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의 숲을 꿈꾼다…北으로 갈 나무들

입력 2018.03.17 (08:19) 수정 2018.03.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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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일은 우리의 식목일에 해당하는 북한의 식수절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나무심기를 무척 중시해 관련 TV 방송도 자주한다죠? 산림 황폐화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른 자연재해도 잦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남북의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북한 산림복구 지원에 대비하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북녘 땅과 가까운 강원도 철원.

겨울이 춥고 길기로 소문난 이곳에도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왔습니다.

산림 조합원들의 손길도 바빠지기 시작했는데요.

[윤동은/철원군 산림조합 팀장 : "낙엽송에 이끼를 제거하고 있어요. 이끼를 제거 안 했을 경우 관수로 물을 줄 때 밑으로 들어가질 않기 때문에..."]

연둣빛 싹이 갓 돋아난 이 어린 나무들에게는 봄이 가장 중요한 성장 시기입니다.

제 주변에 있는 이 묘목들은 지난 해 봄, 씨를 뿌려 1년 정도 정성스럽게 키운 건데요.

이곳 철원을 떠나 북녘 땅에 뿌리 내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요? 소나무와 낙엽송을 키우고 있는 이 비닐하우스는 한 민간단체가 북한의 산림 복구 지원을 위해서 세운 것입니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곧바로 옮겨 심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지역 산림조합에 위탁해 30여 만 그루의 묘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장수/철원군 산림조합장 : "철원지역 같은 경우는 북한의 평안남북도하고 기후대가 같고 또 지리적으로도 물류에 편리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 산림의 3분의 1이 황폐화 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서울시 면적의 44배나 되는 면적입니다.

벌목과 개간이 주요 이유인데, 이로 인한 가뭄과 홍수, 생태계의 변화는 남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장수/철원군 산림조합장 :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남한의 산림뿐만 아니라 북한의 산림도 같이 우리 국가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인식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진강에 폭우가 쏟아져서 홍수 났을 때 그것이 우리 임진강 하류 지역인 파주지역에도 파주나 연천 지역에도 피해를 본 사례가 있습니다."]

북한 지역의 산림 복구를 위해 강원도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북한과 공동으로 산림 병해충 방제사업을 펼치고 대북 민간단체는 나무 심기에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요.

한때 평양에 양묘장을 만드는 등 성과를 보였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9년 이후엔 교류가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은 기후가 비슷한 강원도 화천과 철원 등지에 대북 지원용 묘목을 기르며 교류 재개를 기다려 왔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산림복구 지원 사업을 재개하는데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는데요.

[유창혁/철원군 산림조합 기술지도 과장 : "나무가 딱 맞는 지역에 그 나무가 심겨진 거를 적지적수라고 그러는데 금강산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올라가고 황해도 지방에도 낙엽송이 올라가서 어우러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민간단체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산림 복구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문양묘사업소.

국유림 조성에 쓰일 묘목들을 키우는 곳이지만, 필요할 경우 이곳에 있는 소나무와 낙엽송 등을 대북 지원용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최성춘/경기도 양평군 : "만일에 이것이 북으로 간다면 그거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우리나라는 삼천리가 다 방방곡곡 퍼렇게 됐는데 이북에는 벌거숭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래 보내서라도 참 나무가 잘 자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언젠가 북녘 땅으로 옮겨지는 날,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최상복/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온도가 0도에서 5도 정도가 계속 유지되는 곳이고요. 낙엽송은 이제 봄이 되면 빨리 움이 트는 수종이라서 움이 빨리 트면 이제 나무가 산에 가서 활착하는 게 굉장히 더뎌지거든요. 그래서 이 안에 보관을 했다가 나무가 움이 트지 않은 상태로 조림지로 갈 수 있게 이 안에서 보관을 하는 거고요."]

산림청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종자를 넉넉히 확보하고 대북 지원용 양묘장 완성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기현/산림청 국제교류협력과장 : "그간 12개의 종자 공급원을 통해서 매년 5톤씩 산림종자를 확보해 왔고 작년 말 현재 대북 지원용 산림용 종자 30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묘목을 생산할 수 있는 양묘장을 조성중이고 연간 한 60만 본(그루) 규모의 생산이 예상됩니다."]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려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건 2년 생 묘목인데요. 지난 한 해 동안 자식처럼 나무를 길러 온 사람들에겐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유창혁/철원군 산림조합 기술지도과장 : "생산하는 입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게 갑자기 또 어느 날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이 나무들이 이 상태로 또 한 2, 3년을 더 커야 되니까... 남북관계가 경색이 되더라도 쭉 갈 수 있는 하나의 사업이었으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온 보관으로 나무의 생육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애써 기른 묘목의 일부는 버려야 합니다.

대북 산림 녹화 지원은 한반도 전체의 숲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통일 후 들어갈 산림 복구 비용도 크게 줄여줄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이 묘목들이 북한 땅에 힘차게 뿌리내려 통일을 부르는 겨레의 숲이 되기를 바랍니다.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철책선, 하지만 생태계나 사람의 마음까지 나눌 수는 없습니다.

["거기 산에 이 나무가 잘 크면 마음이 뿌듯하지, 거기 사람들도 그렇고 잘 자라면."]

["좋지요. (왜 좋으세요?) 같은 민족이니까..."]

남북을 하나로 이을 ‘희망의 나무’가 하루 빨리 북녘 땅에서 자라나 커다란 숲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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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7 08:34:19
    • 수정2018-03-17 08: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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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일은 우리의 식목일에 해당하는 북한의 식수절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나무심기를 무척 중시해 관련 TV 방송도 자주한다죠? 산림 황폐화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른 자연재해도 잦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남북의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북한 산림복구 지원에 대비하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북녘 땅과 가까운 강원도 철원.

겨울이 춥고 길기로 소문난 이곳에도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왔습니다.

산림 조합원들의 손길도 바빠지기 시작했는데요.

[윤동은/철원군 산림조합 팀장 : "낙엽송에 이끼를 제거하고 있어요. 이끼를 제거 안 했을 경우 관수로 물을 줄 때 밑으로 들어가질 않기 때문에..."]

연둣빛 싹이 갓 돋아난 이 어린 나무들에게는 봄이 가장 중요한 성장 시기입니다.

제 주변에 있는 이 묘목들은 지난 해 봄, 씨를 뿌려 1년 정도 정성스럽게 키운 건데요.

이곳 철원을 떠나 북녘 땅에 뿌리 내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요? 소나무와 낙엽송을 키우고 있는 이 비닐하우스는 한 민간단체가 북한의 산림 복구 지원을 위해서 세운 것입니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곧바로 옮겨 심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지역 산림조합에 위탁해 30여 만 그루의 묘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장수/철원군 산림조합장 : "철원지역 같은 경우는 북한의 평안남북도하고 기후대가 같고 또 지리적으로도 물류에 편리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 산림의 3분의 1이 황폐화 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서울시 면적의 44배나 되는 면적입니다.

벌목과 개간이 주요 이유인데, 이로 인한 가뭄과 홍수, 생태계의 변화는 남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장수/철원군 산림조합장 :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남한의 산림뿐만 아니라 북한의 산림도 같이 우리 국가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인식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진강에 폭우가 쏟아져서 홍수 났을 때 그것이 우리 임진강 하류 지역인 파주지역에도 파주나 연천 지역에도 피해를 본 사례가 있습니다."]

북한 지역의 산림 복구를 위해 강원도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북한과 공동으로 산림 병해충 방제사업을 펼치고 대북 민간단체는 나무 심기에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요.

한때 평양에 양묘장을 만드는 등 성과를 보였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9년 이후엔 교류가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은 기후가 비슷한 강원도 화천과 철원 등지에 대북 지원용 묘목을 기르며 교류 재개를 기다려 왔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산림복구 지원 사업을 재개하는데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는데요.

[유창혁/철원군 산림조합 기술지도 과장 : "나무가 딱 맞는 지역에 그 나무가 심겨진 거를 적지적수라고 그러는데 금강산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올라가고 황해도 지방에도 낙엽송이 올라가서 어우러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민간단체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산림 복구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문양묘사업소.

국유림 조성에 쓰일 묘목들을 키우는 곳이지만, 필요할 경우 이곳에 있는 소나무와 낙엽송 등을 대북 지원용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최성춘/경기도 양평군 : "만일에 이것이 북으로 간다면 그거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우리나라는 삼천리가 다 방방곡곡 퍼렇게 됐는데 이북에는 벌거숭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래 보내서라도 참 나무가 잘 자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언젠가 북녘 땅으로 옮겨지는 날,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최상복/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온도가 0도에서 5도 정도가 계속 유지되는 곳이고요. 낙엽송은 이제 봄이 되면 빨리 움이 트는 수종이라서 움이 빨리 트면 이제 나무가 산에 가서 활착하는 게 굉장히 더뎌지거든요. 그래서 이 안에 보관을 했다가 나무가 움이 트지 않은 상태로 조림지로 갈 수 있게 이 안에서 보관을 하는 거고요."]

산림청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종자를 넉넉히 확보하고 대북 지원용 양묘장 완성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기현/산림청 국제교류협력과장 : "그간 12개의 종자 공급원을 통해서 매년 5톤씩 산림종자를 확보해 왔고 작년 말 현재 대북 지원용 산림용 종자 30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묘목을 생산할 수 있는 양묘장을 조성중이고 연간 한 60만 본(그루) 규모의 생산이 예상됩니다."]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려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건 2년 생 묘목인데요. 지난 한 해 동안 자식처럼 나무를 길러 온 사람들에겐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유창혁/철원군 산림조합 기술지도과장 : "생산하는 입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게 갑자기 또 어느 날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이 나무들이 이 상태로 또 한 2, 3년을 더 커야 되니까... 남북관계가 경색이 되더라도 쭉 갈 수 있는 하나의 사업이었으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온 보관으로 나무의 생육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애써 기른 묘목의 일부는 버려야 합니다.

대북 산림 녹화 지원은 한반도 전체의 숲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통일 후 들어갈 산림 복구 비용도 크게 줄여줄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이 묘목들이 북한 땅에 힘차게 뿌리내려 통일을 부르는 겨레의 숲이 되기를 바랍니다.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철책선, 하지만 생태계나 사람의 마음까지 나눌 수는 없습니다.

["거기 산에 이 나무가 잘 크면 마음이 뿌듯하지, 거기 사람들도 그렇고 잘 자라면."]

["좋지요. (왜 좋으세요?) 같은 민족이니까..."]

남북을 하나로 이을 ‘희망의 나무’가 하루 빨리 북녘 땅에서 자라나 커다란 숲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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