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소아 조로증’ 앓는 12살 소년…치료 가능성은?

입력 2017.05.09 (08:48) 수정 2017.05.09 (09: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전 세계적으로 백여 명, 국내엔 단 1명이 앓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굉장히 빨리 늙는다는 '소아조로증'인데요,

최근 국내 한 대학이 조로증 치료약물을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까지 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가 단 1명이라 약물개발이 중단된 상탭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소아조로증은 소설 속에서나 접해봤지 실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

아이를 직접 만나보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국내 단 한 명뿐인 소아조로증 환자, 12살 홍원기 군 얘긴데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노화속도가 빨라서 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틀림없는 열두 살 소년이었습니다.

먼저 원기 집 화면부터 보겠습니다.

<녹취> "댄스파티를 하겠습니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노래에 맞춰서 가수인 양 추임새를 넣고 춤을 춥니다.

댄스 실력을 뽐내며 가족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뛰노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입니다.

이번엔 학교 앞 숲 속 산책로인데요.

키 106㎝에 14킬로그램의 가냘픈 체구인데도 친구들과 산에서 모험하듯 노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실제로 자신감이 넘치는 원기는 혼자서도 나무 위를 능숙하게 오를 정돕니다.

오후 체육 시간인데요.

장애물 달리기 시합이 벌어집니다.

머리 하나 이상이 더 큰 또래 친구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또, 친구들 앞에서 장난도 치고 해맑게 웃기도 하지만, 줄넘기가 잘 안되면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건 친구들입니다.

체육 시간 마칠 때쯤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봤는데요.

<인터뷰> 홍원기(소아조로증 환자) :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 가고 싶어요. 일본이요. (왜요?) 피규어(모형 장난감)가 많아서요."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여느 12살 소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원기의 밝은 모습이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도 더 많이 진행되는 건가요?

<답변>
네, 원기는 남들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고 있는데요.

최근 몸이 자주 아파서 학교 수업도 빠지고 보건실 신세도 더 많이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빠를 보자마자 금세 투정을 부립니다.

<녹취> "쉬고 싶다고.. 집에 가자고... 집에 가고 싶다고"

병원에 와서야 모자를 벗은 원긴데요.

친구들 앞에선 항상 모자를 썼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진찰을 받고 있는데요.

예전보다 관절들이 더 두꺼워졌습니다.

<인터뷰> 송란(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관절이 많이 도드라지게 좀 두꺼워 져 있고 무릎도 그렇고 손가락도 그렇고 전체적인 조로증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보이는 상태였었는데, 50대 후반에서 60대, 이제 어르신 분들한테서 보이는 그런 퇴행성 관절 변화하고 굉장히 유사하게 보입니다."

소아조로증은 4백만 분의 1 확률로 발병하는 희소병인데요.

유전자 손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져 노화가 촉진되는 병입니다.

원기의 부모는 자식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용하다는 치료는 다 해봤고 심지어 미국 조로증 재단까지 찾아가 임상 시험에 참여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인터뷰> 홍성원(원기 군 부모) : "지금 이 병이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체 치료 같은 걸 많이 받아왔는데 그것도 사실 원기에게 큰 고통이 있었죠. (그런 부분들이 좀 힘들었고) 또 그것 때문에 때로는 원기가 많이 울기도 하니까 그런 것들이 좀 많이 어려웠어요."

<질문>
그러면, 원기는 더 이상 치료받을 길이 없는 건가요?

<답변>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한 대학이 개발한 조로증 치료제가 동물실험에 성공하면서 원기에게 마지막 희망이 생겼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 손상 때문에 생기는 비정상 단백질만을 공격해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했고요.

동물실험을 한 결과, 조로증에 걸린 쥐는 평균수명이 16주인 반면 신약을 투여한 조로증 쥐는 평균수명이 26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고무적인 성과를 냈지만, 쥐 실험만으론 원기에게 약을 투여할 수 없는 상황, 환자는 국내 1명인 상황에서 독성 검사 등 임상시험까지 막대한 개발비용에 막혀 더 이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책임자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범준(부산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 "희귀질환에 관련된 약을 만들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 연구비를 따기도 어렵고 투자도 어렵다는 거죠. 그리고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잘 안 된다는 것도 있고요."

친구들보다 대여섯 배나 빨리 늙어가는 원기에게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원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홍원기(소아조로증 환자) : "저는 머리카락이 나는 게 소원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해맑고 순수하죠?

12살 원기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5분 건강 톡톡] ‘소아 조로증’ 앓는 12살 소년…치료 가능성은?
    • 입력 2017-05-09 09:03:31
    • 수정2017-05-09 09:26:0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전 세계적으로 백여 명, 국내엔 단 1명이 앓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굉장히 빨리 늙는다는 '소아조로증'인데요,

최근 국내 한 대학이 조로증 치료약물을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까지 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가 단 1명이라 약물개발이 중단된 상탭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소아조로증은 소설 속에서나 접해봤지 실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

아이를 직접 만나보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국내 단 한 명뿐인 소아조로증 환자, 12살 홍원기 군 얘긴데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노화속도가 빨라서 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틀림없는 열두 살 소년이었습니다.

먼저 원기 집 화면부터 보겠습니다.

<녹취> "댄스파티를 하겠습니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노래에 맞춰서 가수인 양 추임새를 넣고 춤을 춥니다.

댄스 실력을 뽐내며 가족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뛰노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입니다.

이번엔 학교 앞 숲 속 산책로인데요.

키 106㎝에 14킬로그램의 가냘픈 체구인데도 친구들과 산에서 모험하듯 노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실제로 자신감이 넘치는 원기는 혼자서도 나무 위를 능숙하게 오를 정돕니다.

오후 체육 시간인데요.

장애물 달리기 시합이 벌어집니다.

머리 하나 이상이 더 큰 또래 친구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또, 친구들 앞에서 장난도 치고 해맑게 웃기도 하지만, 줄넘기가 잘 안되면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건 친구들입니다.

체육 시간 마칠 때쯤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봤는데요.

<인터뷰> 홍원기(소아조로증 환자) :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 가고 싶어요. 일본이요. (왜요?) 피규어(모형 장난감)가 많아서요."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여느 12살 소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원기의 밝은 모습이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도 더 많이 진행되는 건가요?

<답변>
네, 원기는 남들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고 있는데요.

최근 몸이 자주 아파서 학교 수업도 빠지고 보건실 신세도 더 많이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빠를 보자마자 금세 투정을 부립니다.

<녹취> "쉬고 싶다고.. 집에 가자고... 집에 가고 싶다고"

병원에 와서야 모자를 벗은 원긴데요.

친구들 앞에선 항상 모자를 썼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진찰을 받고 있는데요.

예전보다 관절들이 더 두꺼워졌습니다.

<인터뷰> 송란(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관절이 많이 도드라지게 좀 두꺼워 져 있고 무릎도 그렇고 손가락도 그렇고 전체적인 조로증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보이는 상태였었는데, 50대 후반에서 60대, 이제 어르신 분들한테서 보이는 그런 퇴행성 관절 변화하고 굉장히 유사하게 보입니다."

소아조로증은 4백만 분의 1 확률로 발병하는 희소병인데요.

유전자 손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져 노화가 촉진되는 병입니다.

원기의 부모는 자식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용하다는 치료는 다 해봤고 심지어 미국 조로증 재단까지 찾아가 임상 시험에 참여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인터뷰> 홍성원(원기 군 부모) : "지금 이 병이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체 치료 같은 걸 많이 받아왔는데 그것도 사실 원기에게 큰 고통이 있었죠. (그런 부분들이 좀 힘들었고) 또 그것 때문에 때로는 원기가 많이 울기도 하니까 그런 것들이 좀 많이 어려웠어요."

<질문>
그러면, 원기는 더 이상 치료받을 길이 없는 건가요?

<답변>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한 대학이 개발한 조로증 치료제가 동물실험에 성공하면서 원기에게 마지막 희망이 생겼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 손상 때문에 생기는 비정상 단백질만을 공격해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했고요.

동물실험을 한 결과, 조로증에 걸린 쥐는 평균수명이 16주인 반면 신약을 투여한 조로증 쥐는 평균수명이 26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고무적인 성과를 냈지만, 쥐 실험만으론 원기에게 약을 투여할 수 없는 상황, 환자는 국내 1명인 상황에서 독성 검사 등 임상시험까지 막대한 개발비용에 막혀 더 이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책임자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범준(부산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 "희귀질환에 관련된 약을 만들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 연구비를 따기도 어렵고 투자도 어렵다는 거죠. 그리고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잘 안 된다는 것도 있고요."

친구들보다 대여섯 배나 빨리 늙어가는 원기에게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원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홍원기(소아조로증 환자) : "저는 머리카락이 나는 게 소원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해맑고 순수하죠?

12살 원기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