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몰래 흘려보낸 가축분뇨…환경 오염·악취

입력 2018.03.23 (08:35) 수정 2018.03.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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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축산 농가에서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문제, 가장 큰 일 중 하나죠.

전문 처리 업체에 맡기거나 자체 시설을 갖춰 처리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비용 때문인건지 가축 분뇨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축 분뇨를 무단 투기한 양돈 업자에게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엄한 처벌을 하고 있는데도, 무단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입니다.

산과 바다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투기가 이어졌는데,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까지도 가축 분뇨 문제로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 만석부두입니다.

잠복 중이던 구청 단속반이 어둠 속에서 수상한 트럭을 발견합니다.

[구청직원 :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조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합니다. 먹고 살려고 그런 겁니다.”]

단속반이 나타나자 트럭 운전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구청직원 : “옆에 새는 게 있네.”]

트럭에 연결된 호스에서 흘러나온 건 가축 분뇨였습니다.

인적이 드문 ' 심야 시간을 틈타 바다에 가축 분뇨를 무단으로 버리는 현장이 적발된 겁니다.

[구청직원 : “바닷가에서 냄새가 난다고, 새벽에 누가 뭘 버린 거 같다. 그래서 저희가 밤에 가서 지켜본 거죠.”]

지난해 여름부터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에 시달렸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주변 사람들은 악취가 나서 살 수가 없는 거야. 내가 맡아보지도 못한 냄새, 내 평생 맡아보지도 못한 냄새. 냄새 나서 살 수가 없는데…….”]

[인근주민(음성변조) : “가축 분뇨 액체 가스 있죠? 아주 독한 냄새.”]

20톤 탱크로리 차량이 왔다 갈 때마다 악취는 반복됐습니다.

주민들이 나서서 트럭의 진입을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근주민(음성변조) : “계속 쫓아냈어요. 쫓아내니까 나중에는 우리 다 퇴근하면 온다고. 우리가 있으면 못 버리고 밤에 몰래 버리고 그러니까 냄새가 계속 나는 거예요. 차가 없는데도.”]

트럭 운전사 조 모 씨는 지난해 8월부터 44차례에 걸쳐 7백50여 톤의 가축 분뇨를 바다에 무단으로 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순록/인천시 특별사법경찰 : “통장 계좌에서 돈을 받은 현황이 나와서……. 그분(입금자)들이 김포에 소재해 있는 양돈 농가거든요. 두 군데를 확보해서 영장을 청구하게 된 겁니다.”]

과거 가축분뇨 해양배출업체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직접 탱크로리를 사서 무단 투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상 업체의 가격보다 톤당 5천 원 정도 싼 2만 2천 원 정도를 받고 농가의 분뇨를 수거해 갔습니다.

시세보다 싼 값에 양돈 농가의 분뇨를 처리해주면서 이런 식으로 무단 투기를 일삼아 왔던 겁니다.

인천 특별사법경찰은 조 씨를 가축분뇨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분뇨 처리를 맡긴 양돈 농가 업주 2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김순록/인천시 특별사법경찰 : “자체 정화 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자원화 설비가 되어있는 업체에 위탁 처리를 해야 하는데 무면허 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것도 죄가 되거든요.”]

제주도 천혜의 자연 경관도 가축 분뇨로 멍들었습니다.

이달 초 제주도의 한 용암동굴에서 심한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최현영/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관 : “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관 [인터뷰] 분뇨 시료를 채취해서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돼지 털이 다량 섞여 있는 것도 확인했고, 분뇨 시료 결과 구리와 아연 수치가 일반 액비(거름)와 기준 대비 10배, 37배 각각 초과하는 농도로 검출돼서 최종적으로 가축 분뇨로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단속반이 주변을 살피자 동굴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양돈 농가가 수상했습니다.

해당 농가에는 가축 분뇨 저장고가 있었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겁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분뇨 발생량하고 처리량을 비교해보니까 10년 동안 수거해간 양이 거의 없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양돈 농가가 있었는데, 그동안 전문 업체에 처리를 맡긴 분뇨의 양은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유는 곧 밝혀집니다.

분뇨 저장고 쪽에 따로 배수관 하나가 발견됩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비가 오면 빗물이 저장조로 들어가지 않게 벽돌하고 부직포로 저장조 입구를 막고 분뇨 이송 관로에 우수배제관을 뚫어서 분뇨와 빗물이 함께 섞여서 지하로 들어가게끔 설치를 해놨습니다.”]

빗물과 함께 분뇨를 내보낸 건데, 그렇게 흘러간 분뇨가 30m 떨어진 용암 동굴에 고여 있었던 것으로 자치경찰단은 보고 있습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용암 동굴로 흘러 들어갈 리라고는 상상을 못 한 거죠. 농장장은 우수배제관을 통해서 밑으로 잘빠지니까 계속해 왔던 것이고. 잘 빠지는 이유가 지하가 숨골 같은 구조로 투수율이 좋기 때문에 흘러넘치지 않고 계속 빠져들어 갔던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배수로로 흘려보내지 못해 저장고에 남아 있던 분뇨는 인근 야산에 내다버렸습니다.

이 야산은 제주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이었습니다.

물이 귀한 제주 지질의 특성상 곶자왈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가축 분뇨에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었던 겁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흡착되어 있다가 비와 함께 지하수로 흘러내려가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결국은 마시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에 청정 제주를 수호하기 위해서 (계속 수사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제주도자치경찰이 적발한 가축분뇨 불법배출 농가는 33곳에 이르고 이 가운데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양돈 업자도 있습니다.

가축 분뇨로 한번 오염된 곳을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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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몰래 흘려보낸 가축분뇨…환경 오염·악취
    • 입력 2018-03-23 08:41:52
    • 수정2018-03-23 0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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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축산 농가에서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문제, 가장 큰 일 중 하나죠.

전문 처리 업체에 맡기거나 자체 시설을 갖춰 처리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비용 때문인건지 가축 분뇨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축 분뇨를 무단 투기한 양돈 업자에게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엄한 처벌을 하고 있는데도, 무단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입니다.

산과 바다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투기가 이어졌는데,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까지도 가축 분뇨 문제로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 만석부두입니다.

잠복 중이던 구청 단속반이 어둠 속에서 수상한 트럭을 발견합니다.

[구청직원 :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조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합니다. 먹고 살려고 그런 겁니다.”]

단속반이 나타나자 트럭 운전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구청직원 : “옆에 새는 게 있네.”]

트럭에 연결된 호스에서 흘러나온 건 가축 분뇨였습니다.

인적이 드문 ' 심야 시간을 틈타 바다에 가축 분뇨를 무단으로 버리는 현장이 적발된 겁니다.

[구청직원 : “바닷가에서 냄새가 난다고, 새벽에 누가 뭘 버린 거 같다. 그래서 저희가 밤에 가서 지켜본 거죠.”]

지난해 여름부터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에 시달렸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주변 사람들은 악취가 나서 살 수가 없는 거야. 내가 맡아보지도 못한 냄새, 내 평생 맡아보지도 못한 냄새. 냄새 나서 살 수가 없는데…….”]

[인근주민(음성변조) : “가축 분뇨 액체 가스 있죠? 아주 독한 냄새.”]

20톤 탱크로리 차량이 왔다 갈 때마다 악취는 반복됐습니다.

주민들이 나서서 트럭의 진입을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근주민(음성변조) : “계속 쫓아냈어요. 쫓아내니까 나중에는 우리 다 퇴근하면 온다고. 우리가 있으면 못 버리고 밤에 몰래 버리고 그러니까 냄새가 계속 나는 거예요. 차가 없는데도.”]

트럭 운전사 조 모 씨는 지난해 8월부터 44차례에 걸쳐 7백50여 톤의 가축 분뇨를 바다에 무단으로 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순록/인천시 특별사법경찰 : “통장 계좌에서 돈을 받은 현황이 나와서……. 그분(입금자)들이 김포에 소재해 있는 양돈 농가거든요. 두 군데를 확보해서 영장을 청구하게 된 겁니다.”]

과거 가축분뇨 해양배출업체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직접 탱크로리를 사서 무단 투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상 업체의 가격보다 톤당 5천 원 정도 싼 2만 2천 원 정도를 받고 농가의 분뇨를 수거해 갔습니다.

시세보다 싼 값에 양돈 농가의 분뇨를 처리해주면서 이런 식으로 무단 투기를 일삼아 왔던 겁니다.

인천 특별사법경찰은 조 씨를 가축분뇨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분뇨 처리를 맡긴 양돈 농가 업주 2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김순록/인천시 특별사법경찰 : “자체 정화 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자원화 설비가 되어있는 업체에 위탁 처리를 해야 하는데 무면허 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것도 죄가 되거든요.”]

제주도 천혜의 자연 경관도 가축 분뇨로 멍들었습니다.

이달 초 제주도의 한 용암동굴에서 심한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최현영/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관 : “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관 [인터뷰] 분뇨 시료를 채취해서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돼지 털이 다량 섞여 있는 것도 확인했고, 분뇨 시료 결과 구리와 아연 수치가 일반 액비(거름)와 기준 대비 10배, 37배 각각 초과하는 농도로 검출돼서 최종적으로 가축 분뇨로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단속반이 주변을 살피자 동굴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양돈 농가가 수상했습니다.

해당 농가에는 가축 분뇨 저장고가 있었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겁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분뇨 발생량하고 처리량을 비교해보니까 10년 동안 수거해간 양이 거의 없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양돈 농가가 있었는데, 그동안 전문 업체에 처리를 맡긴 분뇨의 양은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유는 곧 밝혀집니다.

분뇨 저장고 쪽에 따로 배수관 하나가 발견됩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비가 오면 빗물이 저장조로 들어가지 않게 벽돌하고 부직포로 저장조 입구를 막고 분뇨 이송 관로에 우수배제관을 뚫어서 분뇨와 빗물이 함께 섞여서 지하로 들어가게끔 설치를 해놨습니다.”]

빗물과 함께 분뇨를 내보낸 건데, 그렇게 흘러간 분뇨가 30m 떨어진 용암 동굴에 고여 있었던 것으로 자치경찰단은 보고 있습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용암 동굴로 흘러 들어갈 리라고는 상상을 못 한 거죠. 농장장은 우수배제관을 통해서 밑으로 잘빠지니까 계속해 왔던 것이고. 잘 빠지는 이유가 지하가 숨골 같은 구조로 투수율이 좋기 때문에 흘러넘치지 않고 계속 빠져들어 갔던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배수로로 흘려보내지 못해 저장고에 남아 있던 분뇨는 인근 야산에 내다버렸습니다.

이 야산은 제주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이었습니다.

물이 귀한 제주 지질의 특성상 곶자왈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가축 분뇨에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었던 겁니다.

[강수천/제주도 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장 : "흡착되어 있다가 비와 함께 지하수로 흘러내려가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결국은 마시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에 청정 제주를 수호하기 위해서 (계속 수사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제주도자치경찰이 적발한 가축분뇨 불법배출 농가는 33곳에 이르고 이 가운데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양돈 업자도 있습니다.

가축 분뇨로 한번 오염된 곳을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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