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꿈을 향한 홈런…멘토리 야구단

입력 2017.05.27 (08:20) 수정 2017.05.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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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한창 프로야구 시즌인데요.

북한에서는 야구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스포츠 종목이라더군요.

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은 야구 장비 값도 만만치가 않아 더더욱 야구를 즐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명 야구인이죠,

양준혁 씨가 이런 탈북청소년들에게 야구를 경험하게 해주고 성공적인 정착을 꿈꿀 수 있는 동기도 부여해주고 있다고 하죠?

네. 이름도 인생의 멘토링을 받는 학생들이란 뜻에서 멘토리 야구단인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태릉 선수촌 근처의 작은 운동장.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면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집니다.

바로 ‘서울 멘토리야구단’ 선수들인데요.

<녹취> “더운 관계로 딱 두 바퀴만 뜁니다. 알겠습니까? (네!!!)”

코치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운동장을 달리며 지난 한 주 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 보냅니다.

<인터뷰> 조규준(서울 멘토리야구단 총괄 코치) : “옛날에는 밖에서 많이 뛰어 놀고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서 저희가 체력 위주 (훈련을)하고 그 다음에 야구, 좋아하는 야구를 통해서 얘들한테 인성 교육하고 그렇게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26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서울 멘토리야구단!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야구단의 목표인데요. 이들 중 절반은 탈북청소년들입니다.

몸 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야구 연습이 시작되는데요.

조금 어설프지만 열심히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아이들을 미소로 지켜보는 이 사람.

전직 유명 프로야구 선수이자 지금은 야구 해설가로 활약 중인 양준혁 씨입니다.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야구를 하면서 팬들한테 참 사랑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약간 소외계층의 아이들, 이런 애들을 선발해가지고 야구팀을 만들어서 지금 7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설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내며, ‘기록의 사나이’, ‘양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타 선수였는데요.

<녹취>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힘찬 응원의 목소리...”

2010년 은퇴한 뒤 이듬해 유소년 무료 야구교실인 멘토리야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야구 장비들이 비교적 비싼 편이라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쉽게 접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탈북 청소년 단원 모집에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제일 어려운 게 이제 북한에는 야구도 전혀 모르고 또... 좀 경계도 하는 부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자녀들을 좀 잘 안 보내주려는 그런 게 좀 있었어요.”

사회적 차별을 두려워하는 부모들도 있어서 결국 탈북 청소년들로만 야구단을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탈북 청소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살뜰히 챙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지난 3월에 합류한 원호는 벌써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원호(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와서 직접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 좀 떨리기도 했고...”

이곳에 와서 원호랑 단짝이 됐다는 성태는 오래 전부터 ‘양신’의 팬입니다.

<인터뷰> 한성태(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원호는 어떤 친구예요?) 다정하고 양심적이고 배려해 주는 친구? (양심적이고 배려해 주는 친구... 아까 양준혁 선수 와서 직접 코치도 해 줬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말은 안 했지만 날아갈 듯 좋았어요.”

<녹취> “이긴 팀은 피자를 먹고 지는 팀은 피자 못 먹고 러닝 뜁니다. 알겠습니까?”

스포츠에서 승부가 빠지면 안 되겠죠?

훈련이 끝날 무렵, 피자를 건 미니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용준이형 파이팅!”

단짝 성태와 원호는 다른 팀이 되어 승부를 겨루게 됐네요.

열띤 응원에 힘입어, 성태 팀이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녹취> “잘 하면 이길 수 있겠어!”

단짝이라 해도 승부엔 양보가 없습니다.

바짝 따라붙기 시작하는 원호네 팀.

<녹취> “4대 4다. 이긴 줄 알았는데...(잘하면 이길 수 있다.)”

어느새 4대 4 동점 상황!

끝내기 홈런을 노리는 성태의 공이 하늘 높이 날아 오릅니다.

그런데... 원호가 철벽 수비로 막아냅니다!

이어지는 원호네 팀의 반격!

원호의 내야 안타에 이어 잇따라 터지는 안타, 드디어 원호네 팀이 역전승을 거둡니다.

<녹취> “6대 4로 성록이 팀 승리!”

승리의 기쁨에 환호성이 절로 납니다.

피자가 도착하자 더욱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녹취> “(진 팀에게) 줄까, 말까?”

<녹취> “줘요! 줘요!”

승자의 아량 덕에 패한 팀에도 피자가 주어졌는데요.

<인터뷰> 한성태(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우리 친구, 피자 맛이 어때요?) 운동하고 먹으니까 진짜 최고예요.”

우정이 담긴 피자라서 더 맛있었겠죠?

삼진아웃을 가장 많이 당해본 사람이 홈런을 가장 많이 칠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야구를 인생과 닮았다고 하는데요.

서울 멘토리야구단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서 협동과 희생의 가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배웁니다.

이곳에서는 고향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협동과 경쟁을 하며 마음을 나눕니다.

그러다 보면 성격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는데요.

<인터뷰> 조영주(서울 멘토리야구단 매니저) : “형들이랑 친해지고 훈련을 같이 하면서 자기의 고민 같은 것들을 열고 오픈하게 되더라고요. 교우문제, 뭐 성적이 불안한 문제, 이성문제도 털어 놓은 적도 있고요... ”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교육을 시켜서 달라진 게 아니고 이 아이들끼리 모여서 이제 “야, 잘 할 수 있어 해보자”이러면서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꾸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소심했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야구단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친구도 있습니다.

<인터뷰> 설동명(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어렸을 때는 야구 선수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약간 바꿔서 야구 종목과 관련된 꿈을 찾고 있어요. 지금 체대 준비도 하고 있고요. (나중에) 야구단을 만들어서 다른 애들 이렇게 도와주고 막 그러는 걸 많이 생각했죠.”

한 명의 선수보다 열 명의 인생을 키우겠다는 서울 멘토리야구단.

친구와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 모두에게 평등한 규칙, 따뜻한 관심 덕분에 탈북 청소년들도 그 안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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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꿈을 향한 홈런…멘토리 야구단
    • 입력 2017-05-27 07:49:30
    • 수정2017-05-27 0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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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프로야구 시즌인데요.

북한에서는 야구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스포츠 종목이라더군요.

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은 야구 장비 값도 만만치가 않아 더더욱 야구를 즐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명 야구인이죠,

양준혁 씨가 이런 탈북청소년들에게 야구를 경험하게 해주고 성공적인 정착을 꿈꿀 수 있는 동기도 부여해주고 있다고 하죠?

네. 이름도 인생의 멘토링을 받는 학생들이란 뜻에서 멘토리 야구단인데요,

홍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태릉 선수촌 근처의 작은 운동장.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면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집니다.

바로 ‘서울 멘토리야구단’ 선수들인데요.

<녹취> “더운 관계로 딱 두 바퀴만 뜁니다. 알겠습니까? (네!!!)”

코치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운동장을 달리며 지난 한 주 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 보냅니다.

<인터뷰> 조규준(서울 멘토리야구단 총괄 코치) : “옛날에는 밖에서 많이 뛰어 놀고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서 저희가 체력 위주 (훈련을)하고 그 다음에 야구, 좋아하는 야구를 통해서 얘들한테 인성 교육하고 그렇게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26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서울 멘토리야구단!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야구단의 목표인데요. 이들 중 절반은 탈북청소년들입니다.

몸 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야구 연습이 시작되는데요.

조금 어설프지만 열심히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아이들을 미소로 지켜보는 이 사람.

전직 유명 프로야구 선수이자 지금은 야구 해설가로 활약 중인 양준혁 씨입니다.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야구를 하면서 팬들한테 참 사랑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약간 소외계층의 아이들, 이런 애들을 선발해가지고 야구팀을 만들어서 지금 7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설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내며, ‘기록의 사나이’, ‘양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타 선수였는데요.

<녹취>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힘찬 응원의 목소리...”

2010년 은퇴한 뒤 이듬해 유소년 무료 야구교실인 멘토리야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야구 장비들이 비교적 비싼 편이라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쉽게 접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탈북 청소년 단원 모집에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제일 어려운 게 이제 북한에는 야구도 전혀 모르고 또... 좀 경계도 하는 부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자녀들을 좀 잘 안 보내주려는 그런 게 좀 있었어요.”

사회적 차별을 두려워하는 부모들도 있어서 결국 탈북 청소년들로만 야구단을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탈북 청소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살뜰히 챙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지난 3월에 합류한 원호는 벌써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원호(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와서 직접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 좀 떨리기도 했고...”

이곳에 와서 원호랑 단짝이 됐다는 성태는 오래 전부터 ‘양신’의 팬입니다.

<인터뷰> 한성태(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원호는 어떤 친구예요?) 다정하고 양심적이고 배려해 주는 친구? (양심적이고 배려해 주는 친구... 아까 양준혁 선수 와서 직접 코치도 해 줬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말은 안 했지만 날아갈 듯 좋았어요.”

<녹취> “이긴 팀은 피자를 먹고 지는 팀은 피자 못 먹고 러닝 뜁니다. 알겠습니까?”

스포츠에서 승부가 빠지면 안 되겠죠?

훈련이 끝날 무렵, 피자를 건 미니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용준이형 파이팅!”

단짝 성태와 원호는 다른 팀이 되어 승부를 겨루게 됐네요.

열띤 응원에 힘입어, 성태 팀이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녹취> “잘 하면 이길 수 있겠어!”

단짝이라 해도 승부엔 양보가 없습니다.

바짝 따라붙기 시작하는 원호네 팀.

<녹취> “4대 4다. 이긴 줄 알았는데...(잘하면 이길 수 있다.)”

어느새 4대 4 동점 상황!

끝내기 홈런을 노리는 성태의 공이 하늘 높이 날아 오릅니다.

그런데... 원호가 철벽 수비로 막아냅니다!

이어지는 원호네 팀의 반격!

원호의 내야 안타에 이어 잇따라 터지는 안타, 드디어 원호네 팀이 역전승을 거둡니다.

<녹취> “6대 4로 성록이 팀 승리!”

승리의 기쁨에 환호성이 절로 납니다.

피자가 도착하자 더욱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녹취> “(진 팀에게) 줄까, 말까?”

<녹취> “줘요! 줘요!”

승자의 아량 덕에 패한 팀에도 피자가 주어졌는데요.

<인터뷰> 한성태(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우리 친구, 피자 맛이 어때요?) 운동하고 먹으니까 진짜 최고예요.”

우정이 담긴 피자라서 더 맛있었겠죠?

삼진아웃을 가장 많이 당해본 사람이 홈런을 가장 많이 칠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야구를 인생과 닮았다고 하는데요.

서울 멘토리야구단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서 협동과 희생의 가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배웁니다.

이곳에서는 고향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협동과 경쟁을 하며 마음을 나눕니다.

그러다 보면 성격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는데요.

<인터뷰> 조영주(서울 멘토리야구단 매니저) : “형들이랑 친해지고 훈련을 같이 하면서 자기의 고민 같은 것들을 열고 오픈하게 되더라고요. 교우문제, 뭐 성적이 불안한 문제, 이성문제도 털어 놓은 적도 있고요... ”

<인터뷰>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교육을 시켜서 달라진 게 아니고 이 아이들끼리 모여서 이제 “야, 잘 할 수 있어 해보자”이러면서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꾸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소심했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야구단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친구도 있습니다.

<인터뷰> 설동명(서울 멘토리야구단원) : “어렸을 때는 야구 선수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약간 바꿔서 야구 종목과 관련된 꿈을 찾고 있어요. 지금 체대 준비도 하고 있고요. (나중에) 야구단을 만들어서 다른 애들 이렇게 도와주고 막 그러는 걸 많이 생각했죠.”

한 명의 선수보다 열 명의 인생을 키우겠다는 서울 멘토리야구단.

친구와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 모두에게 평등한 규칙, 따뜻한 관심 덕분에 탈북 청소년들도 그 안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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