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정신질환’ 참극…돌봄 시설·인력 ‘태부족’

입력 2017.04.03 (21:29) 수정 2017.04.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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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며칠 전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피살 사건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참극으로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얼마든지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정신질환 범죄의 실태와 보호 대책을 송명희 기자와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살 동네 여자 어린이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

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17살 김 모 양은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울증이 악화돼 조현병으로 진행됐는데, 범행 전날에도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지만 피해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 범행동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녹취> 김경호(인천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 동기는 피의자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식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

당초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논란으로까지 확산됐지만 피의자 34살 김 모 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 : "개인적으로 원한이나 감정은 없기 때문에... 마음이 좀 미안하고..."

김 씨는 한때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가출한 이후 약을 먹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면서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신질환 범죄는 일부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정신질환자는 2015년 기준 3천2백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13% 증가했고,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정신질환자는 358명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기자 멘트>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병하는 정신질환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이 안 됐을 때처럼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고 해서 조현병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주요 증상인 환청이나 피해망상이 심해지게 되면 간혹 '묻지 마 범죄'처럼 극단적인 행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내 이런 조현병 환자는 전인구의 1%인 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런 만큼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실제로는 전체 범죄의 단 0.3%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관리만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오는 6월부터는 새로운 법률이 시행돼 더 많은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사회로 나올 예정인데요,

우리의 준비 상황은 어떤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상담과 치료를 돕는 한 자치단체의 정신건강증진센터입니다.

매일 20여 명의 환자가 이곳을 찾아 약물치료와 재활 등 사회복귀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현병 환자 : "기분이 나아지고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인터뷰> 조현병 환자 : "화가 나는 게 덜한 것 같아요."

조현병은 이처럼 꾸준히 관리만 받으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지만,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재입원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재발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이들을 돌볼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근무하는 상근 전문인력은 고작 950여 명, 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80명으로 선진국의 30명을 크게 웃돕니다.

특히 오는 6월 개정된 정신보건법에 따라 만 3천여 명의 중증 질환자가 퇴원할 예정인 상황에서, 상당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큰 겁니다.

<인터뷰> 서동우(김포 정신건강증진센터장) : "꼭 필요하신 분들에게 좋은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리고 전문적으로 그분들을 잘 돌봐줄 수 있는 그런 지역사회의 서비스가 좀 더 확충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도 문제지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이들을 돌볼 시설과 전문가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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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정신질환’ 참극…돌봄 시설·인력 ‘태부족’
    • 입력 2017-04-03 21:29:24
    • 수정2017-04-03 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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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며칠 전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피살 사건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참극으로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얼마든지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정신질환 범죄의 실태와 보호 대책을 송명희 기자와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8살 동네 여자 어린이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

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17살 김 모 양은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울증이 악화돼 조현병으로 진행됐는데, 범행 전날에도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지만 피해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 범행동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녹취> 김경호(인천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 동기는 피의자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식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

당초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논란으로까지 확산됐지만 피의자 34살 김 모 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의자) : "개인적으로 원한이나 감정은 없기 때문에... 마음이 좀 미안하고..."

김 씨는 한때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가출한 이후 약을 먹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면서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신질환 범죄는 일부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정신질환자는 2015년 기준 3천2백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13% 증가했고,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정신질환자는 358명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기자 멘트>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병하는 정신질환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이 안 됐을 때처럼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고 해서 조현병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주요 증상인 환청이나 피해망상이 심해지게 되면 간혹 '묻지 마 범죄'처럼 극단적인 행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내 이런 조현병 환자는 전인구의 1%인 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런 만큼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실제로는 전체 범죄의 단 0.3%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관리만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오는 6월부터는 새로운 법률이 시행돼 더 많은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사회로 나올 예정인데요,

우리의 준비 상황은 어떤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상담과 치료를 돕는 한 자치단체의 정신건강증진센터입니다.

매일 20여 명의 환자가 이곳을 찾아 약물치료와 재활 등 사회복귀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현병 환자 : "기분이 나아지고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인터뷰> 조현병 환자 : "화가 나는 게 덜한 것 같아요."

조현병은 이처럼 꾸준히 관리만 받으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지만,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재입원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재발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이들을 돌볼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근무하는 상근 전문인력은 고작 950여 명, 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80명으로 선진국의 30명을 크게 웃돕니다.

특히 오는 6월 개정된 정신보건법에 따라 만 3천여 명의 중증 질환자가 퇴원할 예정인 상황에서, 상당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큰 겁니다.

<인터뷰> 서동우(김포 정신건강증진센터장) : "꼭 필요하신 분들에게 좋은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리고 전문적으로 그분들을 잘 돌봐줄 수 있는 그런 지역사회의 서비스가 좀 더 확충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도 문제지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이들을 돌볼 시설과 전문가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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