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홍콩 반환 20주년…불안한 ‘일국양제’

입력 2017.07.01 (22:10) 수정 2017.07.04 (16: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7월 1일로 꼭 20년이 됐습니다.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 경제와 융합되면서 무역과 금융 허브이자 역동적인 국제도시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반환 후에도 반세기 동안 보장받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커지며 정치적으로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찾은 것도 이런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현지에서 김민철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홍콩의 야경, 주권반환 20주년을 축하하는 글들이 고층건물을 장식하고, 시진핑 주석의 홍콩 방문을 환영하는 간판도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중국이 20년 전 주권반환을 기념해 홍콩에 선물한 '골든 바우히니아 상'은 시위대에 점거됐습니다.

<인터뷰> 라파엘 웡(우산혁명 주도자) : "시진핑 꺼져라! 렁춘잉 행정장관은 감옥으로! 홍콩인들이여 거리로 나오라!"

'홍콩 시민은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진핑을 겨냥한 구호를 외칩니다.

홍콩 민주화의 상징인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등 30여 명이 반중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모두 연행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찾았습니다.

홍콩인들의 우려를 의식해 1국가 2체제, 즉 '일국양제' 보장을 다시 한 번 약속했습니다.

<인터뷰>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 "(홍콩 20년의 경험으로) '일국양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홍콩시민의 반중 감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인터뷰> 네이선 로(데모시스토당 주석/우산혁명 주도자) : "일국양제의 실행은 퇴색했습니다. 베이징 정부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홍콩 정부는 전체 경찰의 3분의 1인 만 천 명을 동원해 24시간 철통 경비에 들어갔습니다.

주권반환 20주년 행사장인 컨벤션센터 부근은 테러에 대비해 2톤 무게의 초대형 바리케이드들이 설치됐습니다.

인구 7백만 명에, 1인당 GDP는 4만 4천 달러.

세계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자랑하는, 무역과 금융 허브도시 홍콩.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는 중국과 홍콩의 경제적 통합을 상징합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거대한 해상 대교는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중국 광둥성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입니다.

길이가 무려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대교인데,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배를 타고 2시간 넘게 걸려 가던 거리를 30분으로 단축시키며 대륙과의 거리를 한층 좁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강주아오 대교와, 내년 개통 예정인 광선강 고속철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선전 등 9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거대한 중국판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추진중입니다.

<인터뷰> 궉까이치(홍콩입법회의원) : "홍콩 사람들은 (강주아오 대교가) 홍콩을 대륙과 하나로 연결하고 중국의 일부분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통합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상하이와 홍콩간, 그리고 선전과 홍콩간 주식 교차거래, 후강퉁과 선강퉁이 이미 시행됐고, 채권 거래도 일부 개방됩니다.

<인터뷰> 태유(홍콩증권거래소 전무) : "이는 홍콩이 본토 중국을 세계시장으로, 또 세계시장을 중국 본토 자본시장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며, 홍콩은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경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반환 초반 매년 5% 이상을 기록하던 GDP 성장률이 지금은 연 1%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홍콩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홍콩 집값을 견디지 못해 근처 광둥성 선전으로 이사한 홍콩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녹취> 찡원(선전 거주 홍콩 학생) : "우리는 홍콩에서 태어났는데 엄마 아빠가 선전에 집을 사서 선전에서 매일 홍콩의 학교로 통학해야 해요."

가장 큰 문제는 홍콩 반환 때부터 오는 2047년까지 50년간 보장받기로 한 '고도의 자치'가 위협받고 있는 점입니다.

지난 2014년이죠.

이 일대를 비롯해 주요 도심에서 홍콩 경찰의 곤봉과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 우산혁명이라 불린 홍콩 점령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중국 전인대가 제시한 행정장관 선출 방식에 반발한 학생과 범민주파 인사들이 70여 일간 이 일대를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우산혁명에도 불구하고 행정장관 직선제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제5대 행정장관 선거도 이른바 '체육관선거'로 진행됐습니다.

중국이 미는 캐리 람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높은 범민주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홍콩인들의 반중 감정은 최근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저우딩팡(홍콩 시티대 4학년) : "우리 세대의 홍콩은 더욱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중국 지도자에게 지금의 홍콩인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의견을 표현할 적기라고 생각해요."

홍콩 청년들 가운데,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주권 반환 초반 29%나 됐지만, 지금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일국양제'를 보장한다는 시진핑의 약속도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청초융(교수/홍콩시티대 공공정책학과) : "우리는 일국양제를 제대로 실행해 낼 수 있는 진정한 새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합쳐지고 있는 대륙과 홍콩.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정치적 갈등은 심해졌습니다.

여기에 빈부격차와 집값 폭등, 성장률 둔화 등으로, 호황을 누리던 반환 초반 홍콩의 모습은 퇴색하고 있습니다.

대륙과의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홍콩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홍콩에서 김민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리포트] 홍콩 반환 20주년…불안한 ‘일국양제’
    • 입력 2017-07-01 22:31:00
    • 수정2017-07-04 16:08:0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7월 1일로 꼭 20년이 됐습니다.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 경제와 융합되면서 무역과 금융 허브이자 역동적인 국제도시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반환 후에도 반세기 동안 보장받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커지며 정치적으로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찾은 것도 이런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현지에서 김민철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홍콩의 야경, 주권반환 20주년을 축하하는 글들이 고층건물을 장식하고, 시진핑 주석의 홍콩 방문을 환영하는 간판도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중국이 20년 전 주권반환을 기념해 홍콩에 선물한 '골든 바우히니아 상'은 시위대에 점거됐습니다.

<인터뷰> 라파엘 웡(우산혁명 주도자) : "시진핑 꺼져라! 렁춘잉 행정장관은 감옥으로! 홍콩인들이여 거리로 나오라!"

'홍콩 시민은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진핑을 겨냥한 구호를 외칩니다.

홍콩 민주화의 상징인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등 30여 명이 반중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모두 연행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을 찾았습니다.

홍콩인들의 우려를 의식해 1국가 2체제, 즉 '일국양제' 보장을 다시 한 번 약속했습니다.

<인터뷰>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 "(홍콩 20년의 경험으로) '일국양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홍콩시민의 반중 감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인터뷰> 네이선 로(데모시스토당 주석/우산혁명 주도자) : "일국양제의 실행은 퇴색했습니다. 베이징 정부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홍콩 정부는 전체 경찰의 3분의 1인 만 천 명을 동원해 24시간 철통 경비에 들어갔습니다.

주권반환 20주년 행사장인 컨벤션센터 부근은 테러에 대비해 2톤 무게의 초대형 바리케이드들이 설치됐습니다.

인구 7백만 명에, 1인당 GDP는 4만 4천 달러.

세계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자랑하는, 무역과 금융 허브도시 홍콩.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는 중국과 홍콩의 경제적 통합을 상징합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거대한 해상 대교는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중국 광둥성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입니다.

길이가 무려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대교인데,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배를 타고 2시간 넘게 걸려 가던 거리를 30분으로 단축시키며 대륙과의 거리를 한층 좁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강주아오 대교와, 내년 개통 예정인 광선강 고속철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선전 등 9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거대한 중국판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추진중입니다.

<인터뷰> 궉까이치(홍콩입법회의원) : "홍콩 사람들은 (강주아오 대교가) 홍콩을 대륙과 하나로 연결하고 중국의 일부분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통합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상하이와 홍콩간, 그리고 선전과 홍콩간 주식 교차거래, 후강퉁과 선강퉁이 이미 시행됐고, 채권 거래도 일부 개방됩니다.

<인터뷰> 태유(홍콩증권거래소 전무) : "이는 홍콩이 본토 중국을 세계시장으로, 또 세계시장을 중국 본토 자본시장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며, 홍콩은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경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반환 초반 매년 5% 이상을 기록하던 GDP 성장률이 지금은 연 1%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홍콩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홍콩 집값을 견디지 못해 근처 광둥성 선전으로 이사한 홍콩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녹취> 찡원(선전 거주 홍콩 학생) : "우리는 홍콩에서 태어났는데 엄마 아빠가 선전에 집을 사서 선전에서 매일 홍콩의 학교로 통학해야 해요."

가장 큰 문제는 홍콩 반환 때부터 오는 2047년까지 50년간 보장받기로 한 '고도의 자치'가 위협받고 있는 점입니다.

지난 2014년이죠.

이 일대를 비롯해 주요 도심에서 홍콩 경찰의 곤봉과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 우산혁명이라 불린 홍콩 점령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중국 전인대가 제시한 행정장관 선출 방식에 반발한 학생과 범민주파 인사들이 70여 일간 이 일대를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우산혁명에도 불구하고 행정장관 직선제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제5대 행정장관 선거도 이른바 '체육관선거'로 진행됐습니다.

중국이 미는 캐리 람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높은 범민주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홍콩인들의 반중 감정은 최근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저우딩팡(홍콩 시티대 4학년) : "우리 세대의 홍콩은 더욱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중국 지도자에게 지금의 홍콩인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의견을 표현할 적기라고 생각해요."

홍콩 청년들 가운데,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주권 반환 초반 29%나 됐지만, 지금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일국양제'를 보장한다는 시진핑의 약속도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청초융(교수/홍콩시티대 공공정책학과) : "우리는 일국양제를 제대로 실행해 낼 수 있는 진정한 새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합쳐지고 있는 대륙과 홍콩.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정치적 갈등은 심해졌습니다.

여기에 빈부격차와 집값 폭등, 성장률 둔화 등으로, 호황을 누리던 반환 초반 홍콩의 모습은 퇴색하고 있습니다.

대륙과의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홍콩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홍콩에서 김민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