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없는데 풍력발전기…빈집에 태양광

입력 2017.08.16 (23:27) 수정 2017.08.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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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 현장을 돌아보니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고, 빈집에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방치되는 등 곳곳이 허점 투성이었습니다.

이화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 연안에서 백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섬, 백아도.

지난 2014년 탄소 제로 섬으로 지정됐습니다.

해안가에 거대한 풍력 발전기 4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넘게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람. 최소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풍속은 기껏해야 초속 2M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고봉덕(백아리 이장) : "주로 남동풍이나 북서풍이 부는데 양쪽이 다 막히다 보니까 바람이 불면 이 둥그런 라인 안에서 바람이 도는 거예요."

섬 전체가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풍력발전기가 돌아갈 수 있는 바람을 확보하기 어려운겁니다.

그러다 보니 발전기가 설치된 지 3년 지나도록 풍력 발전량은 제로, 전혀 없습니다.

<녹취> 인천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상청 자료로 대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곳이 바람 골이고 좋다는 판단을 받았어요. 또 현장평가를 할 때도 좋다고 해가지고.."

태양광 발전기도 용량 부족, 결국, 탄소제로섬의 전기 40%는 디젤발전기를 돌려 충당하고 있습니다.

<녹취> 백아도 발전소 관계자 : "잘못 측정을 했어요. 2012년도 데이터를 가지고 했는데 그때는 해삼 양식장도 없었고 마을도 전기를 많이 안 쓰다 보니까.."

태양광 사업지로 지정된 청주의 한 마을입니다.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있다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빈집입니다.

<인터뷰> 김필수(벌랏마을 이장) : "이게 왜 필요하냐고. 가정이 있으면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죠. 사람이 살지도 않는데 이걸 왜 해놓느냐고."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은 스위치를 올려도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일반 가로등과 태양광 가로등이 1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설치할 이유도 없는 태양광 가로등이 마을에 21개나 됩니다.

관리를 맡은 한국에너지공단 측은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녹취> 한국에너지 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청주시청에서는 친환경에너지사업의 일환으로 신재생 설치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청주시는 문제없다고..."

정부의 신에너지 관련 예산은 매년 8천 억 원 정도.

이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보급 사업 예산은 천 억 원에 달하지만 관리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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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없는데 풍력발전기…빈집에 태양광
    • 입력 2017-08-16 23:30:21
    • 수정2017-08-16 23: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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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 현장을 돌아보니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고, 빈집에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방치되는 등 곳곳이 허점 투성이었습니다.

이화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 연안에서 백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섬, 백아도.

지난 2014년 탄소 제로 섬으로 지정됐습니다.

해안가에 거대한 풍력 발전기 4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넘게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람. 최소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풍속은 기껏해야 초속 2M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고봉덕(백아리 이장) : "주로 남동풍이나 북서풍이 부는데 양쪽이 다 막히다 보니까 바람이 불면 이 둥그런 라인 안에서 바람이 도는 거예요."

섬 전체가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풍력발전기가 돌아갈 수 있는 바람을 확보하기 어려운겁니다.

그러다 보니 발전기가 설치된 지 3년 지나도록 풍력 발전량은 제로, 전혀 없습니다.

<녹취> 인천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기상청 자료로 대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곳이 바람 골이고 좋다는 판단을 받았어요. 또 현장평가를 할 때도 좋다고 해가지고.."

태양광 발전기도 용량 부족, 결국, 탄소제로섬의 전기 40%는 디젤발전기를 돌려 충당하고 있습니다.

<녹취> 백아도 발전소 관계자 : "잘못 측정을 했어요. 2012년도 데이터를 가지고 했는데 그때는 해삼 양식장도 없었고 마을도 전기를 많이 안 쓰다 보니까.."

태양광 사업지로 지정된 청주의 한 마을입니다.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있다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빈집입니다.

<인터뷰> 김필수(벌랏마을 이장) : "이게 왜 필요하냐고. 가정이 있으면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죠. 사람이 살지도 않는데 이걸 왜 해놓느냐고."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은 스위치를 올려도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일반 가로등과 태양광 가로등이 1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설치할 이유도 없는 태양광 가로등이 마을에 21개나 됩니다.

관리를 맡은 한국에너지공단 측은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녹취> 한국에너지 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청주시청에서는 친환경에너지사업의 일환으로 신재생 설치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청주시는 문제없다고..."

정부의 신에너지 관련 예산은 매년 8천 억 원 정도.

이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보급 사업 예산은 천 억 원에 달하지만 관리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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