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버스에 깔린 20대, 시민들이 구했다

입력 2017.03.29 (08:35) 수정 2017.03.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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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길을 건너던 20대 청년이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났습니다.

버스 기사가 뒤늦게 발견하면서, 이 청년은 버스 앞 유리창에 부딪힌 직후, 버스 밑으로 깔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구조 상황이었는데요.

버스를 밀어내고 이 청년을 빨리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경찰과 소방관들의 힘만으로는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이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버스로 달려들어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했던 사고 현장에서 빛난 시민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밤. 경기도 부천의 한 교차로입니다.

마을버스가 우회전을 하더니, 횡단보도 앞에 급히 멈춰섭니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버스 유리창에 부딪혀 쓰러진 뒤, 버스 밑으로 몸이 들어가 버린겁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저는 지나가다가 ‘쾅’ 소리가 나서 봤는데 남성분이 버스에 치여서 뒹굴었고 그다음에 버스가 앞으로 더 나가는 바람에 남성분이 깔리셨더라고요.”

사고를 당한 남성은 25살 윤 모 씨.

녹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우회전을 하자마자 횡단보도가 있는데 횡단보도 보행 신호에 따라서 횡단하는 보행자를 운전자가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면 유리로 부딪힌 다음에 3m 정도 버스 밑으로 끌고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버스기사와 승객이 버스 아래를 살핍니다.

윤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희미한 신음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의식 있으시냐고 여쭤봤는데 '네' 라고 희미하게 대답하셨고 신음을 좀 많이 내셨어요.”

윤 씨를 구조하는 게 한시라도 급한 상황.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저희가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까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목이 불편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긴급한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경찰이 윤 씨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던 사이, 119 구조대도 곧 도착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직접 버스 아래로 들어가 환자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인터뷰> 남상현(소방교/부천소방서 119구조대) : “제가 차량 밑으로 들어가서 그 요구조자가 있는 데까지 기어갔어요. 상태를 확인하니까 의식은 있었고 많이 놀란 상태였거든요. 가방을 등에 메고 머리 쪽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상태였어요. 입만 껌벅껌벅 하고 계셔서 많이 다친 거라고 판단을 했어요.”

하지만 구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 보이는 상황이라 함부로 빼낼 수 없는데다, 버스 아래 공간도 좁아 윤 씨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밑에 깔린 사람을 구조하려고 했는데 그 밑부분이 마을버스다 보니까 일반버스보다 버스가 좁습니다. 그래서 그게 좀 비좁다 보니까 들어가서 구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버스를 밀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힘만으로는 9톤짜리 버스를 밀어 내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경찰분들과 구조대원 분들이 버스를 먼저 밀려고 시도를 하셨는데 잘 안 밀렸어요.”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버스를 밀려고 했는데 이게 안 밀리더라고요. 그 버스 기사가 당황해서 사이드를 풀었는지 안 풀었는지 차가 밀리지 않았어요.”

구조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던 상황.

이 때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구르던 한 시민이 앞으로 나섭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옆에서 시민분들이 답답하셨는지 시민도 도와줘도 되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된다고 해서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녹취> "시민분이 도와줄 수 있어요? (가서 밀면 되지. 밀면 되지.) 밀어주세요. 밀어주세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에 있던 시민 10여명이 순식간에 우르르 버스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시민들이 힘을 합쳐 버스를 밀기 시작합니다.

경찰과 소방대원의 힘만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던 버스가 시민들이 힘을 보태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 경찰분들 네 분, 다섯 분 정도가 하셨을 때는, 두세 차례 밀 땐 안 됐었거든요. 그런데 시민분들이 참여하니까 금방 밀리더라고요.”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시민들이 한 10여 명, 저희 경찰관 6명 정도, 소방관도 6,7명 정도 이렇게 달려들어서 버스를 밀었더니 한 1 m 정도 차가 뒤로 밀리니까 밑에 깔려있던 사람이 밖으로 드러난 거죠. 그래서 그때 구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윤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남상현(소방교/부천소방서 119구조대) : “다친 부위는 저희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하고 바로 구급차로 병원 이동을…….”

윤 씨는 머리에 피를 많이 흘렸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자칫 큰 사망 사고까지 이를 수 있는 사고였었는데 시민들의 신속한, 자발적이고 신속한 도움으로 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같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한 사회구나 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다급한 사고 현장에서 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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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버스에 깔린 20대, 시민들이 구했다
    • 입력 2017-03-29 08:24:07
    • 수정2017-03-29 09: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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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길을 건너던 20대 청년이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났습니다.

버스 기사가 뒤늦게 발견하면서, 이 청년은 버스 앞 유리창에 부딪힌 직후, 버스 밑으로 깔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구조 상황이었는데요.

버스를 밀어내고 이 청년을 빨리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경찰과 소방관들의 힘만으로는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이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버스로 달려들어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했던 사고 현장에서 빛난 시민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밤. 경기도 부천의 한 교차로입니다.

마을버스가 우회전을 하더니, 횡단보도 앞에 급히 멈춰섭니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버스 유리창에 부딪혀 쓰러진 뒤, 버스 밑으로 몸이 들어가 버린겁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저는 지나가다가 ‘쾅’ 소리가 나서 봤는데 남성분이 버스에 치여서 뒹굴었고 그다음에 버스가 앞으로 더 나가는 바람에 남성분이 깔리셨더라고요.”

사고를 당한 남성은 25살 윤 모 씨.

녹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우회전을 하자마자 횡단보도가 있는데 횡단보도 보행 신호에 따라서 횡단하는 보행자를 운전자가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면 유리로 부딪힌 다음에 3m 정도 버스 밑으로 끌고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버스기사와 승객이 버스 아래를 살핍니다.

윤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희미한 신음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의식 있으시냐고 여쭤봤는데 '네' 라고 희미하게 대답하셨고 신음을 좀 많이 내셨어요.”

윤 씨를 구조하는 게 한시라도 급한 상황.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저희가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까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목이 불편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긴급한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경찰이 윤 씨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던 사이, 119 구조대도 곧 도착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직접 버스 아래로 들어가 환자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인터뷰> 남상현(소방교/부천소방서 119구조대) : “제가 차량 밑으로 들어가서 그 요구조자가 있는 데까지 기어갔어요. 상태를 확인하니까 의식은 있었고 많이 놀란 상태였거든요. 가방을 등에 메고 머리 쪽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상태였어요. 입만 껌벅껌벅 하고 계셔서 많이 다친 거라고 판단을 했어요.”

하지만 구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 보이는 상황이라 함부로 빼낼 수 없는데다, 버스 아래 공간도 좁아 윤 씨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밑에 깔린 사람을 구조하려고 했는데 그 밑부분이 마을버스다 보니까 일반버스보다 버스가 좁습니다. 그래서 그게 좀 비좁다 보니까 들어가서 구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버스를 밀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힘만으로는 9톤짜리 버스를 밀어 내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경찰분들과 구조대원 분들이 버스를 먼저 밀려고 시도를 하셨는데 잘 안 밀렸어요.”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버스를 밀려고 했는데 이게 안 밀리더라고요. 그 버스 기사가 당황해서 사이드를 풀었는지 안 풀었는지 차가 밀리지 않았어요.”

구조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던 상황.

이 때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구르던 한 시민이 앞으로 나섭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옆에서 시민분들이 답답하셨는지 시민도 도와줘도 되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된다고 해서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녹취> "시민분이 도와줄 수 있어요? (가서 밀면 되지. 밀면 되지.) 밀어주세요. 밀어주세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에 있던 시민 10여명이 순식간에 우르르 버스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시민들이 힘을 합쳐 버스를 밀기 시작합니다.

경찰과 소방대원의 힘만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던 버스가 시민들이 힘을 보태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 경찰분들 네 분, 다섯 분 정도가 하셨을 때는, 두세 차례 밀 땐 안 됐었거든요. 그런데 시민분들이 참여하니까 금방 밀리더라고요.”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시민들이 한 10여 명, 저희 경찰관 6명 정도, 소방관도 6,7명 정도 이렇게 달려들어서 버스를 밀었더니 한 1 m 정도 차가 뒤로 밀리니까 밑에 깔려있던 사람이 밖으로 드러난 거죠. 그래서 그때 구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윤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남상현(소방교/부천소방서 119구조대) : “다친 부위는 저희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하고 바로 구급차로 병원 이동을…….”

윤 씨는 머리에 피를 많이 흘렸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구열(구조 시민) :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이상열(경위/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자칫 큰 사망 사고까지 이를 수 있는 사고였었는데 시민들의 신속한, 자발적이고 신속한 도움으로 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인터뷰> 원대연(경장/부천소사경찰서 소사지구대) :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같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한 사회구나 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다급한 사고 현장에서 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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