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블라인드 채용’ 확대…기대와 우려

입력 2017.08.09 (21:30) 수정 2017.08.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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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력직 공무원 채용에 지원하려면 지금까지는 이력서에 이렇게 사진을 붙이고 졸업한 학교를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심지어는 키와 몸무게, 시력까지 적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달 말부터는 자격증과 과거 경력, 전공 등 직무수행과 직접 관계가 있는 정보만 쓰면 됩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이어 공무원 경력채용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확대되는 겁니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선발 과정을 보장한다는 취지인데, 역차별 논란과 함께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토익 점수도, 대학 학점도 그리 높지 않았던 최지웅 씨는 대기업 5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줄줄이 낙방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광고 공기업에 지원해 지난달 취업문을 통과했습니다.

광고 관련 전문 지식과 자격증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지웅(공기업 직원) : "딱 실무와 정확하게 연결되는 자격증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위주로 봤기 때문에 스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방식을 바꾼 뒤 이 공기업은 비수도권 대학 출신 합격자 비중이 6%포인트 늘어났고, 실무 중심으로 뽑은 덕에 수습기간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공기업 인사과장) :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무나 열정, 창의성, 인성 이런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서 내부적인 평가도 굉장히 긍정적이고요."

하지만 모두가 블라인드 채용을 반기는 상황은 아닙니다.

학벌이나 학점 등 그동안 노력해서 쌓아온 객관적인 지표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임혜진(취업 준비생) : "특정 학교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런 게 인정을 전혀 못 받는 다는 게 억울하다 이런 말도 있고, 학점을 따기가 더 어려운데 학교에 따라서, 그런 부분은 반영되지 않고…."

면접이 취업의 결정적 요소가 되면서 면접 관련 학원이 성업하거나, 경력 관련 스펙 쌓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우려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학력이나 스펙을 보지 않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가릴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상민(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개별 기업, 특정한 직무에 맞는 그러한 노하우와 평가의 방법 기준들이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발돼야 하고, 다양한 유연한 기준들이 정착돼 나가야 한다고…."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으로까지 확산되기 위해선 낙방한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평가체계 개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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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블라인드 채용’ 확대…기대와 우려
    • 입력 2017-08-09 21:34:10
    • 수정2017-08-09 21: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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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력직 공무원 채용에 지원하려면 지금까지는 이력서에 이렇게 사진을 붙이고 졸업한 학교를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심지어는 키와 몸무게, 시력까지 적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달 말부터는 자격증과 과거 경력, 전공 등 직무수행과 직접 관계가 있는 정보만 쓰면 됩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이어 공무원 경력채용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확대되는 겁니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선발 과정을 보장한다는 취지인데, 역차별 논란과 함께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토익 점수도, 대학 학점도 그리 높지 않았던 최지웅 씨는 대기업 5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줄줄이 낙방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광고 공기업에 지원해 지난달 취업문을 통과했습니다.

광고 관련 전문 지식과 자격증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지웅(공기업 직원) : "딱 실무와 정확하게 연결되는 자격증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위주로 봤기 때문에 스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방식을 바꾼 뒤 이 공기업은 비수도권 대학 출신 합격자 비중이 6%포인트 늘어났고, 실무 중심으로 뽑은 덕에 수습기간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공기업 인사과장) :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무나 열정, 창의성, 인성 이런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서 내부적인 평가도 굉장히 긍정적이고요."

하지만 모두가 블라인드 채용을 반기는 상황은 아닙니다.

학벌이나 학점 등 그동안 노력해서 쌓아온 객관적인 지표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임혜진(취업 준비생) : "특정 학교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런 게 인정을 전혀 못 받는 다는 게 억울하다 이런 말도 있고, 학점을 따기가 더 어려운데 학교에 따라서, 그런 부분은 반영되지 않고…."

면접이 취업의 결정적 요소가 되면서 면접 관련 학원이 성업하거나, 경력 관련 스펙 쌓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우려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학력이나 스펙을 보지 않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가릴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상민(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개별 기업, 특정한 직무에 맞는 그러한 노하우와 평가의 방법 기준들이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발돼야 하고, 다양한 유연한 기준들이 정착돼 나가야 한다고…."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으로까지 확산되기 위해선 낙방한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평가체계 개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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