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림자 간병

입력 2017.03.26 (22:47) 수정 2017.03.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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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올해 이제 6년 접어들었으니까. 6년째 접어들었으니까."

<녹취> "그때 병났을 때 죽어버렸으면 괜찮을라나. 별 마음이 다 들고.. "

71살 강영희 씨는 6년째 간병 중입니다.

<녹취> "제가 다 해주지. 지가 뭘 한다는 거는 아직은 아무 것도 없어요."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뇌는 이미 손상된 뒤였습니다.

그렇게 6년째….

<녹취> "침상 위에서 운동해 주고, 소변 마려우면 소변 같은 거 받아주고..식사 같은 것도 다 제가 먹여야지."

하루종일 아들 수발에 정상적인 일상은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아들의 식사가 끝나야 비로소 본인 밥을 뜨기 시작합니다.

아들이 남긴 병원 밥과 서너가지 밑반찬이 전부.

하루에 몇 번씩이나, 자신의 두 배가 넘는 아들을 들어서 옮기고,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활하다보니 디스크와 관절염 증상도 생겼지만, 정작 자신을 챙길 여력은 없습니다.

<녹취> "(일어나) 그냥 일어나? 왜? 엄마 힘드니까 좀 누워있어야지. 알았지? (엄마~)"

<녹취> "허리가 좀..여기가 좀 아파..그걸 누구한테 다 표현을 해요. 표현을 못하잖아."

<인터뷰> 강영희(가족 간병인) : "그래도 이렇게라도 좋아졌응게 마음은 좀 편하고..그런데 이것이 언제 사람 노릇을 하나. 그게 그렇지.."

병원비만 한 달에 60-70만 원, 간병인을 구해 간병을 맡기는 건 꿈도 못 꿉니다.

<인터뷰> 강영희(가족 간병인) : "형편이 안 되니까. 얼마나 제가 이걸 해야 돼. 그게..내가 나이 먹고 하면 아무래도 이걸 봐줄 순 없잖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이제 봐준다고 하지만. 얘도 좋아진다는 건.. 그런건 못 보고. 막막하죠. 지금."

시작과 동시에 내가 아닌 삶을 살아야 하는 간병.

장기간 환자를 돌봐온 가족 간병인을 '숨겨진 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환자를 돌보면서 고통을 겪고 심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어 이상 증세를 그대로 방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앓는 남편을 집에서 돌보고 있는 최옥순 할머니.

<녹취>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예순일곱. (원래 할아버지 올해 몇이에요?) 일흔 다섯."

<녹취> "노래 좀 해봐. 해병대 노래 좀 해봐. 시작!"

<녹취> "해병대 노래..

<녹취> "다 잊어버렸어. 노래 참 잘했어요, 아주."

남편이 처음 치매 증세를 보인 건 10년 전.

요양병원에 맡겨 보기도 했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최옥순(가족 간병인) : "먼저 집은 이제 팔아서 다 병원비로 들어가고..0550간병을 쓰려고 보니까 10만 원이야. 하루에 12만 원. 그래서 도저히 아 12만 원을 들이느니 내가 앉아있는 게 낫겠다 그러고서는 그때부터 이제 데리고 했던 거지."

하지만 집으로 온 뒤 걸핏하면 사라지는 남편 때문에 가슴을 졸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인터뷰> 최옥순(가족 간병인) : "이리로 사르르 빠져나가. 빠져나가서 문 열어놓고 이제 여름에는 덥잖아. 더우니까 문 열어놓고서는 이제 뭘 하다 보면 없어. 그러면 벌써 없어졌어. 그러면 내가 그냥 신발도 못 신고 막 그냥 뛰어내려가는거야."

하루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홀로 남편을 돌봐야 하는 상황,

<녹취> "실컷 목욕을 시켜서 그냥.. 나와서 옷을 갈아입히면 그먄 오줌을 주르륵 싸 놓으면 또 벗겨야 되잖아. 그럴 땐 진짜 신경질 나고 진짜 속상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은 곧잘 우울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녹취> "내가 아주 살기 싫은 적도 많아. 그냥 다 깨 버릴까. 그냥 다 갖다 집어던져버릴까., 그냥. 밥 먹고 그 설거지를 하는 데 그렇게 싫은 거야. 내가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이 짓을 하고 이거 설거지를 하고 서 있나. 이 할아버지 없으면 내가..."

노년의 배우자나 자녀가 나보다 더 아픈 가족을 돌봐야하는 '노노 간병'은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 : "이제 노년들이 증가하고 우리 사회에서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굉장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그리고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문제로 계속 확대되고 있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간병에 대한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4년 2월, 대구 수성구 66살 최00 씨, 20년 간병하던 남편 살해.

<녹취> 경찰 : "아침에 출근할 준비를 하는데 인사를 하려고 보니까 갑자기 저 사람 때문에 내가 20년 간 이게 무슨 고생이냐. 저 사람 죽이면 저 사람도 편하고 나도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나 이런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더랍니다."

2016년 3월, 강원 영월군 59살 장00 씨, 장애 앓던 여동생 살해 뒤 자살 시도.

<녹취> 이웃 주민 : "생각을 해봐요. 여동생인데 대변 치워야지, 밥 먹여야지. 그걸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지. 그 사람(오빠)도 (간병을) 잘 했다고. 내가 봤을 때 (간병을) 참 잘 했어."

2017년 1월, 부산 영도구 55살 이00 씨, 15년 간병하던 형 살해 시도.

<녹취> 경찰 :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구청에서 지급하는 보조금만으로 생활하며 정신지체장애자인 형님을 오래전부터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활고로 인해서 서로간의 갈등이 있었고.."

간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범죄는 올 들어서만 3주에 한 번 꼴로 발생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이곳 서울 강동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5년 간 간병하던 남편.

자신도 대장암 판정을 받고 더 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간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극진히 모시던 치매 노모를 살해해 일본 전역에 파문을 일으킨 50대 남성.

정상이 참작돼 집행유예 선고 받았지만,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아케가미 데쓰로(당시 사건 담당 변호사) : "간병하다 지쳐서 어머니를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에요. 정말로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고, 본인도 금전적 문제만 해결돼 제대로 생활할 수 있다면 어머니를 끝까지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일본에서 이런 '간병 살인'은 이제 1주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철현(고려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간병인들은 상당히 고립돼 있어요. 힘든 상황들, 감정들, 이런 것들을 뭔가 서로 공유하고 이해받고 또 내가 공감해주고 이런 기회나 모임이 있으면 좋은데 이런것 없이 그냥 계속 퍼주는 거죠. 퍼주기만 하면서 계속 나는 메말라 가는데 퍼주고, 다시 뭔가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없이 이런 패턴을 지속하다 보니까 간병인들이 소진이 되는, 번아웃되는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병동엔 간병인이 없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건 바로 간호사와 조무사 같은 간호 전담 인력.

병원에 내는 간병 비용은 간병인을 쓸 때보다 1/4 정도 저렴합니다.

여든 넘은 아버지를 보살피던 62살의 딸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었습니다.

<인터뷰> 홍수복(보호자) : "24시간을 생활하면 아무래도 가족이라도 받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근데 조금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런게 좀 해소가 되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게 많은 도움이되죠."

하지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건 극소수입니다.

간호 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20% 정도만이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간병인을 사용하면 하루 7만 원에서 10만 원, 한 달 평균 280만 원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필순(온누리요양병원 이사장) : "가정 경제가 거의 좀 파탄 위기가 돼 버리니까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해가지고 옮기는 분들이 이제 울면서 옮기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은 어떻게 보면 간병비만 없어도 굉장히 오래 병원에 계실 수 있죠."

치매 등의 노인성 질병으로 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 간병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10년전부터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병이 제한돼 있고 의료기관 등에선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전체 노인의 7%만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 : "흔히 말한는 복지 망에 걸러지지 못한 분들이 계세요. 이거는 전반적으로 현재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내년이면 넘어가게 될 텐데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사회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는, 굉장히 중요하고 또 시급한 신호라고 봐야 될 겁니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살. 그런데 건강수명은 72살에 머뭅니다.

말년 10년이 아프다는 말인데, 바꿔 말하면 10년 정도의 간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본을 뛰어넘는 노인대국으로 부상할 한국, 간병의 고통을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 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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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의 그림자 간병
    • 입력 2017-03-26 22:57:40
    • 수정2017-03-27 00:01:59
    취재파일K
<녹취> "올해 이제 6년 접어들었으니까. 6년째 접어들었으니까."

<녹취> "그때 병났을 때 죽어버렸으면 괜찮을라나. 별 마음이 다 들고.. "

71살 강영희 씨는 6년째 간병 중입니다.

<녹취> "제가 다 해주지. 지가 뭘 한다는 거는 아직은 아무 것도 없어요."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뇌는 이미 손상된 뒤였습니다.

그렇게 6년째….

<녹취> "침상 위에서 운동해 주고, 소변 마려우면 소변 같은 거 받아주고..식사 같은 것도 다 제가 먹여야지."

하루종일 아들 수발에 정상적인 일상은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아들의 식사가 끝나야 비로소 본인 밥을 뜨기 시작합니다.

아들이 남긴 병원 밥과 서너가지 밑반찬이 전부.

하루에 몇 번씩이나, 자신의 두 배가 넘는 아들을 들어서 옮기고,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활하다보니 디스크와 관절염 증상도 생겼지만, 정작 자신을 챙길 여력은 없습니다.

<녹취> "(일어나) 그냥 일어나? 왜? 엄마 힘드니까 좀 누워있어야지. 알았지? (엄마~)"

<녹취> "허리가 좀..여기가 좀 아파..그걸 누구한테 다 표현을 해요. 표현을 못하잖아."

<인터뷰> 강영희(가족 간병인) : "그래도 이렇게라도 좋아졌응게 마음은 좀 편하고..그런데 이것이 언제 사람 노릇을 하나. 그게 그렇지.."

병원비만 한 달에 60-70만 원, 간병인을 구해 간병을 맡기는 건 꿈도 못 꿉니다.

<인터뷰> 강영희(가족 간병인) : "형편이 안 되니까. 얼마나 제가 이걸 해야 돼. 그게..내가 나이 먹고 하면 아무래도 이걸 봐줄 순 없잖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이제 봐준다고 하지만. 얘도 좋아진다는 건.. 그런건 못 보고. 막막하죠. 지금."

시작과 동시에 내가 아닌 삶을 살아야 하는 간병.

장기간 환자를 돌봐온 가족 간병인을 '숨겨진 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환자를 돌보면서 고통을 겪고 심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어 이상 증세를 그대로 방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앓는 남편을 집에서 돌보고 있는 최옥순 할머니.

<녹취>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예순일곱. (원래 할아버지 올해 몇이에요?) 일흔 다섯."

<녹취> "노래 좀 해봐. 해병대 노래 좀 해봐. 시작!"

<녹취> "해병대 노래..

<녹취> "다 잊어버렸어. 노래 참 잘했어요, 아주."

남편이 처음 치매 증세를 보인 건 10년 전.

요양병원에 맡겨 보기도 했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최옥순(가족 간병인) : "먼저 집은 이제 팔아서 다 병원비로 들어가고..0550간병을 쓰려고 보니까 10만 원이야. 하루에 12만 원. 그래서 도저히 아 12만 원을 들이느니 내가 앉아있는 게 낫겠다 그러고서는 그때부터 이제 데리고 했던 거지."

하지만 집으로 온 뒤 걸핏하면 사라지는 남편 때문에 가슴을 졸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인터뷰> 최옥순(가족 간병인) : "이리로 사르르 빠져나가. 빠져나가서 문 열어놓고 이제 여름에는 덥잖아. 더우니까 문 열어놓고서는 이제 뭘 하다 보면 없어. 그러면 벌써 없어졌어. 그러면 내가 그냥 신발도 못 신고 막 그냥 뛰어내려가는거야."

하루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홀로 남편을 돌봐야 하는 상황,

<녹취> "실컷 목욕을 시켜서 그냥.. 나와서 옷을 갈아입히면 그먄 오줌을 주르륵 싸 놓으면 또 벗겨야 되잖아. 그럴 땐 진짜 신경질 나고 진짜 속상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은 곧잘 우울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녹취> "내가 아주 살기 싫은 적도 많아. 그냥 다 깨 버릴까. 그냥 다 갖다 집어던져버릴까., 그냥. 밥 먹고 그 설거지를 하는 데 그렇게 싫은 거야. 내가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이 짓을 하고 이거 설거지를 하고 서 있나. 이 할아버지 없으면 내가..."

노년의 배우자나 자녀가 나보다 더 아픈 가족을 돌봐야하는 '노노 간병'은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 : "이제 노년들이 증가하고 우리 사회에서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굉장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그리고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문제로 계속 확대되고 있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간병에 대한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4년 2월, 대구 수성구 66살 최00 씨, 20년 간병하던 남편 살해.

<녹취> 경찰 : "아침에 출근할 준비를 하는데 인사를 하려고 보니까 갑자기 저 사람 때문에 내가 20년 간 이게 무슨 고생이냐. 저 사람 죽이면 저 사람도 편하고 나도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나 이런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더랍니다."

2016년 3월, 강원 영월군 59살 장00 씨, 장애 앓던 여동생 살해 뒤 자살 시도.

<녹취> 이웃 주민 : "생각을 해봐요. 여동생인데 대변 치워야지, 밥 먹여야지. 그걸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지. 그 사람(오빠)도 (간병을) 잘 했다고. 내가 봤을 때 (간병을) 참 잘 했어."

2017년 1월, 부산 영도구 55살 이00 씨, 15년 간병하던 형 살해 시도.

<녹취> 경찰 :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구청에서 지급하는 보조금만으로 생활하며 정신지체장애자인 형님을 오래전부터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활고로 인해서 서로간의 갈등이 있었고.."

간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범죄는 올 들어서만 3주에 한 번 꼴로 발생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이곳 서울 강동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5년 간 간병하던 남편.

자신도 대장암 판정을 받고 더 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간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극진히 모시던 치매 노모를 살해해 일본 전역에 파문을 일으킨 50대 남성.

정상이 참작돼 집행유예 선고 받았지만,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아케가미 데쓰로(당시 사건 담당 변호사) : "간병하다 지쳐서 어머니를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에요. 정말로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고, 본인도 금전적 문제만 해결돼 제대로 생활할 수 있다면 어머니를 끝까지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일본에서 이런 '간병 살인'은 이제 1주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철현(고려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간병인들은 상당히 고립돼 있어요. 힘든 상황들, 감정들, 이런 것들을 뭔가 서로 공유하고 이해받고 또 내가 공감해주고 이런 기회나 모임이 있으면 좋은데 이런것 없이 그냥 계속 퍼주는 거죠. 퍼주기만 하면서 계속 나는 메말라 가는데 퍼주고, 다시 뭔가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없이 이런 패턴을 지속하다 보니까 간병인들이 소진이 되는, 번아웃되는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병동엔 간병인이 없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건 바로 간호사와 조무사 같은 간호 전담 인력.

병원에 내는 간병 비용은 간병인을 쓸 때보다 1/4 정도 저렴합니다.

여든 넘은 아버지를 보살피던 62살의 딸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었습니다.

<인터뷰> 홍수복(보호자) : "24시간을 생활하면 아무래도 가족이라도 받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근데 조금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런게 좀 해소가 되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게 많은 도움이되죠."

하지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건 극소수입니다.

간호 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20% 정도만이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간병인을 사용하면 하루 7만 원에서 10만 원, 한 달 평균 280만 원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필순(온누리요양병원 이사장) : "가정 경제가 거의 좀 파탄 위기가 돼 버리니까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해가지고 옮기는 분들이 이제 울면서 옮기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은 어떻게 보면 간병비만 없어도 굉장히 오래 병원에 계실 수 있죠."

치매 등의 노인성 질병으로 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 간병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10년전부터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병이 제한돼 있고 의료기관 등에선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전체 노인의 7%만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 : "흔히 말한는 복지 망에 걸러지지 못한 분들이 계세요. 이거는 전반적으로 현재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내년이면 넘어가게 될 텐데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사회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는, 굉장히 중요하고 또 시급한 신호라고 봐야 될 겁니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살. 그런데 건강수명은 72살에 머뭅니다.

말년 10년이 아프다는 말인데, 바꿔 말하면 10년 정도의 간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본을 뛰어넘는 노인대국으로 부상할 한국, 간병의 고통을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 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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