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순식간에 덮친 ‘물 폭탄’…수해 복구 막막

입력 2017.07.18 (08:35) 수정 2017.07.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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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주말 사이 중부지방에는 하늘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비 피해가 심각했던 건 충북 청주였습니다.

이 지역 기상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순식간에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산사태까지 나면서 주민들이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는데요.

비는 그쳤지만, 물 폭탄이 휩쓸고 간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복구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참혹하게 변해버린 수해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이번 폭우의 직격탄을 맞은 충북 청주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애써 키운 인삼 밭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주민들은 휴일 아침 악몽과도 같았던 당시 상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녹취> "아휴 웬일이야. 웬일이야. 이거 웬일이야. 어떡해. 차는 어떡해. (차도 못 빼잖아.)"

흙더미가 산비탈 바로 옆에 있는 주택을 덮쳤습니다.

진흙 범벅이 된 집기들,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전신주가 뽑혀 있고, 돌덩이가 쏟아져 집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그제 오후 이 집에 살던 50대 주민이 갑자기 쏟아진 흙더미에 매몰됐습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폭우 속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순식간에. 컨테이너 옆에서 남편이 막 내려갔는데도 못 잡은 거예요."

한 시간 뒤, 매몰된 주민이 발견됐는데,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녹취> 청주 동부 소방서 관계자 : "단독 주택이고 옆에 컨테이너를 하나 지었었는데, 그 부근에 계셨나 봐요. 그 옆에 산이 있거든요. 토사가 넘어지면서……."

비가 그치고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기록적인 물 폭탄이 남긴 피해를 씻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치웁니까. 이걸 어디로 치워야 끝이 나잖아요. 그런데 치울 덤프트럭이 없어서 못 치우고 이러고 있어요. 둘 다 출근도 못 하고."

비가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언제 다시 빗물이 들이닥칠지 불안한 시간의 연속입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아까 비 오니까 또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겁이 나서. 지금 내가 58세인데 살면서 처음 이렇게 비만 보면 겁나는 거예요."

인근 마을의 한 주택도 물 폭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큰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집 앞으로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집에 혼자 살던 80대 할머니가 산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권오성(충북 청주시) : "혼자 사시고 자손들이 들락날락 왔다 갔다 하고. 일요일이라 교회를 다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딸이 전화를 해서 “교회 가지 마세요.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산사태가 일어나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커다른 굉음 소리에 밖으로 나와봤지만,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흙더미가 덮쳤습니다.

<인터뷰> 권오성(충북 청주시) : "산사태가 나니까 이상한 소리가 날 거 아니에요. 소리가 나니까 나와 본 거예요. 나오자마자 거기에 휩쓸려서 이 밑으로 묻힌 거예요. 흙 밑으로. 그래서 돌아가신 거예요."

휴일 장사를 준비하던 청주 시내 시장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조규천(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관계자) : "(물이) 실제로 들어오는 건 너무 빨리 들어오더라고요. 순식간에 이 사방에 (물이) 다 찰 정도였으니까."

상인들은 시장에 물이 차오르자. 상인회의 방송에 따라 우선 몸을 피했습니다.

<인터뷰> 조규천(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관계자) : "전선이 밑에 깔려 있어서 물이 금방 차면 감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했던 게 (전기 차단이었습니다.) 저는 방송으로 플러그를 다 빼고 전기를 다 차단하라고 먼저 방송을 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삶의 터전인 시장은 쑥대밭이 돼 있었습니다.

진흙 범벅이 된 물건들을 닦아내고, 가게를 청소해 보지만 언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답답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호성(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회장) : "전자제품도 있고 이불가게도 있고 방앗간 같은 데에는 기계가 많잖아요. 그런데 물이 침수되어서 그런 게 많이 망가졌잖아요. 심정이야 울어도 시원치 않죠."

아파트 한 곳은 침수에 이어 전기까지 끊기면서 4백여 세대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 강당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내리치는 빗줄기에 몸을 피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성창(충북 청주시) : "집 안에서 보니까 물이 밑에 둑에서 조금씩 넘쳐서 여기까지 찼었어요. 물바다가 되어 버렸어요. 넘쳐서."

옷가지 하나 챙길 겨를도 없이 몸을 피해야만 했던 다급한 상황.

불편한 몸으로 이틀 째 대피소 맨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성창(충북 청주시) : "일주일 걸릴지 열흘 걸릴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나 혼자 들어와서 있는 거예요."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대피소 생활이 더 힘이 듭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친척 집에 맡겨 놓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인터뷰> 침수‧단전 피해 아파트 주민 : "오늘 온종일 좀 넋이 나갔다고 해야 되나. ‘이거 어떡하지. 나중에 복구되면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될까.’ 뭐 그런 것 생각하면 좀 멍하더라고요. 잠도 못 잤는데 더 멍하더라고요."

이번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4백여 명의 주민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피해가 큰 충북 청주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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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순식간에 덮친 ‘물 폭탄’…수해 복구 막막
    • 입력 2017-07-18 08:42:34
    • 수정2017-07-18 09: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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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주말 사이 중부지방에는 하늘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비 피해가 심각했던 건 충북 청주였습니다.

이 지역 기상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순식간에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산사태까지 나면서 주민들이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는데요.

비는 그쳤지만, 물 폭탄이 휩쓸고 간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복구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참혹하게 변해버린 수해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이번 폭우의 직격탄을 맞은 충북 청주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애써 키운 인삼 밭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주민들은 휴일 아침 악몽과도 같았던 당시 상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녹취> "아휴 웬일이야. 웬일이야. 이거 웬일이야. 어떡해. 차는 어떡해. (차도 못 빼잖아.)"

흙더미가 산비탈 바로 옆에 있는 주택을 덮쳤습니다.

진흙 범벅이 된 집기들,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전신주가 뽑혀 있고, 돌덩이가 쏟아져 집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그제 오후 이 집에 살던 50대 주민이 갑자기 쏟아진 흙더미에 매몰됐습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폭우 속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순식간에. 컨테이너 옆에서 남편이 막 내려갔는데도 못 잡은 거예요."

한 시간 뒤, 매몰된 주민이 발견됐는데,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녹취> 청주 동부 소방서 관계자 : "단독 주택이고 옆에 컨테이너를 하나 지었었는데, 그 부근에 계셨나 봐요. 그 옆에 산이 있거든요. 토사가 넘어지면서……."

비가 그치고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기록적인 물 폭탄이 남긴 피해를 씻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치웁니까. 이걸 어디로 치워야 끝이 나잖아요. 그런데 치울 덤프트럭이 없어서 못 치우고 이러고 있어요. 둘 다 출근도 못 하고."

비가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언제 다시 빗물이 들이닥칠지 불안한 시간의 연속입니다.

<인터뷰> 김란영(충북 청주시) : "아까 비 오니까 또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겁이 나서. 지금 내가 58세인데 살면서 처음 이렇게 비만 보면 겁나는 거예요."

인근 마을의 한 주택도 물 폭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큰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집 앞으로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집에 혼자 살던 80대 할머니가 산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권오성(충북 청주시) : "혼자 사시고 자손들이 들락날락 왔다 갔다 하고. 일요일이라 교회를 다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딸이 전화를 해서 “교회 가지 마세요.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산사태가 일어나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커다른 굉음 소리에 밖으로 나와봤지만,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흙더미가 덮쳤습니다.

<인터뷰> 권오성(충북 청주시) : "산사태가 나니까 이상한 소리가 날 거 아니에요. 소리가 나니까 나와 본 거예요. 나오자마자 거기에 휩쓸려서 이 밑으로 묻힌 거예요. 흙 밑으로. 그래서 돌아가신 거예요."

휴일 장사를 준비하던 청주 시내 시장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조규천(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관계자) : "(물이) 실제로 들어오는 건 너무 빨리 들어오더라고요. 순식간에 이 사방에 (물이) 다 찰 정도였으니까."

상인들은 시장에 물이 차오르자. 상인회의 방송에 따라 우선 몸을 피했습니다.

<인터뷰> 조규천(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관계자) : "전선이 밑에 깔려 있어서 물이 금방 차면 감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했던 게 (전기 차단이었습니다.) 저는 방송으로 플러그를 다 빼고 전기를 다 차단하라고 먼저 방송을 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삶의 터전인 시장은 쑥대밭이 돼 있었습니다.

진흙 범벅이 된 물건들을 닦아내고, 가게를 청소해 보지만 언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답답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호성(청주 북부시장 상인회 회장) : "전자제품도 있고 이불가게도 있고 방앗간 같은 데에는 기계가 많잖아요. 그런데 물이 침수되어서 그런 게 많이 망가졌잖아요. 심정이야 울어도 시원치 않죠."

아파트 한 곳은 침수에 이어 전기까지 끊기면서 4백여 세대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 강당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내리치는 빗줄기에 몸을 피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인터뷰> 조성창(충북 청주시) : "집 안에서 보니까 물이 밑에 둑에서 조금씩 넘쳐서 여기까지 찼었어요. 물바다가 되어 버렸어요. 넘쳐서."

옷가지 하나 챙길 겨를도 없이 몸을 피해야만 했던 다급한 상황.

불편한 몸으로 이틀 째 대피소 맨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성창(충북 청주시) : "일주일 걸릴지 열흘 걸릴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나 혼자 들어와서 있는 거예요."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대피소 생활이 더 힘이 듭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친척 집에 맡겨 놓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인터뷰> 침수‧단전 피해 아파트 주민 : "오늘 온종일 좀 넋이 나갔다고 해야 되나. ‘이거 어떡하지. 나중에 복구되면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될까.’ 뭐 그런 것 생각하면 좀 멍하더라고요. 잠도 못 잤는데 더 멍하더라고요."

이번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4백여 명의 주민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피해가 큰 충북 청주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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