는 불을 끄려다가 사망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147건, 이 가운데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경우가 65건으로 전체 산불의 44%나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정의성(송탄소방서 현장대응단) : "이달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논밭두렁 소각과 농사 부산물 소각으로 인해 화재 신고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농복합도시인 저희 소방서 관내에서 하루 7~8회 이상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같은 봄철, 논밭의 잡풀이 얼마나 잘 타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낙엽을 1.5m 길이로 펼친 뒤 불을 붙였는데요.

초속 5m의 바람이 불었을 때 낙엽은 2분 47초 만에 모두 타버린 반면, 바람이 불지 않았을 땐 7분 46초가 걸렸습니다.

바람이 불 때 연소 시간이 5분이나 빠른 겁니다.

이번엔 낙엽 속의 수분 함유량을 다르게 해 불을 붙였는데요.

봄철에 낙엽의 수분 함유량은 평균 10% 수준.

2m 길이로 펼친 낙엽이 모두 불타는데 3분 20초가 걸렸습니다.

반면 초여름 낙엽처럼 수분이 30% 수준일 땐 7분 41초가 걸렸는데요.

낙엽이 건조할 때 타는 속도가 2배 이상 빨랐습니다.

<인터뷰> 이병두(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연구사) : "봄철에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산불의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논밭두렁은 햇볕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잔디 등이 바짝 말라있어서 불이 붙기 쉽고요. 또 바람이 불 경우에는 불똥이 날아가서 주변 민가나 산불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태우는 이유는 농사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영여(농민) : "이런 것을 걷으면 어디 처치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깨끗하게 태워 없애는 거죠."

또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손햅니다.

논밭에 있는 곤충은 벼물바구미 등 해충이 11퍼센트인 반면, 거미와 같은 농사에 이로운 곤충은 89퍼센트로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광호(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농업연구사) : "(익충인) 거미류는 이른 봄에 나오는 해충들을 방제하는 역할을 하고요. 톡톡이류들은 우리가 농사짓고 난 부산물들을 분해해서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논둑을 태우면서 병해충 방제하는 행위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 논밭두렁을 태우는 농민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어서 불이 확산될 때 자칫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부득이 논밭두렁을 소각해할 경우엔 반드시 지자체에 신고하고, 공무원이나 산불 감시원이 있는 상황에서 태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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