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국내 최초 팔 이식자, 기적의 ‘시구’…남은 과제는?

입력 2017.07.25 (08:48) 수정 2017.07.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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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팔 이식 환자가 프로야구 무대에서 '시구'를 했는데요.

기증받은 팔로 던진 그야말로 기적의 '시구'였습니다.

<질문>
자신처럼 팔을 잃은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박기자, 직접 팔 이식 한 분을 만나고 오셨다면서요?

<답변>
네, 심장이나 콩팥, 간이식은 많이 들어보셨어도, 팔 이식은 저도 생소한데요.

국내에서 최초로 팔을 이식받은 환자를 제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먼저 프로야구 시구장면부터 보시죠.

떨리는 얼굴로 마운드에 선 35살 손진욱 씨.

힘껏 야구공을 던집니다.

<녹취> "스크라이크! 스트라이크! 예요."

프로야구 시구에 나선 손 씨의 팔은 아주 특별한데요.

팔 윗부분은 손 씨 것이지만, 팔 아랫부분과 손은 40대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겁니다.

<녹취> 손진욱(국내 최초 팔이식환자) : "원래 야구를 평소에도 다치기 전에 즐겨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던지니까 굉장히 지금 떨리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식대기자들이 시구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잘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손 씨는 이번 시구를 위해서 하루에 30분씩 매일 연습을 했는데요.

손 씨가 야구공을 던진다는 건 이식받은 손에 공을 잡는 힘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또, 똑바로 던진다는 건 손목관절도 그만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
정말 믿기지 않는데요. 원래 손씨는 왼팔이 절단됐던 거였죠?

<답변>
네, 맞습니다.

손씨는 2년 전에 공장에서 일하다 왼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뇌사자로부터 팔을 기증받아 지난 2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겁니다.

수술 뒤 처음엔 손가락만 겨우 움직였지만, 지금은 손잡이를 돌리고 집게를 잡을 수도 있을만큼 손에 힘이 생겼습니다.

결국 앞서 보신 것처럼 시구까지 성공한 건데요.

이식수술을 받고 5개월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입니다.

<녹취> 손진욱(국내 최초 팔이식환자) : "한두 달 정도는 굉장히 어색하고 이제 손에 붓기도 많이 있으니까 붓기도 빠지는 것도 걱정이 되고 지금은 한 5개월 좀 지났는데 어느 정도 형태도 갖춰졌고 이제 뭔가 손이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질문>
다른 사람의 팔과 자신의 팔을 잇는 건 아무래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답변>
네, 팔과 손 이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데다 역사가 짧은데요.

최초의 팔 이식은 1998년 프랑스에서 이뤄졌지만, 면역거부반응이 생겨 수술 1년 뒤 다시 절단해 실패했고요.

1년 뒤인 1999년 미국에서 팔이식이 최초로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100여건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손 씨도 아시아에선 4번째 사례일 정도로 아주 드문 일입니다.

이는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 구획을 통째로 연결하는 건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방증인데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심장이나 간, 콩팥이식은 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단일 조직이기 때문에 혈관만 연결해주면 알아서 피가 돌면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런데, 손이나 팔 같은 신체는 뼈와 근육, 혈관, 신경, 피부 같은 다양한 세포가 섞여 있는 '복합조직' 이기 때문에 수술이 아주 어렵습니다.

손 씨의 경우도 절단된 팔과 기증받은 팔의 뼈를 서로 붙이고, 인대, 혈관, 신경 등을 일일이 연결하고 피부까지 봉합하는데 전문의 십여 명이 넘게 동원돼 10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인터뷰> 우상현(국내 최초 팔이식 집도의) : "팔 이식은 동맥정맥이 들어가서 살아남아야 되고 그 이후에 신경이 재생이 돼야 하고 근육이 움직여야 되고 뼈가 붙어야 되고 자기가 원하는 물체를 집을 수 있고 근력을 회복하고 하는 그런 것들이 일반 다른 장기이식보다는 훨씬 더 고난도의 수술설계가 필요한 게..."

<질문>
이렇게 어렵게 수술을 잘 했어도 더 중요한 건 수술 후 관리입니다.

손과 손목이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고요,

또, 심각한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손 씨처럼 팔이 절단된 사람이 어느 정도 되나요? 정말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답변>
네, 우리나라에서 손 씨처럼 손목 이상 부위가 절단된 사람은 모두 7천여 명.

이 가운데 팔 이식 수술을 원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환자만 300명이 넘습니다.

손씨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팔이식 이다보니 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그동안 손과 팔은 이식 대상 장기에 포함되지 않아 합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다음달 손과 팔 이식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장기이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사회적 인식의 변화인데요.

정작 기증할 사람이 없으면, 팔 이식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0대 뇌사자의 왼팔을 기증받은 손씨의 이번 시구가 남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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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건강 톡톡] 국내 최초 팔 이식자, 기적의 ‘시구’…남은 과제는?
    • 입력 2017-07-25 08:51:10
    • 수정2017-07-25 0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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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팔 이식 환자가 프로야구 무대에서 '시구'를 했는데요.

기증받은 팔로 던진 그야말로 기적의 '시구'였습니다.

<질문>
자신처럼 팔을 잃은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박기자, 직접 팔 이식 한 분을 만나고 오셨다면서요?

<답변>
네, 심장이나 콩팥, 간이식은 많이 들어보셨어도, 팔 이식은 저도 생소한데요.

국내에서 최초로 팔을 이식받은 환자를 제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먼저 프로야구 시구장면부터 보시죠.

떨리는 얼굴로 마운드에 선 35살 손진욱 씨.

힘껏 야구공을 던집니다.

<녹취> "스크라이크! 스트라이크! 예요."

프로야구 시구에 나선 손 씨의 팔은 아주 특별한데요.

팔 윗부분은 손 씨 것이지만, 팔 아랫부분과 손은 40대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겁니다.

<녹취> 손진욱(국내 최초 팔이식환자) : "원래 야구를 평소에도 다치기 전에 즐겨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던지니까 굉장히 지금 떨리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식대기자들이 시구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잘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손 씨는 이번 시구를 위해서 하루에 30분씩 매일 연습을 했는데요.

손 씨가 야구공을 던진다는 건 이식받은 손에 공을 잡는 힘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또, 똑바로 던진다는 건 손목관절도 그만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
정말 믿기지 않는데요. 원래 손씨는 왼팔이 절단됐던 거였죠?

<답변>
네, 맞습니다.

손씨는 2년 전에 공장에서 일하다 왼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뇌사자로부터 팔을 기증받아 지난 2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겁니다.

수술 뒤 처음엔 손가락만 겨우 움직였지만, 지금은 손잡이를 돌리고 집게를 잡을 수도 있을만큼 손에 힘이 생겼습니다.

결국 앞서 보신 것처럼 시구까지 성공한 건데요.

이식수술을 받고 5개월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입니다.

<녹취> 손진욱(국내 최초 팔이식환자) : "한두 달 정도는 굉장히 어색하고 이제 손에 붓기도 많이 있으니까 붓기도 빠지는 것도 걱정이 되고 지금은 한 5개월 좀 지났는데 어느 정도 형태도 갖춰졌고 이제 뭔가 손이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질문>
다른 사람의 팔과 자신의 팔을 잇는 건 아무래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답변>
네, 팔과 손 이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데다 역사가 짧은데요.

최초의 팔 이식은 1998년 프랑스에서 이뤄졌지만, 면역거부반응이 생겨 수술 1년 뒤 다시 절단해 실패했고요.

1년 뒤인 1999년 미국에서 팔이식이 최초로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100여건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손 씨도 아시아에선 4번째 사례일 정도로 아주 드문 일입니다.

이는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 구획을 통째로 연결하는 건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방증인데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심장이나 간, 콩팥이식은 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단일 조직이기 때문에 혈관만 연결해주면 알아서 피가 돌면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런데, 손이나 팔 같은 신체는 뼈와 근육, 혈관, 신경, 피부 같은 다양한 세포가 섞여 있는 '복합조직' 이기 때문에 수술이 아주 어렵습니다.

손 씨의 경우도 절단된 팔과 기증받은 팔의 뼈를 서로 붙이고, 인대, 혈관, 신경 등을 일일이 연결하고 피부까지 봉합하는데 전문의 십여 명이 넘게 동원돼 10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인터뷰> 우상현(국내 최초 팔이식 집도의) : "팔 이식은 동맥정맥이 들어가서 살아남아야 되고 그 이후에 신경이 재생이 돼야 하고 근육이 움직여야 되고 뼈가 붙어야 되고 자기가 원하는 물체를 집을 수 있고 근력을 회복하고 하는 그런 것들이 일반 다른 장기이식보다는 훨씬 더 고난도의 수술설계가 필요한 게..."

<질문>
이렇게 어렵게 수술을 잘 했어도 더 중요한 건 수술 후 관리입니다.

손과 손목이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고요,

또, 심각한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손 씨처럼 팔이 절단된 사람이 어느 정도 되나요? 정말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답변>
네, 우리나라에서 손 씨처럼 손목 이상 부위가 절단된 사람은 모두 7천여 명.

이 가운데 팔 이식 수술을 원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환자만 300명이 넘습니다.

손씨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팔이식 이다보니 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그동안 손과 팔은 이식 대상 장기에 포함되지 않아 합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다음달 손과 팔 이식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장기이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사회적 인식의 변화인데요.

정작 기증할 사람이 없으면, 팔 이식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0대 뇌사자의 왼팔을 기증받은 손씨의 이번 시구가 남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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