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뛰는 보이스 피싱 위에 나는 ‘신고자’

입력 2017.06.30 (08:35) 수정 2017.06.30 (12: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경찰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범죄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죠.

상대방의 혼을 빼놓는 교묘한 말솜씨에 피해자들은 뭔가에 홀린 듯 돈을 뺏기고 맙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의 피해자가 많은데요.

며칠 전 칠순을 앞둔 한 할머니에게도 이런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할머니의 통장을 노리고 현란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범은 이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대하는 할머니의 뛰어난 순발력과 기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오후, 부산의 한 파출소로 60대 여성이 조심스럽게 들어옵니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로 경찰에게 조용히 다가가 귓속말을 합니다.

<인터뷰> 이형철(부산 영도경찰서 대교파출소장) : “할머니께서 오셨는데 전화기를 들고 들어오셔서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속삭이듯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통화 중이라는 거였습니다.

30분 전인, 그날 오후 3시 무렵. 69살 이 모 씨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우체국인데요. 고객 정보가 유출돼서 카드 5백만이 사용됐다고……. 전화 바꿔줄게요(하고) 전화 바꾸는가 하더니만 금감원이라고 하더라고.”

상대방은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씨에게 개인정보 유출로 신용카드 5백만 원이 부정 사용됐다며 예금자 보호를 위해 연락을 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어디 거래하느냐, 정기적금 들어 둔 건 없어요? 물어서 있다고 하니까 그거 빨리 찾아야지 5백만 원 (부정 사용된) 카드로 빼내 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러더라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전화 통화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숨가쁘게 이어졌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다리 아파서 못 간다고. 내일이나 (찾으러) 가면 (안 되겠느냐고) 미룬다니까 지금 가야지 그 돈을 인출해 나가면 고객님만 손해보고 이 일이 잘되면 고객님께 나라에서 3백만 원 줄 거라고 하더라고.”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집 전화에 이어 휴대전화로 연락을 계속 하면서, 주민등록증과 통장, 도장을 챙겨 은행으로 가라고 재촉했습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이 씨는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어눌한 발음과 황당한 요구.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현찰 찾으라고 할 때부터 이게 보이스피싱이다 싶어서 파출소로 간다하고 머릿속에 담았지.”

뉴스를 통해 봐왔던 보이스피싱 수법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습니다.

행선지는 은행이 아닌 파출소였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한 20분 걸렸나봐. (버스에서) 내려서 파출소로 바로 갔지. 차 타고 가면서 파출소로 갈 거라는 걸 내가 머릿속에 딱 담고 갔거든.”

그 때부터 이 씨는 보이스피싱범 검거에 힘을 보탭니다.

파출소에서 사복 차람의 여경이 이 씨와 동행을 했고, 관할 경찰서에서도 형사들이 급파됐습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지구대에서 여경 한 명이 나갔고 경찰서 형사는 8명 나갔습니다. 전부 다 잠복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죠.”

이 씨의 집과 은행 등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범은 이 씨와 통화를 이어갔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의 요구대로 은행으로 간 이 씨.

경찰의 안내에 따라 현금 2만 원을 인출합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그쪽에서 요구하는 돈은 천백만 원이었는데 혹시 이런 작전을 하면서 피해가 있을지 몰라서 2만 원만 출금하도록 했고…….”

보이피싱범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천백만 원 찾았다고 하니까 5만 원 짜리를 내가지고 일련번호를 읽어보라고 하더라고.”

갑자기 인출한 5만 원 권의 일련번호를 불러보라는 사기범.

하지만 이 씨는 당황하지 않고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합니다.

지갑에 갖고 있던 5만 원 짜리를 꺼내 일련번호를 불러주며 상대를 안심시켰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은 이 씨에게 찾은 돈을 모두 집안 냉동실에 넣어두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돈을 냉장고에 넣어놓으세요. 김치냉장고요? 하니까 아니 일반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야 지문이고 나쁜 균이 냉동실에서 얼어 없어지니까……”

보이스피싱범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야 하니 우편함에 집 열쇠를 넣어두고 동사무소를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주민등록 재발급할 사진 있느냐고. (동사무소) 과장한테 말해놨는데 즉시 재발급해준다고 동사무소로 가라고…….”

이 씨는 이들의 말에 따라 우편함에 열쇠를 두고 동사무소로 향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경찰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집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편함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 41살 윤 모 씨입니다.

이 씨의 집 문을 열고 태연하게 들어갔지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냉동실에서 돈을 집는 순간 꼼짝 마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 친구가 너무 놀라서 그런지 대응을 못했고…….”

이 씨의 기지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이 검거되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절도한 돈의 8%를 (인출책이) 가져가는 그런 형태거든요. 그래서 이제 지금 저희 압수한 휴대전화 3대를 통해서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통신 수사 통해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인출책 윤 씨를 절도와 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조직원들을 쫓고 있습니다.

경찰은 침착한 대응으로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운 이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뛰는 보이스 피싱 위에 나는 ‘신고자’
    • 입력 2017-06-30 08:35:53
    • 수정2017-06-30 12:27:02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경찰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범죄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죠.

상대방의 혼을 빼놓는 교묘한 말솜씨에 피해자들은 뭔가에 홀린 듯 돈을 뺏기고 맙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의 피해자가 많은데요.

며칠 전 칠순을 앞둔 한 할머니에게도 이런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할머니의 통장을 노리고 현란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범은 이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대하는 할머니의 뛰어난 순발력과 기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오후, 부산의 한 파출소로 60대 여성이 조심스럽게 들어옵니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로 경찰에게 조용히 다가가 귓속말을 합니다.

<인터뷰> 이형철(부산 영도경찰서 대교파출소장) : “할머니께서 오셨는데 전화기를 들고 들어오셔서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속삭이듯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통화 중이라는 거였습니다.

30분 전인, 그날 오후 3시 무렵. 69살 이 모 씨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우체국인데요. 고객 정보가 유출돼서 카드 5백만이 사용됐다고……. 전화 바꿔줄게요(하고) 전화 바꾸는가 하더니만 금감원이라고 하더라고.”

상대방은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씨에게 개인정보 유출로 신용카드 5백만 원이 부정 사용됐다며 예금자 보호를 위해 연락을 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어디 거래하느냐, 정기적금 들어 둔 건 없어요? 물어서 있다고 하니까 그거 빨리 찾아야지 5백만 원 (부정 사용된) 카드로 빼내 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러더라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전화 통화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숨가쁘게 이어졌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다리 아파서 못 간다고. 내일이나 (찾으러) 가면 (안 되겠느냐고) 미룬다니까 지금 가야지 그 돈을 인출해 나가면 고객님만 손해보고 이 일이 잘되면 고객님께 나라에서 3백만 원 줄 거라고 하더라고.”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집 전화에 이어 휴대전화로 연락을 계속 하면서, 주민등록증과 통장, 도장을 챙겨 은행으로 가라고 재촉했습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이 씨는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어눌한 발음과 황당한 요구.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현찰 찾으라고 할 때부터 이게 보이스피싱이다 싶어서 파출소로 간다하고 머릿속에 담았지.”

뉴스를 통해 봐왔던 보이스피싱 수법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습니다.

행선지는 은행이 아닌 파출소였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한 20분 걸렸나봐. (버스에서) 내려서 파출소로 바로 갔지. 차 타고 가면서 파출소로 갈 거라는 걸 내가 머릿속에 딱 담고 갔거든.”

그 때부터 이 씨는 보이스피싱범 검거에 힘을 보탭니다.

파출소에서 사복 차람의 여경이 이 씨와 동행을 했고, 관할 경찰서에서도 형사들이 급파됐습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지구대에서 여경 한 명이 나갔고 경찰서 형사는 8명 나갔습니다. 전부 다 잠복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죠.”

이 씨의 집과 은행 등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범은 이 씨와 통화를 이어갔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의 요구대로 은행으로 간 이 씨.

경찰의 안내에 따라 현금 2만 원을 인출합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그쪽에서 요구하는 돈은 천백만 원이었는데 혹시 이런 작전을 하면서 피해가 있을지 몰라서 2만 원만 출금하도록 했고…….”

보이피싱범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천백만 원 찾았다고 하니까 5만 원 짜리를 내가지고 일련번호를 읽어보라고 하더라고.”

갑자기 인출한 5만 원 권의 일련번호를 불러보라는 사기범.

하지만 이 씨는 당황하지 않고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합니다.

지갑에 갖고 있던 5만 원 짜리를 꺼내 일련번호를 불러주며 상대를 안심시켰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은 이 씨에게 찾은 돈을 모두 집안 냉동실에 넣어두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돈을 냉장고에 넣어놓으세요. 김치냉장고요? 하니까 아니 일반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야 지문이고 나쁜 균이 냉동실에서 얼어 없어지니까……”

보이스피싱범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야 하니 우편함에 집 열쇠를 넣어두고 동사무소를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신고자/음성변조) : “주민등록 재발급할 사진 있느냐고. (동사무소) 과장한테 말해놨는데 즉시 재발급해준다고 동사무소로 가라고…….”

이 씨는 이들의 말에 따라 우편함에 열쇠를 두고 동사무소로 향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경찰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집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편함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 41살 윤 모 씨입니다.

이 씨의 집 문을 열고 태연하게 들어갔지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냉동실에서 돈을 집는 순간 꼼짝 마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 친구가 너무 놀라서 그런지 대응을 못했고…….”

이 씨의 기지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이 검거되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김중수(영도경찰서 형사2팀장) : “절도한 돈의 8%를 (인출책이) 가져가는 그런 형태거든요. 그래서 이제 지금 저희 압수한 휴대전화 3대를 통해서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통신 수사 통해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인출책 윤 씨를 절도와 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조직원들을 쫓고 있습니다.

경찰은 침착한 대응으로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운 이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