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려 해도 키우려 해도…정책이 ‘발목’

입력 2018.04.18 (23:22) 수정 2018.04.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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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혼모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인식을 돌아보는 KBS 연속기획, 두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1위, '아동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은 늘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아이를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신이 알려진 순간, 처음 듣는 건 '아이를 지우라'는 말입니다.

[임신 6개월 미혼모/음성변조 : "(아이 아빠가) 병원을 가라고. 그 병원가란 얘기가, 낙태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도 낳는다면 이번엔 '아이를 보내라'고 합니다.

[미혼모/음성변조 : "새 출발 하는게 어떻겠냐 이러면서, 애를 보내는게 어떻겠느냐고 계속 말해요. 출산 전에도 그렇고 출산 후에도 그렇고."]

취재진이 만난 미혼모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아이의 입양을 권고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엄마의 인생을 위해서 아이를 보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보다 포기하기 쉽게 만드는건 아닐까요?

이 미혼모는 곧 보호 시설을 나와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아이를 키울 지 걱정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양육비가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OO/4살 아이 엄마 : "양육비가 조금만 더... 13만원이라는 돈으로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어서요."]

정부 지원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는 최고 18만원.

그나마 가족과 단절을 증명하고 수많은 서류를 내야해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혼모 : "기저귀랑 분유지원제도가 있었는데 안된다는 거에요. 아버지 재산이 있다고..."]

[미혼모 : "몇백 장을 뗀 것 같아요. 아기 태어나고 지원받으려고 여기저기 제출한 서류만..."]

열심히 일해 아이를 키워보려고 할 땐 또 다른 벽이 가로 막습니다.

매일 8시간씩 계약직으로 일하는 오 선씨,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망설여 집니다.

한달 벌이가 4인 가족 생계급여 기준인 134만 원을 넘으면 기초수급자 지원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오 선/3남매 엄마 : "얼마 하면(얼마 정도 벌면) 애들 교육비가 끊기고 또 얼마 하면 의료지원이 끊기고 한마디로 박탈 시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무서워서 못나가겠다는 거예요."]

부업이라도 하려던 한 미혼모는 구청 전화를 받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정OO/8살 아이 엄마 : "소득이 찍히면 득달같이 전화와요. 수입잡혔다고 그러시면 안된다고..."]

정부 지원 체계가 오히려 엄마의 자립의지를 꺽는 현실.

결국 미혼모에겐 일하는 걸 포기하고 기초 수급자로 남든지, 아니면 평생 근로 빈곤층으로 살아야 하는 두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

[김지현/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특정 월령의 영아를 가진 미혼모들에게는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지원을 유지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이기를 포기하는 순간 정부 지원은 달라집니다.

아이를 맡은 복지시설은 정부로 부터 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한달 평균 128만원을 받습니다.

입양 알선 기관은 한 아이 당 최고 270만 원의 수수료를, 또 아이의 입양이 철회돼 돌아오면 파양 비용까지 받습니다.

[노혜련/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가정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어떤 사회건강을 위해서나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나 훨씬 더 좋은 바람직한 방법이죠 근데 우리는 그 돕는 것보다는 쉽게 포기해서 대신 키워주는 데 더 많은 돈을 들이고 그걸 너무 쉽게 하는 거예요."]

엄마 보다는 보육시설 지원에 맞춰진 출산 정책.

모성의 단절을 요구하는 이같은 현실 때문인지, 입양 가는 아이의 90%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입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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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낳으려 해도 키우려 해도…정책이 ‘발목’
    • 입력 2018-04-18 23:27:45
    • 수정2018-04-19 00: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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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혼모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인식을 돌아보는 KBS 연속기획, 두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1위, '아동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은 늘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아이를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신이 알려진 순간, 처음 듣는 건 '아이를 지우라'는 말입니다.

[임신 6개월 미혼모/음성변조 : "(아이 아빠가) 병원을 가라고. 그 병원가란 얘기가, 낙태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도 낳는다면 이번엔 '아이를 보내라'고 합니다.

[미혼모/음성변조 : "새 출발 하는게 어떻겠냐 이러면서, 애를 보내는게 어떻겠느냐고 계속 말해요. 출산 전에도 그렇고 출산 후에도 그렇고."]

취재진이 만난 미혼모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아이의 입양을 권고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엄마의 인생을 위해서 아이를 보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보다 포기하기 쉽게 만드는건 아닐까요?

이 미혼모는 곧 보호 시설을 나와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아이를 키울 지 걱정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양육비가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OO/4살 아이 엄마 : "양육비가 조금만 더... 13만원이라는 돈으로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어서요."]

정부 지원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는 최고 18만원.

그나마 가족과 단절을 증명하고 수많은 서류를 내야해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혼모 : "기저귀랑 분유지원제도가 있었는데 안된다는 거에요. 아버지 재산이 있다고..."]

[미혼모 : "몇백 장을 뗀 것 같아요. 아기 태어나고 지원받으려고 여기저기 제출한 서류만..."]

열심히 일해 아이를 키워보려고 할 땐 또 다른 벽이 가로 막습니다.

매일 8시간씩 계약직으로 일하는 오 선씨,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망설여 집니다.

한달 벌이가 4인 가족 생계급여 기준인 134만 원을 넘으면 기초수급자 지원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오 선/3남매 엄마 : "얼마 하면(얼마 정도 벌면) 애들 교육비가 끊기고 또 얼마 하면 의료지원이 끊기고 한마디로 박탈 시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무서워서 못나가겠다는 거예요."]

부업이라도 하려던 한 미혼모는 구청 전화를 받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정OO/8살 아이 엄마 : "소득이 찍히면 득달같이 전화와요. 수입잡혔다고 그러시면 안된다고..."]

정부 지원 체계가 오히려 엄마의 자립의지를 꺽는 현실.

결국 미혼모에겐 일하는 걸 포기하고 기초 수급자로 남든지, 아니면 평생 근로 빈곤층으로 살아야 하는 두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

[김지현/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특정 월령의 영아를 가진 미혼모들에게는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지원을 유지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이기를 포기하는 순간 정부 지원은 달라집니다.

아이를 맡은 복지시설은 정부로 부터 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한달 평균 128만원을 받습니다.

입양 알선 기관은 한 아이 당 최고 270만 원의 수수료를, 또 아이의 입양이 철회돼 돌아오면 파양 비용까지 받습니다.

[노혜련/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원가정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어떤 사회건강을 위해서나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나 훨씬 더 좋은 바람직한 방법이죠 근데 우리는 그 돕는 것보다는 쉽게 포기해서 대신 키워주는 데 더 많은 돈을 들이고 그걸 너무 쉽게 하는 거예요."]

엄마 보다는 보육시설 지원에 맞춰진 출산 정책.

모성의 단절을 요구하는 이같은 현실 때문인지, 입양 가는 아이의 90%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입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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