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내 구역이야”…부산역 장악한 ‘조폭 택시’

입력 2017.07.21 (08:34) 수정 2017.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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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터미널이나 기차역 앞에서 택시가 손님을 태우려고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손님이 없을 때는 몇 시간씩 도롯가에서 하염없이 대기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산역 광장에서 이런 질서를 무시하고 맨 앞에서 승객을 가로채고, 그것도 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다른 택시기사들은 항의조차 못 했습니다.

폭력 조직을 결성해 지난 10년 동안, 부산역 일대를 장악하며 온갖 횡포를 부려 온 겁니다.

역 광장에서 어떻게 이런 폭력 조직이 기승을 부렸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산역 앞 승강장에 택시가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택시 기사들은 하염없이 택시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부산역에는 지난 10년 동안, 이 질서를 무시한 얌체 택시가 있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항시 한두 대 차가 대 있어요. 이 승강장 앞쪽에 떨어져서 대놓고…….”

승강장 앞쪽에 떨어져 서 있는 택시.

다른 택시가 한 시간 이상씩도 대기하며 순서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이 택시들은 줄을 서지도 않고 손님을 태우고 사라집니다.

일명 부산역팀이라 불리는 조직원들의 택시입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오는 순서대로 (손님이) 타야 하잖아요. 그런데 멀리 간다고 하면 태우고 (가까운 곳에) 간다고 하면 저 (줄 서 있는 택시) 타라.”

새치기로 손님을 태우는 것도 모자라,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웠습니다.

이런 횡포에도 다른 택시 기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따지면 뭐 어떻게 따질 건데요. 택시 기사들 순서대로 가야지 왜 그러냐”고 하면 두드려 패버리는데요. 그러고 가버리는데요.”

<녹취> 피해 택시 기사(음성변조) : “신고하면 보복이 두렵죠. 자동차 번호가 있잖아요. 신고하면 자동차 번호를 보고 신고한 사람을 찾는데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보복을 잘하는데요. 그래서 두려우니까 (신고를) 못 합니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건장한 남성이 폭력을 행사합니다.

부산역팀에게 손님을 빼앗겨 항의하는 택시 기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소문이 날수록 다른 택시 기사들은 공포에 떨며 침묵해야 했고, 조직은 더 심한 횡포를 부렸습니다.

부산역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53살 이 모 씨.

과거에 일명 총알택시 기사들에게 승객을 알선하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2007년부터 폭력 전과 등이 있는 택시 기사 30여 명을 모아 부산역팀을 결성합니다.

조직폭력배처럼 이권을 두고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피해 택시 기사(음성변조) : “덩치 큰 사람들이 전신에 문신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호객을 합니다. '내 손님인데 왜 빼앗아 가냐'고 쌍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무법천지입니다.”

폭력 조직과 같이 조직의 상하 관계를 만들고, 부하들에겐 복종을 강요했습니다.

이 씨는 이 조직을 앞세워 부산역 앞을 장악해나갔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충성도에 따라서 조직 가입과 방출을 반복하고 확실한 통솔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신입 조직원이 들어오면 선배 택시 기사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조직의 위계질서를 강조했습니다.

단속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부하 택시 기사들에게 금품을 상납받고, 연 1백35%의 고금리 사채를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단합 대회까지 하며, 조직원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한번 빠져든 조직원들은 쉽게 탈퇴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한 달에 한 번 정도 단합대회를 합니다. 이 조직원들은 이 단합대회에는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거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단합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당한 보복이 있고…….”

지난 2010년, 부산역팀과 유사한 새 조직이 등장하자, 조폭처럼 세력 다툼도 벌어졌습니다.

2011년 상대 조직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부산역팀은 경쟁자 없이 택시 승강장을 무법천지로 만들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3월부터, 새로운 사업에도 손을 댑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부산역팀 피의자들은 자가용 운송 영업을 담당하는 (승합차) 팀과 장거리 손님만을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택시 팀으로 나누어서 운영됐습니다.”

부산을 찾는 단체 관광객을 승합차에 태워 부산 시내 관광지를 안내하는 불법 자가용 택시 영업까지 시작한 겁니다.

부산역에 도착한 단체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 준다고 접근한 뒤,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사진 찍어주고 이런 식으로 친절을 베푸는 척하면서 그렇게 바가지 씌우고 그러는 거예요.”

이들이 노린 건 주로 노년층.

그럴듯한 명함에 속아 불법 승합차를 타고 부산 관광을 했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관광회사 대표라든지 부산 시내 일일 관광 같은 (문구가 적힌) 명함을 만들고 공식적인 시티투어 버스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자기들이 확실하게 그런 관광을 책임지겠다.”

관광객들에게 하루에 승합차 한 대당 15~20만 원씩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챙긴 건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을 특정 음식점 등에 내려주고, 이 가게로부터 많게는 이용 금액의 절반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만약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안 되고 그들이 안내하는 숙박업소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가지요금과 부실한 식사 등을 (제공)해서…….”

부산의 택시기사들이 10년이나 조직원들의 이런 횡포에 시달렸지만, 당국의 단속은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연말에서야 제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피해 택시 기사 : “누구한테 당했다는 소리를 못 하지요. 보복이 두려우니까. (기사들이)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 못 해요). 무법천지야 무법천지.”

경찰은 폭력 등의 혐의로 이 씨를 구속하고, 조직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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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내 구역이야”…부산역 장악한 ‘조폭 택시’
    • 입력 2017-07-21 08:45:31
    • 수정2017-07-21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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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터미널이나 기차역 앞에서 택시가 손님을 태우려고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손님이 없을 때는 몇 시간씩 도롯가에서 하염없이 대기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산역 광장에서 이런 질서를 무시하고 맨 앞에서 승객을 가로채고, 그것도 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다른 택시기사들은 항의조차 못 했습니다.

폭력 조직을 결성해 지난 10년 동안, 부산역 일대를 장악하며 온갖 횡포를 부려 온 겁니다.

역 광장에서 어떻게 이런 폭력 조직이 기승을 부렸던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산역 앞 승강장에 택시가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택시 기사들은 하염없이 택시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부산역에는 지난 10년 동안, 이 질서를 무시한 얌체 택시가 있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항시 한두 대 차가 대 있어요. 이 승강장 앞쪽에 떨어져서 대놓고…….”

승강장 앞쪽에 떨어져 서 있는 택시.

다른 택시가 한 시간 이상씩도 대기하며 순서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이 택시들은 줄을 서지도 않고 손님을 태우고 사라집니다.

일명 부산역팀이라 불리는 조직원들의 택시입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오는 순서대로 (손님이) 타야 하잖아요. 그런데 멀리 간다고 하면 태우고 (가까운 곳에) 간다고 하면 저 (줄 서 있는 택시) 타라.”

새치기로 손님을 태우는 것도 모자라,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웠습니다.

이런 횡포에도 다른 택시 기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따지면 뭐 어떻게 따질 건데요. 택시 기사들 순서대로 가야지 왜 그러냐”고 하면 두드려 패버리는데요. 그러고 가버리는데요.”

<녹취> 피해 택시 기사(음성변조) : “신고하면 보복이 두렵죠. 자동차 번호가 있잖아요. 신고하면 자동차 번호를 보고 신고한 사람을 찾는데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보복을 잘하는데요. 그래서 두려우니까 (신고를) 못 합니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건장한 남성이 폭력을 행사합니다.

부산역팀에게 손님을 빼앗겨 항의하는 택시 기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소문이 날수록 다른 택시 기사들은 공포에 떨며 침묵해야 했고, 조직은 더 심한 횡포를 부렸습니다.

부산역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53살 이 모 씨.

과거에 일명 총알택시 기사들에게 승객을 알선하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2007년부터 폭력 전과 등이 있는 택시 기사 30여 명을 모아 부산역팀을 결성합니다.

조직폭력배처럼 이권을 두고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피해 택시 기사(음성변조) : “덩치 큰 사람들이 전신에 문신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호객을 합니다. '내 손님인데 왜 빼앗아 가냐'고 쌍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무법천지입니다.”

폭력 조직과 같이 조직의 상하 관계를 만들고, 부하들에겐 복종을 강요했습니다.

이 씨는 이 조직을 앞세워 부산역 앞을 장악해나갔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충성도에 따라서 조직 가입과 방출을 반복하고 확실한 통솔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신입 조직원이 들어오면 선배 택시 기사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조직의 위계질서를 강조했습니다.

단속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부하 택시 기사들에게 금품을 상납받고, 연 1백35%의 고금리 사채를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단합 대회까지 하며, 조직원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한번 빠져든 조직원들은 쉽게 탈퇴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한 달에 한 번 정도 단합대회를 합니다. 이 조직원들은 이 단합대회에는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거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단합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당한 보복이 있고…….”

지난 2010년, 부산역팀과 유사한 새 조직이 등장하자, 조폭처럼 세력 다툼도 벌어졌습니다.

2011년 상대 조직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부산역팀은 경쟁자 없이 택시 승강장을 무법천지로 만들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3월부터, 새로운 사업에도 손을 댑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부산역팀 피의자들은 자가용 운송 영업을 담당하는 (승합차) 팀과 장거리 손님만을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택시 팀으로 나누어서 운영됐습니다.”

부산을 찾는 단체 관광객을 승합차에 태워 부산 시내 관광지를 안내하는 불법 자가용 택시 영업까지 시작한 겁니다.

부산역에 도착한 단체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 준다고 접근한 뒤,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음성변조) : “사진 찍어주고 이런 식으로 친절을 베푸는 척하면서 그렇게 바가지 씌우고 그러는 거예요.”

이들이 노린 건 주로 노년층.

그럴듯한 명함에 속아 불법 승합차를 타고 부산 관광을 했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관광회사 대표라든지 부산 시내 일일 관광 같은 (문구가 적힌) 명함을 만들고 공식적인 시티투어 버스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자기들이 확실하게 그런 관광을 책임지겠다.”

관광객들에게 하루에 승합차 한 대당 15~20만 원씩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챙긴 건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을 특정 음식점 등에 내려주고, 이 가게로부터 많게는 이용 금액의 절반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습니다.

<인터뷰> 권유현(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장) : “만약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안 되고 그들이 안내하는 숙박업소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가지요금과 부실한 식사 등을 (제공)해서…….”

부산의 택시기사들이 10년이나 조직원들의 이런 횡포에 시달렸지만, 당국의 단속은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연말에서야 제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피해 택시 기사 : “누구한테 당했다는 소리를 못 하지요. 보복이 두려우니까. (기사들이)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 못 해요). 무법천지야 무법천지.”

경찰은 폭력 등의 혐의로 이 씨를 구속하고, 조직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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