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6.25전쟁 67주년…북한의 6.25는?

입력 2017.06.24 (08:09) 수정 2017.06.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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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일은 6.25 전쟁 6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 날을 북한의 남침에 따른 민족 비극의 날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6.25를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6.25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6.25 전쟁에 유난스레 집착하는 모습과 그 이유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김일성 광장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6.25 전쟁 발발일에 맞춰 열린 이른바 ‘미제 반대 군중대회’다.

북한은 해마다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여 동안을 ‘반미 공동 투쟁 월간’으로 정해 반미 행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녹취> 리기섭(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노동자) : "정녕 미제야 말로 우리 인민이 당하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이며 우리 민족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입니다!"

지역별, 단위별로 교양 시간까지 마련해 주민들에게 반미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TV에서도 전쟁 관련 영상과 함께 반미 구호를 담은 노래와 시들을 잇따라 내보낸다.

<녹취> 2011년 7월, 北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1부 : "1950년 6월 25일 미제국주의자들은 남조선괴뢰군을 내몰아 창건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침공을 해왔습니다."

북한은 줄곧 6.25전쟁이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이며, 정전협정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에서 전면에 등장한 것이 김일성이다.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역으로 김일성은 전쟁에 관련된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며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해 나갔다.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이 김일성이 주로 국가기관의 대표였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군대의 최고 통수자가 됐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조선노동당을 대표하고 군대를 대표하고 국가까지도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김일성, 즉 현재 이 수령 체제를 만들어낸 게 한국전쟁이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북한의 그 김일성이라는 그 독재정권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6.25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지어주민들에게 북한이 주장하는 역사관을 주입하고 반미교육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녹취> 리홍선 : "미제야말로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수이며 이놈들과는 끝까지 결산(대가를 치르게)하고야 말겠다는 천백 배의 증오와 복수심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역사박물관에 가면 정말로 그 피에 이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이라든가 그리고 이제 맥아더가 이렇게 하면 공산빨갱이 씨앗종자 없애라는 그런 그림까지 다 있어요. 그리고 구호 같은 게 있는데 미국놈은 한 하늘을 우리와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이다, 승양이의 탈을 쓴 놈들이다. 이렇게 배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죽어가는 그 그림 앞에서 정말로 세뇌가 돼서 미국놈들이 우리 사람들을 이렇게 학살했구나라는 거를 진짜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6.25 참전 군인들은 북한 정권의 주장을 자신들의 전쟁담과 섞어가며 강의를 하곤 한다.

각종 기념일마다 이루어지는 참전 군인과 청년세대들과의 만남에서도 김일성 우상화는 빠지지 않는다.

<녹취> 박찬술(6.25전쟁 참전) :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이런 미국놈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우리 위대한 수령님이 계시고 수령님의 독창적인 전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맘때면 6.25 관련 각종 기록영화와 예술영화도 집중 방영한다.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월미도에 주둔했던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몇 문의 해안포와 수류탄으로 군함 수백 척과 5만 대군의 공격을 사흘 동안 저지했다는 내용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거기 영옥이라는 여자가 나오는데, 주인공이... 영옥이가 통신선 끊어진 거를 손으로 연결하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북한 영화에서. 그걸 보면서 이야, 정말 대단하다... 자기 죽을 거 알면서 저걸 잡는다는 게... 사람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 있잖아요. 그거 보고, 제가 몇 번을 봤거든요. 정말 상상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구나, 북한이..."

특히 가장 철두철미하게 사상교육을 받는 것은 군인들이다.

대대 단위로 집결해 반미 사상교육을 받고, 실전과 같은 훈련도 실시한다.

<녹취> 北 군인 : "저 목표 하나하나가 양키 미제에게 죽음을 준다는 심정으로 사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6.25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정신을 내세우며 총폭탄, 자폭 정신을 강요하기도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결국은 너희들도 이제 전시가 일어난다면 장군님을 위해서 육탄정신을, 자폭정신 돼야 된다. 그러니까 육탄전 자폭정신이 뭐냐면 자폭이라는 건 그대로 내가 적지에 뛰어들라는 거예요, 폭탄을 끌고. 육탄정신도 같아요. 내가 설사 육체가 죽을지언정 무조건 그때까지 싸우라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정신을 심어줘야 된다고 정치사상을 하면서 좋게 말하자면 반미개혁을 하는 거죠."

그러나 6.25 관련 북한의 주장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속속 공개된 소련의 비밀문서 등을 통해 상당부분 허구임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북침설이다.

지난 1994년 러시아 측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소련의 극비 문서.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에 수십 차례 요청한 끝에 남침을 승인받은 정황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녹취> KBS뉴스9(1994년 7월 20일) : "중국의 협조까지 약속받은 김일성은 1950년 5월 29일, 소련의 평양주재 대사에게 6월 말까지 모든 전쟁 준비가 완료 될 것임을 통보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이 끊임없이 북침을 주장하며 반미 감정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나의 고통을 누가 만들어 냈는가, 미군이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제 이 복수심을 극대화시키고 이거를 이제 김일성으로의 충성심으로 전환시키는 이런 과정들이 북한이 이제 대규모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 복수님을 끊임없이 이렇게 독려하고 재생산해내는 아주 원초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그런 작업들인 거죠."

실전 상황을 방불케 하듯 수십 대의 탱크가 돌진하며 무력을 과시한다.

북한이 6.25 전쟁에서 대표적인 전과를 거뒀다고 내세우는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의 훈련모습이다.

<녹취> 北소개편집물 ‘조선인민군의 첫 땅크부대’(2017년 2월) : "지난 조국해방전쟁 개시 3일 만에 서울을 타고 앉아 괴뢰 중앙청에 공화국기를 휘날렸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첫해인 2012년 새해 첫 현지 시찰을 류경수 탱크사단으로 잡을 만큼 6.25 전쟁을 정권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월) : "오늘 아침 금수산기념궁전에 계시는 경애하는 장군님께 새해인사를 드리는데 어서 105땅크사단에 가보라고 하시는 장군님의 말씀이 귓전에 울려와 그달음으로 찾아왔다고 하시면서..."

이듬해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대규모 개관식을 열었다.

또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이 북한군 최고사령부를 꾸린 장소도 복원하는 등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6월) : "이곳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영예롭게 수호하시고 미제의 내리막길의 시초를 열어놓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빈번하다.

북한의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특별전시실.

<녹취> 北 연속기록물 ‘전승의 역사 영원하리’(2015년 7월) : "어뢰정으로 중순양함 격침! 세계 해전사에 없는 하나의 기적이며 신화입니다."

6.25 전쟁 당시 동해 주문진 앞바다에서 북한군 어뢰정 4척이 미 해군의 중순양함 볼티모어호를 격침시켰다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볼티모어호는 미 본토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었고, 이 주문진 전투에선 유엔군 함정의 공격으로 북한 어뢰정 4척 중 1척만 가까스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사실까지 왜곡해 가며 6.25 전쟁과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체제수호겠죠. 그다음에 이제 체제수호 속에서 자기 정권에, 즉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이제 공산주의가 세습정권이 아니라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습이 정당한가... 바로 이 조국해방 전쟁을 이끌었던 그 집안, 그 김일성으로부터 오는 그 영광과 정당성이 김정은까지 오는 거죠."

지난 2013년 7월 정전협정일,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 맞아 특별한 축하공연이 열렸다.

모란봉 악단의 화려한 연주음악과 함께 화면에 등장한 김일성의 모습.

<녹취> 김일성 : "리승만 괴뢰정부의 군대는 6월 25일에 38선 이북 전 지역에 걸쳐 전면적으로 진공을 개시하였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걸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을 내세운 것은 북한의 청년세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6.25를 왜곡한 체제유지와 우상화 작업은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는 전쟁을 체감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저희 또래 친구들은 솔직히 조국에 대한 전쟁역사 이야기 관심 없어요. 그리고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역사 뭐 김정일 원수님 혁명역사 이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학점에서 그 학점이 3학점 받으면 모든 이과 과목들이 100% 그 학점으로 낙인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거는 강박적으로 교육을 받는 거예요."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제가 군 복무 10년 한 사람이 탈북을 해서 지금 대한민국이 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 사상이 꽉 들어 차 있으려면 탈북을 하지 말아야죠, 솔직히."

특히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청년들이 그 어느 세대보다 객관적인 역사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청소년 시절을 북한에서 보낸 탈북민은 말한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40%가 솔직히 북한에서 말하면 노랑물이 들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빨간 사상이 있는 거는 정말 충성심이 있는 거고 노랑물은 자본주의 날라리 풍에 젖은 사람들인데 그 40%가 입을 열고 입을 열어서 말이 뭐 이제 계속 전달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 60%라는 거기에 해당하는 청년들도 거기에 빨리 흡수되지 않을까? 1140 왜냐하면 우리는 청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걸 추구하고 그리고 욕구심이 되게 많잖아요. 시야를 조금 조금 넓혀 가면 사람들은 그거를 통해서 뭔가 얻게 되고 아, 이 생활과 저 생활에 비교를 하게 되면서 그래서 아마도 그거는 효과가 많다고..."

올해도 북한은 6.25를 맞이하며 김일성의 업적과 반미정신을 재강조하고 있다.

이른바‘반미투쟁월간’도 다시 시작된다.

북한의 핵 질주와 이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계속될수록 6.25를 소재로 한 북한의 사상전은 더 노골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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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6.25전쟁 67주년…북한의 6.25는?
    • 입력 2017-06-24 08:10:08
    • 수정2017-06-24 08:38:3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내일은 6.25 전쟁 6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 날을 북한의 남침에 따른 민족 비극의 날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6.25를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6.25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6.25 전쟁에 유난스레 집착하는 모습과 그 이유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김일성 광장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6.25 전쟁 발발일에 맞춰 열린 이른바 ‘미제 반대 군중대회’다.

북한은 해마다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여 동안을 ‘반미 공동 투쟁 월간’으로 정해 반미 행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녹취> 리기섭(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 노동자) : "정녕 미제야 말로 우리 인민이 당하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이며 우리 민족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입니다!"

지역별, 단위별로 교양 시간까지 마련해 주민들에게 반미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TV에서도 전쟁 관련 영상과 함께 반미 구호를 담은 노래와 시들을 잇따라 내보낸다.

<녹취> 2011년 7월, 北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1부 : "1950년 6월 25일 미제국주의자들은 남조선괴뢰군을 내몰아 창건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침공을 해왔습니다."

북한은 줄곧 6.25전쟁이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이며, 정전협정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에서 전면에 등장한 것이 김일성이다.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역으로 김일성은 전쟁에 관련된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며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해 나갔다.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이 김일성이 주로 국가기관의 대표였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군대의 최고 통수자가 됐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조선노동당을 대표하고 군대를 대표하고 국가까지도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김일성, 즉 현재 이 수령 체제를 만들어낸 게 한국전쟁이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북한의 그 김일성이라는 그 독재정권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6.25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지어주민들에게 북한이 주장하는 역사관을 주입하고 반미교육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녹취> 리홍선 : "미제야말로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수이며 이놈들과는 끝까지 결산(대가를 치르게)하고야 말겠다는 천백 배의 증오와 복수심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역사박물관에 가면 정말로 그 피에 이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이라든가 그리고 이제 맥아더가 이렇게 하면 공산빨갱이 씨앗종자 없애라는 그런 그림까지 다 있어요. 그리고 구호 같은 게 있는데 미국놈은 한 하늘을 우리와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이다, 승양이의 탈을 쓴 놈들이다. 이렇게 배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죽어가는 그 그림 앞에서 정말로 세뇌가 돼서 미국놈들이 우리 사람들을 이렇게 학살했구나라는 거를 진짜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6.25 참전 군인들은 북한 정권의 주장을 자신들의 전쟁담과 섞어가며 강의를 하곤 한다.

각종 기념일마다 이루어지는 참전 군인과 청년세대들과의 만남에서도 김일성 우상화는 빠지지 않는다.

<녹취> 박찬술(6.25전쟁 참전) :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이런 미국놈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우리 위대한 수령님이 계시고 수령님의 독창적인 전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맘때면 6.25 관련 각종 기록영화와 예술영화도 집중 방영한다.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월미도에 주둔했던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몇 문의 해안포와 수류탄으로 군함 수백 척과 5만 대군의 공격을 사흘 동안 저지했다는 내용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거기 영옥이라는 여자가 나오는데, 주인공이... 영옥이가 통신선 끊어진 거를 손으로 연결하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북한 영화에서. 그걸 보면서 이야, 정말 대단하다... 자기 죽을 거 알면서 저걸 잡는다는 게... 사람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 있잖아요. 그거 보고, 제가 몇 번을 봤거든요. 정말 상상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구나, 북한이..."

특히 가장 철두철미하게 사상교육을 받는 것은 군인들이다.

대대 단위로 집결해 반미 사상교육을 받고, 실전과 같은 훈련도 실시한다.

<녹취> 北 군인 : "저 목표 하나하나가 양키 미제에게 죽음을 준다는 심정으로 사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6.25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정신을 내세우며 총폭탄, 자폭 정신을 강요하기도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결국은 너희들도 이제 전시가 일어난다면 장군님을 위해서 육탄정신을, 자폭정신 돼야 된다. 그러니까 육탄전 자폭정신이 뭐냐면 자폭이라는 건 그대로 내가 적지에 뛰어들라는 거예요, 폭탄을 끌고. 육탄정신도 같아요. 내가 설사 육체가 죽을지언정 무조건 그때까지 싸우라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정신을 심어줘야 된다고 정치사상을 하면서 좋게 말하자면 반미개혁을 하는 거죠."

그러나 6.25 관련 북한의 주장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속속 공개된 소련의 비밀문서 등을 통해 상당부분 허구임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북침설이다.

지난 1994년 러시아 측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소련의 극비 문서.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에 수십 차례 요청한 끝에 남침을 승인받은 정황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녹취> KBS뉴스9(1994년 7월 20일) : "중국의 협조까지 약속받은 김일성은 1950년 5월 29일, 소련의 평양주재 대사에게 6월 말까지 모든 전쟁 준비가 완료 될 것임을 통보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이 끊임없이 북침을 주장하며 반미 감정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나의 고통을 누가 만들어 냈는가, 미군이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제 이 복수심을 극대화시키고 이거를 이제 김일성으로의 충성심으로 전환시키는 이런 과정들이 북한이 이제 대규모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 복수님을 끊임없이 이렇게 독려하고 재생산해내는 아주 원초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그런 작업들인 거죠."

실전 상황을 방불케 하듯 수십 대의 탱크가 돌진하며 무력을 과시한다.

북한이 6.25 전쟁에서 대표적인 전과를 거뒀다고 내세우는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의 훈련모습이다.

<녹취> 北소개편집물 ‘조선인민군의 첫 땅크부대’(2017년 2월) : "지난 조국해방전쟁 개시 3일 만에 서울을 타고 앉아 괴뢰 중앙청에 공화국기를 휘날렸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첫해인 2012년 새해 첫 현지 시찰을 류경수 탱크사단으로 잡을 만큼 6.25 전쟁을 정권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월) : "오늘 아침 금수산기념궁전에 계시는 경애하는 장군님께 새해인사를 드리는데 어서 105땅크사단에 가보라고 하시는 장군님의 말씀이 귓전에 울려와 그달음으로 찾아왔다고 하시면서..."

이듬해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대규모 개관식을 열었다.

또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이 북한군 최고사령부를 꾸린 장소도 복원하는 등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6월) : "이곳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영예롭게 수호하시고 미제의 내리막길의 시초를 열어놓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빈번하다.

북한의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특별전시실.

<녹취> 北 연속기록물 ‘전승의 역사 영원하리’(2015년 7월) : "어뢰정으로 중순양함 격침! 세계 해전사에 없는 하나의 기적이며 신화입니다."

6.25 전쟁 당시 동해 주문진 앞바다에서 북한군 어뢰정 4척이 미 해군의 중순양함 볼티모어호를 격침시켰다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볼티모어호는 미 본토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었고, 이 주문진 전투에선 유엔군 함정의 공격으로 북한 어뢰정 4척 중 1척만 가까스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사실까지 왜곡해 가며 6.25 전쟁과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체제수호겠죠. 그다음에 이제 체제수호 속에서 자기 정권에, 즉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이제 공산주의가 세습정권이 아니라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습이 정당한가... 바로 이 조국해방 전쟁을 이끌었던 그 집안, 그 김일성으로부터 오는 그 영광과 정당성이 김정은까지 오는 거죠."

지난 2013년 7월 정전협정일,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 맞아 특별한 축하공연이 열렸다.

모란봉 악단의 화려한 연주음악과 함께 화면에 등장한 김일성의 모습.

<녹취> 김일성 : "리승만 괴뢰정부의 군대는 6월 25일에 38선 이북 전 지역에 걸쳐 전면적으로 진공을 개시하였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걸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을 내세운 것은 북한의 청년세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6.25를 왜곡한 체제유지와 우상화 작업은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는 전쟁을 체감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저희 또래 친구들은 솔직히 조국에 대한 전쟁역사 이야기 관심 없어요. 그리고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역사 뭐 김정일 원수님 혁명역사 이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학점에서 그 학점이 3학점 받으면 모든 이과 과목들이 100% 그 학점으로 낙인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거는 강박적으로 교육을 받는 거예요."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제가 군 복무 10년 한 사람이 탈북을 해서 지금 대한민국이 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 사상이 꽉 들어 차 있으려면 탈북을 하지 말아야죠, 솔직히."

특히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청년들이 그 어느 세대보다 객관적인 역사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청소년 시절을 북한에서 보낸 탈북민은 말한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40%가 솔직히 북한에서 말하면 노랑물이 들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빨간 사상이 있는 거는 정말 충성심이 있는 거고 노랑물은 자본주의 날라리 풍에 젖은 사람들인데 그 40%가 입을 열고 입을 열어서 말이 뭐 이제 계속 전달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 60%라는 거기에 해당하는 청년들도 거기에 빨리 흡수되지 않을까? 1140 왜냐하면 우리는 청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걸 추구하고 그리고 욕구심이 되게 많잖아요. 시야를 조금 조금 넓혀 가면 사람들은 그거를 통해서 뭔가 얻게 되고 아, 이 생활과 저 생활에 비교를 하게 되면서 그래서 아마도 그거는 효과가 많다고..."

올해도 북한은 6.25를 맞이하며 김일성의 업적과 반미정신을 재강조하고 있다.

이른바‘반미투쟁월간’도 다시 시작된다.

북한의 핵 질주와 이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계속될수록 6.25를 소재로 한 북한의 사상전은 더 노골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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