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세상 뜬 남편과 이혼합니다”…일본의 ‘사후 이혼’

입력 2017.05.11 (20:35) 수정 2017.05.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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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 50~60대의 이혼을 의미하는 '황혼 이혼'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들이죠.

그런데 만약 사망한 배우자와도 이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일본에서 이런 '사후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데요.

배우자가 사망한 상황에서도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도쿄 연결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질문>
나신하 특파원! 이미 사망한 사람과 이혼을 한다, 좀 낯선 개념인데요. '사후 이혼'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답변>
네, 단어 그대로 사망한 배우자와의 이혼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법률적 개념은 아닙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거나 배우자와 다른 무덤에 묻히기를 원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인척관계 종료신고서'라는 서류입니다.

우리에겐 좀 생소한데요.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이 서류를 관공서에 제출하면 배우자의 부모, 형제 등과의 법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 상속권이나 유족 연금은 계속 유지됩니다.

배우자 사망 뒤에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친족의 동의도 필요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결혼 뒤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받으면 결혼 전의 성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결국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그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싶어서 제출하는 거군요.

그런데 이렇게 '사후 이혼'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사후 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05년 1,700여 건에서 2011년 1,900여 건, 2014년엔 2,200여 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5년엔 2700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10년 새에 50% 이상 증가한 셈입니다.

또 서류를 제출한 사람 대부분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담당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도쿄 시부야 구청 담당자 : "올해 14건의 '사후이혼' 신청이 있었는데요. 제출한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사후 이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참석자들 역시 대부분 40-50대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질문>
신청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또 관심이 높은 성별도 여성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해 보이는데요.

특별히 여성들이 사후 이혼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네, 서류를 제출했거나 혹은 향후 서류제출을 고민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시집과의 관계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이 집안의 가업을 이었다는 이유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왔습니다.

몇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뒤에도 가족의 생계와 집안일 모두 도맡아야 했습니다.

<녹취> "큰며느리라는 이유로 시어머니는 모든 일을 저에게 맡기려고 했어요. 하지만 누구도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슬펐습니다."

생전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를 참고 지내다가 사후 이혼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또 배우자가 사망하고 난 뒤 자신이 시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률적으로는 남편의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없지만 관행적, 심리적 압박은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간호 등을 돕는 제도가 충실해지지 않으면 사후이혼은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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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세상 뜬 남편과 이혼합니다”…일본의 ‘사후 이혼’
    • 입력 2017-05-11 20:36:14
    • 수정2017-05-11 21:00:24
    글로벌24
<앵커 멘트>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 50~60대의 이혼을 의미하는 '황혼 이혼'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들이죠.

그런데 만약 사망한 배우자와도 이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일본에서 이런 '사후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데요.

배우자가 사망한 상황에서도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도쿄 연결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질문>
나신하 특파원! 이미 사망한 사람과 이혼을 한다, 좀 낯선 개념인데요. '사후 이혼'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답변>
네, 단어 그대로 사망한 배우자와의 이혼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법률적 개념은 아닙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거나 배우자와 다른 무덤에 묻히기를 원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인척관계 종료신고서'라는 서류입니다.

우리에겐 좀 생소한데요.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이 서류를 관공서에 제출하면 배우자의 부모, 형제 등과의 법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 상속권이나 유족 연금은 계속 유지됩니다.

배우자 사망 뒤에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친족의 동의도 필요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결혼 뒤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받으면 결혼 전의 성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결국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그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싶어서 제출하는 거군요.

그런데 이렇게 '사후 이혼'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사후 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05년 1,700여 건에서 2011년 1,900여 건, 2014년엔 2,200여 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5년엔 2700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10년 새에 50% 이상 증가한 셈입니다.

또 서류를 제출한 사람 대부분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담당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도쿄 시부야 구청 담당자 : "올해 14건의 '사후이혼' 신청이 있었는데요. 제출한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사후 이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참석자들 역시 대부분 40-50대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질문>
신청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또 관심이 높은 성별도 여성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해 보이는데요.

특별히 여성들이 사후 이혼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네, 서류를 제출했거나 혹은 향후 서류제출을 고민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시집과의 관계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이 집안의 가업을 이었다는 이유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왔습니다.

몇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뒤에도 가족의 생계와 집안일 모두 도맡아야 했습니다.

<녹취> "큰며느리라는 이유로 시어머니는 모든 일을 저에게 맡기려고 했어요. 하지만 누구도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슬펐습니다."

생전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를 참고 지내다가 사후 이혼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또 배우자가 사망하고 난 뒤 자신이 시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률적으로는 남편의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없지만 관행적, 심리적 압박은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간호 등을 돕는 제도가 충실해지지 않으면 사후이혼은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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