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만 남아도 잡힌다

입력 2017.07.16 (22:34) 수정 2017.07.1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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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1년 전 서울 성산대교 인근 노들길 옆 배수로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녹취> 김인성(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시신이 옮기거나 긁히거나 뭐 흙이나 모래가 묻은 것 없이 깨끗하게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된 겁니다."

알몸 상태인 시신은 특이하게도 주변 흙이나 잔해가 전혀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엔 시신이 지나치게 깨끗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발견된 그 시신의 모양 상태나 이런 걸로 봐서는 범인이 한 명이 아니고 한두 명 이상의 정도의 사람이 시신을 들고 유기했을 가능성이 큰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의 DNA가 시신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일명 '노들길 사건'이란 별칭이 붙은 이 사건은 11년째 범인을 못 잡고 있습니다.

이런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은 전국에 260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기 미제사건의 범인이 잇따라 검거되면서 '완전범죄는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로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고 과학수사 기법도 발전했기 때문인데요.

미궁에 빠져있던 미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지난 5일) : " 2002년 서울의 한 술집에서 주인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의 범인이 1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5년 만에 범인이 잡히며 최근 화제가 된 서울 구로구의 호프집 여주인 살해 사건.

2002년 12월 손님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던 용의자는 여주인을 둔기로 살해한 뒤 현금과 신용카드를 들고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당시 사건 현장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서 시신을 이쪽으로 옮겨서 현장에 있던 모든 유류 증거물들을 청소를 하고 다 정리를 한 다음에 계단으로 올라가서 다락방에 또 무슨 귀중품이 있는지 올라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 수배까지 했지만, 경찰은 10년 넘게 수사망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수사는 의외의 곳에서 급진전됩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굉장히 기록이 많더라고요 쭉 보니까 현장 감식 기록을 보니까 그 당시에 지문을 채취를 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불발이 된 게 있어요, 불발이. 아 이것은 다시 한 번 지금... 확인해 볼 필요성은 있다."

맥주병에 묻어있던 1cm 짜리 불완전한 지문, 당시에는 지문 감식 시스템의 해상도가 떨어져 온전치 않은 지문으로 용의자를 특정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 '쪽지문'이 범인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장) : "당시 여기서 같이 마셨던 맥주병 중에 일부를 여기 맥주박스에 넣다가 이게 깨진 맥주병입니다. 여기에서 쪽지문이 발견이 됐고요. 우리가 찾아내서 재감정을 의뢰했죠."

<녹취> 이정진(KBS 1TV 끝까지 간다) : "2002년 3개월 간격으로 발생한 두 사건은 이 지역의 유일한 미제로 남았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15년 전 4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던 아산 갱티고개 사건.

이 사건과 관련한 방송이 나간 지 일주일 만에 용의자 2명이 모두 검거됐습니다.

이 사건 역시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 공범의 쪽지문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였습니다.

초동 수사 당시에는 감식되지 않았던 용의자들의 쪽지문을 10년 만에 분석하는데 성공한 겁니다.

그런데 이 지문은 현장에서 나온 용의자의 혈흔과는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공범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최규환(충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 "그때 당시에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데서 지문이 나왔고요, (지문과) 현장에서 나온 혈흔이 실제 용의자의 혈흔과 일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재수사할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쪽지문 감식은 지문을 나타내는 하나의 곡선, 즉 융선의 특징점들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지문 곡선이 중간에 끊어지는 끝점과 두개의 곡선이 만나는 분기점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특징점의 위치와 갯수를 분석하면 지문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녹취> 장철환(경찰청 지문감정분석팀장) : "이 좌표값을 정확히 찍었을 때 컴퓨터가 유사도가 높은 후보군들을 많이 불러올 수가 있으니까 그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청에는 현재 한국 국적의 성인과 외국인 등 4500만 명의 지문이 데이터베이스화 돼있습니다.

범행 현장의 쪽지문을 이 데이터베이스에 넣으면 1000여 개의 유사한 지문이 추출됩니다.

이후부터는 지문 전문 수사관 40여 명이 육안으로 일일이 비교해 최종 지문을 찾아냅니다.

<인터뷰> 장철환(경찰청 지문감정분석팀장) : "현장에서 따온 지문들은 보통 약간 조각이고 아니면 융선이 흐리든지 이런 게 많기 때문에 거의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쭉 검색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만 해도 비슷한 좌푯값을 가진 지문을 비교하는데 이번에 한 1,500개 정도를 비교해서 그중에서 동일인의 지문을 발견해 낸 거죠."

살인 등 강력 사건 현장에서 100% 온전한 지문이 검출되는 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쪽지문 분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최근 쪽지문 만큼 미제 사건 해결에 큰 기여를 하는 증거는 현장의 발자국, 즉 족적입니다.

경찰청이 구축한 검색시스템엔 국내 판매되는 모든 신발의 형태가 저장돼 있습니다.

또 최근엔 극미량의 혈흔이나 타액에서도 유전자 감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지문만큼 신원이 곧바로 확인되는 건 아니지만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데 결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장) : "현장에서 유래된 의류, 신발, 범행도구 기타 여러가지 증거물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 바로 분석이 안되더라도 향후 우리가 지금 현기술에서 분석 못하는 것도 후세에 과학수사 발전 등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진공상태에서 철저하게 관리,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턴 범죄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전담 부서도 신설해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범죄를 유형별로 모두 분석한 프로그램도 개발돼 수사 대상자를 추리는겁니다.

<인터뷰> 신상화(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 "과연 그 장소나 그 관서에 이런 수법의 범죄가 일어날 만한 환경인지 이를 이 데이터를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가 있는거죠. 범죄자들이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지역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것도 저희 프로파일러들이 볼 때는 하나의 단서나 징후가 될 수 있거든요."

<녹취> 태완이 사건(2015년 7월 21일) : "1999년 5월 6살 태완이는 집 앞에서 누군가 뿌린 황산을 뒤집어 썼습니다."

장기 미제사건은 태완군 사건을 계기로 속속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6살 어린이가 무자비한 황산 테러로 희생됐지만 범인을 찾지 못하고 15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끝나버렸습니다.

<녹취> 박정숙(태완이 어머니/지난해7월) : "이 공소시효라는 것에 묶여서 하루하루를 고통의 날로 살아가면서 저는 다른 할 말이 없습니다."

이후 잇따라 법이 개정돼 살인 사건 공소시효는 2015년 완전폐지됐습니다.

경찰청은 이때부터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미제사건전담팀을 설치했습니다.

서울 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 등 최근 2건의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했습니다.

'노들길 살인 사건' 역시 이 수사팀이 수사 중인 사건입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당산역 인근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홍기섭(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거리가 있다 보니까 친구가 놓친 거예요. 여기서 가다 보면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여기서 어디로 빠졌는지 못 찾은 거예요."

실종된 여성은 다음 날 새벽 2km 떨어진 노들길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가방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골목길에서 수거됩니다.

하지만, 김 씨의 시신과 유류품 어디에서도 아무런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에서 나온 DNA를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동종 전과자들의 DNA와 대조했지만 용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홍기섭(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여기는 엄청 많이 와보셨겠네요, 현장에?) 올해로 11년 됐잖아요. 11년 동안 수도 없이 다녔죠."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오래 전 사건이긴 하지만 그 당시 사건 기록을 다시 재검토하고 다시 미비점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요, 그리고 목격자들 진술대로 폭주족, 경기, 인천 서울 주변 수도권지역에 폭주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하고.."

공소시효가 사라진 지난 2년 동안 장기미제살인 사건 17건이 해결됐습니다.

경찰의 수사력이 지금의 수준에는 못 미쳤을 당시 초동 수사의 실패로 인한 미제 사건은 2017년 7월 현재도 2백 60여 건이나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뭐 믿어주십시오. 우리 형사들이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미제사건이다 보니까 너무 오래된사건이고 그러다 보니까 그게 어려운 점이 있는데 한 번 묵묵히 지켜봐 주시면 아마 다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인은 현장에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완전범죄는 없다!

미제사건수사팀은 오늘도 범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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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cm만 남아도 잡힌다
    • 입력 2017-07-16 23:01:10
    • 수정2017-07-16 23:18:15
    취재파일K
2006년 7월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1년 전 서울 성산대교 인근 노들길 옆 배수로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녹취> 김인성(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시신이 옮기거나 긁히거나 뭐 흙이나 모래가 묻은 것 없이 깨끗하게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된 겁니다."

알몸 상태인 시신은 특이하게도 주변 흙이나 잔해가 전혀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엔 시신이 지나치게 깨끗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발견된 그 시신의 모양 상태나 이런 걸로 봐서는 범인이 한 명이 아니고 한두 명 이상의 정도의 사람이 시신을 들고 유기했을 가능성이 큰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의 DNA가 시신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일명 '노들길 사건'이란 별칭이 붙은 이 사건은 11년째 범인을 못 잡고 있습니다.

이런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은 전국에 260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기 미제사건의 범인이 잇따라 검거되면서 '완전범죄는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로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고 과학수사 기법도 발전했기 때문인데요.

미궁에 빠져있던 미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지난 5일) : " 2002년 서울의 한 술집에서 주인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의 범인이 1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5년 만에 범인이 잡히며 최근 화제가 된 서울 구로구의 호프집 여주인 살해 사건.

2002년 12월 손님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던 용의자는 여주인을 둔기로 살해한 뒤 현금과 신용카드를 들고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당시 사건 현장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서 시신을 이쪽으로 옮겨서 현장에 있던 모든 유류 증거물들을 청소를 하고 다 정리를 한 다음에 계단으로 올라가서 다락방에 또 무슨 귀중품이 있는지 올라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 수배까지 했지만, 경찰은 10년 넘게 수사망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수사는 의외의 곳에서 급진전됩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굉장히 기록이 많더라고요 쭉 보니까 현장 감식 기록을 보니까 그 당시에 지문을 채취를 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불발이 된 게 있어요, 불발이. 아 이것은 다시 한 번 지금... 확인해 볼 필요성은 있다."

맥주병에 묻어있던 1cm 짜리 불완전한 지문, 당시에는 지문 감식 시스템의 해상도가 떨어져 온전치 않은 지문으로 용의자를 특정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 '쪽지문'이 범인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장) : "당시 여기서 같이 마셨던 맥주병 중에 일부를 여기 맥주박스에 넣다가 이게 깨진 맥주병입니다. 여기에서 쪽지문이 발견이 됐고요. 우리가 찾아내서 재감정을 의뢰했죠."

<녹취> 이정진(KBS 1TV 끝까지 간다) : "2002년 3개월 간격으로 발생한 두 사건은 이 지역의 유일한 미제로 남았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15년 전 4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던 아산 갱티고개 사건.

이 사건과 관련한 방송이 나간 지 일주일 만에 용의자 2명이 모두 검거됐습니다.

이 사건 역시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 공범의 쪽지문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였습니다.

초동 수사 당시에는 감식되지 않았던 용의자들의 쪽지문을 10년 만에 분석하는데 성공한 겁니다.

그런데 이 지문은 현장에서 나온 용의자의 혈흔과는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공범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최규환(충남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 : "그때 당시에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데서 지문이 나왔고요, (지문과) 현장에서 나온 혈흔이 실제 용의자의 혈흔과 일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재수사할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쪽지문 감식은 지문을 나타내는 하나의 곡선, 즉 융선의 특징점들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지문 곡선이 중간에 끊어지는 끝점과 두개의 곡선이 만나는 분기점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특징점의 위치와 갯수를 분석하면 지문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녹취> 장철환(경찰청 지문감정분석팀장) : "이 좌표값을 정확히 찍었을 때 컴퓨터가 유사도가 높은 후보군들을 많이 불러올 수가 있으니까 그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청에는 현재 한국 국적의 성인과 외국인 등 4500만 명의 지문이 데이터베이스화 돼있습니다.

범행 현장의 쪽지문을 이 데이터베이스에 넣으면 1000여 개의 유사한 지문이 추출됩니다.

이후부터는 지문 전문 수사관 40여 명이 육안으로 일일이 비교해 최종 지문을 찾아냅니다.

<인터뷰> 장철환(경찰청 지문감정분석팀장) : "현장에서 따온 지문들은 보통 약간 조각이고 아니면 융선이 흐리든지 이런 게 많기 때문에 거의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쭉 검색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만 해도 비슷한 좌푯값을 가진 지문을 비교하는데 이번에 한 1,500개 정도를 비교해서 그중에서 동일인의 지문을 발견해 낸 거죠."

살인 등 강력 사건 현장에서 100% 온전한 지문이 검출되는 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쪽지문 분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최근 쪽지문 만큼 미제 사건 해결에 큰 기여를 하는 증거는 현장의 발자국, 즉 족적입니다.

경찰청이 구축한 검색시스템엔 국내 판매되는 모든 신발의 형태가 저장돼 있습니다.

또 최근엔 극미량의 혈흔이나 타액에서도 유전자 감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지문만큼 신원이 곧바로 확인되는 건 아니지만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데 결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수사팀장) : "현장에서 유래된 의류, 신발, 범행도구 기타 여러가지 증거물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 바로 분석이 안되더라도 향후 우리가 지금 현기술에서 분석 못하는 것도 후세에 과학수사 발전 등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진공상태에서 철저하게 관리,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턴 범죄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전담 부서도 신설해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범죄를 유형별로 모두 분석한 프로그램도 개발돼 수사 대상자를 추리는겁니다.

<인터뷰> 신상화(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 "과연 그 장소나 그 관서에 이런 수법의 범죄가 일어날 만한 환경인지 이를 이 데이터를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가 있는거죠. 범죄자들이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지역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것도 저희 프로파일러들이 볼 때는 하나의 단서나 징후가 될 수 있거든요."

<녹취> 태완이 사건(2015년 7월 21일) : "1999년 5월 6살 태완이는 집 앞에서 누군가 뿌린 황산을 뒤집어 썼습니다."

장기 미제사건은 태완군 사건을 계기로 속속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6살 어린이가 무자비한 황산 테러로 희생됐지만 범인을 찾지 못하고 15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끝나버렸습니다.

<녹취> 박정숙(태완이 어머니/지난해7월) : "이 공소시효라는 것에 묶여서 하루하루를 고통의 날로 살아가면서 저는 다른 할 말이 없습니다."

이후 잇따라 법이 개정돼 살인 사건 공소시효는 2015년 완전폐지됐습니다.

경찰청은 이때부터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미제사건전담팀을 설치했습니다.

서울 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 등 최근 2건의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했습니다.

'노들길 살인 사건' 역시 이 수사팀이 수사 중인 사건입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당산역 인근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홍기섭(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거리가 있다 보니까 친구가 놓친 거예요. 여기서 가다 보면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여기서 어디로 빠졌는지 못 찾은 거예요."

실종된 여성은 다음 날 새벽 2km 떨어진 노들길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가방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골목길에서 수거됩니다.

하지만, 김 씨의 시신과 유류품 어디에서도 아무런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에서 나온 DNA를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동종 전과자들의 DNA와 대조했지만 용의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홍기섭(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여기는 엄청 많이 와보셨겠네요, 현장에?) 올해로 11년 됐잖아요. 11년 동안 수도 없이 다녔죠."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성(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 "오래 전 사건이긴 하지만 그 당시 사건 기록을 다시 재검토하고 다시 미비점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요, 그리고 목격자들 진술대로 폭주족, 경기, 인천 서울 주변 수도권지역에 폭주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하고.."

공소시효가 사라진 지난 2년 동안 장기미제살인 사건 17건이 해결됐습니다.

경찰의 수사력이 지금의 수준에는 못 미쳤을 당시 초동 수사의 실패로 인한 미제 사건은 2017년 7월 현재도 2백 60여 건이나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뭐 믿어주십시오. 우리 형사들이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미제사건이다 보니까 너무 오래된사건이고 그러다 보니까 그게 어려운 점이 있는데 한 번 묵묵히 지켜봐 주시면 아마 다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인은 현장에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완전범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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