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댓글도 심리에 영향”

입력 2018.04.18 (23:11) 수정 2018.04.18 (23: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댓글 조작이 정치적인 여론몰이에 악용되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또 해결책은 없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신방실 기자, 인터넷 댓글을 관심 가지고 보는 사람이 정말 많은가 보죠?

[기자]
네, 기자들의 경우 각자 다르긴 한데, 저는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잘 보지 않거든요.

미세먼지 등 특정 보도에는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릴 때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해서요.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댓글을 기사 만큼이나 큰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대답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영신/대학생 : "일단 기사를 볼 때 기사 제목을 보고 댓글을 보고 댓글 반응을 보고 나서 다시 기사를 보는 편이에요."]

[임연진/대학생 : "처음 댓글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서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좌우되는 것 같고 부정적 댓글이 달렸을 때 좀 더 자극적이니까 사람들이 휩쓸리는 것 같아요."]

[앵커]
기사 제목을 본 뒤 바로 댓글을 본다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한데, 그만큼 댓글의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겠죠?

[기자]
네, 그래서 최근 국정원과 군에 경찰, 민간까지 댓글 조작에 광범위하게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죠.

그만큼 여론몰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댓글에 대한 영향력은 이렇게 짐작 가능하지만 과학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이 정치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충남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170여 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익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기사와 함께 그에 대한 실제 댓글들을 보여줬습니다.

긍정 혹은 부정적 댓글을 접한 뒤 기사만 읽었을 때 가지고 있던 호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앵커]
익명의 정치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호불호가 없을 텐데 댓글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오나요?

[기자]
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나름 논리가 있는 경우도 있고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하거나 욕설로 가득한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실험 결과 타당성이나 논리 여부와 관계없이 긍정적인 댓글엔 긍정적으로, 부정적 댓글엔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이에 대한 전우영 충남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전우영/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 "타당성의 정도가 매우 낮은, 아무 근거가 없는 댓글조차도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실험 결과가 보여준 거라고 볼 수 있겠죠."]

특히 기사와 함께 "제발 나오지 좀 마라!" "그러다 나라 망할라" 같은 단순 비난형 댓글에도 해당 정치인에 대한 투표 의향이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앵커]
사소한 악플 하나에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책은 없는지?

[기자]
네, 정보 처리에 관한 심리학 모형에 따르면 근거가 없는 댓글이라도 읽는 순간 뇌에 자동으로 해당 정보가 사실로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수정하는 정정 과정은 그다음 단계로, 자동이 아닌 의지에 의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부정적인 댓글이 조작이었다고 정정했더니 투표 의향이 원래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잘못된 댓글 때문에 사람들의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면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정정해줘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건데요.

댓글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인된 만큼 조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댓글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만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잘못된 댓글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근거 없는 댓글도 심리에 영향”
    • 입력 2018-04-18 23:16:18
    • 수정2018-04-18 23:45:30
    뉴스라인 W
[앵커]

댓글 조작이 정치적인 여론몰이에 악용되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또 해결책은 없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신방실 기자, 인터넷 댓글을 관심 가지고 보는 사람이 정말 많은가 보죠?

[기자]
네, 기자들의 경우 각자 다르긴 한데, 저는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잘 보지 않거든요.

미세먼지 등 특정 보도에는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릴 때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해서요.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댓글을 기사 만큼이나 큰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대답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영신/대학생 : "일단 기사를 볼 때 기사 제목을 보고 댓글을 보고 댓글 반응을 보고 나서 다시 기사를 보는 편이에요."]

[임연진/대학생 : "처음 댓글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서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좌우되는 것 같고 부정적 댓글이 달렸을 때 좀 더 자극적이니까 사람들이 휩쓸리는 것 같아요."]

[앵커]
기사 제목을 본 뒤 바로 댓글을 본다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한데, 그만큼 댓글의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겠죠?

[기자]
네, 그래서 최근 국정원과 군에 경찰, 민간까지 댓글 조작에 광범위하게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죠.

그만큼 여론몰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댓글에 대한 영향력은 이렇게 짐작 가능하지만 과학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이 정치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충남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170여 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익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기사와 함께 그에 대한 실제 댓글들을 보여줬습니다.

긍정 혹은 부정적 댓글을 접한 뒤 기사만 읽었을 때 가지고 있던 호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앵커]
익명의 정치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호불호가 없을 텐데 댓글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오나요?

[기자]
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나름 논리가 있는 경우도 있고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하거나 욕설로 가득한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실험 결과 타당성이나 논리 여부와 관계없이 긍정적인 댓글엔 긍정적으로, 부정적 댓글엔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이에 대한 전우영 충남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전우영/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 "타당성의 정도가 매우 낮은, 아무 근거가 없는 댓글조차도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실험 결과가 보여준 거라고 볼 수 있겠죠."]

특히 기사와 함께 "제발 나오지 좀 마라!" "그러다 나라 망할라" 같은 단순 비난형 댓글에도 해당 정치인에 대한 투표 의향이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앵커]
사소한 악플 하나에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책은 없는지?

[기자]
네, 정보 처리에 관한 심리학 모형에 따르면 근거가 없는 댓글이라도 읽는 순간 뇌에 자동으로 해당 정보가 사실로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수정하는 정정 과정은 그다음 단계로, 자동이 아닌 의지에 의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부정적인 댓글이 조작이었다고 정정했더니 투표 의향이 원래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잘못된 댓글 때문에 사람들의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면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정정해줘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건데요.

댓글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인된 만큼 조작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댓글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만큼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잘못된 댓글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