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ICBM에 美 강경 대응…베를린 구상 ‘제동’

입력 2017.08.05 (07:50) 수정 2017.08.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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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이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군사적 긴장 속에 한반도 8월 위기설마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잇달아 거부하면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에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통미봉남 전략 속에 좀처럼 외교적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과제를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평양 인민극장에 박수가 울려 퍼지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사거리를 날아간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를 자축하는 공연이 시작됩니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모습이 나타나자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칩니다.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 악단의 공연이 이어지더니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미사일이 발사되고, 바다 건너 미국을 직접 타격하는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북한 ICBM 개발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화성-14형 2차 발사를 자축하는 연회에 등장했습니다.

미사일 개발 주역들이 모두 참석해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31일) : "공중과 해상, 수중의 모든 공간에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을 연발적으로 이룩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달 28일 밤 북중 접경 자강도에서 쏘아올린 화성-14형.

3천 7백km까지 치솟은 뒤 천km 가까운 거리를 비행했습니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정거리는 만km 이상.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이때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던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했을 때 고온과 압력을 이겨내는 이른바 재진입 기술의 완성 여부가 관건입니다.

일본 NHK방송이 포착한 화성-14형의 재진입 순간입니다.

러시아가 과거 시험 발사한 ICBM의 재진입 모습과 매우 유사합니다.

불꽃이 일며 마모가 되는 극한의 시간을 어느 정도 버텼는지는 이견이 있지만 기술 진척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녹취> 최성만(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장) :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재료를 다시 수정, 보완 하고요. 앞으로 10회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북한은 잠수함탄도미사일 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기습 발사돼 사전 포착이 어렵기 때문에 ICBM과 더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는데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해야하는 마지막 관문이 있지만 북한이 ICBM을 내년 쯤이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미 정보당국의 관측입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수준이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게임체인저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유사시 미군 증원을 전제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온 동북아 안보체제. 하지만 미 본토까지 사거리에 두는 북한의 핵탄두 ICBM 완성이 가시권에 들면서 판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연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방어를 위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핵우산을 펴고 미군을 동원할지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열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이제는 장거리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게 되죠. 우선 남북한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정치군사 면에서 남북한의 모든 주도권을 북한이 쥘 수 있는 형국으로 바뀌게 된다는 거고요. 그 다음에 주변 국가들도 섣불리 북한과 아주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미국도 북한에 대해서 무력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라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대가 열리더니 ICBM 미니트맨 쓰리가 발사됩니다.

미 공군은 이 미사일이 6천여km를 날아가 태평양 마셜군도의 목표를 명중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올 들어 미군의 세 번째 ICBM 발사. 북한 ICBM에 대한 경고로 풀이됩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대북 제재 법안에 서명해 즉각 발효시켰습니다.

대북 석유 유입을 봉쇄하고 다른 나라가 북한과 상품을 거래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방위 제재 방안을 담았습니다.

앞서 북한의 장거리 핵 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는 전언이 있은 직후의 일입니다.

<녹취> 그레이엄(美 상원의원/美 NBC 방송 인터뷰/지난 1일) :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수천 명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한반도에서 끝날 겁니다. 여기는 희생이 없습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직접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국무부도,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어느 시점에는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며 대화론을 제기한지 단 하루 만입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독자적인 대북제재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또 환경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배치가 미뤄지고 있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송영무(국방부 장관/지난달 31일/국회) : "(북한이) 레드라인을 너무 빨리 넘었기 때문에 임시적으로 배치를 해놓고 환경영향평가에 따라서 다시 검토하고 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는 사이 일각에서는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UFG 한미연합훈련과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을 전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 때문입니다.

국방부도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와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군사적인 도발의 목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확실히 군사적인 위협을 느껴서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는 각종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군 9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 전투복 차림의 시진핑 주석이 사열을 받습니다.

<녹취> “동지들 안녕하시오. 주석 안녕하십니까.”

덩샤오핑 이후 관행을 깨고 사실상 1인 장기집권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미중간 대립 구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과거 미국과 싸워 이겼다고 언급해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중국군은) 항미 원조 전쟁(6.25전쟁)과 여러 차례 국경의 전쟁에서 이겨서 중국과 중국군의 위상을 떨쳐왔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도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미뤄왔던 전 방위적인 대중 무역 전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미국은 중국을 움직여서 북한핵문제를 푼다라는 기본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북제재에 형식적으로 나섬으로써 미국의 희망대로 북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더 이상 중국을 기대는 북핵 해법은 타당성을 상실했고 이제 독자적인 해법만이 북핵을 해결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잇단 군사적 도발과 이에 대한 동맹국 미국의 강력한 대응 움직임 속에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베를린 구상’은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우리 정부 의 대화 제안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자며 북측에 제의한 남북 적십자회담 시한은 지난 1일.

북한은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열려던 군사 당국자 회담에 이어 적십자회담도 무산된 겁니다.

베를린 구상의 첫 후속 조치였던 두 회담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처음부터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북한은 민간 차원의 8.15 행사도 거부한채 연일 미국에 대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지난 2일) : "(미국은) 북핵 폐기 야망이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허황한 망상이라는 것을 똑똑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 이후를 미리 논의하되, 필요시 주한미군 철수도 함께 상의하라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통미봉남식 태도와 전격적인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 여기에 미중 빅딜론까지 불거진 상황.

자칫 한국만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우려를 불식시켜야하는 과제도 정부는 안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열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코리아패싱이 되지 않도록 주변국가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이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을 해야 될 거고요. 적어도 이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은 닫을 필요가 없다. 대화의 문이 닫혀있지 않다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은 현재 워싱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이 나서서 남북회담을 여는 것은 전선만 넓혀서 미국과의 기 싸움에서 초점을 흐리는 그런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의 어떠한 회담제의에도 당분간은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3국의 입장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7월에 걸친 두 차례에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좀 더 제재에 집중하는 목소리를 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지만 북한은 핵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국은 중국까지 압박하며 대북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제 공조 속에 압박과 대화의 시점과 수단을 함께 고민하는 치밀한 외교 전략이 우리 정부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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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5 07:56:11
    • 수정2017-08-05 08: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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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이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군사적 긴장 속에 한반도 8월 위기설마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잇달아 거부하면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에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통미봉남 전략 속에 좀처럼 외교적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과제를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평양 인민극장에 박수가 울려 퍼지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사거리를 날아간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를 자축하는 공연이 시작됩니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모습이 나타나자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칩니다.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 악단의 공연이 이어지더니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미사일이 발사되고, 바다 건너 미국을 직접 타격하는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북한 ICBM 개발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화성-14형 2차 발사를 자축하는 연회에 등장했습니다.

미사일 개발 주역들이 모두 참석해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31일) : "공중과 해상, 수중의 모든 공간에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을 연발적으로 이룩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달 28일 밤 북중 접경 자강도에서 쏘아올린 화성-14형.

3천 7백km까지 치솟은 뒤 천km 가까운 거리를 비행했습니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정거리는 만km 이상.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이때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던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했을 때 고온과 압력을 이겨내는 이른바 재진입 기술의 완성 여부가 관건입니다.

일본 NHK방송이 포착한 화성-14형의 재진입 순간입니다.

러시아가 과거 시험 발사한 ICBM의 재진입 모습과 매우 유사합니다.

불꽃이 일며 마모가 되는 극한의 시간을 어느 정도 버텼는지는 이견이 있지만 기술 진척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녹취> 최성만(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장) :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재료를 다시 수정, 보완 하고요. 앞으로 10회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북한은 잠수함탄도미사일 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기습 발사돼 사전 포착이 어렵기 때문에 ICBM과 더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는데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해야하는 마지막 관문이 있지만 북한이 ICBM을 내년 쯤이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미 정보당국의 관측입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수준이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게임체인저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유사시 미군 증원을 전제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온 동북아 안보체제. 하지만 미 본토까지 사거리에 두는 북한의 핵탄두 ICBM 완성이 가시권에 들면서 판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연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방어를 위해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핵우산을 펴고 미군을 동원할지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열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이제는 장거리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게 되죠. 우선 남북한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정치군사 면에서 남북한의 모든 주도권을 북한이 쥘 수 있는 형국으로 바뀌게 된다는 거고요. 그 다음에 주변 국가들도 섣불리 북한과 아주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미국도 북한에 대해서 무력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라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대가 열리더니 ICBM 미니트맨 쓰리가 발사됩니다.

미 공군은 이 미사일이 6천여km를 날아가 태평양 마셜군도의 목표를 명중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올 들어 미군의 세 번째 ICBM 발사. 북한 ICBM에 대한 경고로 풀이됩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대북 제재 법안에 서명해 즉각 발효시켰습니다.

대북 석유 유입을 봉쇄하고 다른 나라가 북한과 상품을 거래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방위 제재 방안을 담았습니다.

앞서 북한의 장거리 핵 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는 전언이 있은 직후의 일입니다.

<녹취> 그레이엄(美 상원의원/美 NBC 방송 인터뷰/지난 1일) :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수천 명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한반도에서 끝날 겁니다. 여기는 희생이 없습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직접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국무부도,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어느 시점에는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며 대화론을 제기한지 단 하루 만입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독자적인 대북제재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또 환경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배치가 미뤄지고 있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송영무(국방부 장관/지난달 31일/국회) : "(북한이) 레드라인을 너무 빨리 넘었기 때문에 임시적으로 배치를 해놓고 환경영향평가에 따라서 다시 검토하고 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는 사이 일각에서는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UFG 한미연합훈련과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을 전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 때문입니다.

국방부도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와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군사적인 도발의 목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확실히 군사적인 위협을 느껴서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는 각종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군 9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 전투복 차림의 시진핑 주석이 사열을 받습니다.

<녹취> “동지들 안녕하시오. 주석 안녕하십니까.”

덩샤오핑 이후 관행을 깨고 사실상 1인 장기집권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미중간 대립 구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과거 미국과 싸워 이겼다고 언급해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중국군은) 항미 원조 전쟁(6.25전쟁)과 여러 차례 국경의 전쟁에서 이겨서 중국과 중국군의 위상을 떨쳐왔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도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미뤄왔던 전 방위적인 대중 무역 전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미국은 중국을 움직여서 북한핵문제를 푼다라는 기본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북제재에 형식적으로 나섬으로써 미국의 희망대로 북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더 이상 중국을 기대는 북핵 해법은 타당성을 상실했고 이제 독자적인 해법만이 북핵을 해결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잇단 군사적 도발과 이에 대한 동맹국 미국의 강력한 대응 움직임 속에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베를린 구상’은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우리 정부 의 대화 제안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자며 북측에 제의한 남북 적십자회담 시한은 지난 1일.

북한은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열려던 군사 당국자 회담에 이어 적십자회담도 무산된 겁니다.

베를린 구상의 첫 후속 조치였던 두 회담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처음부터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북한은 민간 차원의 8.15 행사도 거부한채 연일 미국에 대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지난 2일) : "(미국은) 북핵 폐기 야망이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허황한 망상이라는 것을 똑똑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 이후를 미리 논의하되, 필요시 주한미군 철수도 함께 상의하라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통미봉남식 태도와 전격적인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 여기에 미중 빅딜론까지 불거진 상황.

자칫 한국만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우려를 불식시켜야하는 과제도 정부는 안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열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코리아패싱이 되지 않도록 주변국가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이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을 해야 될 거고요. 적어도 이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은 닫을 필요가 없다. 대화의 문이 닫혀있지 않다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은 현재 워싱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이 나서서 남북회담을 여는 것은 전선만 넓혀서 미국과의 기 싸움에서 초점을 흐리는 그런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의 어떠한 회담제의에도 당분간은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3국의 입장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7월에 걸친 두 차례에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좀 더 제재에 집중하는 목소리를 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지만 북한은 핵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국은 중국까지 압박하며 대북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제 공조 속에 압박과 대화의 시점과 수단을 함께 고민하는 치밀한 외교 전략이 우리 정부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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