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독일 자동차 배출 가스 인체 실험 파문

입력 2018.01.31 (20:34) 수정 2018.01.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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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숭이를 가둬놓고 배출가스 유해 실험을 했던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사람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던 '가스실'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리포트]

[앵커]
이민우 특파원, 인체 실험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 실험을 의뢰한 곳이 어딥니까?

[기자]
네,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이라는 곳인데요.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가 비용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이 연구 단체의 의뢰로 실험이 이뤄진 독일 아헨공대 연구솝니다.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씩 질소산화물을 흡입하게 한 뒤 건강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디젤 차량의 배출 가스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요.

디젤 차량이 내뿜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스 레룩스/호흡기내과 전문의 : "천식이나 기도 폐쇄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수명이 줄어드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험 이후 이 단체는 지난 2016년 '질소산화물은 인체에 무해하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설치된 차량이 동원됐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무의미하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독일 자동차 폭스바겐의 경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도 배출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도 이 연구 단체의 의뢰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유해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는 모두 10마리인데요,

외부 공기가 차단된 투명 유리 상자에 갇힌 채 하루 4시간씩 질소산화물을 강제로 흡입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 연구에도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단 디젤 차량이 동원됐습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원숭이에 이어 사람을 상대로까지 비윤리적 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위르겐 레쉬/독일환경행동 대표 : "사람에게 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마시게 했다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죠. 원숭이 대상 실험도 마찬가집니다. 완전히 정신 나간 행동입니다."]

독일 정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슈미트 교통부 장관은 독일 자동차의 신뢰에 또 다시 금이 갔다고 개탄했고,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이러한 실험은 윤리적으로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 사건이 터졌는데, 관련 업체들이 입장을 내놨죠?

[기자]
네, 이번 인체 실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관련 업체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인체 실험과 관련해서는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연구 비용을 댄 건 맞지만 구체적인 실험 방법은 몰랐다는 주장인데요.

폭스바겐은 원숭이 실험과 관련해 담당 임원에 정직 처분 명령을 내렸지만 인체 실험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일간지 빌트는 몇몇 고위급 관계자들이 해당 연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배출가스를 흡입했던 원숭이들에게서 염증이 발견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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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독일 자동차 배출 가스 인체 실험 파문
    • 입력 2018-01-31 20:31:59
    • 수정2018-01-31 20:41:23
    글로벌24
[앵커]

원숭이를 가둬놓고 배출가스 유해 실험을 했던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사람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던 '가스실'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베를린 연결합니다.

[리포트]

[앵커]
이민우 특파원, 인체 실험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 실험을 의뢰한 곳이 어딥니까?

[기자]
네,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이라는 곳인데요.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가 비용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이 연구 단체의 의뢰로 실험이 이뤄진 독일 아헨공대 연구솝니다.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씩 질소산화물을 흡입하게 한 뒤 건강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디젤 차량의 배출 가스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요.

디젤 차량이 내뿜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스 레룩스/호흡기내과 전문의 : "천식이나 기도 폐쇄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수명이 줄어드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험 이후 이 단체는 지난 2016년 '질소산화물은 인체에 무해하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설치된 차량이 동원됐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무의미하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독일 자동차 폭스바겐의 경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도 배출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도 이 연구 단체의 의뢰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유해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는 모두 10마리인데요,

외부 공기가 차단된 투명 유리 상자에 갇힌 채 하루 4시간씩 질소산화물을 강제로 흡입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 연구에도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단 디젤 차량이 동원됐습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원숭이에 이어 사람을 상대로까지 비윤리적 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위르겐 레쉬/독일환경행동 대표 : "사람에게 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마시게 했다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죠. 원숭이 대상 실험도 마찬가집니다. 완전히 정신 나간 행동입니다."]

독일 정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슈미트 교통부 장관은 독일 자동차의 신뢰에 또 다시 금이 갔다고 개탄했고,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이러한 실험은 윤리적으로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 사건이 터졌는데, 관련 업체들이 입장을 내놨죠?

[기자]
네, 이번 인체 실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관련 업체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인체 실험과 관련해서는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연구 비용을 댄 건 맞지만 구체적인 실험 방법은 몰랐다는 주장인데요.

폭스바겐은 원숭이 실험과 관련해 담당 임원에 정직 처분 명령을 내렸지만 인체 실험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일간지 빌트는 몇몇 고위급 관계자들이 해당 연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배출가스를 흡입했던 원숭이들에게서 염증이 발견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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