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억대 수입차가 월 14만 원…알고 보니 ‘대포차’

입력 2017.07.19 (08:35) 수정 2017.07.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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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급 수입차 수십 대가 이렇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신차 가격이 7억 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도 눈에 띕니다.

이런 차를 월 14만 원, 하루에 5천 원도 안되는 돈으로 빌려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누구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터무니없이 싼 값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경찰이 해당 렌터카 업체를 찾아가 차량을 조회해보니 소위 대포차라고 하는 불법 차량이었습니다.

싼값에 고급 수입차를 탄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로 2~30대 젊은 사람들이 업체를 찾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대포차 영업이 가능했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

넓은 부지 안에 고가의 수입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경찰이 사무실에 들이닥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사업자 등록이?)등록되어 있죠.” 피의자(음성변조):“(본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이 하나도 안 되어 있던데요?) 우리 집사람 (명의로)…….”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대부분이 이제 명의자들이 운행하지 않고 명의자들조차 자기 차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차들, 소위 대포차들이 거기에 있었고요.”

합법적으로 명의 이전이 되지 않은 차량, 이른바 대포차가 이곳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을 덮친 겁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자기 차 한 대가 거기에서 불법으로 대여되고 있다. 차를 찾고 싶다.''고 제보해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은 신차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차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거의 99%가 수입차죠. 거의 그런 차들이죠. 렌터카 사업 한다니까 아, 렌터카 하는 건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주차돼 있던 차량은 주로 담보로 잡혀 있거나, 세금 체납 등으로 영치됐던 차량입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타인 명의로 차를 출고한 다음에 자기 명의가 아니니까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린 다음에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가 이 차량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포차 브로커들한테 차량을 넘기는 그런 방법으로…….”

이 업체를 운영해 온 건 55살 A 모 씨입니다.

20년 넘게 중고차 매매를 해왔다는 A씨.

대포차를 처리하는 일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억 원 정도 되는 수입차를 2천~3천만 원 정도에 헐값에 사들이는 등 브로커와 대포차를 거래해 온 겁니다.

그러던 중, 대포차를 이용해 렌터카 영업까지 하게 됩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이런 대포차량을 저렴하게 매입해서 팔면 높은 마진율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 차를 매입해서 파는 과정에서 차가 잠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돈을 받고 대여도 해주고 그러면 또 이런 수익금이 발생하니까…….”

이렇게 헐값에 대포차를 들여온 A씨는 시세보다 훨씬 싼 값으로 차를 빌려줬습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정상적인 렌트 계약서 작성이나 계약 조건 없이 피의자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반납하는 조건으로 해서 보증금 800만 원에 대여료 월 14만 원을 내고 사용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월 14만 원, 하루 5천 원 정도만 내면 억대의 수입차를 빌려 탈 수 있다는 거였는데요.

다른 렌터카 업체에 알아보니 정상적인 차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습니다.

<녹취> 렌터카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렌트 가격과 시세가 어떻게 될까요?) 1일 기준 150만 원이고요. 주행거리 100km 제한이고요.”

<녹취> 렌터카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 가격이 80만 원이거든요? 000 차량이 1일 150만 원이고요.”

헐값에 고급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로 20~30대들이 이 업체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 15만 원 정도에 할 수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좋은 차를 한번 몰아보고 싶을 때 20,30대 사람들도 많이 이용했습니다.”

현행법상 렌터카 사업을 하려면 담당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A씨는 렌터카 사업 자격도 없었고, 그마저도 빌려준 게 대포차였던 건데요.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렌터카 사업을 해야 하는 자격 요건을 구비하지 않은 채 더군다나 대포차들을 렌트 사업, 대여 사업처럼 운영한…….”

A씨가 갖고 있던 대포차는 모두 29대.

이 가운데 2대는 도난 차량이었고, 11대는 운행 정지 차량, 12대는 의무 보험 미가입 차량, 4대는 영치집행대상으로 전부 하자가 있는 차량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업체였고 심하면 운행 정지까지 걸려 있는 차들도 있고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가 힘들죠. 보상받기도 힘들고요. 법으로 보호받기도 힘들고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씨는 고의로 한 일이 아니고, 대포차도 원소유자를 찾아 서류상 정리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녹취>피의자(음성변조) : “내 지인들한테 4대 (대여)한 적밖에 없어. 어떻게 됐든 돈을 1원이라도 받고 해주면 대여야. 그렇잖아요.”

경찰은 대포차를 빌려 운전한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렌터카를 이용할 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거나 아니면 보증금이 너무 저렴하면 정상적인 대여 회사인지 확인 후에 차량을 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포차인 줄 알면서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대포차를 매입해 빌려준 A씨와 대포차 브로커 등 13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협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대포차를 유통하는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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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억대 수입차가 월 14만 원…알고 보니 ‘대포차’
    • 입력 2017-07-19 08:36:46
    • 수정2017-07-19 09: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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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급 수입차 수십 대가 이렇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신차 가격이 7억 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도 눈에 띕니다.

이런 차를 월 14만 원, 하루에 5천 원도 안되는 돈으로 빌려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누구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터무니없이 싼 값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경찰이 해당 렌터카 업체를 찾아가 차량을 조회해보니 소위 대포차라고 하는 불법 차량이었습니다.

싼값에 고급 수입차를 탄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로 2~30대 젊은 사람들이 업체를 찾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대포차 영업이 가능했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

넓은 부지 안에 고가의 수입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경찰이 사무실에 들이닥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사업자 등록이?)등록되어 있죠.” 피의자(음성변조):“(본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이 하나도 안 되어 있던데요?) 우리 집사람 (명의로)…….”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대부분이 이제 명의자들이 운행하지 않고 명의자들조차 자기 차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차들, 소위 대포차들이 거기에 있었고요.”

합법적으로 명의 이전이 되지 않은 차량, 이른바 대포차가 이곳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을 덮친 겁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자기 차 한 대가 거기에서 불법으로 대여되고 있다. 차를 찾고 싶다.''고 제보해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은 신차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차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거의 99%가 수입차죠. 거의 그런 차들이죠. 렌터카 사업 한다니까 아, 렌터카 하는 건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

주차돼 있던 차량은 주로 담보로 잡혀 있거나, 세금 체납 등으로 영치됐던 차량입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타인 명의로 차를 출고한 다음에 자기 명의가 아니니까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린 다음에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가 이 차량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포차 브로커들한테 차량을 넘기는 그런 방법으로…….”

이 업체를 운영해 온 건 55살 A 모 씨입니다.

20년 넘게 중고차 매매를 해왔다는 A씨.

대포차를 처리하는 일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억 원 정도 되는 수입차를 2천~3천만 원 정도에 헐값에 사들이는 등 브로커와 대포차를 거래해 온 겁니다.

그러던 중, 대포차를 이용해 렌터카 영업까지 하게 됩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이런 대포차량을 저렴하게 매입해서 팔면 높은 마진율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 차를 매입해서 파는 과정에서 차가 잠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돈을 받고 대여도 해주고 그러면 또 이런 수익금이 발생하니까…….”

이렇게 헐값에 대포차를 들여온 A씨는 시세보다 훨씬 싼 값으로 차를 빌려줬습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정상적인 렌트 계약서 작성이나 계약 조건 없이 피의자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반납하는 조건으로 해서 보증금 800만 원에 대여료 월 14만 원을 내고 사용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월 14만 원, 하루 5천 원 정도만 내면 억대의 수입차를 빌려 탈 수 있다는 거였는데요.

다른 렌터카 업체에 알아보니 정상적인 차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습니다.

<녹취> 렌터카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렌트 가격과 시세가 어떻게 될까요?) 1일 기준 150만 원이고요. 주행거리 100km 제한이고요.”

<녹취> 렌터카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 가격이 80만 원이거든요? 000 차량이 1일 150만 원이고요.”

헐값에 고급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주로 20~30대들이 이 업체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 15만 원 정도에 할 수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좋은 차를 한번 몰아보고 싶을 때 20,30대 사람들도 많이 이용했습니다.”

현행법상 렌터카 사업을 하려면 담당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A씨는 렌터카 사업 자격도 없었고, 그마저도 빌려준 게 대포차였던 건데요.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렌터카 사업을 해야 하는 자격 요건을 구비하지 않은 채 더군다나 대포차들을 렌트 사업, 대여 사업처럼 운영한…….”

A씨가 갖고 있던 대포차는 모두 29대.

이 가운데 2대는 도난 차량이었고, 11대는 운행 정지 차량, 12대는 의무 보험 미가입 차량, 4대는 영치집행대상으로 전부 하자가 있는 차량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석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업체였고 심하면 운행 정지까지 걸려 있는 차들도 있고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가 힘들죠. 보상받기도 힘들고요. 법으로 보호받기도 힘들고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씨는 고의로 한 일이 아니고, 대포차도 원소유자를 찾아 서류상 정리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녹취>피의자(음성변조) : “내 지인들한테 4대 (대여)한 적밖에 없어. 어떻게 됐든 돈을 1원이라도 받고 해주면 대여야. 그렇잖아요.”

경찰은 대포차를 빌려 운전한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렌터카를 이용할 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임진우(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수사팀장) :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거나 아니면 보증금이 너무 저렴하면 정상적인 대여 회사인지 확인 후에 차량을 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포차인 줄 알면서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대포차를 매입해 빌려준 A씨와 대포차 브로커 등 13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협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대포차를 유통하는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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