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콘서트장 된 대학 축제…입장권 암표까지

입력 2017.05.29 (08:34) 수정 2017.05.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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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학축제'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언제부턴가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빼놓고는 대학축제를 말하는 게 어렵게 된 분위기입니다.

올해 봄 대학 축제 현장도 출연진 면면을 보면, 유명 뮤직 페스티벌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대학별로 축제 한 번에 수천만 원씩을 연예인 섭외비로 쓰고 있다는데요.

축제 주최 측에선 초대 가수가 누가 오느냐가 흥행을 결정짓기 때문에 연예인 섭외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 축제에선 유료 공연까지 생겨나고, 또 이 입장권이 웃돈까지 더해져 암표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대학축제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화려한 조명아래, 유명 아이돌 가수의 무대가 한창입니다.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을 즐깁니다.

<녹취> “그냥 연예인 온다고 해서 보러왔어요.”

이어진 공연에서도 유명 가수가 무대로 올라와 흥을 돋웁니다.

대형 콘서트장 같은 이곳은 한 대학의 축제 현장입니다.

또 다른 대학의 축제에도 인기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일찍부터 몰려들었습니다.

대학 축제 공연에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건 이제 옛말.

언제부턴가 재학생들도 돈을 주고 티켓을 사야만 입장할 수 있는 유료 공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입장료가 얼마예요?) 9천 원이요. 일반인 분들도 살 순 있어요. 9천 원만 내면."

해마다 인기 정상의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이다 보니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대학 축제 입장권이 콘서트장 티켓처럼 팔려 나갑니다.

출연 가수를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게 이 공연의 원칙.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어떤 인기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문이 돌면, 티켓 가격이 치솟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엑소 (온다는) 소문이 있을 때는 15만 원 정도로 올라간 적이 있다고 들었고요. 원래 9천 원인데 유명 연예인들 불러놓고 온다 이런 것도 많고, 그것 때문에 티켓 가격이 좀 많이 올라가는 편이죠."

앞서 유료 공연을 진행한 또 다른 대학의 공연 티켓 판매 글도 중고 거래 사이트를 한동안 도배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행사 입장권이 4-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초호화 연예인이 출연하고, 무대와 가까운 이른바 VIP석의 가격은 10만대가 훌쩍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외부에서는 이것이 표 값이 (오르고) 암표로 팔리고 그러니까 그런 것은 안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유료 공연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인기 연예인 섭외 비용 때문입니다.

연예인의 인지도에 따라 섭외비는 천차만별.

인기 아이돌 가수의 경우 통상 20~30분 공연에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를 줘야 섭외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대학 축제에) 연예인이 많이 오는데, 비용도 비싸지도 않고 즐길 수 있으니까? 연예인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죠."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아무래도 (연예인) 누가 온다고 하면 그 학교에 가 보려고 하죠. 그냥 쉽게 연예인들 저희가 만날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축제를 주최하는 총학생회 등의 입장에선 축제의 흥행을 위해 연예인 섭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 축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연예인이 누가 오냐부터 관심을 가지거든요."

<녹취> 대학교 축제 진행 관계자(음성변조) : "(축제에) 참여하는 분들의 수요가 연예인이 아무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축제 전에) 학교 안에 있는 신문이나 설문 조사를 통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연예인을 이제 투표하고, 최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맞출 수 있게…….

대학마다 비슷한 시기에 축제가 몰려 섭외 경쟁도 치열합니다.

인기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치솟는 이유입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유명 가수 다 아는 00나 000 이런 분들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3, 4천만 원 까지도 가고."

<녹취> 공연 기획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쪽 학교로 꼭 와달라고 말씀하시죠. 그런데 대부분 아티스트 스케줄들이 바쁜 분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려고 많이 찾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별로 축제 예산 중 상당수는 연예인 섭외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각 대학들이 매번 축제 때마다 전체 축제 예산 중에 평균 43%, 3천 4백만 원 정도를 연예인 섭외비로 썼습니다.

축제 한 번에 연예인 섭외비로만 1억 원을 넘게 쓴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대학교 축제 진행 관계자(음성변조) : "어디 학교는 누가 오고, 어디 학교는 누가 온다 (섭외한) 연예인이 안 좋으면 욕을 해요. 예산 다 어디 썼냐 (해요.)"

일부 대학 학생회에선 연예인 섭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들의 협찬을 받기도 합니다.

주류 회사 같은 곳에서 홍보를 하는 대신 연예인 섭외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겁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첫째 날 연예인 섭외가 (기업) 협찬 공연으로 진행됐어요. 저희가 실질적으로 섭외한 연예인은 세 팀 밖에 없었거든요. 비용은 4천만 원 정도 들었고요."

<녹취> 공연 기획사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 브랜드(기업)가 들어오게 되면 그 브랜드 쪽에서 많이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비용을) 지원해주고 연예인들 섭외를 대신해 주거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런 축제 문화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지금 대학 축제가 굳이 그 대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냥 연예인을 불러서 그것만을 위한 축제니까 사실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김영헌(대학생) : "대학 축제가 연예인들 잔치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사실 그 대학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좀 더 알차게 학생들한테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대학 축제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지나치게 연예인과 음주 중심으로 축제가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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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콘서트장 된 대학 축제…입장권 암표까지
    • 입력 2017-05-29 08:44:55
    • 수정2017-05-29 09:21:47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대학축제'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언제부턴가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빼놓고는 대학축제를 말하는 게 어렵게 된 분위기입니다.

올해 봄 대학 축제 현장도 출연진 면면을 보면, 유명 뮤직 페스티벌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대학별로 축제 한 번에 수천만 원씩을 연예인 섭외비로 쓰고 있다는데요.

축제 주최 측에선 초대 가수가 누가 오느냐가 흥행을 결정짓기 때문에 연예인 섭외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 축제에선 유료 공연까지 생겨나고, 또 이 입장권이 웃돈까지 더해져 암표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대학축제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화려한 조명아래, 유명 아이돌 가수의 무대가 한창입니다.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을 즐깁니다.

<녹취> “그냥 연예인 온다고 해서 보러왔어요.”

이어진 공연에서도 유명 가수가 무대로 올라와 흥을 돋웁니다.

대형 콘서트장 같은 이곳은 한 대학의 축제 현장입니다.

또 다른 대학의 축제에도 인기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일찍부터 몰려들었습니다.

대학 축제 공연에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건 이제 옛말.

언제부턴가 재학생들도 돈을 주고 티켓을 사야만 입장할 수 있는 유료 공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입장료가 얼마예요?) 9천 원이요. 일반인 분들도 살 순 있어요. 9천 원만 내면."

해마다 인기 정상의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이다 보니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대학 축제 입장권이 콘서트장 티켓처럼 팔려 나갑니다.

출연 가수를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게 이 공연의 원칙.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어떤 인기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문이 돌면, 티켓 가격이 치솟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엑소 (온다는) 소문이 있을 때는 15만 원 정도로 올라간 적이 있다고 들었고요. 원래 9천 원인데 유명 연예인들 불러놓고 온다 이런 것도 많고, 그것 때문에 티켓 가격이 좀 많이 올라가는 편이죠."

앞서 유료 공연을 진행한 또 다른 대학의 공연 티켓 판매 글도 중고 거래 사이트를 한동안 도배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행사 입장권이 4-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초호화 연예인이 출연하고, 무대와 가까운 이른바 VIP석의 가격은 10만대가 훌쩍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외부에서는 이것이 표 값이 (오르고) 암표로 팔리고 그러니까 그런 것은 안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유료 공연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인기 연예인 섭외 비용 때문입니다.

연예인의 인지도에 따라 섭외비는 천차만별.

인기 아이돌 가수의 경우 통상 20~30분 공연에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를 줘야 섭외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대학 축제에) 연예인이 많이 오는데, 비용도 비싸지도 않고 즐길 수 있으니까? 연예인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죠."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아무래도 (연예인) 누가 온다고 하면 그 학교에 가 보려고 하죠. 그냥 쉽게 연예인들 저희가 만날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축제를 주최하는 총학생회 등의 입장에선 축제의 흥행을 위해 연예인 섭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 축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연예인이 누가 오냐부터 관심을 가지거든요."

<녹취> 대학교 축제 진행 관계자(음성변조) : "(축제에) 참여하는 분들의 수요가 연예인이 아무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축제 전에) 학교 안에 있는 신문이나 설문 조사를 통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연예인을 이제 투표하고, 최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맞출 수 있게…….

대학마다 비슷한 시기에 축제가 몰려 섭외 경쟁도 치열합니다.

인기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치솟는 이유입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유명 가수 다 아는 00나 000 이런 분들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3, 4천만 원 까지도 가고."

<녹취> 공연 기획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쪽 학교로 꼭 와달라고 말씀하시죠. 그런데 대부분 아티스트 스케줄들이 바쁜 분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려고 많이 찾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별로 축제 예산 중 상당수는 연예인 섭외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각 대학들이 매번 축제 때마다 전체 축제 예산 중에 평균 43%, 3천 4백만 원 정도를 연예인 섭외비로 썼습니다.

축제 한 번에 연예인 섭외비로만 1억 원을 넘게 쓴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대학교 축제 진행 관계자(음성변조) : "어디 학교는 누가 오고, 어디 학교는 누가 온다 (섭외한) 연예인이 안 좋으면 욕을 해요. 예산 다 어디 썼냐 (해요.)"

일부 대학 학생회에선 연예인 섭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들의 협찬을 받기도 합니다.

주류 회사 같은 곳에서 홍보를 하는 대신 연예인 섭외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겁니다.

<녹취>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첫째 날 연예인 섭외가 (기업) 협찬 공연으로 진행됐어요. 저희가 실질적으로 섭외한 연예인은 세 팀 밖에 없었거든요. 비용은 4천만 원 정도 들었고요."

<녹취> 공연 기획사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 브랜드(기업)가 들어오게 되면 그 브랜드 쪽에서 많이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비용을) 지원해주고 연예인들 섭외를 대신해 주거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런 축제 문화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녹취> 대학생(음성변조) : "지금 대학 축제가 굳이 그 대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냥 연예인을 불러서 그것만을 위한 축제니까 사실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김영헌(대학생) : "대학 축제가 연예인들 잔치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사실 그 대학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좀 더 알차게 학생들한테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대학 축제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지나치게 연예인과 음주 중심으로 축제가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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