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생명도 살리는 ‘부부의 연’…부부 장기 이식 증가

입력 2017.05.30 (08:48) 수정 2017.05.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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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연을 맺어 함께 산다는 것, 참 기적같은 일이죠.

하지만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는 것도 쉬운 세태 속에 자신의 장기 하나를 떼어 배우자에 나눠주는 부부 장기 이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의 발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이 유지된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은데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자신의 장기를 배우자에게 떼 주는 건 아무리 부부라지만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장기이식하면, 피를 나눈 형제나 자식으로부터 장기를 받는 걸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의 장기도 이식이 가능해져서 배우자로부터 장기를 받을 수 있는데요. 제가 장기를 나눈 부부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사이좋게 오이 곁순을 따는 최상봉·임희자 부부.

<녹취> "(와이프가 최고지.) 평생 저런 소리 처음 들어 보네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이런 농사일을 하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남편 최 씨가 만성신부전으로 양쪽 콩팥이 모두 망가져 생명이 위태로웠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내의 건강한 신장이었습니다.

<녹취> 최상봉(부부 신장이식 수여자) : "진짜 집사람한테 고맙죠. 사실 누가 그렇게 해 주겠어요. 요새는 부부지간도 주위에 얘기 들어 보면 신랑한테 왜 떼어 주냐 이런 사람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집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나서 가지고 해 준다고 했으니까... 저는 평생 동안 죽을 때까지도 참 고마운 마음을 표현은 직접 못하더라도 가슴 속에 꼭 안고 살아야죠."

실제로 최씨의 배엔 아내의 콩팥이 들어있는데요. 10센티미터가 넘는 수술자국이 그 증거입니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임씨로선 쉽지 않은 결정, 오로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임희자(부부 신장이식 기증자) : "부부지간이라는 건 해 주고 나서 아프면 서로 어루만져줄 수 있고 내가 내 신랑을 살리려고 해서 아프면 또 신랑이 나를 어루만져줄 수 있고 정말 이식은 맞으면 부부지간에 하는 게 제일 옳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질문>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실제로 부부 장기이식은 늘고 있나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먼저 생체장기이식의 가장 큰 변화는 우리나라가 핵가족화 되면서 피가 섞인 형제나 자식 간 이식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피가 섞이지 않은 부부간 장기이식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3천여 건의 생체신장이식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생체이식 중 부부 이식 비율은 지난 2007년 15%에서 2014년 31.5%로 지난 7년 새 2배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부부이식이 늘어 난 가장 큰 이유는 2000년대 들어 의학기술의 발달로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콩팥을 기증받을 수 있게 된건데요.

그전까진,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이식 받은 사람 몸속에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이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거부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체 주사와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이 개발되면서 혈액형이나 조직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해진겁니다.

많이들 걱정하는 장기이식의 치료성적도 형제, 자식 같은 혈연간 이식이나 부부이식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요.

심지어 부부이식의 경우도 혈액형이 맞던 안 맞던 생존율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질문>
이런 걸 다 극복한 의학기술도 대단하지만, 결국 장기이식에 있어 사람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배우자를 위해 장기를 줄 생각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부부 이식의 증가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가족 그 중에서도 핵심인 부부 관계가 나름 건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 : "대게 부부들이 비 혈연간에 남남이 만나서 한 가족을 이루었는데 콩팥을 공유한다는 것은 부부 사이에 큰 수술을 해서 장기를 기증하는 거기 때문에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데 부부 사이에 그러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부부 사이에 어떤 유대관계가 특별히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거두절미하고 부부 장기 이식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 또한 이번에 부부간 장기이식을 한 최씨 부부를 취재하면서 정말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됐는데요.

한번 맺은 부부의 소중한 인연은 생명을 살릴 만큼 특별한 기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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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건강 톡톡] 생명도 살리는 ‘부부의 연’…부부 장기 이식 증가
    • 입력 2017-05-30 08:43:55
    • 수정2017-05-30 09: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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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연을 맺어 함께 산다는 것, 참 기적같은 일이죠.

하지만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는 것도 쉬운 세태 속에 자신의 장기 하나를 떼어 배우자에 나눠주는 부부 장기 이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의 발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이 유지된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은데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자신의 장기를 배우자에게 떼 주는 건 아무리 부부라지만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장기이식하면, 피를 나눈 형제나 자식으로부터 장기를 받는 걸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의 장기도 이식이 가능해져서 배우자로부터 장기를 받을 수 있는데요. 제가 장기를 나눈 부부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사이좋게 오이 곁순을 따는 최상봉·임희자 부부.

<녹취> "(와이프가 최고지.) 평생 저런 소리 처음 들어 보네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이런 농사일을 하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남편 최 씨가 만성신부전으로 양쪽 콩팥이 모두 망가져 생명이 위태로웠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내의 건강한 신장이었습니다.

<녹취> 최상봉(부부 신장이식 수여자) : "진짜 집사람한테 고맙죠. 사실 누가 그렇게 해 주겠어요. 요새는 부부지간도 주위에 얘기 들어 보면 신랑한테 왜 떼어 주냐 이런 사람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집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나서 가지고 해 준다고 했으니까... 저는 평생 동안 죽을 때까지도 참 고마운 마음을 표현은 직접 못하더라도 가슴 속에 꼭 안고 살아야죠."

실제로 최씨의 배엔 아내의 콩팥이 들어있는데요. 10센티미터가 넘는 수술자국이 그 증거입니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임씨로선 쉽지 않은 결정, 오로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임희자(부부 신장이식 기증자) : "부부지간이라는 건 해 주고 나서 아프면 서로 어루만져줄 수 있고 내가 내 신랑을 살리려고 해서 아프면 또 신랑이 나를 어루만져줄 수 있고 정말 이식은 맞으면 부부지간에 하는 게 제일 옳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질문>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실제로 부부 장기이식은 늘고 있나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먼저 생체장기이식의 가장 큰 변화는 우리나라가 핵가족화 되면서 피가 섞인 형제나 자식 간 이식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피가 섞이지 않은 부부간 장기이식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3천여 건의 생체신장이식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생체이식 중 부부 이식 비율은 지난 2007년 15%에서 2014년 31.5%로 지난 7년 새 2배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부부이식이 늘어 난 가장 큰 이유는 2000년대 들어 의학기술의 발달로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콩팥을 기증받을 수 있게 된건데요.

그전까진,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이식 받은 사람 몸속에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이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거부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체 주사와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이 개발되면서 혈액형이나 조직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해진겁니다.

많이들 걱정하는 장기이식의 치료성적도 형제, 자식 같은 혈연간 이식이나 부부이식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요.

심지어 부부이식의 경우도 혈액형이 맞던 안 맞던 생존율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질문>
이런 걸 다 극복한 의학기술도 대단하지만, 결국 장기이식에 있어 사람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배우자를 위해 장기를 줄 생각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부부 이식의 증가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가족 그 중에서도 핵심인 부부 관계가 나름 건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 : "대게 부부들이 비 혈연간에 남남이 만나서 한 가족을 이루었는데 콩팥을 공유한다는 것은 부부 사이에 큰 수술을 해서 장기를 기증하는 거기 때문에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데 부부 사이에 그러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부부 사이에 어떤 유대관계가 특별히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거두절미하고 부부 장기 이식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 또한 이번에 부부간 장기이식을 한 최씨 부부를 취재하면서 정말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됐는데요.

한번 맺은 부부의 소중한 인연은 생명을 살릴 만큼 특별한 기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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